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02)
필드의 외계인-202화(202/404)
제202화
패배한 프랑스 선수들은 일찌감치 필드를 떠났다.
결승 진출을 목표로 했으나 좌절한 그들에게 알베로 모데스토 감독은 딱 한 마디만 했다.
“…고생했다!”
다혈질의 감독이긴 하지만 결과에는 순응할 줄 알았다.
“마르쿠스.”
그는 에이스 마르쿠스 디뉴를 불렀다.
그 이유는.
“울지 마.”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였다.
승부에서 패배한 게 납득이 가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필드 안에서 진 것은 이해가 되고 속이 후련했지만.
막상 필드 밖으로 나오니, 아쉬움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알베로 모데스토 감독은 아쉬워하는 선수들을 다독였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후회는 하지 말자, 그리고 모두! 이 기분을 잃지 말고 성장해라!”
그렇게 프랑스의 올림픽 축구 일정은 모두 종료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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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올림픽 남자 축구 최초로 결승에 진출! 메달 확보! 】
【 알베로 모데스토, “왜 그가 외계인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다.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플레이를 펼친다.” 】
【 마르쿠스 디뉴, “패배하긴 했지만, 아쉽지 않다.” 】
【 유지우, 군 면제 확정! 】
메달이 확정되며 유지우의 군 면제 또한 확정됐다.
선수촌 호텔 로비.
그곳에선.
“지우 선수!”
유지우가 차명훈과 만나고 있었다.
“오늘 오셨어요?”
“네! 마지막까지 일 처리를 좀 하고 오느라고요. 식사는 하셨어요?”
“네.”
“결승 진출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일단 앉아서 얘기하실까요? 드리고 싶은 말이 많네요.”
오늘 막 런던에서 호주로 온 차명훈은 유지우와 만나 아스날과 재계약 상황을 말해줬다.
결승에 오르며 메달이 확정되자 단장은 곧장 차명훈에게 전화해.
‘55만 파운드로 확정 짓죠.’
주급부터 모든 조항을 합의하고, 최종 계약서를 차명훈에게 보내주었다.
계약서와 관련된 세부 내용을 모두 들은 유지우는 차명훈의 일 처리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이렇게 준다는 건가요?”
“네.”
“믿기지 않네요.”
“믿기지 않는 건 지우 선수의 실력이죠.”
“…고생 많으셨어요.”
“사인은 런던으로 돌아가서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구단 측에서 기사는 내보내고 싶다고 합니다.”
“기사를요?”
“요즘 워낙 지우 선수를 둘러싼 루머들이 많잖아요?”
올림픽에 집중하고 있어서 몰랐지만, 지금 해외 축구계에선 빅클럽들이 돈을 들고 아스날을 찾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유지우 이적설.’
유지우는 아무 신경 쓰지 않고 있지만, 아스날 입장에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래서 아스날은 빠르게 지우 선수 재계약 내용을 언론에 공개해 루머를 잠재우겠다는 겁니다.”
“알겠어요. 그렇게 진행해주세요.”
“네! 내일 오전 11시에 기사가 보도될 겁니다!”
계약 이야기를 마친 두 사람은,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차 한 잔을 마셨다.
“……?”
대화 중에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유지우가 고개를 들었다.
차명훈은 말없이 그를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왜 웃으세요?”
“그냥요.”
“…….”
“지우 선수, 저랑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요?”
“그게 3년 전인가요?”
“그렇죠.”
이채운 감독님 소개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졌다.
이토록 신뢰하는 사이가 될 거라고 그때는 생각지 못했지만, 이제는 차명훈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그를 믿고 의지하는 관계가 되었다.
“저는 지우 선수가 잘 되는 것만 봐도 행복해요. 어릴 때부터 고생만 하셨잖아요. 이제부터는 행복을 누리는 것도 생각해보세요.”
행복이라.
유지우는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그건 그가 이전에는 전에는 생각할 수 없던 단어였다.
그저 축구만 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많은 게 바뀌었다.
아르헨티나를 넘어 영국으로.
좋은 사람, 팀을 만났고, 최고의 순간들을 맛봤다.
원하는 축구를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할 수 있게 됐고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가족들도 전보다 훨씬 밝아졌고, 집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나온 결론은….
“…저 행복해요.”
행복하다는 거였다.
유지우는 환히 웃었다.
* * *
【 유지우, 아스날과 재계약 합의! 주급 55만 파운드! 프리미어리그 전체 3위의 주급! 】
올림픽 결승을 하루 앞두고 나온 기사에 국내외는 발칵 뒤집혔다.
【 ‘아스날 히어로’ 유지우, 주급 55만 파운드! 5년 계약 체결! 】
【 아스날, “에이스를 위해서라면 당연한 일.” 】
【 프리미어리그 전체 3위! 아시아 역대 1위 연봉을 받게 된 유지우! 】
【 유지우 측, “아스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주급 55만 파운드.
