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12)
필드의 외계인-212화(212/404)
제212화
전문가들은 31-32시즌의 아스날을 보고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 기적의 중심에 있던 건, ‘예술’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아스날의 정체성이었다.
아스날 1 – 0 첼시.
정체성은 곧 스코어로 나타났다.
분위기는 아스날로 넘어왔지만, 첼시 역시 실점했다고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침착하게 아스날 압박을 피해 볼을 돌리며 들어갈 틈을 찾았다.
중앙 미드필더 숀 폴크는 그 중심이 되어 넓은 시야로 아스날 진영을 살폈다.
‘어차피 실점은 예상한 부분이야, 흔들리지만 않으면 기회는 찾을 수 있어.’
첼시의 베테랑 선수답게 경기를 읽는 눈이 탁월했다.
잠시 볼이 라인 밖으로 나간 사이.
그는 선수들을 다독이며 진정시켜줬다.
“막심, 넌 더 올라가서 기예르모랑 합을 맞춰.”
“괜찮겠어?”
“아스날의 압박이 중앙으로 몰리기 시작했어. 그러니까 사이드로 전개해서 풀어가야 할 것 같아.”
“작전 B로?”
“그걸로 가자, 왼쪽으로 전개할게.”
제일 중요한 건 아스날의 압박을 분산시키는 거였다.
마테오 크리스단테 – 메이슨 가벗.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굳건하게 버티는 중앙보단 비교적 약한 사이드를 공략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지였다.
[첼시가 영리하게 공간을 넓히며 패스를 전개합니다.] [아스날의 압박이 거세니, 분산시키겠다는 의도겠죠.]그들의 예상대로 아스날의 압박이 분산되며 중앙에 공간이 생겼다.
타다닷-!
그곳으로 볼을 몰고 들어간 숀 폴크는 자신에게 선수를 끌어당긴 다음.
뻐—엉!
빈 곳으로 패스를 뿌렸다.
[왼쪽! 하비 모레노를 겨냥한 롱패스! 정확하게 왼쪽 사이드로!]정확하게 배달된 볼은 하비 모레노의 발아래 안착했다.
그러나 그때.
퍼—억!
스티븐 하머가 몸싸움을 걸며 방해했다.
그는 상대가 패스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으나 하비 모레노는 열린 다리 사이로 센스 있게 패스를 찔렀다.
– 오오오오오오!
패스를 받은 건 어느새 라인을 올린 막심 코지엘로였다.
그는 마크를 따돌리며 비어있는 공간으로 진출한 뒤, 안정적인 터치 후에 돌아서며 아스날 골대를 쳐다봤다.
그리고 쇄도하는 기예르모 다린과 눈을 맞추곤.
뻐—엉!
지체하지 않고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패스를 찔렀다.
레이턴 버트란드가 몸을 날려보지만, 닿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흐른 볼.
데릭 레드먼드는 발을 쭉 뻗어 볼을 터치하는 데까진 성공했으나.
‘이런.’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다.
발에 맞고 공중으로 튀어 오른 볼.
볼의 낙하지점으로 가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언제 저기에?’
골 냄새를 맡은 기예르모 다린이 이미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쿠—웅!
‘…뭐야?’
기예르모 다린은 데릭 레드먼드의 몸싸움에 밀리지 않고 포지션을 지켜냈다.
‘밀리지 않는다고?’
아스날의 장군님이라고 불리며 수많은 공격수를 지옥으로 보낸 데릭 레드먼드의 몸싸움을 버텨내는 장면에 첼시 팬들도 적잖이 놀란 기색이었다.
후우.
기회가 눈앞에 오자 기예르모 다린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숨을 내뱉었다.
마치 이곳에 자신만 있는 듯이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은 더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볼이 떨어지기 직전.
투-웅!
가슴 트래핑으로 데릭 레드먼드가 압박하는 반대 방향으로 떨어트린 뒤.
뻐—엉!
발이 들어오기 전, 빠른 반 박자 슈팅.
철렁.
왼쪽 구석으로 들어가며 아스날의 골대가 열렸다.
