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27)
필드의 외계인-227화(227/404)
제227화
리오넬 메시가 누구인가.
아르헨티나의 전설이자 발롱도르 최다 수상에 빛나는 레전드 축구선수였다.
< 신이 축구를 위해 내려준 선수 >
너튜브를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아직도 그의 영상이 떠돌 정도로 영향력은 여전했다.
“앙헬이랑 하비에르가 너 얘기를 항상 하더라고.”
세월이 흘러 영상에서 보던 모습과 달라지긴 했지만, 아우라라는 게 존재했다.
꿀꺽.
유지우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정말요?”
“만날 때마다 너에 관한 얘기가 빠지질 않아.”
앙헬 몰리야와 하비에르 카세로.
두 선수는 유지우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보카 주니어스에서 자기가 키웠다고 얘기할 정도로.
“보카에서 밥도 못 먹는 거 제가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어줬죠.”
앙헬 몰리야는 성공한 아들을 자랑하듯 유지우의 어깨에 팔을 올린 채 너스레를 떨었다.
유지우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와…. 하비랑 어색해서 그거 풀어준 게 누구였더라?”
“크흠!”
“그거 풀어준 게 너였어?”
리오넬 메시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유지우를 쳐다봤다.
“내가 대표팀에서 아무리 풀어주려고 해도 안 됐는데.”
“힘들었습니다.”
“이 두 녀석, 고집이 있잖아.”
“역시 잘 아시는군요! 그냥 서로 한발만 양보하면 되는 걸 가지고 자존심이 세요.”
그렇게 다 같이 합석했다.
리오넬 메시와 같이 온 건 아내였다.
그녀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눈 유지우 일행은,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던 중, 유지우는 넌지시 리오넬 메시에게 물었다.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응? 뭔데?”
리오넬 메시가 되묻자, 유지우는 긴장한 듯 물을 한 잔 마시며 얘기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려면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번쯤은 물어보고 싶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그곳에서 날아다닌 선수에게.
“음.”
리오넬 메시는 생각에 잠겼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을 때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1분 후.
생각이 정리됐는지 말했다.
“실력.”
나온 건 냉정한 답변이었다.
“운이니 뭐니해도 제일 필요한 건 역시 실력이지.”
스포츠에서 운이 따라준다는 말도 있었지만, 운은 어디까지나 이길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지 이기게 해주는 건 아니었다.
운이 기회를 만든다면.
실력은 그 기회를 승리로 만드는 거였다.
“그렇군요.”
“…짧은 대답인데도 납득한 표정이네?”
“예.”
“하하하! 듣던 대로 참 특이한 친구야.”
“감사합니다.”
“그래서, 네가 속한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 우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
리오넬 메시의 입에서 나온 얘기에 주변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앙헬 몰리야, 하비에르 카세로.
리오넬 메시와 같이 온 가족들까지도.
“네.”
유지우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자 리오넬 메시는 놀란 표정이었다.
보통은.
‘노력할 겁니다.’
‘최선을 다할 겁니다.’
‘모르죠.’
이런 대답이 나오는 게 일반적이었으니까.
그리고 뒤이어 이어지는 유지우의 말.
“아스날이 우승까지 갈 확률은 희박하다고 봐요. 하지만 출전하는 대회는 지든 이기든, 일단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게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리오넬 메시는 놀란 눈빛을 거두고 웃음을 지었다.
“…이야, 얘들 말대로 너 진짜 노장처럼 얘기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지 않나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중간한 목표로 탈락할 바에 우승을 목표로 하다가 탈락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니까.”
세계 최고에 올랐던 리오넬 메시 또한 그렇게 살아남은 거였다.
항상 목표를 최고로 설정해놓고.
“음, 우리 할 얘기가 더 있을 거 같은 데 내일도 만날래?”
“시간 괜찮으세요?”
“은퇴한 직후에는 여기저기서 찾아서 바쁘게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심심해.”
“그러면 좋습니다.”
“이거, 오랜만에 이야기할 친구가 생겼어. 흐흐흐.”
이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 * *
– 와아아아아아!
함성이 가득한 아스날의 홈, 애슈버턴 그로브.
그곳에선 리그 13라운드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아스날 vs 사우스햄튼.
