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06)
필드의 외계인-206화(206/404)
제206화
【 ‘세계인의 축제’ 2032 브리즈번 올림픽 폐막! 】
올림픽이 폐막하고 유지우는 한국이 아닌 영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해서 구단에서는 폐막식만 끝나고 바로 복귀하는 걸 원했다.
“…해단식 참석 못 하는 거예요?”
모두가 아쉬워했지만, 제일 아쉬워하는 건 강현오였다.
올림픽 내내 유지우를 잘 따랐던 막내라 헤어지는 걸 아쉬워했다.
“개막했으니까 얼른 가야지.”
“…선배님이랑 같이 한국 가고 싶었는데.”
“A매치에서 보면 되지.”
“제가 뽑힐 수 있을까요?”
“충분히.”
올림픽 내내 강현오와 함께한 유지우는 확신했다.
조만간 강현오를 A매치에서 볼 수 있을 거라는 걸.
방에서 짐을 챙겨 로비로 내려오자 여러 종목 선수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유지우를 보고 하던 얘기를 멈췄다.
“지우야!”
최다빈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가는 거야?”
“응, 폐막식도 끝났으니까.”
“바쁘네?”
“한가해지면 주현 누나랑 같이 런던으로 와, 우리 누나가 심심해하더라.”
“심심해하는 거 맞아? 너희 가족 너튜브 보니까 아주 물 만난 물고기던데?”
누나랑 얘기를 나누고 있자 유지우가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축구 선수단이 모여들었다.
최다빈은 그들을 보고 유지우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자리를 피해줘야겠다. 조만간 런던으로 갈게.”
“응, 알았어.”
최다빈과 인사하고는 선수단 한 명 한 명과 악수했다.
그리고 강동하 감독은, 유지우를 뜨겁게 안아줬다.
“네가 보여준 플레이가 아니었으면 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거야.”
“감독님 전술이 아니었으면 이 결과를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흐흐, 말도 참 예쁘게 한단 말이지. 조심해서 가고! 네가 원하던 목표를 이루길 바랄게.”
“네! 감사합니다.”
와일드카드로 뽑힌 선수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잘 가.”
“또 득점왕하고!”
“다치면 안 된다?”
“알았어요. 형들도 몸조심하고 10월 A매치에서 봬요.”
그렇게 유지우는 선수촌을 나와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 *
유지우가 올림픽으로 자리를 비운 시기, 아스날은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들을 영입했다.
“보얀 카날레스는 최종 협상에 실패했습니다.”
매일 회의를 거듭했고 영입할 수 있는 선수 명단을 추렸다.
“바르셀로나가 중간에 개입했다고 했지?”
“…예, 저희보다 전망이 낫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모든 게 순조롭지는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요소는 많았으나, 여전히 아스날의 입지는 유럽의 정상에 있는 빅클럽에 미치지 못했다.
“개리 앳킨스는?”
“터무니없는 주급을 부르는 바람에 보류 중입니다.”
“얼마나? 그 선수한테 배정된 주급 예산은 15만 파운드잖아. 그 정도면 지금 클럽에서 받는 것의 3배는 되는 금액일 텐데?”
개리 앳킨스는 독일 레버쿠젠에서 뛰던 선수로 주급 5만 파운드를 받던 선수였다.
지난 시즌 레버쿠젠의 리그컵 우승과 리그 3위에 지대한 공을 세웠기에 이를 인정한 아스날 측에서도 기존 주급의 3배 되는 금액을 부른 참이었다.
“…25만 파운드 이상 원하고 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단장은 손을 저었다.
“포기해, 어차피 다른 플랜도 있었잖아.”
“네, 벤 텔포드와 접촉 중입니다.”
벨 텔포드는 영국 국적의 선수로 스페인 세비야에 가서 오른쪽 윙으로 뛰는 선수였다.
공격적인 성향이 짙은 선수로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꼭 필요한 선수였다.
“진행 상황은?”
“주급도 저희가 생각한 예산보다 적은 금액으로 협상 중입니다.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고 이틀 후면 결정이 날 것 같습니다.”
“좋아, 계속 컨택하고…. 골키퍼는?”
그리고 제일 중요한 부분이 골키퍼였다.
아스날에는 31-32시즌 선방률 3위에 이름을 올린 리암 베인스라는 걸출한 골키퍼가 있었지만, 34세의 나이라 로테이션으로 뛸 골키퍼가 있어야 했다.
“폴 사르 감독이 원하는 레알 마드리드 서브 골키퍼 다비드 바르트라와 접촉 중입니다. 그 선수도 우리 클럽에서 뛰고 싶은 의지가 상당하더군요.”
“반가운 소리군.”
다비드 바르트라는 레알 마드리드 주전 골키퍼인 파비안 푸에고에게 밀린 서브 골키퍼였다.
