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09)
필드의 외계인-209화(209/404)
제209화
아스날 현지는 챔피언스리그를 보기 위한 인파로 거리 펍들에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무려 10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아스날 팬들이라면 누구나 첫 경기에서 승리하는 걸 보고 싶어 했다.
“인터밀란 수비 진짜 끈질기네.”
그런데 역시나 챔피언스리그는 챔피언스리그였다.
“괜히 세리에 A 2위 클럽이겠어?”
각 리그의 최상위권 클럽.
유럽 5대 리그 중 하나인 세리에 A의 소속답게 인터밀란은 아스날과 전력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이번 조에서 인터밀란만 잡으면 여유 있는 거지?”
“응, 아무래도 다른 클럽들은 인터밀란과는 전력 차이가 있으니까.”
C조의 강팀은 인터밀란과 아스날로 꼽혔다.
분석가들 사이에선 두 클럽이 16강 진출을 할 거라고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희망적인 전망이었지만, 여전히 팬들은 걱정시키는 근심거리가 하나 있었다.
“유가 괜찮을까?”
“왜?”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스케줄이 지옥이잖아.”
“아….”
“저러다가 후반기 들어가서 퍼지면 대참사야.”
팬들이 걱정하는 건 에이스 유지우의 체력 관리였다.
31-32시즌이 끝난 후.
대부분 선수가 비시즌기간 동안 쉬다가 왔지만, 유지우는 바로 올림픽을 뛰면서 쉴 시간이 부족했다.
게다가 올림픽이 끝난 뒤에 런던으로 돌아와 바로 경기를 뛰었다.
【 아스날, “유지우의 체력은 우리도 신경 쓰는 부분,” 】
어린 선수가 소화하기에 너무나 가혹한 스케줄 탓에 혹사 논란이 불거지자 아스날 측에서 이런 기사까지 내보낼 정도였다.
“유가 원해서 뛰는 거라곤 하지만.”
“…아직 전반기라서 여유 있을 때, 쉬어줬으면 좋겠어.”
“이번 시즌은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해야 하니까 체력 소모도 클 거고.”
매 경기 유지우를 보고 싶다는 게 그들의 마음이었지만, 무리하다가 선수가 다치는 건 최악의 결과였기에 그들 역시 유지우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었다.
“시작한다.”
“일단 인터밀란부터 이기고 보자고!”
그렇게.
삐—익!
TV 화면 속.
챔피언스리그 C조 1차전, 후반전이 시작됐다.
* * *
후반전 초반, 아스날은 전반전보다 더 공격적인 빌드업을 만들었다.
“더 빠르게! 인터밀란이 대처하지 못하도록!”
[아스날 선수들이 이제야 몸이 풀린 것 같습니다. 물 흐르듯 빌드업을 만들어가네요.]아스날 선수들은 인터밀란 진영에서 빠르게 볼을 돌렸다.
뻐—엉!
그 중심엔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있었다.
퍼—억!
지난 시즌 약점으로 지적받던 몸싸움을 극복해낸 그는, 뛰어난 볼 보호 능력과 함께 판단력이 올라갔다는 평가를 듣고 있었다.
‘감독님 말씀처럼 인터밀란 선수들이 유를 견제하려고 오른쪽으로 살짝 내려왔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시야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넓은 시야로 경기를 볼 수 있는 그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났다.
뻐—엉!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인터밀란 진영의 균형이 쏠린 곳의 반대 방향으로 볼을 풀어갔다.
인터밀란 선수들의 타이밍을 자유자재로 빼앗는 모습을 본 페데리코 콜롬보 감독은 입술을 깨물었다.
‘…괴물이 둘이라.’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유지우가 워낙 미친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가려졌지만.
31-32시즌 두 사람이 만들어낸 공격포인트를 합친 수만 해도 100개.
그래서 작년 시즌부터 팬들은 이 두 사람을.
‘에이스 듀오’
이렇게 불렀다.
그리고 왜 그렇게 불리는지 필드 위에서 차근차근 증명해갔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왼쪽으로 길게 풀어줍니다! 마틴 그라임스를 봤습니다!]마틴 그라임스는 가슴 트래핑으로 볼을 받은 뒤에 바로 붙는 선수의 다리 사이로 빼내려고 했다.
삐—익!
그러나 상대 선수는 돌파당할 것 같자 냉정하게 반칙으로 끊어냈다.
[마틴 그라임스의 돌파를 침착하게 반칙으로 끊어낸 알렉스 마르케스! 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요.]뛰어난 체력과 스피드.
그리고 찰나의 순간 과감함.
윙백이 갖춰야 할 모든 걸 갖춘 선수였다.
‘나쁘지 않아.’
당장 위기는 벗어났지만, 반칙으로 아스날에게 새롭게 주어진 기회.
아스날은 장거리 프리킥을 준비했다.
“크리스티안, 훈련한 거 한번 해볼래?”