[기예르모 다린의 고오오오오올! 프리미어리그 데뷔 첫 골입니다!] [드디어 8라운드 만에 기예르모 다린의 혈이 뚫렸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득점 기계가 런던에 상륙합니다!]세리머니를 하며 포효하는 기예르모 다린.
그동안 쌓인 모든 걸 토해내는 포효에 유지우는 피식 웃었다.
‘할 수 있으면서.’
1 – 1 동점.
이것으로 경기는 원점이 됐다.
* * *
전반전이 1 – 1로 마무리되고 시작된 후반전.
양 클럽의 화력이 정면에서 붙었고, 혈이 뚫린 기예르모 다린은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
– 오오오오오!
[이건 위험했습니다! 기예르모 다린이 들어가는 걸 레이턴이 놓쳐버렸네요.] [첫 골이 들어가니까 자신감이 붙은 모습입니다. 데릭 레드먼드가 당황하는 표정은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데릭 레드먼드는 기예르모 다린의 움직임에 어이없어했다.
“…골 냄새를 맡는 능력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에 꼽히겠어.”
그동안 많은 공격수를 만나봤다.
그들 중에서도 기예르모 다린에게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었다.
볼이 어디로 올 것 같은지.
그 냄새를 맡는 능력 하나는 프리미어리그 최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팽팽합니다! 런던 더비도 북런던 더비 못지않게 뜨겁군요!] [두 클럽이 앙금이 없는 사이긴 하지만 더비 매치는 더비 매치니까요.]두 팀은 서로 나란히 슈팅을 주고받았다.
첼시가 한 방을 날리면 아스날도 한 방을.
모두 서로의 골문을 집요하게 노렸다.
후반이 시작되고 10분.
첼시가 기회를 잡았다.
중앙 압박을 벗어나 사이드 전개로 인한 크로스 플레이가 펼쳐졌다.
윙백들이 최전방까지 볼을 운반하며 체력소모가 극심한 듯 보였으나.
“하비!”
윙백들은 그저 시선을 끄는 미끼였을 뿐, 볼을 잡은 건 오른쪽 윙어인 하비 모레노였다.
살짝 낮은 위치.
그곳에서 볼을 잡은 하비 모레노는 고개를 들어 아스날의 골대 앞을 봤다.
“붙어서 크로스하지 못하게 해!”
메이슨 가벗이 몸을 날려서 크로스를 막으려고 했으나.
뻐—엉!
한발 먼저 크로스를 올렸다.
부메랑처럼 날아가는 크로스는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 공간으로 향했고.
타다다다닷-!
그곳에는 쇄도하는 기예르모 다린이 있었다.
데릭 레드먼드는 몸싸움으로 타이밍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그는 뱀처럼 요리조리 피해서 밀집 지역을 빠져나왔다.
짐승 같은 움직임.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순발력을 활용한 라인 브레이킹.
그리고 볼에 대한 집념.
철렁.
기예르모 다린이 헤딩으로 골대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기예르모 다린—! 헤딩으로 아스날의 골망을 흔듭니다!] [이 모습이 아르헨티나 리그를 폭격한 득점 기계의 모습입니다! 프리미어리그로 오고 주눅이 든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첼시 팬들은 마침내 포텐이 터진 기예르모 다린의 역전 골에 미친 듯이 환호했다.
* * *
아스날 1 – 2 첼시.
선제골을 넣은 것도 잠시.
역전 골을 허용하며 분위기를 빼앗겨버렸다.
아스날은 당황하지 않고 볼을 전개했다.
첼시는 한 점을 지키기 위해 라인을 내려 걸어 잠갔다.
[첼시는 수비적인 전술로 변화를 줍니다. 남은 시간 동안 이 한 점을 지켜 확실하게 승리를 챙기려는 것 같군요!]그러나 남은 시간은 25분.
한 골이 나올 시간은 차고 넘쳤다.
“라인 올려!”
아스날은 라인을 올려 첼시 진영에서 빌드업을 가져갔다.
뻐—엉!
아스날은 지역방어로 나오는 첼시를 끄집어내고자 측면 전환 패스로 공간을 만들어갔다.
