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16)
필드의 외계인-216화(216/404)
제216화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는 곳이었다.
영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프리미어리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뉴스에서도 관련된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 32 – 33시즌, 우승 클럽은 어디? 】
【 작년과 마찬가지로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아스날! 리그 2연패 가능성! 】
【 호셉 과르디올라, “작년처럼 당하지는 않을 것.” 】
이러한 기사가 쏟아지는 어느 날.
해리 윈터번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만남을 가졌다.
그들이 모인 곳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평론가들의 밤 행사였다.
“저기, 찰리다!”
“오! 오랜만입니다! 찰리!”
찰리 크로퍼드.
지금은 평론가에서 은퇴한 사람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이오.”
그는 영국 왕실에도 초청될 만큼 저명한 사람이었다.
“저번에 풋볼 매거진에 올리신 글이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하하하-! 집에서 노느라 심심해서 몇 글자 끄적인 걸로 그리 말하면 부끄럽네.”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모두가 즐겁게 이야기하던 와중, 해리 윈터번은 구석에서 샴페인만 홀짝였다.
“해리.”
찰리 크로퍼드는 그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찰리 경.”
“경이라니!”
“여왕님께서 작위를 하사하셨으니 경이지요.”
찰리 크로퍼드는 웃으며 해리 윈터번 곁에서 샴페인을 한잔 마셨다.
“자네 요즘 아스날에 관련된 글만 쓰더군.”
“예.”
“아스날이 그리도 좋나?”
“아주 사랑스럽죠. 그런데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뭔가?”
“경은 아스날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언젠가 한번 묻고 싶었다.
과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평론가라 불리던 그의 눈에 지금의 아스날은 어떻게 보이는지.
“아름답지, 축구를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예술로 이끄는 클럽이라고 생각하네.”
그리고 들려오는 대답은 해리 윈터번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자네, 아스날에 푹 빠졌군.”
“처음에는 한 명의 선수였습니다.”
“유?”
“예, 아르헨티나에서 온 아시아 선수…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공격 포인트 10개만 넘겨도 준수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는 제 상식을 깨트렸습니다.”
찰리 크로퍼드는 신중하게 경청했다.
“그의 플레이는 제 가슴을 울리더군요.”
“그럴 때가 있지.”
“찰리도 느껴보셨나요?”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뛰곤 했어, 그래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글을 썼고.”
“…….”
“독설가로 불리는 자네가 그런 소리를 하니, 나도 유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싶어졌네.”
“하하하하! 12라운드, 같이 보러 가시겠습니까?”
“11라운드가 아니라 12라운드?”
“네.”
“아스날의 12라운드라면…. 맨체스터 시티와 하는?”
“네.”
“온 영국이 주목하는 경기라…. 나도 꼭 봐야겠군.”
* * *
파티가 마무리되는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덧 한 가지 주제로 모이고 있었다.
“이번 시즌 돌풍의 중심에는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날, 두 클럽이 있더군.”
“리버풀도 좋은 기세긴 하지만 시티에게 한 번 잡혔고.”
“그리고 아스날의 공격은 한층 달라졌어.”
그렇게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내용은 화제의 중심에 있는 아스날이었다.
“더 정교해졌습니다.”
“작년 시즌보다 인상적인 플레이가 많이 나오고 있지.”
“변화의 중심에 누가 있다고 보나?”
“음… 그야 유, 아닙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유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직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유지우가 적응 기간을 끝낸 것을 가장 크게 봤지만, 다른 것을 말하는 이도 있었다.
“티에리.”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있었죠.”
“티에리가 아스날로 갈 줄은 몰랐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수석 코치직을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나도 그가 바르셀로나로 갈 줄 알았지,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아스날의 레전드가 아닌가.”
티에리 앙리하면 아스날이 떠오를 만큼 그는 아스날의 자긍심이었던 선수였다.
‘King’.
이런 별명으로 불리며 아스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
아스날 팬들은 그의 코치 합류를 누구보다도 반겼다.
“마테오에게 중거리 슈팅을 장착시킨 것도 티에리의 의견이라고 하더군요.”
“단기간에 그런 정교한 슈팅을 만들다니…. 대단해.”
