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15)
필드의 외계인-215화(215/404)
제215화
필드로 들어올 준비를 하는 선수를 보자 관중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는 점점 커졌다.
삐—익!
볼이 라인 아웃이 된 사이.
필드 밖에서 치료받은 유지우가 안으로 들어오자.
– 와아아아아아아아!
아스날 원정팬석에선 오늘 경기 중 가장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들어왔다아아아아!”
“유! 저것들에 제대로 갚아줘!”
[오오오-! 유지우 선수가 필드로 돌아옵니다!] [부상이 아니었군요! 충돌할 때, 코피까지 흘려 심장이 철렁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유지우를 필드 밖으로 내보낸 장본인인 다비드 페키르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다칠 정도의 충격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부러 어깨를 한 번 들어 올려 머리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멀쩡하다고?’
보통은 이런 충돌에 선수들은 교체되고 나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며 필드로 돌아오는 선수가 보였다.
‘…눈빛이 뭐 저래.’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진행되는 경기.
마르세유의 스로인을 시작된 공격이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앞에서 끊겼다.
[무리하게 라인을 올리다가 볼을 헌납한 마르세유! 아스날이 볼의 소유권을 가져옵니다!]볼을 탈취한 뒤.
뻐-엉!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온 유지우에게 패스를 줬다.
[유지우 선수가 잡습니다! 아스날의 역습 기회!]그러나 유지우는 빠르게 전개하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더니.
스윽.
다비드 페키르를 향해 손으로 오라는 표시를 했다.
명백한 도발.
그리고 다혈질의 다비드 페키르는.
“이, 이 애송이가!”
제대로 걸려들었다.
충돌해서 트라우마가 있을 법했지만.
유지우의 플레이에서 망설임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거리가 좁혀지자 다비드 페키르는 바짝 붙었다.
다비드 페키르가 손을 뻗어 앞으로 가지 못하게 하자 주심은 유지우에게 어드벤티지를 줬다.
스르르르륵.
그때였다.
다비드 페키르의 벌려진 다리 사이로 유지우는 넛매그를 시도했다.
툭.
한 번.
중심이 무너졌는데도 쫓아오는 걸 보곤.
툭.
또다시.
그래도 땅을 짚고 오는 걸 보고선.
툭.
다시 한번 더.
찰나의 순간 다비드 페키르의 다리 사이로 볼이 지나간 횟수는 총 세 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넛매그에 중심이 무너져 앞으로 고꾸라졌다.
[…어?]해설위원은 당황했다.
다비드 페키르의 마크를 벗어났으면 응당 공격해야 했지만, 볼은 유지우의 발에 멈춰있었다.
발바닥으로 볼을 멈춰놓은 뒤.
까닥.
손을 뻗어 도발했다.
“그게 다야?”
다비드 페키르는 분노를 터트리며 달려들었다.
미친개.
딱 이 단어에 알맞은 모습이었다.
볼이 아닌 유지우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기세였다.
그러나 유지우는 달려드는 다비드 페키르를 보고서 레인보우 플릭을 선보였다.
– 와….
감탄하는 소리가 나온 곳은 마르세유 팬들이 있는 관중석이었다.
다비드 페키르의 머리 위로 아름다운 무지개를 그리며 지나가는 볼은 시선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투-욱!
그리고 길게 차 놓고 달려갔다.
전력은 아니었다.
뒤에서 다비드 페키르가 쫓아올 정도로 거리를 유지했다.
세 걸음.
두 걸음.
한 걸음.
촤—악!
태클이 들어오자 단숨에 속도를 줄이며 태클을 피했다.
무너진 균형을 억지로 잡아보려던 다비드 페키르의 왼발이.
‘윽!’
꺾여버렸다.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유지우는 왼쪽 구석을 향해 슈팅을 때렸다.
[유지우 선수! 다비드 페키르를 제치고 그대로 중거리—!]레이저처럼 쭉 뻗은 슈팅은.
철렁.
골대 구석으로 정확히 빨려 들어갔다.
[구석으로 들어가는 고—-올! 유지우 선수의 득점으로 리드를 잡은 아스날! 마르세유의 홈을 침묵으로 물들입니다!] [아스날의 에이스가 어떤 선수인지! 프랑스에서 당당히 보여줍니다!]이걸로 충돌의 복수를 한 건 아니었다.
유지우는 세레머니를 하지도 않고 골대 안에 있는 볼을 꺼내 센터서클로 달렸다.
* * *
기선을 잡은 아스날은 유지우의 선제골이 힘입어 전반전에만 세 골을 넣으며 리드를 잡았다.
마르세유의 장점인 전방 압박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퍼—억!
후반전에도 여전한 마르세유의 거친 플레이.
다비드 페키르는 이를 악물고 유지우에게 따라붙었다.
‘반드시 내보내 주마.’
관중에게 욕을 먹는 건 안중에도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건방진 꼬맹이의 교육이 먼저였다.
삐—익!
유니폼을 잡아끌거나.
삐—익!