‘쉽게 안 나오네.’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안정적으로 볼을 배급하다가 첼시의 진영이 흔들리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건 마테오 크리스단테만 눈치챈 게 아니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유지우가 손을 들어 볼을 요구했다.
상황을 확인한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빠른 패스.
유지우는 마크를 따돌린 후, 안정적으로 볼을 받아 전방으로 돌아섰다.
[아아아아아-! 유지우 선수 조심해야 합니다! 바로 압박이 들어오는데요!]툭, 타닷!
플리 플랩으로 한 명.
휘릭.
마르세유턴으로 볼을 보호하며 두 명.
순식간에 개인기로 압박을 뚫은 유지우는 중앙으로 볼을 보냈다.
“크리스티안!”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볼을 잡기 전, 전방의 상태를 살폈다.
이대로 중거리 슛을 해도 되는 거리라고 판단해 자세를 잡자.
“붙어!”
첼시의 수비수가 달려 나왔다.
그러나 그건 미끼였다.
슛 페인트 자세에서 힘을 다 빼고 로빙패스로 바꾸는 스킬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이번 시즌을 위해 준비한 무기였다.
인터밀란전에서 선보인 무기가 다시금 첼시의 심장부에 꽂혔다.
스르르르륵.
볼은 아름다운 무지개를 그리며 뒷공간으로 들어갔고, 아드리안 로마오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고 들어갔다.
[아드리안 로마오—-!]이대로라면 골키퍼와 충돌할 상황.
아드리안 로마오는 이를 악물고 달려가 골키퍼의 손보다 먼저 볼을 머리에 맞췄다.
쿠-웅!
이어서 충돌하며 넘어졌고.
철렁.
볼은 골대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아드리안 로마오의 고오오오오올 아스널이 동점을 만들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립니다!]아드리안 로마오는 잔뜩 흥분하며 광고판에 올라가 포효했다.
경기는 다시 원점이 되며 역전 골로 달아올랐던 스탬퍼드 브릿지를 차갑게 식혔다.
* * *
아스날 2 – 2 첼시.
균형은 아슬아슬하게 유지됐다.
시소게임에 관중들은 손에 땀을 쥐며 지켜봤다.
80분.
85분.
어느덧 시간은 거의 다 흘러가고 있었다.
무승부를 해도 상관없었지만, 두 클럽 모두 원하는 건 승리뿐이었다.
퍼—억!
서로의 간절함이 거칠게 충돌했고 유니폼은 엉망이 되어갔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고 땀은 비 오듯 흘렀다.
뚝.
뚝.
어느덧 하늘에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돌아 들어가는 거 잡아!”
치열한 경기 양상.
죽일 듯이 서로 싸우는 북런던 더비만큼은 아니지만, 런던 더비도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더비긴 마찬가지였다.
그걸 아는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뛰었고 주심의 휘슬은 계속해서 울렸다.
삐—익!
89분.
정규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간 시점, 아스날에게 프리킥이 주어졌다.
[기회를 얻긴 했지만, 볼과 골대까지의 거리가 많이 애매하네요.]가까운 거리가 아닌 38m의 거리.
직접 슈팅을 하기엔 무리로 보였다.
그래서 아스날은 바로 플랜을 바꿨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키커로 섰군요.] [이러면 직접 슈팅을 하지 않고 패스로 풀어나가겠다는 겁니다.]유지우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끊임없이 얘기를 나눈 뒤에 포지션으로 갔다.
첼시는 유지우에게 숀 폴크와 윙백 그레이엄 브라이트를 급하게 교체 투입하며 붙여놨다.
[첼시가 마지막 교체 카드로 그레이엄 브라이트를 넣었습니다. 공격보다는 수비적인 활약을 하는 선수로 유지우 선수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죠?] [그렇습니다. 저렇게 두 선수의 압박을 받으면 유지우 선수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겁니다.]두 선수는 유지우를 놓치더라도 반칙할 기세로 바짝 붙어서 수비했다.
‘아예 내가 개입하지 못하게 하려고 하네.’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킥을 했다.