아스날의 가장 큰 변화는 티에리 앙리의 합류로 한 공격 전술의 다양성이었다.
“다음은 어떤 전술을 들고나올까?”
“기대됩니다.”
“그때가 기억나네요.”
“언제?”
“뻥축구만 난무하던 프리미어리그에 예술을 접목했던 아르센 벵거 시절의 아스날이요.”
“…. 거기에 더해 리그를 지배하는 선수까지.”
“그 시절의 아스날보다 더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봅니다.”
보는 맛이 있는 축구.
아스날의 정체성이 담긴 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이 사람들의 뇌리 깊숙이 자리 잡았다.
* * *
10월 6일,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아스날 vs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유지우 선수가 선발로 나왔습니다.] [오늘은 리그 13위권의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의 경기라 휴식을 줄줄 알았는데 의아합니다.] [기록 때문이겠죠.] [기록이라면… 아! 유지우 선수의 연속골 기록 말씀하시는 거군요!]경기를 보는 팬들의 기대감은 차올랐다.
유지우의 득점.
그로 인해 프리미어리그 최다 연속골 신기록과 동률을 이루길 원했다.
10분.
20분.
그러나 쉽지 않았다.
에이스에 대한 집중 견제가 이뤄진 탓에 유독 유지우만이 골 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들이 아예 작정했어.’
벤치에서 보는 폴 사르는 턱을 쓸었다.
유지우를 풀어준다면 더 많은 골을 먹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이미 세 골을 실점하고도 유지우에 대한 집중 견제를 풀지 않았다.
아스날 3 – 0 브라이튼.
경기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쳇, 브라이튼 녀석들 때문에 유의 교체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어.’
원래 유지우가 전반전에 골을 넣으면 교체를 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폴 사르의 계산이 어긋나버렸다.
퍼—억!
사방에서 들어오는 견제.
유지우가 비어있는 곳으로 가서 볼을 잡으려고 하는데 협력 수비가 들어왔다.
투-웅!
그때 유지우는 오는 패스를 보곤 먼저 몸을 돌려 들어갔다.
상대 선수는 당황했고 그사이에 오는 볼은 정확히 유지우의 발뒤꿈치에 맞고 튀어 올랐다.
스르르르르륵.
상대 선수의 머리 위를 지나 돌아 들어간 유지우의 앞에 뚝 떨어진 볼.
솜브레로 플릭이었지만, 이건 그걸 변형한 ‘힐 솜브레로 플릭’이었다.
– 오오오오오오오!
강한 압박 진영에서 빠져나왔지만, 다 끝난 건 아니었다.
달려오는 선수는 두 명.
유지우는 드리블이 아닌 패스를 선택했다.
투-욱!
중앙으로 밀어준 뒤에 전속력으로 전방으로 침투했다.
“마, 막아!”
폭발적인 스피드.
브라이튼은 전반전부터 무리하는 탓에 반응이 한 박자 늦었다.
투—웅!
그리고 유지우에게 그 한 박자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따라갈 엄두도 나지 않는 거리.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감각적인 원터치 로빙 패스.
브라이튼은 마지막 카드로 오프사이드 트랩까지 선보였으나.
– 와아아아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들어가서 볼을 잡은 유지우는 골 각도를 줄이려고 달려오는 골키퍼를 발견했다.
침착하게 자세를 잡고 스텝 오버로 한 번 벗겨낸 뒤.
철렁.
골대 안으로 가볍게 차 넣으며 득점을 만들어냈다.
전반 내내 묶여있다가 보여준 폭발력.
유지우가 왜 아스날의 에이스인지 증명하는 골이었다.
[유지우 선수의 고오오오오오올! 이걸로 프리미어리그 연속 골 기록인 11경기 연속 골 기록과 타이기록을 세웁니다!] [역사까지 단 한 걸음 남았습니다!] [작년에 많은 신기록을 세웠는데 또다시 신기록을 앞둔 이 선수가 보이십니까! 국민 여러분!]세계 최고 리그를 정복하는 아시아인.
이것만으로도 한국 팬들의 뽕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삐—익!
득점을 성공한 유지우는 곧바로 체력관리 차원에서 교체되었다.