이건 연봉으로 환산하며 2,640만 파운드(한화 426억 8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아직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세부 조항까지 합치면.
3,000만 파운드를 넘길 거라는 걸.
【 아스날 최고 연봉자가 된 유지우! 】
기사는 계속해서 쏟아졌고 커뮤니티는 폭발 직전까지 갔다.
– 아니 주급 실화세요?
– 형님 실례가 아니라면 아이스크림 하나만….
– ㄹㅇ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서 먹을 때, 돈 나가는 느낌도 안 나겠다.
– 몸에 먼지 터는 기분이려나?
– 나가는 것도 모를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55만 파운드면…. 주에 8억 7,000만 원을 버는 거네.
– 가늠이 안 된다.
– 우리가 평생 일해도 갓지우의 한 달 월급도 못 번다니.
– 19세에 벌써 저 연봉이면 전성기가 될 20대 중반에는 대체 얼마나 받는다는 거임?
– 지금이 저 정도니까 20대 중반까지 이대로 폼 유지하면 적어도 주급 10억은 넘길걸?
– 10억? 내 예상은 20억 간다고 본다.
– 20억은 여태까지 받은 선수가 없잖아.
– 갓지우라면 가능할지도?
19세의 선수가 받는 주급으로는 믿기지 않는 금액.
그러나 사람들은 납득했다.
그동안 유지우가 걸어온 길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길이었으니까.
해외 커뮤니티도 난리였다.
특히 유지우에게 이런 큰 금액은 아직 이르다는 여론도 있었다.
[이해가 안 돼, 아스날은 어째서 저런 금액을 부른 거지? 유가 잘하긴 해도 고작 한 시즌이 지났을 뿐이잖아. 저런 결정을 한 건 잘못됐다고 봐.]아주 틀린 의견은 아니었다.
역사상 19세의 나이에 이 정도 연봉을 받은 선수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아스날이 오버페이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법했다.
그러나.
[너 31-32시즌 보긴 했냐?] [눈이 없는 거지, 그의 플레이에는 저 정도의 가치가 있어.]의문을 품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유지우가 보여준 성과라면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된다는 의견으로 모였다.
그리고 유지우의 재계약 말고도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 ‘아르헨티나 골잡이’ 기예르모 다린, 첼시와 5년 계약 체결! 주급 25만 파운드! 】
보카 3대장인 기예르모 다린과.
【 ‘아르헨티나 특급’ 디에고 로시, 맨체스터 시티와 5년 계약 체결! 주급 34만 파운드! 】
디에고 로시의 이적 소식이 전해졌다.
프리미어리그를 중심으로 전 세계 축구팬들이 놀랄 기사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 * *
아르헨티나전을 대비한 훈련이 끝나고 잠깐 쉬는 사이에 현오가 옆으로 다가왔다.
“선배님.”
“응?”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아이스크림 하나만.”
내가 재계약했다는 기사가 쏟아지며 대표팀 내에서 이 말이 유행했다.
“나중에.”
“그런데요, 선배님.”
“응?”
“그렇게 많은 주급을 받으면 어디에 써요?”
근처에 있던 선수들도 귀를 쫑긋 세우며 우리의 말에 집중하는 게 보였다.
“…나 아직 그거 안 받았는데?”
“그래도 이때까지 받은 것도 주에 1억은 넘는 금액이었잖아요.”
“그렇긴 하지.”
“어디에 써요?”
“일단 집세.”
“집 산 거 아니었어요?”
“안 사. 돈도 그렇게 받는데 꽁꽁 싸매고 있어봐라. 세금 폭탄만 맞지. 그리고 그런 금액을 받는 선수들은 응당 그만큼 써야 해.”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어느 리그에서나 고액 연봉자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많은 돈을 써왔다.
‘품위 유지.’
이런 명목하에 말이다.
“집세가 얼마나 하는데요?”
“한 달에 7,200만 원.”
내 말에 강현오는 물을 마시다가 뿜고 말았다.
“켁! 7, 7,200만 원이요?”
“지하까지 포함해서 총 4층 규모니까 그렇지.”
“와….”
내가 지내는 집이 다른 선수들은 물론 셀럽들이 사는 부촌이라 월세가 상당히 세긴 했다.
그래도 보안도 좋고 집 사이사이에 나무도 심겨 있어 사생활 보호도 좋았다.
“대부분 다 그렇게 살아요?”
“어느 정도는?”
“…저 선배님 집에 놀러 가도 돼요?”
“상관은 없지.”
“와! 영국 가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선수들도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봤다.
난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다 말해줬고 현오는 나중에 꼭 유럽에 나갈 거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음.
