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21)
필드의 외계인-221화(221/404)
제221화
공항에서 인터뷰가 길어져 한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아직도 인터뷰는 힘드시죠?”
차명훈이 운전석에 앉아서 묻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축구 하는 것보다 더요.”
기자들을 만나는 것보다 축구 한 경기 더 뛰는 게 편한 것 같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앞으로는 이런 반응이 지우 선수가 가는 곳마다 이어질 겁니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네요.”
“하하하! 그만큼 지우 선수를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고 여겨주시면 됩니다.”
차는 고속도로를 타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쪽에 집을 새로 사서 그쪽으로 바로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아파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새집은 입구부터 보안이 철저해 보였다.
경비원들이 다섯 명이나 있었는데, 그들은 삼엄한 경계 속에서 내 얼굴을 확인하자 곧바로 통과시켜줬다.
“지우 선수, 내일 캠프에 합류할 때 모시러 오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요. 그러면 오늘은 푹 쉬세요.”
“네.”
입구까지 태워준 덕분에 편하게 집까지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전망을 볼 수 있게 했다더니, 예쁘긴 하네.
띵.
30층에 도착하자 문이 하나 나왔고 초인종을 누르자.
“짜잔!”
누나가 나왔다.
“…한 층을 전부 쓴다고 듣긴 했는데 엄청 넓네.”
“런던에 있는 집보다는 아니지 않아?”
런던 집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호텔에서 지내는 것보단 좋긴 하네.
“와.”
거실로 갔는데, 런던 집보다 좋은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꼭대기 층이라 전망이 좋다는 거였다.
“야경 죽이지?”
“어.”
“구경하고 밥 먹을래? 아니면 먹고 구경할래?”
“일단 씻은 뒤에 먹을게.”
“알았어, 그러면 구조부터 설명해줄게.”
누나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집 구조를 알려줬다.
2층 구조라 돌아다니는 것도 한참이었고 내가 지낼 방은 2층에 있는 방이었다.
“안에 화장실도 있으니까 샤워하고 나와~ 나랑 엄마는 음식 준비하고 있을게.”
“알았어.”
방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1층 주방으로 내려오자 기다란 식탁에 여러 음식이 올라와 있었다.
“우리 아들!”
와락-!
“피곤하지는 않아?”
“괜찮아요. 근데 뭘 이렇게 많이 준비하셨어요.”
“우리 아들 먹을 건데 이 정도도 부족하지.”
“아버지랑은 연락하셨죠?”
“응, 모레 들어온다고 하더라.”
“저 휴가니까 A매치 끝나면 어디 가까운데 바람이라도 쐬러 갔다가 와요. 일정은 다 누나보고 짜라고 하고.”
“나? 나 바빠!”
“레스토랑 이전 준비 다 삼촌이 하는데 누나가 뭐가 바빠, 맨날 다빈 누나랑 주현 누나 만나서 술만 먹는 사람이.”
“…엄마가 말했어요?”
“크, 크흠.”
“배신자!”
“시티가 아스날한테 졌다고 만취하는 딸은 내 딸이 아니란다.”
“그건!”
누나가 당황한 걸 보니, 놀리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어머니, 푸른색 심장을 가진 분은 두고 밥 먹을까요?”
“그러자, 푸른색 심장 가진 분은 또 술을 마시러 가겠지.”
“어머니, 저분한테 숙취해소제 좀 많이 사드려야겠어요.”
“응? 왜?”
“앞으로 술 먹는 날이 많아질 거 같아서요.”
“…아! 그렇겠네! 시티가 질 날이 많으니까! 내가 효과 좋은 걸로 구비해 놓을게.”
이 정도까지 놀리면 누나는 부들부들 떨며.
“으아아아아-!”
소리쳤다.
그렇게 억울하면 아스날 팬 하던가.
* * *
【 A매치를 위해 입국한 유지우. 】
【 협회 측, “유지우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기용할 것.” 】
【 대한민국 vs 중국 】
【 주앙 달루트, “유지우는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 그를 혹사시킬 생각은 없다.” 】
첫 번째 경기는 중국.
두 번째 경기는 요르단.
유지우는 그중에서 중국전에 출전하기로 했다.
– 갓지우가 아스날에서 대우받긴 하더라, A매치 종료되고 휴가까지 받고.
ㄴ 지금 아스날에 지우 없으면 난리 나긴 함.
ㄴ ㄹㅇㅋㅋ
ㄴ 이건 반박 불가지.
– 중국 애들이랑 첫 경기에 출전한다던데 맞아?ㄴ ㅇㅇ 중국전에 풀타임 출전.