35m 거리, 왼쪽으로 치우쳐진 위치라 직접 슈팅을 노릴 순 없었다.
유지우가 다가와서 한 말에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가보자.”
“그리고 감독님이 말해준 플랜 C 있잖아.”
“응, 널 이용하라는 거.”
폴 사르가 후반전에 준 전술 변화.
그건 ‘페이크 에이스’였다.
유지우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척 그를 향한 견제가 강해지면, 과감하게 공격 루트를 바꿔 혼란을 주는 것이 후반전에 폴 사르가 원하는 방향이었다.
“철저하게 이용해, 알았지?”
“알았어.”
“좋아, 우선 이것부터 넣어보자. 연습한 대로만 해.”
선수들은 약속된 위치로 이동했고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킥을 준비했다.
그는 손을 들어 선수들과 사인을 맞췄고, 유지우는 베냐민 판레이르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킥을 했다.
[문전 앞으로 올려준 볼!]유지우는 날아오는 볼의 경로를 보고 놀랐다.
‘…진짜 패스 정확도는 나보다 낫다니까.’
훈련 때, 수도 없이 연습했던 세트피스.
그리고 조금의 오차도 없는 패스 경로에 감탄이 나오는 것도 잠시.
타다다다닷-!
마크를 따돌리며 날아오는 방향으로 이동했고 베냐민 판레이르가 쫓아오려고 하자.
퍼—억!
레이턴 버트란드가 어깨를 먼저 집어넣으며 스크린을 걸었다.
‘당했다.’
애초에 유지우가 서 있던 위치는 페이크였다.
진짜는 패스 경로.
제자리에서 점프하는 파올로 아비아티.
그리고 달려가는 힘까지 이용해 뛰어오른 유지우.
당연하게도 공중에 있는 볼을 터치한 건 유지우였다.
툭.
골대가 아닌 살짝 옆으로 떨어트려 준 볼.
[유지우 선수가 헤딩으로 떨어트린 볼! 아드리안 로마오가 발을 가져다 댑니다!]수도 없이 연습했던 세트피스.
아드리안 로마오도 약속한 위치에서 쇄도하며 몸을 날렸다.
발끝에 걸린 볼.
그 볼은 수문장 로베르토 시레아 골키퍼의 왼쪽으로 지나가며.
철렁.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약속한 플레이가 먹히자 폴 사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맛에 감독하지!’
그는 짜릿한 느낌에 양팔을 들어 만세 하며 환호했다.
아스날 1 – 0 인터밀란.
53분에 두 팀의 균형이 깨졌다.
* * *
세리에 A 클럽들은 전체적으로 수비력이 뛰어났다.
실점했음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막고 역습! 동점부터 만들자!”
로베르토 시레아는 주장답게 선수들을 다독였다.
“넣을 시간 충분해! 처음부터 차분하게!”
그렇게 기회를 찾아갔다.
차분히 한 걸음씩.
인터밀란은 위기관리 능력이 좋았다.
세리에 A 2위까지 한 클럽답게 실점을 했다고 경기를 포기하거나 그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스날한테 말리고 있어,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돼.”
페데리코 콜롬보 감독은 라인에 서서 필드 위를 유심히 바라봤다.
아스날의 플레이 패턴.
그것을 보다 보면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공간을 벌려서 아스날 압박을 분산시켜!”
준비한 것을 보여주도록 선수들을 다독였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렇게 서로 호흡이 맞닿은 순간.
인터밀란도 공격 기회를 잡았다.
69분.
아스날의 역습을 막아낸 인터밀란은 딥라잉 플레이메이커인 루카 소리아노에게 패스를 줬다.
뻐—엉!
그는 지체하지 않고 오버래핑을 하는 왼쪽 윙백 베냐민 판레이르를 봤다.
[빠르게 아스날의 측면을 돌파하는 인터밀란!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막으려고 하지만!] [압박을 받기 전 전방으로 빠르게! 어느새 알레산드로 카사노가 내려와서 받아줍니다!]알레산드로 카사노는 원터치로 다시 리턴을 내줬다.
베냐민 판레이르가 죽어라 쫓아갔고 볼을 잡았다.
스윽.
그리곤 고개를 들어 전방 상황을 살피곤.
뻐—엉!
낮고 빠르게 크로스를 찔렀다.
스루패스처럼 필드 위를 훑으며 지나간 크로스는.
– 와아아아아아아아!
베니토 라만이 쇄도하는 앞으로 향했다.
데릭 레드먼드의 압박을 뿌리치고 라인 브레이킹을 해 잡아낸 볼.
휘릭.
그는 레이턴 버트란드의 태클을 슛페이크로 제쳐낸 후.
철렁.
골대 안으로 반 박자 빠른 벼락같은 슈팅을 때렸다.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호흡.
인터밀란이 자랑하는 공격패턴이 나오자.
“와우.”
유지우는 감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폴 사르는 동점 골을 내주는 순간, 고개를 떨궜다.
“…하아.”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알려줬고.