그가 택한 방향은 골대 앞이 아닌, 어느새 중앙으로 내려온 마틴 그라임스 쪽이었다.
첼시 선수들은 당황했다.
그러나 금세 라인을 잡고 마틴 그라임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아드리안이 침투하지 못하게 막고! 패스 방해해!”
철저하게 약속된 수비 전술.
그러나 약속된 건 첼시만이 아니었다.
마틴 그라임스가 중앙으로 내려오며 첼시의 압박을 끄는 사이.
탁.
유지우가 압박을 벗어나 볼을 잡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마틴 그라임스가 원터치로 내준 패스! 유지우 선수가 잡습니다! 바로 슛을 해야죠!]측면에서 살짝 중앙으로 올라온 위치.
왼발로 감아차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유지우가 모션을 가져가자 첼시 수비진들이 흔들렸고 온 신경이 그에게 쏠렸다.
첼시 수비수들은 유지우를 견제하는 몇 명만 남기고 라인을 내린 상태였고.
툭.
유지우는 슛 페이크 후에 볼을 중앙으로 내줬다.
그곳으로 달려오는 건 마테오 크리스단테였다.
Y.M.C.A라인이 전부 올라와 첼시 수비진을 끌어당긴 틈새.
달려오는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앞에 압박하는 선수들을 보곤.
뻐—엉!
논스톱 슈팅을 때렸다.
오른쪽으로 나갈 것처럼 크게 나가다가 부메랑처럼 꺾이며.
철렁.
첼시의 골망을 찢어버렸다.
[종료 직전에 나온 아스날의 고오오올! 주인공은 마테오 크리스단테입니다!]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중거리가 저렇게 위협적일 줄은 몰랐습니다. 세리에 A 시절에는 번번이 골대를 넘겼는데 이토록 정교한 슈팅이라니!]아스날은 단 한 명의 선수에게 의존하는 클럽이 아니었다.
절대적인 에이스의 그림자에 묻힌 선수들의 재능 또한 엄청났다.
“마테오–!”
“이 미친놈아!”
“너 킥 연습한 게 제대로 먹혔잖아!”
특히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중거리 장착.
이건 티에리 앙리의 작품이었다.
“티에리.”
폴 사르는 벤치에서 티에리 앙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스날에 와줘서 고마워요.”
“저야말로 감독님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대로 꼭대기까지 올라가죠.”
“열심히 보필하겠습니다.”
그렇게 아스날은 Y.M.C.A라인을 필두로 새로운 세대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었다.
* * *
3 – 2 아스날의 승리.
삐익-! 삐익-! 삐—익!
아스날의 골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종료 휘슬이 울리며 아스날의 승리가 확정됐다.
첼시는 3연패로 인해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팬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그렇게 아스날 선수들도 나가려고 할 때.
“유.”
기예르모 다린이 다가왔다.
“너 나랑 있는 거 보면 욕먹지 않을까?”
“이제 상관없어.”
“…….”
“저 사람들이 뭐라고 욕해도 난 골로 대답하면 되니까.”
유지우는 미소를 지었다.
경기 전과 후, 기예르모 다린의 눈빛은 현저히 달라져 있었다.
“이제야 눈빛 좋네. 전에는 죽은 사람처럼 생기가 없더니만.”
“너 덕분이지.”
“거봐, 할 수 있잖아.”
“…너 경기 전에 일부러 그런 거지?”
“티 났어?”
“네가 그렇게 거칠게 말하는 거 처음 봤거든.”
“자극을 줘야 했다고 생각했어, 뭐 효과는 보다시피 제대로였지.”
“후회하게 해줄게.”
기예르모 다린이 웃으며 유니폼을 벗어 건네자 유지우도 유니폼을 벗어 교환했다.
“다음 경기 기대할게.”
“멀리 도망가. 금방 쫓아갈 테니까.”
유지우 – 13골.
디에고 로시 – 10골.
기예르모 다린 – 2골.
비록 기예르모 다린의 스타트 버튼이 늦게 눌리긴 했지만, 그가 한 경기에 보여준 화력은 득점왕 경쟁에 밀리지 않을 정도의 화력이었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세 선수의 경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