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03)
필드의 외계인-203화(203/404)
제203화
모든 준비를 끝낸 대한민국 라커룸 안.
워밍업을 마친 선수들은 경기 준비를 끝마쳤고 올림픽 마지막 경기라 그런지 다소 긴장한 모습이 보였다.
“좋든 싫든 이제 오늘 한 경기면 모든 게 결정된다.”
강동하 감독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선수들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라온 게 기적이라고.”
“…….”
“그리고 그 기적은 아르헨티나라는 벽에 막혀 사라진다고 말이 많지.”
독일, 프랑스.
대한민국은 8강 탈락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며 강팀을 연이어 이기며 결승까지 올라왔다.
아르헨티나를 이길 가능성 또한 있었지만, 그동안 만난 팀을 통틀어 예상 승률이 가장 낮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메달을 확보했다고 난 만족하지 않았다! 대회에 참가했다면 항상 정상을 노려라!”
강동하의 연설에 선수들은 집중했다.
“먼 미래!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금메달을 딴 국가다! 그 외의 국가는 기억하지도 않을 거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나? 아니면 잊히고 싶나?”
–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해야 할 건 하나다! 이 대회 최강의 상대를 이기는 것뿐이다! 지금까지와 다른 어려운 싸움이 될 거다!”
대한민국의 전력 분석관들조차 아르헨티나와의 대결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독일과 프랑스보다도 강한 전력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었다.
이곳까지 올라온 이상,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워야 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실수를 최대한 줄여라, 앞에 있는 상대가 누구라도 너희들의 근성은 따라오지 못할 거다!”
대한민국이 이곳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근성 덕분이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 마음으로 강팀을 이길 수 있었다.
“가서 이겨라! 그리고 금빛 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하자!”
강동하의 말에.
– “네!”
선수들은 큰 소리로 대답을 한 뒤, 라커룸을 나섰다.
* * *
라커룸을 나가 터널로 가서 섰다.
곧이어 양 국가 선수들이 모두 모이며 입장을 기다렸다.
유지우가 대한민국 대열의 제일 앞에 서 있자 뒤에서 슬쩍 다가오는 선수들이 있었다.
“오랜만이야, 유!”
“반가워.”
보카 주니어스에서 함께 뛴 선수들이었다.
디에고 로시.
기예르모 다린.
라우타로 오르반.
카를로스 로호.
오랜만에 봐서 반갑긴 하지만 지금은 동료가 아닌 적이었다.
나누고 싶은 얘기는 산더미처럼 많았으나.
“얘기는 다 끝나고 나누자.”
그러지 못했다.
유지우의 말을 알아들은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이기더라도 슬퍼하지 않기.”
디에고 로시의 말에 유지우는 슬쩍 농담을 던졌다.
“울려고 했어?”
“…벌써 네가 이긴 줄 알겠다?”
“당연한걸.”
자신은 있었다.
가능성이 0%가 아니니까.
“넌 변하지 않았구나.”
“물론.”
“어쨌든! 경기 끝나고! 실컷 얘기하자.”
“그래.”
주심이 앞으로 움직이자 유지우는 큰소리로 외쳤다.
“가자!”
주장 유지우를 필두로 대한민국 선수들이 필드로 입장했다.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엄청난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시작 전부터 이 열기를 보십시오! 선콥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인파가 내뿜는 열기가 이곳까지 전해집니다!] [화제를 모았던 올림픽 남자 축구 결승전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있습니다!]다른 종목도 대부분 일정이 끝났기에 종목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선수가 경기장을 찾았다.
올림픽 폐막까지는 이틀.
남자 축구 결승은 올림픽 클라이맥스에 가까웠다.
삐—익!
잠시 후.
선수들이 포지션에 서서 준비를 끝내자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드디어 2032 올림픽! 남자 축구 결승전이 시작됩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모두가 원하는 금빛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드디어 올림픽의 마지막.
대한민국 vs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이 시작됐다.
* * *
대한민국은 4 – 2 – 3 – 1.
아르헨티나는 4 – 3 – 3의 전술로 나왔다.
대한민국은 경기 초반에 볼을 돌리며 상대방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그 중심에서 볼을 조율하던 유지우는 뭔가 이상하단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압박이 안 온다?’
아르헨티나는 전방 압박을 즐겼다.
그런데 아까부터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지 않고 있었다.
[아르헨티나가 상당히 낮은 지점에서 수비합니다. 이건 의도적으로 라인을 내렸다고 보이는데요?] [맞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예선부터 4강까지 강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숨통을 조여오는 전술을 사용했습니다.]‘아.’
아르헨티나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던 강동하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왜 라인을 내렸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지우를 견제하려는 의도구나.’
대한민국 전술에서 유지우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아주 중요한 자원이었다.
거의 모든 공격을 이끌다시피 했다.