ㄴ 요르단 경기는 쉬는 걸로 얘기됐다고 함.
ㄴ 중국 애들 미쳤던데.
ㄴ 실력이?
ㄴ 아니, 행복회로만 돌리고 있어, 자칭 제라르 레오 장징빈 ㅋㅋㅋㅋㅋㅋ
ㄴ 엌ㅋㅋㅋㅋㅋㅋ
– 한국이 아시아 최고라고 하니까 잔뜩 열받아서 뭐라고 지껄이던데.
ㄴ 그중에서 제일 웃긴 게 뭔지 알아?
ㄴ 뭐?
ㄴ 유지우의 뿌리는 우리 대국의 뿌리다. 그러니 중국 국적이다!
ㄴ ………?
ㄴ 그딴 개소리가 있었어?
ㄴ ㅋㅋㅋㅋㅋㅋ 다 자기들 거야 무슨.
ㄴ 사람까지 빼앗아 가려고?
ㄴ 이미 귀화로 사람 여럿 빼앗았잖아.
ㄴ ㄹㅇ 돈으로 찍어누르더라.
국민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할 때.
국가대표 캠프 훈련장.
뻐—엉!
그곳에는 선수들이 훈련에 한창이었다.
흘리는 땀이 잔디를 적시는 가운데, 훈련 세션이 끝나자 잠시 휴식이 주어졌다.
“선배님!”
이번 대표팀에는 새로운 얼굴도 있었다.
올림픽에서 호흡을 맞춘 막내, 강현오였다.
올림픽과 리그에서의 활약으로 대표팀에 뽑혀 대한민국 수비를 이끌 차세대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는 선수였다.
“거봐, 내가 너 국가대표에서 볼 거라고 했지?”
“선배님은 예언가이십니까?”
“헛소리는… 가서 훈련이나 해.”
“쉬는 시간이잖아요.”
“쉴 때도 스트레칭하면서 다음 훈련 준비해.”
유지우는 훈련 시간에는 본인에게 엄격했다.
훈련 중 쉬는 시간이라고 막 쉬지 않았다.
다음 훈련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 시간이라고 여기며 스트레칭을 하는 게 습관이었다.
“선배님은 언제 쉬세요?”
“훈련 끝나고.”
“…저 결심했습니다.”
“무슨?”
“앞으로 선배님의 패턴을 따라서 해보려고요! 그러면 저도 선배님처럼 유럽에서 활약할 수 있겠죠?”
강현오는 유럽 진출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래서 유럽에서 성공한 유지우를 롤모델로 삼아 노력하려고 했다.
“선배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
궁금한 걸 다 물어보고.
“아니지, 거기서는….”
유지우는 성심성의껏 대답해줬다.
“우리 에이스들께서는 뭐 하고 계십니까?”
그리고 차선호도 합류했다.
“형 왔어?”
“오셨습니까! 선배님!”
“우리 막내는 볼 때마다 아주 힘이 넘쳐!”
“그렇습니다!”
“지우도 이런 귀여운 맛이 있어야 하는데.”
“지우 선배님의 첫인상은 어떠셨습니까?”
“첫인상? 아주 얼음장같이 차가웠지.”
“그렇습니까?”
“그리고 또 말이야….”
“당사자가 있는 곳에서 이런 말 해도 돼?”
“내 좌우명이 앞에서 못 할 말 뒤에서도 하지 말 자라서.”
“아주 잘 나셨네.”
“내가 좀 잘 났지.”
이것이 훗날 대한민국을 이끌 세 선수의 시작점이었다.
* * *
경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각 팀 선수들이 인터뷰한 것이 보도됐다.
【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 “언제나 그랬듯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 】
【 중국 국가대표 감독, “이길 수 있는 수는 많이 준비해뒀다.” 】
평범한 인터뷰가 전부였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도 도발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존재했다.
중국이라는 커다란 나라.
그곳을 대표하는 에이스 장징빈이었다.
【 발렌시아 소속, 장징빈, “대한민국은 우리에게 패배할 것.” 】
자칭 아시아 최고라고 불리는 선수의 도발 인터뷰에 한국 선수들은 피식 웃었다.
“얘가 아시아 최고라고 하는 녀석이지?”
“그렇게 띄워주고 있더라.”
“클럽에서 출전도 못 하는 녀석이?”
“그 구단 구단주가 중국인이잖아. 그냥 유니폼 팔이용으로 영입한 거지.”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누던 선수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향했다.
“저 녀석이 있는데 아시아 최고? 어림도 없지.”
그들의 시선 끝.
그곳엔 유지우가 있었다.
“…뭘 그렇게 봐요?”
