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22)
필드의 외계인-222화(222/404)
제222화
【 유지우, “솔직히 어떤 선수인지 이번에 처음 들었다.” 】
이 인터뷰는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 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
– ……? 이렇게 말해도 돼?
– 뭐가 어때서? 솔직해서 좋기만 하다 ㅋㅋㅋㅋㅋㅋㅋ
– 원래 깡따꾸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ㄹㅇ 노빠꾸 인생이네.
– 에이스라면 저런 깡은 있어야 한다고 봄.
– 맞지, 그리고 말을 저렇게 해도 밉지 않음.
– 실력이 있으니까 ㅋㅋㅋㅋㅋ
– 프리미어리그 씹어먹는 선수가 굳이 저딴 선수 알 필요가 없긴 해.
– 속 시원한 답변.
– 장징빈 억울해서 이불킥하는 중?
– 저건 이불킥해도 이상하지 않지.
– ㄹㅇ 경기 전에 도발 인터뷰를 먼저 했잖아, 자기가 아시아의 왕이라면서.
– 지우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 중국 놈들 김치도 자기네들 거라면서 박박 우기더니, 지우도 원래 중국 국적이라는 개소리나 하고 앉아 있고.
– ㅁㅊ거지.
– 한국이 중국에게 지겠습니끄아아아아아!
– 자 승리 코인 탑승 갑니다.
– 대한민국에 갓지우가 있는 이상, 재산이 10조가 있더라도 중국에 1원도 못 거는 상황이죠.
– 중국 귀화 선수들은 중국화 된 지가 오래라… 뭐라도 해주려나?
– 해주겠냐? 지난번에 너튜브에 올라온 중국 국가대표 하이라이트 영상 보니까 개그 프로그램이 왜 망한지 알겠더라.
그 시각.
한국의 호텔에서 쉬고 있던 장징빈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졌고.
콰—앙!
“이 빌어먹을 놈이 감히 날 무시해?”
자존심이 강했던 그는 타격을 크게 입었다.
그는 먹고 있던 물잔을 바닥에 내리치며 분노를 표출했고, 룸메이트가 말리기 전까지 난동을 부렸다.
“…진정해.”
“진정하게 생겼어? 이 녀석이 우리나라를 무시한 거라고!”
그 말을 들은 선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가 아니라 널 무시한 거 같은데.’
장징빈은 중국 국가대표 내에서도 몇 없는 해외파라 귀한 취급을 받았지만.
안하무인이고 동료 선수들을 깔보는 것 때문에 에이스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동료 덕에 골 넣는 녀석이!”
동료들이 그 같은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장징빈.
그는 유지우를 그저 동료 덕을 보는 선수로 여겼다.
자신도 그런 선수들과 뛰면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자만심에 사로잡힌 채.
‘제발 조용히 좀 해라, 벌써 새벽이다. 새벽!’
* * *
【 나날이 높아지는 대한민국 축구의 인기! 】
【 암흑기에서 황금기로! 】
【 유지우 효과? A매치 2경기 전석 매진! 】
【 협회 측, “암매매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 】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이날 경기장에는 입구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많았다.
경기가 있기 일주일 전부터 티켓이 매진됐다고 하니 그럴 만도 했다.
“후우.”
취재 구역에서 카메라를 설치하던 촬영팀은 일찌감치 채워지는 관중석을 보며 놀랐다.
“힘들어?”
“괜찮습니다!”
베테랑 기자인 남승호는 이제 갓 20대 중반을 넘긴 김상철을 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김 기자는 이번 A매치가 첫 촬영이지?”
“네, 스포츠국으로 옮기고 배구랑 농구 취재만 다니다가 축구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러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야. TV에서 보던 거랑 현장에서 느끼는 건 차원이 다르니까.”
세팅을 마치고 근처를 둘러본 신참 김 기자는 눈에 들어오는 유니폼들을 보며 얘기했다.
“이제 보니 아스날 유니폼 입은 사람들도 많네요?”
유독 아스날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야 유지우 덕분이지. 한국에도 아스날 팬들이 많아졌잖아.”
“음지에 있던 구너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군요.”
이 말들처럼 그동안 암흑기를 거친 탓에 음지에 있던 구너들은 유지우 효과로 인해 이제 당당히 양지로 나올 수 있었다.
< 한국 축구 팬이라면 구너지! >
이런 밈이 돌 정도로 아스날의 인기는 그동안 한국 선수들이 뛰었던 어떤 클럽들보다도 높았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때였다.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
그 함성은 워밍업을 위해 필드로 나오는 한국 선수들을 위한 함성이었다.