필드 위에선 양 클럽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었다.
아스날은 연승을 위해서.
사우스햄튼은 하위권 탈출을 위해서.
서로 다른 목적이 경기를 한층 뜨겁게 만들었다.
퍼—억!
전력 차이가 나는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몸싸움은 거칠었다.
선수들의 신경전이 날카로웠다.
[사우스햄튼의 수비가 이렇게 견고했나요? 쉽게 뚫리지 않습니다!] [카드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전반전에만 옐로 카드 5장을 수집할 만큼 사우스햄튼이 치열한 수비를 펼칩니다!]그들은 죽기 살기로 수비했다.
표정에서도 드러났다.
뚫리면 죽는다.
이런 마인드로 그들은 아스날의 공세를 막아냈다.
견고한 수비로 인해 사우스햄튼의 역습이 살아났다.
타다다다닷-!
그들의 장점은 양 윙어들의 빠른 주력이었다.
크로스나 결정력 부재라는 약점이 있었으나,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한 끝에.
철렁.
사우스햄튼의 역습이 보기 좋게 성공했다.
[사우스햄튼—!!! 라이언 슈턴이 호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가릅니다!] [사우스햄튼이 애지중지하며 키운 에이스! 그가 현 리그 1위 아스날을 흔들고 있습니다!]하지만 아스날이 실점한다고 흔들리는 클럽이 아니었다.
그들은 침착하게 리듬을 이어갔다.
“뒤로 주고 넌 앞으로!”
툭.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만들자.”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후방에서 볼을 돌리며 타이밍을 살폈고 사우스햄튼이 라인을 올려 압박을 하자.
툭.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패스를 찔러줬다.
“잡아!”
사우스햄튼 선수들이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가만히 볼을 잡도록 할 리가 없었다.
‘크리스티안만 막으면 아스날의 공격력은 줄어들 거다.’
유지우가 없는 지금.
아스날의 공격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맡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를 막으면 된다는 생에 마크를 강하게 했다.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그리고 발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뻐—엉!
공간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기습적인 아웃프런트 스루패스가 나왔다.
– 오오오오오오!
필드 위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패스는 수비수 사이를 꿰뚫었다.
라인 브레이킹으로 들어가는 아드리안 로마오를 겨냥한 듯 보였다.
척.
“부심–!”
사우스햄튼 수비수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 오프사이드라고 어필했다.
[이건 오프사이드네요.]다른 사람들이 봐도 오프사이드라고 볼 수밖에 없는 위치.
사우스햄튼의 오프사이드 트랩이 절묘하게 먹힌 듯 보였다.
하지만.
멈칫.
아드리안 로마오는 패스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걸 어필하며 달리던 걸 멈췄다.
이 플레이에 자신의 영향력은 1%도 없다는 걸 어필했다.
그리고 흐른 볼은.
타다다다닷-!
왼쪽에서 쇄도하는 마틴 그라임스의 앞쪽 공간으로 향했다.
[마틴 그라임스입니다! 마틴 그라임스는 오프사이드가 아닙니다!]사우스햄튼은 그를 발견하고선 잽싸게 마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오며 타이밍이 늦었고.
툭.
마틴 그라임스는 거기서 한 번 더 속였다.
가만히 서 있던 아드리안 로마오가 오프사이드를 벗어나자 곧장 컷백을 줬고.
뻐—엉!
아드리안 로마오는 마틴 그라임스에게 신경을 쓰느라 골키퍼가 골대 왼쪽 포스트로 간 사이.
오른쪽 공간으로 강한 슈팅을 꽂아 넣었다.
철렁.
[아드리안 로마오와 마틴 그라임스의 호흡—! 아스날의 개와 고양이의 사이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Y.M.C.A라인이 한 선수가 없다고 제 기능을 못 할 리가 없죠! 에이스가 없지만, 여전한 위력! 아스날의 현재를 이끄는 선수들답습니다!]스코어는 1 – 1.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골과 어시스트를 한 두 선수는 세레머니 후에 진영으로 돌아갔다.
남들이 볼 때는 기뻐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하필 너한테 어시스트라니.”
정반대였다.
“흐흐, 이걸로 내기는 내가 이긴 건가?”
“뭐?”