클럽에서처럼 다소 압박에서 자유로운 측면에서 시작되는 플레이가 아닌 압박이 강하게 이뤄지는 중앙에서 플레이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는.
척.
그물을 펼쳐 유지우를 안쪽으로 유인한 뒤에.
퍼—억!
잡아먹는 수비 전술을 가지고 나왔다.
협력 수비에 둘러싸인 유지우는 잽싸게 볼을 컨트롤하며 돌파하려고 했다.
라 크로케타로 공간이 더 좁혀지기 전에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삐—익!
빠져나가려는 직후, 에두아르도 구아린이 영리하게 반칙으로 끊어냈다.
[에두아르도 구아린이 유지우 선수를 막아냅니다!] [이 선수와도 인연이 있죠, 유지우 선수가 보카 주니어스 유스 시절부터 상대해왔던 선수입니다!]에두아르도 구아린은 리버 플레이트를 넘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의 허리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오늘 맡은 가장 큰 역할은.
“오른쪽! 세르히오!”
삐—익!
유지우의 견제였다.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유지우에게 패스가 올 것 같으면 곧장 주변 선수들과 협력해 길목을 차단하고자 재빨리 움직였다.
만약 유지우의 돌파를 막지 못할 때는.
퍼—억!
과감한 몸싸움과 적절한 반칙으로 끊어냈다.
‘에이스 죽이기.’
에이스 의존도가 심한 대한민국을 상대로 아르헨티나 감독이 준비한 전술이었고, 에두아르도 구아린은 그것을 완벽에 가깝게 수행했다.
전술 이해도.
뛰어난 판단력과 통솔력.
에두아르도 구아린은 아르헨티나 내에서 디에고 로시, 기예르모 다린 다음으로 머리가 좋은 선수였다.
* * *
“…유지우 선수한테 견제가 너무 심한데?”
관중석에서 보는 사람들은 유지우가 계속해서 필드에서 구르자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왜 카드가 안 나오지?”
거친 반칙에도 주심은 카드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그만큼 아르헨티나 미드필더들이 영리하게 반칙하고 있다는 거였다.
“…….”
최다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지우가 당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유지우는 어떻게든 활로를 찾으려고 했지만, 주변 선수들이 아직 몸이 덜 풀렸는지 도와주러 오는 타이밍이 한 박자씩 늦었다.
까—앙!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르헨티나가 흐름을 탔다.
그들은 유지우를 봉쇄하면서 공격을 시도했고 그 중심에는 디에고 로시가 있었다.
빠른 주력.
볼 컨트롤.
넓은 시야.
패싱력과 돌파력 등.
공격수로서 필요한 장점을 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가진 그는 필드를 누볐고, 덕분에 실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그림이 만들어졌다.
– 와아아아아아!
그러나 한국도 결승까지 올라온 팀답게 쉽게 당하지 않았다.
강팀을 상대로 쌓은 경험.
그걸 토대로 아르헨티나를 막았다.
“사이드로 들어오는 공격이 많으니까 집중해!”
아르헨티나를 분석한 데이터로 수비 전술을 세웠다.
측면 공격.
아르헨티나는 날카로운 양 날개를 중심으로 공격을 꾸려나가는 걸 선호했고 오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미리 준비한 대로 차분히 수비를 펼쳤다.
[강현오 선수가 패스를 끊어냈습니다! 판단력이 상당합니다!]몸을 날리며 패스 차단.
삐—익!
[오오오-!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린 기예르모 다린! 김재민 선수의 라인 컨트롤이 정말 훌륭합니다!]오프사이드 트랩으로 뒷공간으로 돌아 들어가는 선수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렇게 수비하며 가까스로 실점은 나오지 않았다.
진행되는 경기.
시간이 지날수록 유지우를 향한 집중 견제 또한 심했지만.
툭.
유지우는 늘 그랬듯 활로를 찾아냈다.
에두아르도 구아린의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는 넛맥.
옆에서 들어오는 태클에는 라 크로케타로.
현란한 발재간을 보여주며 돌파해냈다.
아르헨티나는 이 움직임을 역시나 반칙으로 끊으려고 했으나.
투—웅!
넘어지기 직전.
유지우는 전방으로 로빙 패스를 보냈다.
아르헨티나 뒷공간으로 쇄도하는 조정후를 노린 패스는 정확하게 그가 생각한 곳에 떨어졌고.
툭.
조정후가 발을 쭉 뻗어 골대 쪽으로 볼을 돌려놨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가며 아쉽게 득점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이게 골키퍼 정면으로 갑니다! 왼쪽이나 오른쪽을 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정후 선수도 아쉬움에 땅을 강하게 내리칩니다!]아르헨티나에 빼앗긴 주도권.
그런 상황에서도 공간을 만들어내 공격을 시도한 유지우를 보며 사람들은 놀랐다.
