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18)
필드의 외계인-218화(218/404)
제218화
“이대로! 종료까지!”
유지우의 선제골로 균형을 깬 아스날은 1 – 0 리드를 지킨 채, 전반전을 마무리 짓고자 했다.
이대로 마무리만 지으면 후반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촤—악!
그들은 맨체스터 시티가 올라오는 걸 막으려고 육탄수비를 펼쳤고, 가까스로 흐름을 끊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가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립니다! 데일 모리슨까지 전방으로! 공격 숫자에서 우위를 가져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스날은 침착하게 라인을 구성하며 맨체스터 시티가 들어오는 걸 차단하는데요!]아스날의 수비는 견고한 성 같았다.
그 앞을 지키는 데릭 레드먼드는 수비 라인을 입맛대로 통솔하며 오스마르 토레스를 꽁꽁 묶었다.
‘이 녀석보다 조심해야 할게….’
데릭 레드먼드의 시선이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윙포워드 디에고 로시를 향했다.
‘오스마르의 움직임보다 예측하는 게 힘든 녀석은 처음이야.’
경기 내내 디에고 로시의 번뜩이는 플레이가 그들을 번번이 위협하고 있었다.
“레이턴! 스티븐이랑 같이 저 10번 체크해.”
“네!”
“눈 떼지 마!”
“죽어라 막아보겠습니다!”
아스날이 펼치는 필사의 수비.
리드를 지키겠다는 아스날의 의지는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에게도 전해졌다.
답답한 흐름에 율리안 쿠겔이 살짝 라인을 내려 볼을 잡아놓고 전방을 살폈다.
‘라인이 너무 내려가서 들어갈 틈이 안 보여.’
촘촘하게 짜인 라인.
율리안 쿠겔은 그것을 찢어야 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율리안!”
중앙으로 올라오는 디에고 로시였다.
투-욱!
율리안 쿠겔은 본능적으로 패스를 줬고, 디에고 로시는 라 크로케타로 마테오 크리스단테를 제쳐냈다.
– 오오오오오오!
감각적인 볼 터치 후.
고개를 들어 전방을 살핀 뒤.
오스마르 토레스가 마크당하는 걸 본 그는 스스로 드리블을 이어갔다.
툭, 투둑!
왼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는 급격한 전환.
그가 수준 높은 바디 페인팅으로 공간을 만들어내자, 초조해진 레이턴 버트란드는 그를 향해 급하게 태클했다.
‘걸렸다.’
디에고 로시는 슈팅을 하는 척,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오른발은 주발이 아닌 약발.
득점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프리킥을 얻어낸 것이었다.
삐—익!
[돌파를 막으려고 어쩔 수 없이 반칙으로 끊어냅니다!] [여기라면 위험한 위치입니다!]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두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
이 거리에 키커로 나선 것은 디에고 로시였다.
[디에고 로시가 키커로! 이적하자마자 맨체스터 시티의 전담 키커가 됐을 정도로 킥 능력이 뛰어난 선수입니다!]아스날은 수비벽을 세웠고.
잠시 후.
주심의 휘슬과 함께 디에고 로시가 킥을 했다.
투—욱!
왼발로 수비벽만 살짝 넘긴 킥.
강도, 회전, 높이.
킥 기술의 집약체와도 같은 킥이었다.
볼에 회전이 담겨 있어 수비벽이 넘는 순간부터 뚝 떨어졌고, 리암 베인스가 손을 뻗으며 날았으나.
철렁.
골포스트를 맞고 안으로 들어갔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각도.
디에고 로시의 골로 어긋났던 균형이 다시 맞춰졌다.
[유지우 선수와 디에고 로시! 두 선수가 나란히 한 골씩을 집어넣으며! 1 – 1! 경기가 원점이 됩니다!]삐-익! 삐-익! 삐—익!
정상 대전다운 치열한 경기에, 경기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져 갔다.
* * *
후반전이 시작하면서 맨체스터 시티는 라인을 올리며 빌드업을 만들어갔다.
그들은 아스날의 압박에도 당황한 기색 없이 침착하게 패스를 꾸려갔다.
‘시원시원하네.’
보는 사람들의 속을 뻥 뚫어주는 패스 플레이.
특히 반대 전환 패스가 많이 나오며 공격에 계속해서 변화를 줬다.
[맨체스터 시티의 장점은 사이드를 잘 이용한다는 겁니다.] [풀백들의 움직임이 좋습니다. 공격 가담은 물론 주력 또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대단하죠.]50분.
55분.
60분.
10분이라는 시간이 금세 흘러갔다.
그 시간 동안 서로의 골문을 위협하는 찬스가 여러 번 나왔다.
맨체스터 시티는 수비 전술 면에서도 변화를 준 것인지, 유지우 다음으로 크리스티안 페레스를 경계하고 있었다.
[후반전에 들어와서 크리스티안 페레스를 방해하는 장면이 많아진 것 같죠?] [전반전에 그런 활약을 했으니, 당연한 조치로 보입니다.]호셉 과르디올라는 아스날에게 유리한 거라면 조금이라도 틈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철저하게 자신이 만든 그림대로 흘러가길 원했다.