재능은 있었지만, 세계 최고의 골키퍼 그늘에 가려져 출전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그래서 이적을 원했고 레알 마드리드는 향후 5년은 파비안 푸에고를 기용할 생각이라 많은 고민 끝에 결국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 아스날, 레알 마드리드 서브 골키퍼! 다비드 바르트라 영입! 】
점점 폴 사르가 원하는 퍼즐이 완성되고 있었다.
아스날 훈련장.
유지우는 런던으로 돌아와 훈련에 합류했다.
‘처음 보는 얼굴들도 있네.’
훈련장에는 이적생들이 있었다.
유지우가 없는 사이, 프리시즌 동안 여러 경기가 치러진 것은 물론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개막전을 치른 뒤라 새로운 이적생들이 능력이 있다는 건 익히 들었다.
“유! 올림픽은 어땠어?”
크리스티안 페레스를 비롯해 아스날 선수들은 유지우 근처로 몰렸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자 다비드 바르트라가 다가왔다.
“크리스.”
같은 스페인 국적의 선수라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다비드 바르트라는 이미 친한 사이처럼 보였다.
“둘이 친해?”
“응, 연령대 대표팀에서 자주 만났거든.”
“유, 만나보고 싶었어.”
“나를?”
“내가 아스날에 간다고 하니까 제라르가 너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었거든.”
“…제라르 레오?”
“응, 너한테 관심이 엄청나더라.”
세계 최고의 선수, 제라르 레오.
그는 예전 A매치에서 유지우를 만난 뒤, 끊임없이 관심을 보였다.
같이 뛰고 싶은 선수를 물어볼 때면 늘 유지우를 뽑을 정도라 축구팬들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보니까 제라르가 왜 관심이 있는지 알겠어, 너랑 같이 뛰게 되어 기뻐.”
“나도.”
다비드 바르트라는 유지우와 악수하며 활짝 웃었다.
‘미래 발롱도르를 받을 가장 유력한 선수라.’
제라르 레오 다음 세대를 이끌 선수가 유지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괜찮겠어?”
“뭐가?”
“우리 클럽엔 리암이 있잖아.”
다비드 바르트라가 왔긴 했지만, 아스날에는 베테랑 골키퍼 리암 베인스가 있었다.
리암 베인스의 나이는 34세.
서서히 기량이 떨어지는 게 보였지만, 지난 시즌 워낙 든든한 모습을 보여준 만큼 여전히 주전으로 기용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 상황이니, 다비드 바르트라는 레알 마드리드에 있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서브 골키퍼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았다.
“괜찮아, 나한테도 분명 기회를 준다고 약속받았으니까. 그리고….”
“그리고?”
“그 안에 증명할 자신이 있어.”
“…호오.”
아무래도 계약서 안에 출전 수 보장 조항을 쓴 모양이었다.
기회만 주면 증명할 자신이 있다고 하니, 그 실력은 어떨지 더욱 궁금해졌다.
그렇게 대화를 끝내고, 다시 진행된 훈련.
미니게임에서 유지우는 다비드 바르트라를 유심히 살폈다.
‘오.’
반사신경이 월등했고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건.
툭.
“왼쪽으로 넓게!”
최후방에서 해주는 빌드업이었다.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의 빌드업 관여는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다비드 바르트라는 월등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압박이 오니까 천천히! 줄 곳이 없으면 나한테 주고!”
상대팀의 공격 패턴을 읽고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패스는 인상적이었다.
씩.
그것을 본 폴 사르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직 합류 초기라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지만…. 맞기 시작하면 아스날은 또 한 번 위를 노릴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얼굴들의 합류.
아스날에는 작년보다 더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 * *
그 시각.
한국으로 돌아간 올림픽 선수단은 올림픽 광장에서 해단식을 진행했다.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열기를 더한 가운데, 올림픽 선수단장부터 문화체육부 장관 등 굵직한 인사들의 인사말이 끝났다.
“유지우가 없어서 조금 아쉬워.”
그들은 올림픽의 주인공이 유지우가 없다는 것에 내심 아쉬워했다.
“어쩌겠어, 해외 축구는 일정이 빠듯하잖아.”
여러 종목 대표들이 나서서 소감을 말했고 축구 순서가 되자 아무도 단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응? 축구 대표팀은 왜 아무도 안 나오지?”
“주장이 없으면 부주장인 차선호가 나오면 되는 거 아닌가?”
그때였다.
단상에 마련된 대형 TV에 유지우의 모습이 등장했다.
– 오오오오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유지우의 등장에 놀랐다.
장내에 소란이 인 것도 잠시, 유지우는 소감을 말했다.
– “브리즈번 올림픽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대표팀의 일원으로 올림픽에 참가해 목표했던 것을 이룰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모든 종목 선수분들 수고하셨고,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 생각하지 않고 푹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물론 저도 쉬고 싶지만…. 일정이 어쩔 수가 없네요.”
타 종목 선수들은 쉴 수 있었지만, 유지우는 바로 리그를 뛰어야 해서 그러지 못했다.
선수들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화면을 봤고 유지우는 웃으며 마무리했다.
