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19)
필드의 외계인-219화(219/404)
제219화
– 와아아아아아아!
스타디움이 아닌 거리 한복판에서 나온 함성.
그 함성이 시작된 곳은 이슬링턴 거리의 펍이었다.
“와, 내가 본 골 중 가장 멋진 골이야.”
“저런 골은 단순한 골이 아니야. 상대의 사기를 꺾어버리는 대단한 골이지.”
“유의 플레이는 보면 볼수록 마법을 부리는 거 같아.”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진이 저렇게 뚫리는 걸 본 적이 있어? 세계 최고의 드리블러가 와도 저건 못해! 유니깐 가능한 거라고!”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한 명 한 명이 월드클래스였다.
각 국가의 대표팀에 가도 에이스 위치에 있는 선수들.
그런 선수들을 제치고 넣은 골이라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크아–!”
맥주를 원샷한 팬 한 명이 유지우의 응원가를 부르자 펍을 비롯해 순식간에 이슬링턴 거리에는 유지우의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이게 우리 에이스야!”
“다 덤벼! 우리의 외계인이 한 방 먹여줄 테니까!”
“유–! 이대로 우승까지 가서 발롱도르 가져오자!”
“아스날 최초 발롱도르!!! 유가 가져와 줄 거야!”
에이스를 향한 자부심.
그건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다.
유지우가 아스날로 와서 보여준 퍼포먼스.
그로 인해 팬들과 신뢰 관계가 형성됐고 지금은.
– 유! 유! 유! 유! 유!
그들의 마음속, 절대적인 에이스가 되어 있었다.
아스날에 올 때만 해도 오버페이라는 말을 듣던 선수가.
“유를 데려온 건 아스날 보드진이 역사상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야!”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기까지.
TV 화면에 유지우의 얼굴이 잡히자 이슬링턴 거리는 다시 한번 들썩였다.
그렇게 그들은 응원가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 * *
[아스날 2 – 1 맨체스터 시티]균형이 깨지긴 했지만, 방심할 순 없었다.
상대는 맨체스터 시티.
1점 차이는 얼마든지 뒤집을 저력이 있는 클럽이었다.
그걸 증명하듯 그들의 공격은 잘 벼려진 창처럼 아스날의 방패에 금을 내려고 했다.
뻐—엉!
원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오스마르 토레스의 슈팅.
[디에고 로시가 돌파하다가 중앙으로! 율리안 쿠겔에게 노룩 패스를 내줍니다!] [율리안 쿠겔이 볼을 잡아놓은 뒤, 전방으로 스루패스를 찔러주고 그걸 오스마르 토레스가!!! 리암 베인스의 손끝에 맞으며 코너킥이 주어집니다!]원조 프리미어리그 도움왕 율리안 쿠겔의 패스.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이전에 프리미어리그 에이스 듀오로 불렸던 근본 넘치는 조합으로 골 사냥에 나섰다.
코너킥은 아쉽게 놓쳐버렸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다.
측면 플레이를 기본 틀로 정해놓고 중앙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특히 양쪽 윙포워드인 디에고 로시와 저메인 팔머의 중앙 이동이 잦았다.
투—웅!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모두가 이타적인 플레이에 능했기에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고.
[오스마르 토레스가 돌아서지만! 어깨를 먼저 집어넣는 데릭 레드먼드! 영리하게 수비에 성공합니다!]아스날은 철저하게 막아냈다.
호셉 과르디올라는 득점이 나올 듯 나오지 않는 걸 보며 라인에 서서 턱을 쓸었다.
“아스날이 압박하면 측면으로! 공간을 만들어! 빌드업부터 차분히!”
윌리엄 폴크와 데일 모리슨은 다시 한번 차분하게 빌드업을 만들었다.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려는 맨체스터 시티.
타다다다닷-!
그리고 그들의 패스가 향하는 곳은 디에고 로시였다.
[디에고 로시가 기습적으로 중앙으로 올라옵니다!]그는 중앙으로 나오면서도 끊임없이 고개를 들어 시야를 확보했다.
이게 디에고 로시의 장점이었다.
한 번이 아닌 두 번.
두 번이 아닌 세 번.
확실하게 머리에 이미지가 완성될 때까지 시야를 확보했다.
그리곤 머릿속에 입력된 선수들의 위치로 플레이를 만들었다.
투-욱!
공격을 막으려고 나오는 데릭 레드먼드의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는 과감함.
뻐-엉!
이어지는 압박에 바로 전방으로 찌르는 침착함.
[오스마르 토레스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흘러나옵니다! 볼은 아웃이 되지 않은 상황!!!] [디에고 로시가 안으로 들어오며 슈—웃!]마지막까지 볼에 시선을 떼지 않는 집요함.
삼박자가 고루 섞인 플레이의 끝은.
철렁.
[골…. 이 아닙니다! 옆 그물을 흔드는 디에고 로시의 슈팅!]아쉽게도 골이 아니었다.
옆 그물이 흔들리는 걸 본 디에고 로시는 머리를 감싸 쥐며 아쉬워했다.