그렇기에, 전반전에 확인한 변수를 완전히 차단하고자 했다.
‘…젠장.’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에게 그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가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더 성장했듯, 아스날의 선수들 역시 경험을 쌓으며 한 단계 더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삐—익!
두 팀의 치열한 경합으로 경기는 더욱 거칠어졌다.
맨체스터 시티가 다리를 걸며 거친 태클을 하자 아스날 선수들은 서서히 감정이 올라왔다.
“…그만 좀 하지?”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야.”
유지우도 다리에 멍이 들 정도로 태클이 많이 받았다.
그러다가 64분.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이 막히고 아스날의 역습 찬스에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볼을 잡았을 때, 사고가 벌어졌다.
[아스날 선수들이 역습을 위해 라인을 올립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우선 볼을 보호하며 템포를 조절하는데요!]데일 모리슨이 그에게 붙어서 볼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등을 진 상태에서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볼을 요리조리 굴리는 걸 본 그는.
뻐—억!
어쩔 수 없이 볼을 뺏기 위해 조금 거친 몸싸움을 걸었다.
삐익-! 삐익-!
워낙 거칠어진 경기라 선수들도 감정적으로 격해져 있던 터였다.
양 클럽 선수들은 한데 엉켜 설전을 주고받았다.
“내가 뭘 어쨌다고!”
“네가 일부러 부딪쳤잖아!”
선수들이 한창 언성을 높이던 그때.
넘어져 있던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일어나 데일 모리슨에게 걸어갔다.
“크리스….”
선수들이 말릴 틈도 없이.
꽝-!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데일 모리슨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충돌시켰다.
“이 벌레만도 못한 쓰레기들이! 그렇게 태클을 하고 싶으면 축구가 아니라 미식축구를 하러 가! 머저리 같은 놈들아!”
흥분하던 아스날 선수들은 순간 놀라서 말을 잊었다.
‘…크리스티안이 저런 말을?’
아스날의 천사라고 불리는 선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 크리스티안은 평생 화를 내본 적도 없을 거야. 그 흔한 욕을 한 적을 본 사람이 있어? >
아스날 팬들은 물론 타 클럽 팬들에게도 유명한 ‘천사.’
충돌해도 먼저 일어나서 손을 내밀어 화를 내던 선수도 화를 내지 못하게 하는 선수가 폭발하자.
“데일이 잘못했네.”
다들 이렇게 생각했다.
“크리스가 저렇게 화내는 거면 말 다 했지 뭐.”
“타 클럽 팬한테도 지나가다가 빵 사주는 사람이잖아.”
“진짜?”
“그래서 타 클럽 팬들도 크리스를 아스날의 천사라고 불러.”
그동안 그의 행동으로 인해 누구도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척.
주심은 곧장 데일 모리슨에게 옐로카드를 꺼냈고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도 옐로카드를 꺼냈다.
신체 접촉은 퇴장으로 이어져도 무방한 건이었지만, 그간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쌓아온 이미지가 워낙 좋았던 탓에 주심 측에서도 나름의 이해를 해준 듯했다.
주심은 카드를 준 후 데일 모리슨에게는 직접적으로 주의를 줬다.
“과도한 도발은 주의하도록.”
“…네.”
데일 모리슨이 심판의 경고에 머리를 긁적이던 때,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도리어 심판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제가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정황상 먼저 도발 당한 게 맞았지만, 모든 것을 떠나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어?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카드를 받습니다.] [정말요?] [네, 모든 경기 통틀어서 첫 카드입니다.]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카드 수집.
이건 아스날 전문지 1면에 실릴 만큼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한편, 이번 일로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 사이에서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데일, 조심해. 이제 심판이 널 특히 주의해서 볼 거야.”
“…….”
데일 모리슨은 그 말에 숨을 삼켰다.
그 말대로, 주심이 자신을 더 집중해서 보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태클을 걸었다가는, 퇴장당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서로를 거칠게 견제했던 양 팀이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조금 더 소심한 플레이를 하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 * *
70분.
평소보다 거친 경기에 선수들의 체력이 빠르게 소모됐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선수들의 다리는 멈추지 않았다.
필드 위의 작은 볼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탓!
먼저 기회를 잡은 건 맨체스터 시티였다.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패스를 끊어낸 윌리엄 폴크가 소유권을 가져왔다.
“천천히! 급하게 올리지 마!”
라인을 바짝 올려 공격을 전개하는 맨체스터 시티.
급하지 않고 천천히.
아스날의 상황을 전부 인식한 뒤, 후방부터 안전하게 볼을 운반해 율리안 쿠겔까지 배달이 됐다.
[아스날도 맨시티의 공격을 막으려고 전체적으로 라인을 내립니다! 유지우 선수도 내려와서 디에고 로시를 마크!] [볼을 가진 율리안 쿠겔에게 바짝 붙는 마테오 크리스단테!]아스날 선수들은 그가 돌아서지 못하게 했지만, 율리안 쿠겔은 돌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는 등진 상태에서 왼쪽으로 돌 것처럼 페이크를 준 뒤, 오른쪽으로 살짝 볼을 틀어주었다.