“수고했다.”
“끝까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오늘 경기의 출장도 폴 사르는 휴식을 주려고 했다.
그렇게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고 다음 경기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유지우가 고집을 부려 어쩔 수 없이 출전시킨 거였다.
“네 고집을 누가 말리겠어.”
“하하하하하.”
“다음 경기까지 푹 쉬어,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
“네.”
리그 12라운드.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다음 경기는 프리미어리그 정상들의 대결이었다.
* * *
【 ‘외계인’ 유지우, 신기록 갱신까지 단 한 경기! 】
【 ‘레전드’ 데이비드 베컴, “그의 플레이는 경이롭다.” 】
【 아르센 벵거, “내가 있던 시절에 그가 있었다면 아스날은 유럽 축구 역사를 새로이 썼을 것.” 】
자연히 축구 레전드들의 관심이 쏠렸다.
레스터 시티의 레전드, 제이미 바디가 세운 11경기 연속골을 기록도 깨질 위기에 처했다.
영국 팬들은 자국인의 기록이 깨지는 것에 씁쓸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번에는 또 어떤 역사가 새롭게 쓰일지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경기를 기다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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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리그 12라운드.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마침내 경기 날이 다가왔다.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몇몇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 경기의 이름은.
‘정상 대전.’
이렇게 불렸다.
명실상부 프리미어리그 최고 클럽인 맨체스터 시티.
작년부터 암흑기를 벗어나 황금기를 달리는 아스날.
이 두 클럽이 32-33시즌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걸 모르는 팬들은 없었다.
“으으으으, 떨린다!”
“전력은 비슷하지?”
“아직은 시티가 더 위에 있긴 해.”
“하아, 아스날이 원하던 이적을 다 성사시켰으면 좋았는데.”
“그래도 흐름은 나쁘지 않아.”
“응, 시티만 잡으면 리그 우승 흐름 타는 거라고!”
경기를 기다리는 팬들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현재까지 나란히 리그 11연승을 달리는 두 클럽.
이제 그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니, 어느 클럽이 이길지 더욱 주목됐다.
그리고 또 하나.
“유가 기록을 세울까?”
유지우의 12경기 연속골 신기록이 달린 경기기도 했다.
“세워야지! 그래야 아스날의 명성이 더 높아지지!”
“맞아, 지금 흐름이라면 유가 무난하게 새 기록의 주인이 될 것 같아.”
“시티가 브라이튼전처럼 유만 견제하면?”
“…그건 좀. 시티가 그럴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이 드는 거지, 그냥.”
아스날 팬들은 유지우가 기록경신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31-32시즌부터 그가 보여준 기적이 있었으니까.
* * *
애슈버턴 그로브.
아스날의 홈.
관중석은 이른 시간부터 인파로 가득 채워졌다.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하는 두 클럽의 대결.
그리고.
유지우 – 17골.
디에고 로시 – 13골.
득점 1, 2위의 대결이기도 했다.
출전할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지시받은 뒤, 라커룸을 나와 터널로 갔다.
심호흡하며 긴장감을 날려버린 후.
양 클럽 선수들은 나란히 섰다.
유지우가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오랜만이야, 디에고.”
디에고 로시.
라이벌이자 친구였다.
“기예르모한테 쓴소리했다며?”
“그새 너한테 얘기했어?”
“기예르모랑 나 사이에는 비밀이 없거든.”
“…우리 단체방에서 한 말이 무슨 비밀씩이나.”
“쳇.”
얘기를 나누고 있자, 주심의 신호가 들려왔다.
두 선수는 나란히 필드로 걸어 나갔다.
터널의 끝에 다다를 무렵.
“유.”
디에고 로시는 유지우에게 말을 걸었다.
“응?”
“올림픽 때 복수 여기서 할 거야.”
동료였다가 적으로 만난 선수.
두 선수는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필드 위에선 최선을 다해 싸워보자는 걸.
“얼마든지.”
프리미어리그의 정상 대전을 위해 걸어 나오는 선수들을 향해.
– 와아아아아아아!!!
쏟아지는 함성.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열기.
전 세계의 이목이 이 경기에 집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