“와.”
“…저걸 저렇게 빠져나온다고?”
“언니, 유지우 선수…. 진짜 잘하네요.”
“TV에서만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다르긴 하다.”
집단린치를 받는다고 해도 당하지만은 않았다.
막고 있다가 강한 카운터 한 방.
아르헨티나는 그걸 맞고 순간 당황했다.
‘그래, 유는 저런 녀석이지.’
보카 주니어스에서 뛰던 시절부터 유지우를 잘 아는 사람들은 유지우의 위험성을 잘 알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한시도 유지우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방심해서 그를 놓치는 순간, 팀이 실점하고 말 테니까.
* * *
대한민국이 이따금 카운터를 날리긴 했지만, 주도권은 여전히 아르헨티나에 있었다.
뻐—엉!
날카로운 패스와 슈팅.
올림픽 남자 축구 최고의 화력이라고 평가받는 나라답게 아르헨티나는 끊임없이 대한민국 골문을 노렸다.
“디에고!”
왼쪽으로 길게 날아오는 볼.
한국 오른쪽 풀백 안정현은 디에고 로시에게 압박을 했다.
투-욱.
그러나 디에고 로시는 안정현이 오는 걸 확인하고, 볼이 땅에 떨어지기 전.
헤딩으로 볼을 잘라내며 안정현을 역동작에 걸리게 했다.
– 오오오오오오!
[디에고 로시! 안정현 선수를 따돌리고 중앙으로 올라옵니다!] [저 센스! 정말 유지우 선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깔끔합니다!]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주의할 선수는 디에고 로시였다.
보카 주니어스 시절부터 유지우와 양 날개를 책임지며 놀라운 재능을 보여준 선수.
타다다닷-!
그는 놀라운 돌파력으로 대한민국 측면부터 중앙을 허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세 명의 선수를 제치는 디에고 로시! 강현오 선수가 달려가서 태클해보지만! 통하지 않습니다!]사람들은 감탄했다.
군더더기 없는 돌파.
유지우의 돌파가 화려했다면.
디에고 로시의 돌파는 간결했다.
바디 페인팅과 스텝 오버.
이 두 가지로 대한민국 진영을 휘저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
‘제2의 디에고 마라도나.’
‘제2의 리오넬 메시’
이런 별명이 붙을 만큼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 디에고! 디에고! 디에고!
관중들은 디에고 로시의 이름을 연호했다.
디에고 로시는 그렇게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접근한 뒤에.
투-욱!
수비수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반 박자 빠른 절묘한 스루패스를 질렀다.
타다다다닷-!
이어지는 기예르모 다린의 환상적인 라인 브레이킹.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던 유지우는 걸음을 멈췄다.
철렁.
두 사람의 조합은 득점으로 연결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 와아아아아아아아!
[아르헨티나 듀오가 전반 28분 만에 선제골을 넣습니다! 디에고 로시의 절묘한 패스와 기예르모 다린의 마무리! 이것이 아르헨티나의 필승 패턴이죠!] [두 선수가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아르헨티나 듀오는 보카 주니어스의 트레블을 이끈 게 요행이 아니라고 말하듯, 올림픽에서도 성과를 보여줬다.
찡긋.
윙크까지 하고 가는 디에고 로시를 보고 유지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못 본 새에 더 좋아졌네.’
보카 주니어스에서 뛸 때도 디에고 로시는 천재였다.
그런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재능이 무르익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다가올 다음 시즌 EPL에서도 그 재능은 통할 게 확실해 보였다.
.
.
.
대한민국 0 – 1 아르헨티나.
올림픽 남자 축구 결승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 * *
양 팀의 전력을 비교해본다면 당연한 결과였을지 몰랐다.
그러나 대한민국 라커룸의 분위기는 상상하는 것과 사뭇 달랐다.
당연한 결과라며, 패배 의식에 찌들어있지 않았다.
“잘 버텼다.”
강동하 감독이 뱉은 말은 현재 상황과 맞지 않았지만.
“딱 내가 생각한 점수 차이다. 만약 한 골을 더 실점했다면 역전할 가능성은 아예 사라졌겠지.”
애초에 아르헨티나에게 전반전은 내준다는 생각으로 전술을 짰다.
그 이유는 선수들의 체력 문제였다.
독일, 프랑스.
연달아 강팀을 상대한 탓에 체력 소모가 극심했고 경기 사이에 쉴 시간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전반전은 1점 안쪽으로 막는다.’
전반은 버린다는 생각이었다.
0 – 0으로 마무리했으면 좋았겠지만, 아르헨티나의 창이 워낙 날카로웠던 탓에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하나, 그 정도는 예상 범위 안이었다.
“그러면 후반전에 관해서 설명해줄 테니 잘 들어라.”
이제 달라져야 할 때였다.
아르헨티나를 놀라게 할 전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