“뭐긴 뭐야, 먼저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 만드는 사람이 시키는 거 다 하기로 했잖아. 일주일 동안.”
“젠장.”
“히히.”
마틴 그라임스는 4골 5어시스트로 9개.
아드리안 로마오는 6골 4어시스트로 10개.
두 사람의 내기는 아드리안 로마오의 승리였다.
“일주일 동안 잘 부탁한다. 노예야.”
그 말을 듣고 마틴 그라임스는 절망했다.
‘…유, 보고 싶어.’
이 순간 마틴 그라임스는 유지우가 너무나도 그리웠다.
그렇게 경기는.
아스날 4 – 1 사우스햄튼.
열받은 마틴 그라임스가 각성해선 해트트릭을 기록해 아스날의 대승이 만들어졌다.
“예~ 그렇게 해도 노예죠~”
아드리안 로마오의 놀림에 마틴 그라임스는 바들바들 떨면서도.
“네~ 저보다 득점 순위 낮은 주인님.”
반격을 멈추지 않았다.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마틴 그라임스가 득점 1개를 더 앞선 상황.
“노예야? 가서 물 좀 가져다줄래?”
그러거나 말거나, 아드리안 로마오는 내기에서 이긴 덕분에 마틴 그라임스를 잔뜩 부려 먹을 생각이었다.
“아, 제가 무려 해! 트! 트! 릭!을 한 덕분에 M.O.M에 뽑혀서 인터뷰해야 해서요. 알아서 드세요~ 주인님.”
말만 주인과 노예지.
이건 뭐.
개와 고양이 버전 2였다.
* * *
아스날이 연승을 이어갈 때.
아르헨티나에서 쉬던 유지우는 3일 연속으로 리오넬 메시와 만나 얘기를 나눴다.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면 복잡하기에, 두 사람은 룸이 있는 식당에서 자주 만났다.
“진짜요?”
“그렇다니까, 내 아들이 네 영상만 찾아보더라.”
“축구선수가 꿈이에요?”
“축구는 좋아하긴 하는데 아직은 모르겠어.”
급격하게 가까워지며 사소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
그렇게 대화를 하던 중.
리오넬 메시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아스날에서 축구하는 건 행복해?”
“왜요?”
“너를 원하는 팀이 많더라고. 원한다면, 추천해줄 수도 있지.”
“그런 거라면, 없습니다.”
“아쉽군.”
“전 아스날이 좋아요.”
“아스날이 잘해주나 보네?”
“네.”
“아 맞다. 주급이랑 옵션 포함해서 60만 파운드(한화 약 9억 6천만 원) 받는다고 했지?”
세부 옵션 조항이나 여러 가지를 따지면 유지우의 주급은 10억가량이었다.
“꼭 돈 때문이 아니에요.”
돈과 명예가 목적이었다면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네 마음, 내가 가장 잘 알지.”
“…그럴 리가요.”
“어쭈, 이제 친해졌다고 농담도 하고.”
“레오가 편하게 해줘서 그런 거죠.”
“볼수록 탐이 난단 말이야.”
“생각하시는 그 팀은 안 갑니다.”
“누가 뭐래?”
“눈빛이 뭐라고 하는 거 같은데요?”
밥도 어느덧 다 먹어갔다.
디저트가 나오자, 리오넬 메시는 넌지시 물었다.
“인기가 많아지면서 부담은 없고?”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경기에 대한 부담감은 항상 따라다녔다.
“없는 척을 할 뿐이에요.”
하지만 그걸 티를 내지 않았다.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스포츠에서 부담감은 떼어낼 수가 없어, 아무리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더라도 이기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스포츠의 세계는 오로지 승자와 패자로 구분됐다.
승자는 기억되지만, 패자는 기억되지 않는다.
리오넬 메시는 이런 섭리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부담감을 없앨 수는 없어, 그저 사로잡히지만 않으면 돼.”
“…잘 알죠.”
“대답이 왜 힘이 없어?”
유지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부담감에 사로잡히지 말라.
이건 꾸준하게 들은 말이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행동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담감이 점점 커졌다.
‘에이스.’
이 타이틀을 달고서부터.
“너.”
리오넬 메시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부담감에 사로잡히기 전 단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