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11)
필드의 외계인-211화(211/404)
제211화
“유.”
시즌이 진행 중인 어느 날.
감독님의 호출로 감독실로 들어갔다.
“부르셨습니까?”
“이리 와서 앉아, 차는 늘 먹던 걸로 괜찮지?”
“좋습니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이렇게 널 부른 건 휴가 때문이다.”
“휴가요?”
“너도 알고 있지 않아? 요즘 너를 둘러싸고 혹사 논란이 나오고 있다는 거.”
예전부터 혹사에 관한 이야기는 있었지만, 인터밀란전이 끝난 후에 심해졌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냥 언제나 있는 논란처럼 지나갈 줄 알았는데 신경을 쓰고 계셨구나.
“그래서 저에게 휴가를 주시겠다는 거군요.”
“그렇지.”
“언제요?”
“10월 10일부터 19일까지 A매치 기간이잖아. 구단에서는 네가 26일까지 더 쉬고 오길 바란다.”
A매치가 종료된 후에 일주일의 휴가를 주겠다는 거였다.
시즌 중에 이런 휴가는 파격적인 거라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자 폴 사르 감독님이 먼저 입을 여셨다.
“12월 박싱데이부터는 챔피언스리그 예선, 카라바오컵까지 스케줄이 빡빡하다. 난 그 전에 네가 쉬었으면 좋겠다.”
박싱데이는 3일 간격으로 경기가 있는 기간이었다.
즉, 선수들의 몸이 갈려 나가는 기간이라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알겠습니다.”
구단 전체가 회의해서 나온 결론이니, 거절하는 것보다는 받아들였다.
체력적으로 조금 힘든 걸 느끼고 있었으니, 이 기회에 쉬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이상하네.”
“뭐가요?”
“네 성격이라면 휴가는 상관없다고 할 줄 알았거든.”
“저도 마음으로는 그렇게 대답하고 싶지만, 확실히 힘들긴 해요.”
솔직하게 말하자 폴 사르 감독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무리하지 마,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우리는 몇 년이 아닌 십몇 년은 보고 가야 할 사이잖아?”
“제가 은퇴할 때까지 잡고 계신다는 거군요.”
“은퇴하고 나서도 옆에 끼고 다닐 건데?”
“거절합니다.”
“거절은 거절하마.”
이야기를 나누고 어느덧 갈 시간이 됐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한국 가도 매일 연락하고 알았지?”
“…아직 안 가는데요?”
“아니! 가게 되면!”
“노력해보겠습니다.”
감독님의 걱정은 여전했다.
그렇게 다음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뒤, 미팅은 끝이 났다.
* * *
아스날의 리그 8라운드가 있기 하루 전.
안필드 스타디움은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90분의 혈전.
축구팬들이 집중하는 맨체스터 시티 vs 리버풀의 경기가 끝이 났다.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세 클럽이 나란히 무패행진을 하는 바람에 이 경기 결과에 모두의 신경이 집중됐고 결과는.
[맨체스터 시티 4 – 2 리버풀]맨체스터 시티의 승리였다.
“…하필 홈에서 시티한테 지다니.”
리버풀 팬들은 홈에서 당한 패배에 고개를 떨구며 분해했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젠장!!! 여기서 지면 어떻게 하냐고!”
리버풀도 새로운 선수들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해 리그 우승을 목표했다.
그런데 맨체스터 시티에게 패배하자 관중석 곳곳에서 팬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저 녀석, 맨체스터 시티의 7번!”
“디에고 로시?”
“우리 클럽은 왜 저런 녀석을 안 데려오고! 알바로 베시노 같은 대가리 나쁜 녀석들만 오는 건데!”
리버풀 패배의 요인 중 하나는 71분에 퇴장당한 이적생 알바로 베시노 때문이기도 했다.
2 – 2로 팽팽하게 유지되던 균형이 퇴장으로 인해 완전히 맨체스터 시티 쪽으로 흘러 가버렸다.
– 디에고! 디에고! 디에고!
울상인 리버풀과 달리 맨체스터 시티 원정 팬들은 한 선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M.O.M으로 뽑힌 선수.
디에고 로시였다.
“감사합니다!”
그는 경기 후에 원정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M.O.M으로 뽑혀 인터뷰를 했다.
“이것으로 5번째 M.O.M을 달성했습니다! 기분이 어떻습니까?”
“동료들 덕분에 이룬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디에고 로시의 인터뷰는 언제나 활기찼다.
승리나 패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아 팬들은 ‘미소 천사’라고 불렀다.
“오늘 2골 1어시스트로 리그 10호 골을 기록했습니다. 이것으로 현재 득점 1위인 유와 격차는 단 두 골인데 이 격차를 좁혀 득점왕에 오를 수 있다고 보십니까?”
“유는 뛰어난 선수입니다. 제가 항상 존중하는 선수고 저를 더 발전하게 만들어 주는 선수입니다. 이렇게 경쟁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이왕이면 최선을 다해 이겨보고 싶습니다!”