– “여러분들과 함께 뛸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유지우의 인사말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명실상부 올림픽 최고의 주인공.
그렇게 해단식은 마무리됐다.
* * *
리그 개막전은 올림픽 결승전과 겹쳐서 뛰지 못했지만, 아스날은 에이스의 부재 속에서도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2 – 1 승리를 끌어냈다.
그리고 다가온 리그 2라운드.
아스날 vs AFC 본머스.
에이스가 합류하며 전반전에만 두 골을 넣은 아스날이 2 – 0으로 리드를 잡았다.
[유지우 선수가 합류하면서 아스날의 공격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작년시즌의 득점왕이자 역사를 세운 선수.
그의 존재감은 필드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빛났다.
본머스는 긴장했고 아스날은 자신감이 올라왔다.
[에이스의 존재감이 바로 이런 거죠, 필드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이 믿고 의지하지 않습니까!]유지우는 전반전에 한 골을 넣은 뒤, 후반전에서도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었다.
“아드리안! 뒤로!”
아드리안 로마오가 고립되자 뒤로 이동해서 패스를 받아준 뒤.
툭.
왼발로 가볍게 쳐 놓으며 슈팅 공간을 확보했다.
아드리안 로마오 덕분에 라인이 살짝 내려간 수비라인.
마크까지 들어오려면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보인다.’
물론 유지우에게는 그 약간의 여유면 충분했다.
뻐—엉!
이어지는 벼락같은 슈팅.
그 슈팅은 쭉 뻗어가며 왼쪽 구석으로 날아갔다.
골키퍼가 방향을 읽고 손을 쭉 뻗었으나.
‘휘었다!’
그냥 왼발로 한 슈팅이 아니었다.
골키퍼가 반응할 것을 생각하며 아웃프런트 회전을 넣어 살짝 휘어지게 한 슈팅이었고, 그 볼은 정확하게 구석으로 들어갔다.
철렁.
[유지우 선수의 득점—! 오늘 경기 두 골을 신고합니다!] [놀라운 득점력입니다! 올림픽의 흐름을 리그에서도 이어가는 유지우 선수! 개막전에 뛰지 못한 설움은 본머스전에서 풀고 있습니다!]유지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림픽 결승을 뛴 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경기 감각이 올라와 있었다.
스윽.
상대 수비의 빈틈을 찾는 시선.
유지우는 끈질긴 압박을 벗어나며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패스를 달라고 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패스를 내줬고, 유지우는 압박을 등진 상태에서.
툭.
퍼스트 터치로 볼의 궤적만 살짝 바꿔 압박하는 선수의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낸 후.
투—욱!
상대 선수의 오른쪽으로 돌아가며 볼을 잡아 길게 차며 달리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스피드.
볼은 발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본머스의 수비수들이 자신에게 몰리는 틈에.
뻐—엉!
그는 왼쪽에서 생긴 공간으로 들어가는 마틴 그라임스에게 스루패스를 찔렀다.
마틴 그라임스는 받아서 압박하는 선수를 스텝 오버로 제친 후.
투-웅!
가볍게 핀포인트 크로스를 올렸다.
그건 아드리안 로마오를 겨냥한 게 아니었다.
반대 사이드에서 들어오는 유지우를 겨냥한 크로스였다.
골키퍼가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바람에 골대 왼쪽에 바짝 붙어 반응이 늦었고 어느새 골대 앞까지 접근한 유지우가.
툭.
헤딩으로 비어있는 골대로 볼을 돌려놓으며 오늘 경기 세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32-33 시즌 첫 해트트릭을 달성한 유지우 선수! 애슈버턴 그로브 스타디움은 에이스의 화려한 플레이에 뜨거운 열기로 휩싸입니다!] [명실상부 아스날의 에이스! 그가 다시 한번 프리미어리그에 아스날이라는 이름의 태풍을 불러오고 있습니다—!]아스날의 개막전 승리와 유지우의 해트트릭.
아스날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리그 우승을 목표로 화려한 출사표를 던졌다.
* * *
늦은 밤.
수석 코치 대니 그레이는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려고 했다.
“응?”
퇴근하다 말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감독실이었다.
“아직 안 가셨나?”
늦은 시간에도 감독실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대니 그레이는 조심스럽게 감독실에 노크했다.
“감독님, 대니입니다.”
“어? 들어와.”
허락이 떨어지자 대니 그레이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책상 위에 가득 올려져 있는 분석팀이 준 자료였다.
“뭘 그렇게 보세요?”
폴 사르는 말을 하지 않고 손으로 TV 화면을 가리켰다.
거기엔 인터밀란의 경기가 나오고 있었다.
“아.”
대니 그레이는 단번에 알아챘다.
UEFA 챔피언스리그.
그 첫 번째 대결이 일주일 후라는 걸.
“같이 보겠나?”
“…네.”
대니 그레이는 그렇게 퇴근하다 말고 폴 사르와 같이 소파에 앉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자리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챔피언스리그.
다가올 아스날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