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199)
필드의 외계인-199화(199/404)
제199화
대한민국 라커룸 안.
독일에 리드를 빼앗겨서 그런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내가 실수만 안 했어도.’
선수들의 뇌리에는 전반전에 한 실수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자책을 했다.
본인이 집중만 했으면 실점을 하지 않았을 거라면서.
“잘 들어.”
그걸 가만히 볼 강동하 감독이 아니었다.
“전반전에 1점 차이로 마무리를 지은 것만으로도 아주 잘했다. 조금이라도 집중력을 잃었으면 3점 이상은 실점했을 거야.”
전반전에 독일이 전체적으로 우위를 잡았었다.
그랬던 만큼 대량실점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 평가할 만했다.
“정신만 차려, 기죽지 마. 자책도 하지 말고. 우리는 우리가 하려는 걸 모두 보여줄 생각만 하면 돼.”
강동하 감독은 후반전에 사용할 전술을 수정했다.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도록 공격 전술을 수정했고, 동시에 수비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선수들에게 지시했다.
‘어린 선수들인 만큼 기세 싸움이 중요해. 한 번 흐름을 가져오면 충분히 할만하다.’
강동하 감독은 그렇게 선수들 하나하나에게 전술 지시를 내렸다.
어느덧 휴식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
그는 마지막으로 유지우를 보고 물었다.
“주장은 할 말 없나?”
강동하의 말에 선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유지우를 향했다.
라커룸에 들어오기 전, 유지우가 집중하자고만 했지, 별말이 없어서 선수들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했다.
“제가 지금부터 하는 말 잘 들어요.”
유지우는 선수들 사이에 싹트는 불안감을 눈치채고 있었다.
“아직 진 거 아니에요. 뒤집을 기회는 후반전에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그는 주장답게 선수들의 불안감을 날려버리고자 그들을 타일렀다.
와일드카드로 뽑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은 별말을 하지 않고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장 자리가 잘 어울려.’
유지우가 주장으로서 중심을 잡는 걸 보곤 뿌듯해했다.
“패배할 거라는 생각은 날려버리고 오로지 후반전에 이길 거라는 생각만 해요.”
유지우의 말은 가볍게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전력이 독일보다 약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축구가 강팀이 무조건 이긴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
“그러니까 독일 선수들보다 딱 한 걸음만 더 뛰는 거예요. 저 녀석들이 두 걸음 뛰면 세 걸음, 세 걸음을 뛰면 네 걸음…. 격차를 좁히려면 이를 악물고 한 걸음 더 뛰는 것밖에는 없어요.”
전력 차이를 메꾸는 방법은 간단했다.
상대보다 더 많이 뛰는 것.
허벅지가 터질 만큼 뛰고 또 뛰는 것.
그래야 했다.
“그들도 사람이에요. 힘들어서 잠깐 쉬는 순간이 있어요.”
“…….”
“그때 우리가 쉬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어떻게 되겠어요?”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지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한 듯한 표정이었다.
“차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겠죠, 그리고 그걸 반복하다 보면 우리가 그들의 뒷모습을 보는 게 아닌, 그들이 우리의 뒷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주장의 덕목 중 하나인 동기부여.
유지우는 대한민국 캡틴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해갔다.
이 경기에서 이기고 목표한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
* * *
대한민국 0 – 1 독일.
리드를 빼앗긴 대한민국은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독일은 쉽게 동점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
[독일은 1점 차 리드를 지키려고 하네요. 전반전에는 공격적으로 운영을 했는데 지금은 안정적으로 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크리스티안 플리크.
토마스 에더.
베테랑 두 명이 이끄는 독일의 중원 라인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답답해지는 흐름.
촤—악!
그 흐름을 끊는 건 유지우였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2선에서 프리롤로 뛰어다녔으나 수비 시에는 최후방까지 내려오며 넓은 범위를 커버했다.
– 와아아아아아아!
그의 헌신적인 플레이에 관중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렇게 볼의 소유권을 가져왔지만, 아직 안전한 건 아니었다.
주변에 독일 선수들이 바로 압박을 해왔다.
[아! 둘러싸이는 유지우 선수! 주위에서 볼을 받아주러 가야죠!]독일의 목적은 유지우의 발에서 시작될 한국의 공격 흐름을 끊는 거였다.
[오늘 독일 선수들이 유지우 선수의 견제를 정말 치밀하게 하네요. 백패스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세 명의 선수가 둘러싸이는 순간에도 유지우의 눈빛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빛났다.
그리고 그 눈은 정확하게 돌파할 길을 찾아냈고.
타다다닷-!
유지우는 그곳으로 드리블을 시작했다.
첫 번째 선수는 드래그 백으로.
두 번째 선수는 라 크로케타로.
마지막 세 번째 선수는 넛맥으로 제치며 순식간에 압박 지역에서 빠져나왔다.
– 와아아아아아!
환호를 들으면서 가속했다.
당황하는 독일 선수들의 표정이 세세하게 보였다.
점점 가까워지는 골대.