[이게 들어갔으면 경기가 다시 원점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아스날의 육탄수비를 뚫어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정상 대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
10분.
아스날이 차분하게 수비하고 있다곤 해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풀백.’
왼쪽 풀백의 스튜어트 바슬리.
오른쪽 풀백 스티븐 하머.
이 두 선수는 아스날의 약점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이기도 했다.
당장 오늘 경기에서도 수비력은 괜찮았지만, 주력이 느려 반응이 늦은 그림이 몇 차례 나왔다.
[율리안 쿠겔이 왼쪽으로 길게 스루 패스를 찔러줍니다!]그 약점을 공략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중심은 디에고 로시였다.
퍼—억!
스티븐 하머는 아예 몸싸움으로 찍어 누르려고 했다.
체구에서도 스티븐 하머가 10cm는 더 컸기에 가능성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단단해.’
아르헨티나에서 구르다 온 디에고 로시의 몸은 단단한 바위같이 밀려나지 않았다.
살짝 균형을 잃었는데도 땅을 짚고 일어나며 볼을 향해 달렸다.
그가 보여주는 건 집념이었다.
단 한 골을 향한 간절함.
그걸 위해 중앙으로 올라왔고 율리안 쿠겔과 원투 패스로 수비진에 혼란을 줬다.
[디에고 로시! 디에고 로시—! 아스날의 진영을 흔든 뒤에 노룩으로 찔러주는 패스!]오른쪽으로 올라온 저메인 팔머는 디에고 로시의 패시를 받아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슈팅을 때렸고.
까—앙!
볼은 골키퍼의 손끝을 스치며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다.
그걸 데릭 레드먼드가 멀리 걷어내며 위험지역 밖으로 보냈다.
[와…. 공격에 실패하긴 했지만, 방금 디에고 로시의 플레이를 보셨습니까?] [전 무슨 짐승인 줄 알았습니다. 볼을 먹잇감처럼 놓아주지 않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관중석에 앉은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플레이에서 간절함이 보이자 몰입감이 더 생겨났다.
뻐—엉!
골을 넣기 위한 간절함.
골을 막기 위한 간절함.
서로 다른 간절함이 맞붙으며 생겨나는 긴장감은 보는 이들을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저건 반칙이잖아!”
“아–! 주심 눈이 있는 거냐고!”
점점 몰입하며.
“달리라고! 가만히 있지 마!”
“과감하게 때려! 아스날 수비를 끌어내야지!”
선수들과 동화되어갔다.
.
.
.
치열한 양상에서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는 건 맨체스터 시티였다.
후방 빌드업부터 차근히 쌓아 올리는 안정감 있는 플레이.
그들은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마테오! 올라온다!”
퍼—억!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거칠게 밀어붙이며 그들이 빌드업하는 걸 방해했고.
촤—악!
어느새 중앙으로 올라온 유지우가 윌리엄 폴크의 발아래에 있던 볼을 날카로운 태클로 쳐냈다.
[오오오오-! 유지우 선수의 협력수비! 수비 가담 범위가 넓습니다!] [저렇게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해준다면 맨체스터 시티가 쉽게 공격 전개하지 못하죠!]오늘 경기에서 모든 선수가 많은 활동량을 가져갔지만, 유지우는 차원이 달랐다.
‘…체력적으로 한계일 텐데도.’
이 말대로 유지우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뛰는 걸 멈추지 않았다.
유니폼은 엉망이 된 지 오래였고, 다리에 경련이 오는지 허벅지를 주무르는 행동도 많아졌다.
“…….”
시즌 초반부터 혹사 논란에 있던 선수가 이토록 죽을힘을 다해 뛰는 걸 보고 아스날 선수들은 더 이를 악물었다.
“뭣들 하는 거야! 유가 뛰는 거리를 줄여줘!”
퍼—억!
“쉬는 건 죽어서 쉬어도 되잖아!”
뻐—엉!
“무조건 막아!”
한 선수의 헌신이 경기 자체를 바꾸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그 드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에이스의 헌신.
이건 다리를 갈아서라도 이겨야 하는 이유로 충분했다.
* * *
90분.
추가 시간 4분에서도 3분이 지나가 1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
유지우의 헌신적인 플레이를 본 선수들은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도 무시한 채,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에게 달려들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려고 하는데요! 아스날의 역습이 끊기며! 맨체스터 시티에게 마지막 공격 기회가 찾아옵니다!]시간상 이게 마지막 공격일 수밖에 없었다.
윌리엄 폴크가 율리안 쿠겔에게 볼을 건넸다.
퍼—억!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부딪쳤지만, 율리안 쿠겔은 한발 빠르게 오른쪽에서 올라온 저메인 팔머에게 볼을 줬다.
“저메인!”
압박이 몰리는 사이, 저메인 팔머가 횡패스로 내준 볼.
그 볼을 향해 달려가는 건 디에고 로시였다.
오스마르 토레스가 수비수를 끌고 올라가 준 덕분에 생긴 공간.