“크으-!”
“갓지우만 조명 틀어줬냐? 왜 후광이 나오는 거 같지?”
“리얼, 혼자만 빛나네.”
“눈이 부셔서 보질 못하겠다.”
관중들의 기대감이 중압감으로 올 수도 있었지만, 유지우는 이미 그런 것에 적응이 되어 있었다.
삐—익!
코치의 휘슬에 맞춰 워밍업을 진행했다.
중구난방인 중국과 달리 한국은 체계적으로 움직이며 몸을 풀었다.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고 있자 왠지 모르게 듬직했다.
삐—익!
마무리 워밍업 휘슬이 울렸고 대부분 워밍업이 종료되자.
“잠깐 킥만 몇 번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유지우는 볼을 가지고 페널티 에어리에서 살짝 벗어난 쪽에 섰다.
까—앙!
그리곤 시작한 크로스바 맞추기.
까—앙!
까—앙!
까—앙!
일반적인 크로스바 챌린지가 아니었다.
유지우가 하는 건.
“…지금 쟤 크로스바랑 패스 주고받는 거지?”
크로스바를 맞춘 볼이 다시 자신의 앞으로 오게 하는 고난도의 플레이였다.
몸풀기가 아닌 묘기.
유지우는 워밍업 때부터 묘기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이건 수준이 달랐다.
마치 크로스바와 패스를 주고받는 기이한 모습.
한 번이 아니었다.
양발로 다섯 번을 연달아 한 뒤에 멈추자.
–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동안 보지 못했던 광경으로 충격에 휩싸여 잠시 멈춰있던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유지우는 갑작스러운 환호성에 깜짝 놀라며 어색하게 웃은 뒤, 손을 흔들어줬다.
[경기 전부터 관중석을 뜨겁게 달구는 유지우 선수!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선수답습니다!] [저런 볼 컨트롤 능력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유지우 선수가 유일하지 않을까요?]유지우의 묘기를 끝으로 모든 워밍업이 끝났다.
중국 선수들이 먼저 나간 뒤.
뒤이어 한국 선수들도 나갔다.
[선수들이 워밍업을 마치고 필드를 나가고 있습니다!]필드 밖으로 나온 유지우는.
“지우 선수!”
“화이팅 하세요!”
“오늘 꼭 이겨주세요!”
관중석 난간에 매달린 채, 환호하는 팬들의 응원에 정중히 인사를 했다.
“네! 그보다 위험하니까 난간에서 조금만 떨어져 주세요.”
팬들의 안전을 걱정하던 그는 어린아이가 유니폼을 요청하자 워밍업하던 저지를 벗어서 건네줬다.
“유니폼은 경기 끝나고 줄게, 알았지?”
“…정말요?”
“그럼, 약속할까?”
“네!”
“자.”
유지우는 아이가 내민 작은 손가락에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경기 끝나고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네에-!”
* * *
대한민국 vs 중국.
이 경기는 크게 주목받는 경기는 아니었다.
중국이 귀화 선수들이 있긴 해도 근본적인 전력 차이는 누가 봐도 대한민국이 월등했으니까.
‘한국이 무난하게 이기겠지.’
전문가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 경기가 뜨거워진 이유는 장징빈과 유지우의 인터뷰였다.
장징빈이 아시아의 최고 타이틀은 자기 거라고 한 걸 시작으로 유지우의 처음 보는 선수라는 인터뷰까지.
두 선수의 대결을 보려는 관심도가 높았다.
“집중하자!”
주장인 김기하의 말에 선수들은 터널에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터널로 들어온 중국 선수들과 나란히 섰다.
‘응?’
유지우는 옆에서 죽일 듯이 노려보는 시선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얘가 장징빈이구나.’
중국전을 준비하면서 영상으로 봤던 선수였다.
유지우는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전방을 봤다.
“야.”
유지우에게 말을 거는 선수는 장징빈이었다.
“내 말 안 들려?”
뭐라고 하는데 중국말이어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유지우는 영어로 말했다.
“타국 선수한테 중국어로 말해봤자 못 알아듣는 거 몰라?”
“…….”
“영어로 해.”
만국 공통어인 영어로 하라고 했는데 못 알아들었는지 멀뚱멀뚱 바라만 봤다.
“…영어도 못 해?”
이건 도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정말 궁금해서 한 말이었다.
아무리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해도 해외 1년 차가 넘으면 해외파들은 기본적인 대화 정도는 할 수 있는 게 상식인데 그것도 못 할 줄은 몰랐다.