그러나 그의 앞에는 어느새 벽이 만들어졌다.
이대로 돌파해도 됐지만, 유지우는 속도를 줄이며 왼쪽을 쳐다봤다.
“사이드!”
마르센 볼프가 유지우의 시선을 봤다.
급박한 상황인 만큼 그곳으로 패스를 하리라는 확신이 들었고, 동료를 불렀다.
하나, 유지우는 그토록 쉽게 예상이 가능한 선수가 아니었다.
사이드로 전개할 거라는 믿음과 다르게, 유지우는 상대가 그쪽으로 신경 쓰는 동안.
투욱.
정반대 방향으로 노룩 패스를 찔렀다.
‘페인트였다고?’
타이밍을 빼앗긴 수비수 다리 사이를 지나며 최전방으로 볼이 전달됐다.
그걸 받은 건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차선호였다.
[유지우 선수의 노룩 패스—! 그리고 차선호 입니다! 올라온 차선호! 볼을 잡고 한 번 접으면서 센터백을 제친 뒤에 왼발로 슈우우우웃!]철렁.
니어포스트로 낮게 들어가며 독일의 골망이 흔들렸다.
[1 – 1 균형을 맞추는 차선호 선수! 침착하게 한 번 접으면서 수비수를 따돌리며 동점 골을 넣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대한민국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차선호는 세레머니를 한 후에 유지우에게 다가가 포옹했다.
“이대로 역전까지 가자!”
대한민국의 사기가 올라왔다.
* * *
[미하엘 벨의 슈팅이 빗나갑니다!] [강현오 선수의 수비가 좋았습니다! 마크를 놓치더라도 바로 쫓아가며 슈팅을 방해하는 플레이! 저런 집요함이야말로 강현오 선수의 장점이죠!]독일은 동점이 되자 라인을 올리며 공격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여러 슈팅이 나왔는데도 대한민국의 수비에 막혀 득점을 내진 못했다.
“현오야.”
“예!”
전체적인 수비 컨트롤은 김재민이 했고 강현오는 오로지 미하엘 벨에게 그림자처럼 붙었다.
‘절대 안 놓쳐.’
18세의 경험이 부족한 수비수.
그러나 강현오에겐 그 경험을 채워줄 근성이 있었다.
이가 안 된다면 잇몸으로.
이게 강현오의 마음가짐이었다.
타다다닷-!
그런 수비에도 독일은 공격을 만들어냈다.
미하엘 벨의 강점은 순발력이었다.
속도는 평범했으나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도는 동작이 탁월했다.
그때였다.
강현오는 돌파를 당했다고 멈추지 않고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그 순간.
약간 스텝이 꼬였다.
‘쏜다!’
슈팅 자세를 잡는 게 보이자 마음이 급해졌다.
스텝이 꼬인 걸 풀고 가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그러자 강현오는 본능적으로.
탓.
밸런스가 무너진 몸을 앞으로 날리며 다리가 아닌 얼굴을 들이밀었다.
퍼—억!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슈팅.
강한 슈팅에 강현오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고, 볼은 공중에 뜨며 강인우가 품에 안겼다.
[와, 강현오 선수가 몸을 날려 대한민국을 실점의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이게 수비고 이게 대표죠! 플레이 하나하나에 간절함이 보입니다!]이건 한 골을 막아낸 수비였다.
선수들은 강현오를 걱정했으나, 강현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자아아아!”
그리고 수비에 성공한 걸 보곤 포효했다.
막내의 모습에 다들 미소를 지었다.
“어?”
모두 흐뭇하게 바라보는 그때.
주르르륵.
막내의 코에선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현오야…. 너 코피.”
스윽.
손에 피가 묻은 걸 본 강현오는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저는 괜찮습니다—! 얼른 지혈하고 오겠습니다!”
파이팅 넘치는 막내의 모습에 선수들의 의지는 더욱 불타올랐다.
‘막내가 저렇게 하는데.’
다들 이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강현오의 헌신적인 수비는.
“파이팅—!”
“다 박살 내고 올라가자!”
“여기서 떨어지면 그동안 훈련한 게 아깝지!”
“바짓가랑이라도 물고 늘어지자!”
대한민국에 흐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 * *
팽팽한 경기.
스타 선수들의 플레이에 관중들의 입은 다물어질 새가 없었다.
“크리스티안!”
하프라인 아래에서 안전하게 볼을 잡은 크리스티안 플리크는 대한민국이 역습으로 라인을 올린 틈에 뒷공간으로.
뻐—엉!
긴 롱패스를 보냈다.
그걸 노리고 들어간 건 미하엘 벨이었다.
뒷공간으로 떨어지기 전.
강현오가 점프를 뛰며 패스를 헤딩으로 잘라냈다.
– 오오오오오오!
[강현오 선수가 헤딩으로 잘라냅니다! 그리고 흐른 볼은 김우일 선수에게!]김우일은 볼을 잡고 압박이 오기 전, 빠르게 전방으로 보냈다.
탁.
그걸 받은 건 유지우였다.