“디에고를 막아!”
데릭 레드먼드의 외침에 레이턴 버틀란드가 허겁지겁 달려갔다.
뻐—엉!
그러나 그가 도달하기 전.
볼은 이미 디에고 로시의 영역 안으로 들어갔고, 그는 왼발로 오른쪽 구석으로 강슛을 때렸다.
까-앙!
[디에고 로시! 회심의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합니다!]힘이 들어간 나머지 아쉽게 골포스트를 맞고 튕긴 볼.
[아직 볼은 나가지 않았습니다! 리암 베인스가 넘어진 사이 오스마르 토레스의 쇄도오오오!]라인 아웃이 되지 않은 루즈볼 상황.
볼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오스마르 토레스는 몸을 날리며 다리를 뻗어보았지만.
뻐—엉!
그보다 먼저 데릭 레드먼드가 멀리 걷어내며 포효했다.
“으아아아아아!”
속에 담은 모든 걸 터트리는 포효는 애슈버턴 그로브를 뒤덮었다.
삐익-! 삐익-! 삐—-익!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정상 대전으로 높은 관심을 끈 경기의 승리 팀은 아스날입니다! 아스날이 맨체스터 시티를 2 – 1로 꺾으며 리그 12연승을 이어가며 리그 단독 1위로 올라섭니다!]애슈버턴 그로브에 모인 홈팬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기뻐했다.
“시티 녀석들 얼굴 좀 봐봐!”
“우리가 이겼다고!”
“하하-! 유가 있는 한! 너희들이 우리를 이길 일은 없어!”
“이 기세로 우승까지 가자–!”
취재진도 경기가 끝났음에도 여운이 가지 않았는지 한동안 멍하니 필드 위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는 장면이 포착됐다.
“카메라 돌려! 저쪽으로!”
바로 유지우와 디에고 로시의 만남이었다.
정상 대전을 빛낸 두 선수.
비록 승자와 패자로 나뉘었지만, 오래전부터 절친한 두 사람이 필드 한가운데서 만나는 장면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진짜…. 너는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 거야?”
“열심히?”
“미친놈.”
“하하, 고생했어. 마지막까지 불안했거든.”
“네가? 정말?”
“너라면 충분히 뒤집을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르헨티나에서부터 봐온 친구의 저력.
유지우는 디에고 로시를.
디에고 로시는 유지우를.
두 사람은 서로를 인정하고 있었고 웃으며 유니폼 교환을 했다.
“또 보자! 오늘은 졌지만, 다음에는 이겨서 리그 우승은 우리가 할 거니까 각오 단단히 해!”
“그건 끝까지 가봐야지. 기예르모도 있잖아.”
“아! 말이 나와서 말인데 기예르모가 국가대표 소집 전에 같이 저녁 먹자고 하던데 먹을 거지?”
“응, 시간이랑 장소 정해지면 연락 줘, 갈게.”
“그러면 가본다. 승리 축하해…. 기록 세운 것도.”
“기록?”
경기에 집중하느라 유지우가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이 전광판에 공개됐다.
< 지우 유, 프리미어리그 12경기 연속골 신기록 달성! >
이 기록이 공개되는 직후.
– 와아아아아아아!
관중석에서 폭발하는 함성이 들려온 동시에.
“유–!”
“이 자식! 대체 기록 몇 개를 갈아치우는 거야?”
“뭐 하고 있어! 다들 들어!”
아스날 선수들이 달려와 유지우를 헹가래 쳐줬다.
[그리고! 그리고! 리그 12경기 연속골! 제이미 바디의 11골을 넘어 역사를 새로이 썼습니다!]12경기 연속골 신기록.
깨지지 않을 것만 같던 기록이 깨지자 애슈버턴 그로브에 모인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멀리서 그걸 보는 디에고 로시는 부러우면서도 기뻐하는 눈빛을 한 채, 동료들에게 말했다.
“제 친구 진짜 대단하죠?”
“…인정하긴 싫지만, 인정.”
“저 녀석은 작년부터 대단했어.”
“얼마나 더 대단해질지.”
유지우를 칭찬하는 말이 나오자 디에고 로시의 어깨를 감싸는 팔 하나가 있었다.
오스마르 토레스였다.
“그래도 우리 에이스가 최고야! 그렇지?”
“당연한걸.”
“디에고한테 에이스 자리 빼앗겨서 슬퍼하던 사람은 어디 갔지?”
“내가 언제 슬퍼했다고!”
“아아-! 폭력은 범죄입니다!”
비록 졌지만,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분위기는 그렇게 침울하진 않았다.
일방적으로 당한 경기가 아닌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싸워 후련한 감정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디에고 로시는 필드를 떠나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다음에는 반드시 이기죠!”
이 경기가 끝이 아니었다.
엄밀히 따지면 기나긴 인연의 시작인 셈이었다.
그렇게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전 세계 축구팬들을 설레게 한 정상 대전.
그 승리는.
[ 아스날 2 – 1 맨체스터 시티.]외계인 유지우가 이끄는 아스날의 승리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