카드를 받지 않을 만큼의 적절한 반칙.
게다가 주심도 좀처럼 카드를 꺼내지 않기로 유명한 주심이라 다비드 페키르는 날아다녔다.
“이번에는 반대쪽 머리통을 날려줄까?”
“…….”
“아까 머리 다쳐서 말하는 걸 잊었냐?”
“…….”
“이딴 녀석이 에이스라니, 아스날 수준도 알법하다.”
“지고 있는 녀석이 할 말은 아니라도 보는데.”
“…….”
“그런 말 할 시간에 골이라도 넣지? 입으로 축구 하나.”
다비드 페키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질 정도로 세게.
그렇게 진행되는 플레이.
아예 유지우 곁에 바짝 붙어 마크했다.
‘…온다!’
그러던 중, 마르세유의 수비수가 볼을 걷어내며 공중으로 날아오는 볼.
전반전 충돌 때와 같은 상황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유지우를 뭉개버릴 생각이었다.
두 선수는 동시에 점프를 뛰었고.
퍼—억!
다비드 페키르는 또다시 팔꿈치를 들어 올리며 주심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팔을 썼다.
하지만 유지우는 당하지 않았다.
팔꿈치를 피하고 어깨로 다비드 페키르의 옆구리 쪽으로 강하게 부딪쳤다.
“윽!”
순간 충격에 숨까지 쉬어지지 않았고 다비드 페키르는 그대로 필드에 손을 짚고 쓰러졌다.
반칙을 줘도 되는 상황.
그러나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유지우가 끝까지 볼을 따내며 정당한 공중 경합이라는 판단을 내린 거였다.
‘…저 새끼가 진짜!’
옆구리가 욱신거렸지만, 다비드 페키르는 일어나서 뛰어났다.
호흡이 어긋났지만, 죽어라 뛰어 유지우와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유지우가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가 함정을 파고 있다는 것도.
촤—악!
거리가 좁혀지자 다비드 페키르는 망설이지 않고 태클을 시도했다.
충분히 피할 각도였지만, 유지우는 피하지 않았다.
툭.
다비드 페키르의 발이 축구화에 살짝 닿는 감촉이 드는 순간.
“으아아아아아아악!”
메소드 연기를 하며 필드에 쓰러졌다.
아르헨티나에서 배운 기술.
리카르도 메사가 했던 말.
‘축구는 연기다.’
그 배움을 그대로 써먹었다.
주심은 휘슬을 불며 달려왔고 바로 카드를 꺼냈다.
옐로카드가 아니었다.
[레, 레드카드! 퇴장입니다!]마르세유 선수들은 달려와서 항의했다.
다비드 페키르는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고 주심은 계속되는 항의에 VAR 체크를 하러 갔다.
[주심이 VAR을 확인하러 갑니다!]잠시 후.
VAR을 확인한 주심은.
척!
퇴장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퇴장! 퇴장입니다! 다비드 페키르의 퇴장이 선언됩니다!]주심이 레드카드를 꺼낸 이유는 유지우가 전반전에 강한 충돌로 쓰러진 것 때문이기도 했다.
일종이 보상판정.
그래서 다비드 페키르에게 레드 카드가 꺼내진 거였다.
[이건 명백한 퇴장감이긴 했습니다. 뒤에서 백태클이라니…. 조금만 발이 높았으면 무릎으로 들어갔을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저, 저기요! 아니라니까요! 닿지도 않았어요!”
다비드 페키르는 VAR까지 체크했지만, 여전히 항의했다.
그러자 주심은 한숨을 쉬었다.
“내 눈으로 봤는데도 계속 거짓말을 할 건가?”
“아! 진짜! 미치겠네! 당신이 잘못 봤을 수도 있잖아요!”
“너의 발이 정확하게 유의 발목에 닿으면서 쓰러졌어.”
“…….”
“그래도 안 닿았다고 할 거야?”
다비드 페키르는 흥분하며 주심에게 막말했고 마르세유 선수들이 달려와 말렸다.
.
.
.
다비드 페키르는 나가다가 나를 슬쩍 봤다.
씩.
뭘 봐.
꺼져 이 새끼야.
* * *
– 와아아아아아아!
후반전은 아스날의 일방적인 리드였다.
반코트 싸움.
마르세유는 수적인 열세로 라인을 올릴 타이밍도 잡지 못했다.
[11 vs 10! 이 수치는 이미 결과가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비드 페키르가 퇴장당한 뒤! 파상공세를 펼치며 5-0의 스코어를 만드는 아스날!]한 명이 이탈한 마르세유는 라인을 내려 수비적인 전술로 나왔고 아스날은 장점인 공격적 빌드업을 가져갔다.
특히나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다니 아라우호가 주도하는 패스 플레이.
툭.
아직 호흡이 완전히 맞지 않았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서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플레이 메이킹 능력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다니 아라우호는 그 곁을 보조했다.