근처에서 두 명의 선수가 오는 걸 본 유지우는.
투—웅!
볼을 한 번 띄우곤 솜브레로 플릭으로 제쳐냈다.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
유지우는 드리블하면서 전방의 상황을 살폈다.
‘백업이 빨라.’
어느새 독일은 공간을 차단하며 포지션을 잡았다.
섣부르게 들어갔다간 소유권을 넘길 수 있어서 천천히 가려고 할 때.
타다다다닷-!
유지우는 길을 발견하고 빠르게 치고 나갔다.
독일의 수비가 살짝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들은 유지우의 돌파에 온 신경을 다 쓰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돌파 성공 1위.’
협력수비로 강한 압박을 해 유지우를 막고자 하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하나, 이 그림은 유지우가 원한 그림이었다.
자신에게 빨려드는 선수들.
그렇게 다른 곳에 공간이 생긴 걸 보곤.
툭.
수비수를 등진 조정후에게 패스를 주곤 빈 곳으로 달려갔다.
“다시!”
조정후는 안전하게 유지우가 들어가는 앞으로 리턴 패스를 내줬다.
원투 패스로 공간을 만든 유지우는 오른쪽으로 볼을 한 번 더 차고 나가 곧장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원투로 주고받은 유지우 선수! 기회입니다! 기회에요!]슈팅만 하면 생각한 대로 되는 거였지만, 마르셀 볼프가 무리한 태클을 했다.
삐—익!
그대로 다리에 걸려 넘어지며 주심이 프리킥을 찍었다.
[87분! 정규 시간 3분을 남겨두고 프리킥이 주어집니다!] [토마스 에더가 항의를 해보지만! 주심의 판정은 변하지 않습니다!]계속되는 항의에 주심은 VAR까지 확인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건 명백한 반칙이었으니까.
경기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유지우가 프리킥을 준비했다.
“페인트 넣어줄까?”
“그러면 오른발로 한 번 해주세요.”
“알았어, 시작할 때 신호만 줘.”
삐—익!
주심이 시작하라며 휘슬을 불었고 유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신호에 맞춰 김우일이 페인트를 걸었고, 수비벽이 뛰고 내려오는 사이.
뻐—엉!
유지우가 수비벽의 위를 넘기며 킥을 했다.
골키퍼는 볼의 궤적을 보면서 손을 쭉 뻗어보았지만.
스르르르륵.
강한 회전이 걸린 볼은 구석으로 향했고 골포스트를 스치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철렁.
– 와아아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올! 유지우 선수의 킥이 독일의 심장을 뚫습니다!] [이걸로 2 – 1! 경기 종료 직전! 균형을 깨는 건 다름 아닌 대한민국입니다!]역전 골을 넣은 유지우는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며 무릎 슬라이딩 세레머니를 했고 뒤이어 동료 선수들이 달려와 덮쳤다.
“지우야!”
“난 네가 넣을 줄 알았어!”
다들 함박웃음을 지었다.
치열한 경기.
피로도가 최고치였지만, 방금 골로 모든 피로가 날아가는 듯했다.
“자자자! 골을 넣은 건 넣은 거고 남은 시간 동안 잘 지켜요.”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킨다!”
“무조건이지!”
“카드를 받는 한이 있어도 막는다!”
이 골로 분위기는 한국으로 넘어왔다.
정규 시간이 다 흐르고 주어진 추가 시간 2분.
독일은 전체적으로 라인을 올려 공격적으로 슈팅을 했지만.
삐익-! 삐익-! 삐—익!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며! 대한민국이 4강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전문가들이 대한민국의 승률이 3할이라고 했는데 그 확률을 뒤집는 대한민국! 그 중심에는 바로 이 선수! 프리미어리그의 외계인! 유지우 선수가 있습니다!]종료 휘슬이 울리며 대한민국 선수들은 체력이 고갈되어 필드에 쓰러졌다.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고 숨은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 거칠었지만, 승리했다는 기쁨이 그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줬다.
“유.”
웃고 있는 유지우에게 다가온 건 미하엘 벨이었다.
경기 전, 자극적인 인터뷰를 하며 도발을 한 선수와의 만남.
카메라가 두 선수에게 포커스를 맞췄고 모든 시선이 쏠린 순간.
유지우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수고했어.”
“하아, 이길 줄 알았는데.”
“경기 전에 인터뷰 분위기랑은 다르네?”
“그거야, 사람들 이목을 끌려고 한 거지. 나 스포트라이트 받는 거 좋아하거든.”
“…특이한 놈.”
“그런 얘기 많이 들어, 그리고 자. 교환하자.”
유니폼 교환을 요청했다.
유지우도 유니폼을 벗어 건네줬다.
유니폼을 받아든 미하엘 벨은 웃으며 인사했다.
“꼭 우승해라.”
“골든보이는 내 거지?”
“…그래! 너 다 해 먹어라!”
인사를 끝낸 뒤, 다른 독일 선수들과도 인사하며 필드를 떠났다.
대한민국 vs 독일.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으며 대한민국이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