언론은 이 두 선수를 라이벌로 정해놓았다.
그래서 자극적인 구도를 만들어 기사를 뽑아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두 사람, 아니 기예르모 다린까지 세 사람은 서로를 누구보다 인정하는 동업자들이었으니까.
“유! 기다려! 금방 따라갈 거니까!”
* * *
아스날 vs 첼시.
리그 8라운드, 런던 더비 당일.
첼시의 홈인 스탬퍼드 브리지 관중석은 일찌감치 사람들로 채워졌다.
현재 리그 1위의 아스날과 리그 8위의 첼시.
빅클럽들의 대결이라 관심이 집중됐다.
“올리버, 오늘 경기는 어떻게 봐?”
그곳엔 프리미어리그에서 영향력이 자자한 올리버 레드메인 평론가도 있었다.
“당신은 이미 아스날의 승리를 예상하는 거 아니었어요? 해리?”
음료를 가져다준 사람은 해리 윈터번이었다.
31-32시즌에 아스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했지만, 지금은 아스날의 열렬한 지지자가 된 사람이었다.
“내가? 난 언제나 공정한 시선으로 경기를 보고 있다고.”
“그런 분이 아스날 기사를 쓸 때는 독설을 다 빼고 씁니까?”
“그거야 보는 맛이 있잖아!”
프리미어리그 팬들에게 유명한 독설가가 아스날 한정 스윗남으로 변하다니.
올리버 레드메인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경기는 저도 아스날이 이길 거라고 봐요.”
“그렇지?”
“냉정하게 첼시는 티모테우시 글리크를 레알 마드리드로 보내면서 득점 가뭄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러면서 리그 중위권으로 밀려났지.”
“기예르모 다린이 티모테우시 글리크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는 이상, 첼시가 위로 도약할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이번 시즌 첼시는 작년보다 참혹했다.
확실한 골잡이의 이탈.
그리고 그 자리에 차세대 골잡이를 데려왔지만,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
뻐—엉!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는 필드 위.
유지우는 슬쩍 첼시 선수들이 몸을 푸는 쪽을 바라봤다.
‘그렇게 큰 녀석이 왜 저렇게 작아 보이지.’
멀리서 보이는 기예르모 다린은 뭔가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리그 7라운드 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스트라이커.
그래서 첼시 팬들에게 수많은 비난을 듣는 중이었다.
[저게 1억 파운드짜리 스트라이커라고? 진짜 맞아?] [왜 저런 녀석을 데리고 온 거야? 차라리 돈을 더 줘서 디에고를 데리고 왔었어야 해.] [아르헨티나 리그에서 득점 폭격하던 녀석이 왜 아무것도 못 하는 거지? 유랑 디에고가 이상한 건가?]골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
스트라이커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다.
그 문제로 인해 부진이 거듭됐고 설상가상으로.
< 유랑 디에고는 잘하는데 얘는 왜 이래? >
보카 주니어스 시절 동료였던 선수들과 비교되는 바람에 기예르모 다린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
.
.
경기 시작을 위해 터널로 모인 선수들.
유지우와 기예르모 다린은 대열의 맨 끝에 나란히 섰다.
친구를 만나 반가운 기예르모 다린은 웃으며 말했다.
“유, 살살 해줘.”
기예르모가 농담으로 한 말에 유지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승부의 세계에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런 소리 할 시간에 한 골이라도 더 넣어.”
일부러 차갑게 말했다.
지금 기예르모 다린에게 필요한 건 자극이었으니까.
그리고 터널 밖으로 나가기 전.
눈이 동그래진 기예르모 다린을 보고 한 마디 더했다.
“주변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신경 쓰지 마, 그 사람들이 대신 뛰어주는 거 아니잖아?”
“…….”
“필드 위에서는 다 무시하고 네가 제일 잘하는 걸 해.”
“…적인데 조언해도 돼?”
“적이기 전에 넌 내 친구니까.”
“…….”
“친구 놈이 잘하는 것도 못 보여준 채, 형편없이 무너지는 꼴은 못 봐.”
그렇게 유지우는 주심의 뒤를 따라 필드로 나갔다.
* * *
아스날은 4 – 3 – 3.
첼시는 3 – 4 – 3.
두 클럽의 격전지는 중앙이었다.
충돌하고 또 충돌하며.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볼을 소유하려고 했다.
5분.
10분.
“마테오!”
그 격전지에서 눈에 띄는 건 마테오 크리스단테였다.
특유의 활동량으로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며 첼시의 빌드업을 방해해 볼을 통과할 틈을 주지 않았다.
[아스날의 중원에서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존재감이 상당히 강해졌습니다.] [솔 테일러의 자리를 확실히 채워주며 메이슨 가벗과 호흡이 잘 맞고 있어요.]그러나 첼시의 중원도 무시하지 못할 전력이었다.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독일의 축구 도사 바스티안 헌트가 후방에서 볼을 돌리며 점유율을 높여갔다.