[탈압박이면 탈압박! 패스면 패스! 폴 사르 감독이 왜 이 두 선수를 동시 기용했는지 알 것만 같습니다!]두 선수의 호흡 덕분에 평소보다 올라온 공격력.
그렇게 볼을 돌리다가 마크를 따돌리며 측면에 올라오는 유지우를 보고 패스를 찔러줬다.
스르르르륵.
회전이 들어간 패스.
유지우는 수비수가 앞을 막는 걸 보곤.
뻐—엉!
수비수가 붙기 전, 논스톱 슈팅을 시도해 왼쪽 파 포스트를 겨냥했다.
왼발로 잔뜩 감은 궤적.
골키퍼가 반응하지도 못하는 구석으로 꽂혔다.
철렁.
[마르세유의 심장을 꿰뚫는 유지우 선수의 고오오오오올! 이걸로 오늘 경기 해트트릭을 달성합니다!]유지우는 곧바로 유니폼 상의를 벗어 광고판에 올라갔다.
그리곤 마르세유 홈팬들에게 등번호 쪽을 보여줬다.
“누가 쟤 좀 말려봐!”
“으아아아아아!”
열받은 팬들.
유지우는 그들에게 보여줬다.
자신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이 모습이 아스날의 에이스! 프리미어리그 황제의 모습입니다!]그 뒤로도 골 사냥이 계속됐고.
두 골을 더 추가하며 아스날 8 – 0 마르세유.
격차는 좁혀지지 않을 만큼 벌어졌다.
일방적인 경기에 마르세유 팬들은 중간쯤부터 관중석을 떠나갔다.
정해진 결과.
그리고 참담한 패배.
자존심이 강한 팬들은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콰—앙!
“빌어먹으으으으을!”
그날.
마르세유의 자판기에는 분노한 팬들의 손길이 새겨졌다.
삐-익! 삐-익! 삐—익!
* * *
UEFA 챔피언스리그 C조 2차전이 끝났지만, 여전히 관심이 뜨거웠다.
그 이유는 다비드 페키르의 행동 때문이었다.
공중 경합 때, 팔꿈치를 쓴 것과 더불어 유지우에게 백태클을 한 건 영상으로 너튜브에 올라갔다.
어마어마한 조회 수가 기록됐고 그를 비난하는 여론은 점점 거세졌다.
[그의 행동은 프로 정신이 결여된 행동이야.]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프랑스 리그에서 유명하다고 했지만, 실제로 보니까 토가 나올 지경이야.] [저런 녀석이 프로인 마르세유 수준도 알 법하다.] [저러다가 진짜 유가 부상이라도 당했어 봐, 아스날 팬들이 마르세유 찾아가서 쟤 죽여버렸을지도 몰라.] [근데 왜 아무도 징계를 안 내려? 저 녀석이 한 행동에 책임을 물어야지.]비난의 화살이 선수 한 명이 아닌 대회 전체로 날아오기 시작하자 UEFA에선 토론 끝에 기사를 내보냈다.
【 UEFA, “다비드 페키르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3경기 출장 정지.” 】
【 아스날, “우리 선수에게 한 행동은 프로로서 할 행동이 아니다.” 】
징계가 떨어지고 경기에 나가지 못할 상황에 내몰리자.
“…이게 뭐야.”
다비드 페키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프랑스 리그에 소속된 에이스들을 부상을 입힌 건 잠깐 뜨거워졌다가 말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상대를 잘못 건드렸다.
< 프리미어리그의 새로운 황제. >
그가 건드린 선수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선수였으니까.
【 마르세유 측, “UEFA 징계에 더해 자체적으로 리그 5경기 출장 징계 처분을 내리겠다.” 】
마르세유는 클럽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견디지 못해 징계 처분을 내렸다.
다비드 페키르의 비난의 물결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그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프랑스 타 클럽 팬들은 그동안 쌓였던 걸 표출했다.
전에 영상도 편집해서 올리며 다비드 페키르의 행태를 고발했다.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상습범이라는 것에 축구팬들은 열받았다.
‘동업자 정신’.
이것이 빠진 프로 선수.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도 없는 선수.
그래서 프랑스 축구협회는 아예.
【 프랑스 축구협회 측, “다비드 페키르에게 벌금 2만 파운드와 출장 정지 10경기에 처한다.” 】
높은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
.
.
.
그 시각 유지우는 훈련을 끝낸 뒤, 차에 타서 훈련장을 나가려고 했다.
훈련장 입구에는 수많은 팬이 모여 있었고.
“유! 말만 해! 내가 다비드 그 자식을 그냥!”
다비드 페키르의 만행으로 상처받았을 유지우를 위로해줬다.
“저 이제 괜찮아요.”
“괜찮기는 눈 주위에 멍이 들었는데!”
“우리 에이스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그 자식 원정에 오기만 해봐라!”
“걔, 징계 때문에 못 올 수도 있잖아.”
“못 오면 내가 찾아간다!”
“유! 너 뒤에는 우리가 있으니까 그딴 녀석들한테 겁먹지 마!”
아스날에 오고 1년 만에 유지우는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