아마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관심이 있는 클럽들이 생기지 않을까.
.
.
.
훈련이 끝난 저녁.
난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왔다.
“지우 선수! 내일 경기 파이팅하세요!”
지나가는 선수마다 응원을 해줬고 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렇게 식판에 밥을 담아 빈 테이블에 가서 동료 선수들과 어울려서 먹었다.
“너 걔네랑 통화했어?”
“걔네요?”
“디에고랑 기예르모, 너랑 단짝이잖아.”
“아~ 아침에 훈련하기 전에 간단하게 했어요.”
내일 있을 경기는 그 녀석들을 만나는 날이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를 떠나고 1년 조금 넘은 시간.
그 녀석들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너는 알고 있었지?”
“그 녀석들 프리미어리그 오는 거요?”
“응.”
“대충은요. 미리 들었거든요.”
“참… 대단하다. 보카 주니어스에는 뭐 특별한 훈련이라도 있는 거야? 어떻게 시즌마다 너 같은 녀석들을 배출하냐?”
“그냥 걔네가 잘하는 거죠.”
특별한 건 없었다.
그저 그 시기에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았을 뿐이었다.
여러 얘기를 나누며 밥을 먹고 있자 멀리서 다빈 누나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밥을 다 먹었는지 다빈 누나는 동료 선수들이랑 같이 오다가.
“지우야.”
“어?”
“아이스크림 하나만.”
…누나까지 왜 그래.
“돈도 많은 사람이 왜 그래.”
누나도 돈은 차고 넘쳤다.
펜싱 여제로 어린 시절부터 여러 대회에서 우승한 덕분에 포상금을 받은 것을 비롯해 광고를 수두룩하게 찍었다.
“내가 그동안 번 거 한 달에 벌 녀석이!”
“…….”
“배, 아프니까 아이스크림 사줘!”
“알았어.”
아이스크림이 아깝겠나.
다빈 누나가 그동안 나한테 해준 게 있는데.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부터 누나는.
‘운동하면 잘 먹어야지!’
이런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며 이것저것 사줬다.
내가 클 수 있었던 건 부모님 덕도 있지만, 다빈 누나 덕도 분명 있었다.
“내일 경기에서 이기고 사줄게.”
“오~ 자신 있나 본데?”
“자신은 항상 있지.”
이제 남은 건 한 경기.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는 거라 반가운 기분이 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제일 중요한 건 승리였다.
* * *
올림픽 남자 축구 결승은 8월 19일에 열렸다.
【 대한민국 vs 아르헨티나, 올림픽 남자 축구 정상에 오를 나라는 어디인가? 】
브리즈번 일대는 인파들로 들끓었다.
작은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대회의 마지막에 어느 국가가 가장 꼭대기에 서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어느덧 거대한 인파가 된 관객들이 선콥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어느 나라가 이길까?”
“대한민국이 올라온 건 기적이야.”
“대한민국이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아,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아르헨티나의 전력이 압도적인 우위였다.
황금세대라고 불리는 어린 선수 중에서도 리더 격인 디에고 로시, 기예르모 다린이 있으니, 대한민국의 승률은 낮았다.
【 아르헨티나, “마지막에 웃는 건 우리가 될 것.” 】
아르헨티나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 에밀리아노 푸세토는 선수 시절에도 이름을 날린 선수 출신의 감독이었다.
‘아르헨티나 축구는 세계 정상에 서야 한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감독답게 아르헨티나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러한 인터뷰를 들은 강동하 감독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누구나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다 맞지는 않죠.”
여러 감독직을 수행하며 쌓은 경험.
비록 큰 클럽을 맡아보지 못했지만, 그는 실패를 교훈 삼아 올림픽 대표팀 감독까지 올라왔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는 법이죠.”
그런 수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건 축구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거였다.
아르헨티나가 강국이라곤 하지만 10년도 전에 U-20 대회에서 대한민국에 패배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걸 재현할 생각이었다.
【 대한민국,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 우리는 이길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관중석 곳곳엔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 양 국가의 팬들이 채워졌다.
곳곳에선 멀리서 보러온 팬들.
그리고 한국 올림픽 선수단은 모두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으으으, 내가 다 긴장이 되네.”
“제발 이겨라!”
“여기까지 온 이상 지는 게 말이 안 되지.”
“결승에서 져도 메달은 확정되지만, 기분은 그렇지 않잖아.”
올림픽 결승에서 패배해도 은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세계 2위.
그러나 선수들은 패배하고 목에 거는 메달을 좋아하지 않았다.
마치 패배한 선수에게 주는 적선 같았으니까.
“…금메달 따라.”
최다빈은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기대했다.
이곳까지 올라온 선수들이.
부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 와아아아아아아아!
스타디움을 들썩이는 함성과 함께 양 국가 선수들이 나란히 필드로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