“TV에서만 보던 스타님을 영접하니, 이게 실화인가 싶어서요.”
“…농담이죠?”
“하하, 난 지우가 저렇게 당황한 표정 지을 때가 제일 재미있더라.”
“그러니까.”
유지우는 다가가기 어려운 스타 선수가 아니었다.
스스로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선수들은 유지우를 인정하면서도 가까워지고 싶어 했다.
“음료수 마실래?”
“선배님이 사주시는 거예요?”
“…주급을 제 연봉처럼 받으시는 분이 하실 말씀이 아니신 거 같은데요?”
“농담이에요.”
“됐어, 선배가 후배 사주는 게 당연하지. 너도 나중에 후배들 들어오면 먹을 거 많이 사주고 그래라.”
“그럴게요.”
선배들이 사준 음료수를 들고 같이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너는 의식도 안 돼? 너한테 도발적인 인터뷰를 한 녀석인데?”
“음,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요?”
“……..”
“어차피 경기하게 되면 다 밝혀질 사실인데.”
인터뷰를 도발적으로 하는 경우는 많았다.
그러나 그런 인터뷰를 한 선수 중, 유지우에게 이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긴 중국 국가대표팀이라고 이름만 그렇지, 까보면 귀화 선수들도 많더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부터 아프리카 선수까지…. 이건 다문화 국가대표팀이라고 해야 하겠지?”
중국 국가대표팀은 중국이라는 틀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그들은 전력 강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타 국가 선수들을 데려왔다.
‘정체성’.
이것을 잃어가면서까지 오로지 성적만 바라보는 무분별한 전력 채우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장징빈은 왜 그런 소리를 하면서까지 널 도발한 걸까?”
“글쎄요. 수비수로서 뚫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거겠죠.”
유지우가 한 말에 선배 두 명은 멀뚱멀뚱 쳐다봤다.
“…뭘 그렇게 보세요?”
“너 장징빈 누군지 모르지.”
“티 나요?”
“포지션을 모를 줄은…. 걔 공격수잖아.”
유지우는 수비수로 알고 있었지만, 장징빈은 스트라이커였다.
“아.”
“아?”
“솔직히 관심이 없어서 몰랐죠.”
“…하하, 너도 참.”
“이거 장징빈이 들었으면 도끼 들고 쫓아왔겠다.”
“그러면 열심히 도망가야죠.”
선배들은 그런 유지우의 태연한 태도를 보며 공통된 생각을 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주가를 올리는 녀석이 그런 녀석을 신경 쓸 리가 없긴 하지.’
중국 에이스 장징빈.
그가 어떤 선수인지 모르지만.
유지우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거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 * *
경기 하루 전.
컨디션 조절을 위해 오전 훈련이 끝난 후,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매일 인터뷰를 한 탓에 피로도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협회 측에서는 선수들을 배려하고자 정중하게 취재를 거절하려 했으나.
“하겠습니다.”
난 마냥 거절하지 않고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내가 하겠다고 말하자 기자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내일 경기에 대해서….”
자리를 잡고 쏟아지는 간단한 질문들에 대답을 해줬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모두가 주목하는 한 가지 질문이 나왔다.
“중국 에이스인 장징빈이 유지우 선수를 상대로 도발을 한 건 아십니까?”
“…….”
어제, 같은 방을 쓰는 현오가 알려준 인터뷰였다.
【 장징빈, “유지우? 아시아 최고의 자리는 내 자리라는 걸 내일 경기에서 증명해 보이겠다.” 】
그 기사를 보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무시했다.
“장징빈은 유지우 선수가 거품이 많이 낀 선수라고 얘기했습니다!”
그야말로 헛소리였다.
자칭 중국의 제라르 레오라고 하는 선수였으니까.
기자들은 대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내심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한 눈치였다.
그러다 문득.
저번에 선배들과 한 얘기가 떠올랐다.
“수비수로서 저를 막을 방법이 있나 보죠.”
그건 바로 포지션이었다.
난 정말 장징빈이 어떤 선수인지,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대표팀에 와서 알았으니까.
내가 한 도발이 제대로 통했는지 기자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1분이라는 시간 동안 침묵이 이어졌고 기자 중 한 명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저…. 유지우 선수. 장징빈 선수의 포지션은 공격수입니다.”
“아.”
“…….”
“그렇습니까?”
기자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봤고 난 여기서 쐐기를 박았다.
“예의상 좋은 말을 해주려고 했는데 솔직하게 말씀드려야겠네요. 사실 잘 모르는 선수입니다. 이름을 최근에 처음 들어봤거든요.”
도발에는 도발.
누굴 건드린 건지, 제대로 보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