[작년보다 정교해진 빌드업을 보여주는 첼시! 바스티안 헌트의 패스가 인상적입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중원의 사령관으로 꽤 멋진 패스를 보여준 선수였죠.]차분하게 빌드업을 하다가 기회를 보곤 정면으로 패스를 찔렀다.
[패스가 향하는 곳에 있는 선수는 막시 가르가노입니다!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마크를 따돌리며 볼을 터치!]돌아서서 플레이를 이어가려고 했으나.
촤—악!
어느새 뒤쫓아온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태클이 제대로 들어갔다.
– 오오오오오오오!
깔끔한 태클 후에 손으로 바닥을 짚어 재빨리 일어나 볼을 잡아놨다.
쿠-웅!
이어서 바스티안 헌트의 몸싸움이 들어왔다.
첼시는 전방 압박을 주로 했다.
상대 진영에서 볼을 탈취하려는 목적이었으나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밀리지 않은 채, 꿋꿋이 버티고 주변을 살폈다.
패스를 줄 곳을 찾곤.
휘릭.
바스티안 헌트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바디 페인팅을 했다.
왼쪽으로 돌 것처럼 페인팅을 주고 오른쪽으로 돌자 바스티안 헌트는 벗겨졌다.
뻐—엉!
그리곤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발 앞으로 정확하게 패스를 전달해줬다.
[압박에서 벗어나 전방으로!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잡습니다!]아스날이 역습 타이밍을 잡자 첼시는 단숨에 파이브백으로 전환하며 수비 포메이션을 잡았다.
‘빨라.’
유지우는 측면에서 첼시의 수비 백업을 보고 살짝 놀란 눈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볼을 잡고 올라오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닷-!
유지우가 뛰어다니는 방향으로 마크하는 선수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주심이 보지 않을 때는 일부러 유니폼을 살짝 끌며 타이밍을 빼앗는 짓도 망설이지 않았다.
유지우를 향한 집중 견제.
그걸 본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반대 사이드로 전개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마틴 그라임스에게!]그러나 첼시 선수들은 한 몸처럼 움직이며 마틴 그라임스가 들어올 공간을 주지 않았다.
[첼시가 이번 시즌! 수비에 신경을 쓴 게 보입니다!]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지만, 마틴 그라임스는 속도를 한 번 줄였다가 치고 나가며 완급조절로만 크로스 기회를 창출해냈다.
스윽.
크로스 모션을 가져가자 수비수가 다리를 뻗어 방해하려고 했고.
투—욱!
마틴 그라임스는 높은 크로스가 아닌 짧은 컷백으로 수비수의 허를 찔렀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간 볼.
아드리안 로마오가 수비수와 경쟁하며 볼을 받으려고 했다.
거친 몸싸움.
돌아선다고 해도 골 각도가 나오지 않아 아드리안 로마오는 백힐로 볼의 방향만 살짝 틀었다.
“…밖! 크리스티안을 막아!”
첼시 수비진은 크로스를 경계하며 라인을 내린 탓에 순간적으로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들어오는 걸 놓쳐버렸다.
아드리안 로마오의 원터치 백힐 패스는 그쪽으로 흘렀다.
빠르게 달려서 마크하려고 할 때.
뻐—엉!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오른쪽 공간으로 원터치 스루패스를 찔렀다.
수비수가 몸을 날려 막아보려고 했지만, 볼이 더 빨랐고 거기엔 어느새 마크를 따돌리며 올라온 유지우가 있었다.
‘…….’
수비수들은 아스날의 빠른 원터치 플레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뭐가 이렇게 정교해?’
아스날을 대표하는 Y.M.C.A라인의 정교함.
그 끝에는.
철렁.
아스날 에이스의 득점만 있을 뿐이었다.
[유지우 선수의 고—-올! 위치선정 능력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티에리 앙리가 코치로 합류한 덕분일까요?]지난 시즌보다 유지우를 비롯해 공격수들의 위치선정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 덕분에 아스날의 예술 축구는 더욱 빛을 냈다.
[이것으로 리그 13호 골을 신고하며 득점왕 행진에 격차를 벌립니다! 유지우 선수! 프리미어리그의 새로운 황제다운 면모를 보여줍니다!]세리머니를 한 후에 진영으로 돌아가는 유지우를 보는 기예르모 다린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넌 진짜 대단해.’
보카 주니어스 유스 때부터 동경해온 선수의 모습이었다.
“기예르모.”
속으로 감탄하는 기예르모 다린에게 다가온 건 막심 코지엘로였다.
31-32시즌, 겨울 이적시장에 첼시에 합류했던 선수로 현재 첼시 공격의 핵심이었다.
“네 동료였다며?”
“네.”
“이대로 당하고 싶어?”
“아뇨.”
“당하기 싫으면 골로 대답해, 스트라이커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니까.”
기예르모 다린의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유스 시절부터 동경해온 선수에게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리고.
이 경기가 끝날 때는 대등한 위치에 서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