아스날 수비진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필드 위에선 변수라는 게 존재했다.
[동점 고—올! 인터밀란이 종료 70분에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립니다!]결국에 1 – 1 원점이 되어버렸다.
* * *
70분.
75분.
80분.
남은 시간은 어느덧 10분을 남겨놓고 있었다.
양 클럽은 골을 넣기 위해 매섭게 몰아붙였고 거친 몸싸움에 잦은 신경전이 벌어졌다.
– 우우우우우우우!
동점 골로 다시 기운을 차린 인터밀란 팬들은 경기 초반보다 더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어우, 저것들은 목에 강철이라도 둘렀나?”
“하아, 동점을 만들었더니 더 심해졌네.”
잠깐 라인 밖으로 볼이 나간 틈에 아스날 선수들이 대화를 나눴다.
“잡담할 시간에 위치로 돌아가죠?”
“넌 저거 듣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게 대단하다.”
“어차피 필드 위에서 뛰는 건 우리지, 저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
“11 vs 12가 아니라 11 vs 11이라고 마인드 컨트롤해요. 그편이 나아요.”
유지우라고 영향을 아예 안 받는 건 아니었다.
휩쓸리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거였다.
괜히 분위기에 휩쓸렸다가 경기를 망치고 싶진 않았으니까.
“…….”
선수들은 그런 유지우의 뒷모습을 보고 피식 웃고 따라갔다.
나이로는 선수단 막내지만, 누구보다도 큰 영향력을 지닌 선수.
선수들은 무의식적으로 유지우를 리더로 인정하고 있었다.
.
.
.
“후우.”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올수록 페데리코 콜롬보 감독의 미간에는 주름이 졌다.
동점 골을 넣었지만, 이상하게 아스날에게 말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대로 홈에서 무승부를 할 순 없어, 어떻게든 홈에서 승점을 챙겨야 한다.”
페데리코 콜롬보 감독은 아스날이 유지우에게 볼을 주는 빈도가 낮아지는 걸 보고 수비 전술을 약간 손봤다.
‘유가 공격에 개입하는 게 늦어.’
시간이 흐르며 계속 2선에 머무는 유지우의 영향력이 페데리코 콜롬보의 뇌리에서 옅어져 갔다.
[남은 시간은 3분! 정규 시간이 다 지나며 추가 시간 3분이 주어집니다!] [인터밀란은 홈에서 첫 경기라 어떻게든 승리로 마무리를 짓고 싶어 할 겁니다. 하지만 아스날이 허락해줄 것 같진 않습니다.]인터밀란은 동점 골을 넣은 측면 플레이를 다시금 시도했지만, 예상하던 아스날의 수비에 걸리고 말았다.
– 오오오오오!
[아스날의 역습 기회–!]인터밀란은 곧바로 백업하기 시작했다.
측면으로 볼을 전개한 뒤에 중앙에서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다시 받았다.
‘백업이 빠르긴 빠르네.’
종료 시간이 다가왔는데도 인터밀란의 백업 속도는 여전했다.
선수들은 체력 소모가 극심해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면서도 볼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끄덕.
줄 곳을 찾던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Y.M.C.A라인에서 세 명의 선수 위치를 파악하곤 판단을 내렸다.
뻐–엉!
전방으로 찔러준 스루패스.
아드리안 로마오는 수비수를 등진 채 패스 방향에 발만 뻗어 툭 찍어줬고, 볼은 그대로 수비수들의 키를 넘겼다.
[아드리안의 감각적인 터치! 그리고 인터밀란의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마틴 그라임스—!]왼쪽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는 마틴 그라임스는 간발의 차이로 수비수보다 앞서 볼을 터치했다.
슈팅해도 됐지만, 그는 슈팅 각도를 막은 수비 때문에 패스를 선택했다.
투-웅!
공중에 있는 볼을 원터치 로빙 패스로 반대 사이드로 넘겼고.
그곳에는 유지우가 자세를 잡고 가만히 서 있었다.
[끝나기 10분 전부터 체력 문제로 뒤로 빠져있던 유지우 선수가 어느새 골대 앞으로!] [완전한 노마크 상황입니다!]마크하던 선수는 한 발 뒤에 있었고 골키퍼도 마틴 그라임스 쪽에 있어 완전한 프리 상황이었다.
‘뭐 하는 거지?’
찰나의 순간, 아스날 선수들은 당황했다.
당장 달려들어 마무리해도 모자랄 상황에 유지우는 그저 날아오는 볼만 응시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유지우 선수! 얼른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다!]인터밀란 수비가 잽싸게 달려왔지만, 유지우는 헤딩도 아니고 발도 아닌.
툭.
어깨만 까닥거리며 골대 안으로 볼을 집어넣었다.
“하. 하. 하…. 미친놈.”
일명 어깨 슛.
유지우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인터밀란 팬들이 모인 곳을 향해 귓가에 손을 가져다 댔다.
‘더 해봐.’
야유를 더 해보라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