“그러면 그냥 입 닫고 있어.”
유지우는 경기전부터 괜한 힘을 빼고 싶지 않아 무시했다.
옆에서 또 무슨 소리가 들렸지만.
어차피 못 알아들을 거 신경을 껐다.
스윽.
그리곤 에스코트 키즈의 귀를 막아줬다.
“넌 저런 어른 닮으면 안 된다?”
“네!”
유지우는 해맑은 아이의 웃음을 보고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터널을 지나 필드로 입장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쏟아지는 환호.
유지우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필드에 발을 내디뎠다.
곧이어 국가 연주, 선수들과 인사 후, 각자 포지션으로 가서 섰고.
대한민국 vs 중국.
삐—익!
경기가 시작됐다.
* * *
5분.
10분.
시간이 흐르면서 흐름을 잡은 건 대한민국이었다.
[중국이 압박을 강하게 시도하지만, 한국의 점유율이 더 높아집니다!] [빠르게 패스를 돌리며 중국의 라인을 끄집어내는 한국! 김기하 선수가 차분하게 경기를 이끌고 있습니다!]지난 A매치 후.
김기하는 유지우에게 주장 완장을 물려주기로 결심하고 많은 부담을 내려뒀다.
투—웅!
그러자 폼이 좋아졌다.
마치 그동안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덕분에 움직임이 가벼웠다.
[김기하 선수가 이번 시즌 K리그에서 도움 1위를 할 만큼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 은퇴할 시기라고 얘기가 많았는데! 그 비판을 정면으로 뚫고 나와 결과로서 아직 자신은 필드가 어울리는 선수라는 걸 증명했습니다!]대한민국 주장이라는 타이틀.
그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은 행보였다.
뻐—엉!
후방에서 전방으로 길게 뻗는 볼.
그 볼은 변화를 이끈 선수에게 향했다.
[길게 전방으로! 유지우 선수가 가슴 트래핑으로 안전하게 잡아놓지만! 뒤에서 강한 수비!]돌아서지 못하게 하려는 압박이었다.
그런데 유지우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몸싸움하는 유지우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뭐지?’
이거였다.
분명히 부딪치는 느낌은 낫지만,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가벼웠다.
그래서 안전하게 볼을 컨트롤 한 후.
툭.
발뒤꿈치로 압박하는 선수의 다리 사이로 볼을 빼냈다.
– 오오오오오오!
그리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는데.
꽉.
상대 선수가 유니폼을 잡아서 끌었다.
의도적으로 돌파를 못 하게 반칙하겠다는 거였지만.
타다다다닷-!
유지우는 밸런스를 유지하며 넘어지지 않았다.
넘어져서 반칙을 얻어도 됐지만, 그러기 싫었다.
‘자존심 상하지.’
중국 선수들 앞에서 넘어지는 모습은 조금도 보여주기 싫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발을 내디뎠고.
“으윽!”
그러자 유니폼을 붙잡은 선수가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렇게 놓친 유니폼.
유지우는 드리블을 시작하며 필드 위에 그림을 새겨넣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몸싸움도 유지우 선수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31-32시즌! 프리미어리그 돌파 1위에 빛나는 유지우 선수! 유럽 선수들도 못 막는 이 돌파를 중국 선수들이 어떻게 막을까요!]중국의 수비진이 유지우의 돌파로 인해 녹아내렸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화려한 개인기는 없었다.
폭발적인 가속도와 몇 번의 터치.
깔끔하게 제쳐내자 어느덧 유지우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가 골키퍼를 상대했다.
1 vs 1 상황.
유지우는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곤.
투—웅!
로빙슛을 시도했다.
볼은 골키퍼의 키를 넘어 비어있는 골대로 들어갔다.
철렁.
골키퍼를 포함해 무려 다섯 명을 허수아비로 만든 득점에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은 환호성으로 들썩였다.
– 와아아아!
중국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머리로는 차마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플레이에 어안이 벙벙했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
그저 골망이 흔들리는 걸 바라보는 것밖에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없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는 이 선수를 누가 막을 수나 있겠습니까!] [축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플레이! 이것이 프리미어리그의 황제이자 대한민국 에이스의 모습입니다!]유지우는 골을 넣은 뒤에 도발했던 장징빈을 바라봤다.
장징빈은 분노하며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유지우를 죽일 듯이 노려봤고 유지우는 가뿐히 무시했다.
‘너도 할 수 있으면 해봐.’
경기가 시작하고 12분 만에 나온 득점.
앞으로 나올 수많은 득점 중,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