[디에고 로시! 디에고가 중앙으로 올라옵니다!]볼은 중앙으로 올라오는 디에고 로시 앞으로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완벽하게 약속된 패스.
그러나 그들의 계산에 맞지 않은 한 가지 변수가 있었다.
[유지우 선수가 디에고 로시를 쫓아갑니다!]바로 유지우의 존재였다.
유지우가 이렇게까지 내려와서 수비할 줄 몰랐던 율리안 쿠겔의 얼굴에는 일순간 당황한 기색이 퍼졌다.
[에이스들이 후반에 격돌합니다! 모든 축구팬이 집중하는 상황!]디에고 로시는 고개를 돌려 따라오는 유지우를 체크했다.
유지우는 폭발적인 속도로 금세 따라붙으며 어깨로 몸싸움을 걸었다.
몸싸움을 견디며, 디에고 로시는 침착하게 다음 플레이를 생각했다.
투—웅!
그가 택한 답은 한발 빠르게 전방으로 로빙패스를 보내는 것이었다.
볼은 오스마르 토레스가 침투하는 앞으로 향했으나.
[데릭 레드먼드-! 아스날의 철벽이 걷어냅니다!!!]유지우를 신경 쓴 탓에 패스는 살짝 길게 갔고 데릭 레드먼드는 한발 먼저 반응하며 볼을 헤딩으로 걷어냈다.
걷어낸 볼은 스튜어트 바슬리에게 흘렀고.
“스튜어트–!”
그는 홀린 듯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패스를 보냈다.
공이 발에서 떨어지고 난 뒤, 누가 그것을 받았는지 확인한 스튜어트 바슬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
볼은 어느새 밀집 지역에서 나온 유지우의 발아래에 가 있었다.
[유지우 선수를 기점으로 역습을 시작하는 아스날!] [하지만 줄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선수들이 전부 내려와서 수비한 탓에 직접 몰고 갑니다!]유지우는 아스날 페널티 에어리어 인근에서 볼을 잡고 몰고 올라갔다.
맨체스터 시티의 압박은 거셌다.
반칙으로 끊으려고도 손을 써보았지만.
타다다닷-!
유지우는 간발의 차이로 벗어났다.
디에고 로시가 쫓아와서 태클했지만, 유지우는 볼의 밑부분을 살짝 찍어 차며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투—욱!
그 뒤에 왼쪽 사이드가 빈 것을 확인하고 길게 차 놓고 달리기 시작했다.
[유지우 선수! 뜁니다! 뛰어갑니다! 하지만 수비 백업이 빠른 맨시티! 오오오-!]디오구 바렐라는 침착하게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완성되기 전.
유지우의 돌파가 시작됐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별다른 개인기를 하지 않았다.
오로지 압도적인 주력과 네 번의 터치가 전부였다.
최고 속도에 다다른 유지우를 잡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디오구!”
맨체스터 시티의 최종 수비수인 디오구 바렐라가 유지우의 스텝을 읽은 뒤에.
휙.
타이밍을 잡아 다리를 뻗는 그 순간.
투—욱!
유지우는 디오구 바렐라의 왼쪽으로 볼을 길게 차 놓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뛰었다.
“…….”
그 모습을 본 관중석에선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서 한두 명씩 일어날 뿐이었다.
[디에고 로시가 끝까지 쫓아옵니다!]디에고 로시가 필사적으로 유지우를 뒤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유지우는 그를 따돌린 뒤 골키퍼의 위치를 확인했다.
단독 돌파를 막기 위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골키퍼.
유지우는 그 모습을 보고는.
뻐—엉!
침착하게 왼쪽 구석으로 볼을 낮게 깔아 찼다.
철렁.
놀라운 질주와 깔끔한 골.
맨체스터 시티의 골문을 열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고—올! 원더골이 나왔습니다! 아군 페널티 에어리어부터 상대 골문까지! 그 먼 거리를 폭발적인 스피드로 돌파하며 골을 넣는 유지우 선수!] [이 모습을 본 모두가 동의할 겁니다! 이 선수는 월드 클래스입니다!]무려 70m가 넘는 거리를 돌파해서 만든 골에 애슈버턴 그로브를 뒤덮은 열기는 좀처럼 식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관중석 곳곳에서 휘날리는 태극기까지.
[유지우 선수를 보러 한국에서 온 팬들은 이 골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요!]여러 말이 필요 없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지우는 한국의 자랑이었으니까.
남은 시간은 10분.
아스날 2 – 1 맨체스터 시티.
하나 경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짝!
유지우는 손뼉을 강하게 쳤다.
“아직 안 끝났어! 수비할 준비해!”
방심해선 안 됐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눈빛은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유지우를 비롯한 아스날 선수들은 다시 한번 신발 끈을 조여 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