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31)
필드의 외계인-231화(231/404)
제231화
리버풀은 상대 진영에서 압박하며 볼을 빼앗는 게겐 프레싱에 특화된 클럽이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발이 빠르고 몸싸움도 뛰어났다.
퍼—억!
그들은 강한 몸싸움으로 아스날을 흔들었다.
아스날은 순간적으로 흔들렸지만, 볼을 빼앗기지는 않았다.
– 오오오오오!
그들은 굳건하게 버티며 빈 곳으로 볼을 돌려 리버풀의 압박을 견뎌냈다.
지켜낸 볼이 향한 방향은.
탁.
유지우의 발아래였다.
[유지우 선수가 잡자마자 사방에서 압박이 들어갑니다.] [리버풀의 입장에선 유지우 선수를 봉쇄해야만 승리를 얻을 희망을 품을 수 있으니, 저런 압박은 모두가 예상한 부분이죠.]왼쪽 풀백 데일 바클리.
중앙 미드필더 곤살루 고메스.
이 두 선수의 압박은 유지우도 예상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인물이 튀어나왔다.
퍼—억!
“안녕?”
미드필더 자리까지 내려와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히카르지뉴였다.
[히카르지뉴까지 수비 가담! 리버풀이 유지우 선수를 막으려고 모든 수를 씁니다!]사방에서 들어오는 세 명의 압박.
약팀의 압박이라면 유지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겠지만, 리버풀은 약팀이 아니었다.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UEFA 챔피언스리그에도 영향력을 끼치는 강팀이었으니 말이다.
‘빠르다.’
틈을 발견한 것도 잠시.
틈새가 금방 메워지는 것을 본 유지우는 발바닥으로 볼을 끌며 지켜냈다.
“붙어!”
곤살루 고메스의 외침과 함께 세 선수가 동시에 달려들었지만, 유지우는 신기에 가까운 드리블로 볼을 지켜냈다.
[대단합니다! 저 압박 속에서도 볼을 지켜냅니다!]그는 수준급의 볼 간수 능력을 보여준 뒤.
투—웅!
후방에서 지원을 온 스티븐 하머에게 패스를 주며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리버풀 입장에선 볼을 빼앗지 못한 게 아쉽겠습니다!]해설위원의 말처럼 리버풀은 이 기습적인 압박으로 볼을 탈취하는 걸 목표로 했다.
데이브 시드웰 감독은 입술을 잘근 씹었다.
‘…볼 간수 능력이 저렇게 좋다고?’
유지우라는 인물을 떠올리면 저절로 떠오르는 수많은 장점.
그 속에는 볼 보호 능력 또한 있었다.
“스티븐! 다시!”
그러나 유지우는 쉬지 않고 움직였다.
측면에서 움직임이 막히니, 중앙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건 페이크 동작이었다.
유지우가 중앙으로 올라오자 그걸 뒤쫓고자 움직이는 곤살루 고메스와 히카르지뉴, 데일 바클리 또한 살짝 올라왔다.
뻐—엉!
그리고 그 틈에 오버래핑하는 스티븐 하머에게 준 힐패스.
리버풀의 측면이 보기 좋게 열렸다.
[스티븐 하머가 라인을 올리며 리버풀의 측면을 엽니다! 데일 바클리가 금방 따라갑니다!]그러나 데일 바클리가 충분히 커버 가능한 수준이었다.
‘고작 이런 걸 위해서?’
데일 바클리 또한 의문을 가졌다.
스티븐 하머는 크로스 능력은 있지만, 돌파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그래서 충분히 막아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위화감이 들었다.
‘아.’
그 위화감의 정체는 곧 밝혀졌다.
툭-!
[유지우 선수가 뒤따라오면서 볼을 잡습니다!] [뒤이어 마크하는 선수들도 쫓아오지만! 유지우 선수의 스피드를 따라잡기는 어렵죠!]측면을 흔들고 기회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리버풀의 수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제프리! 그 자식 죽여버려!”
센터백 제프리 루스는 유지우의 앞으로 순식간에 이동해선.
퍼—억!
어깨를 비집어 넣었다.
유지우는 강한 충돌에 몸이 휘청였으나 골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밀리면서 위치는 페널티 에어리어 밖.
슈팅이 가능한 공간이었기에 그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툭.
먼저 볼을 제프리 루스의 발이 닿지 않는 거리로 밀어놓은 뒤.
뻐—엉!
왼발 인프런트로 강하게 감았다.
시도한 슈팅이 왼쪽으로 크게 벗어났다.
하지만 곧.
스르르륵.
부메랑처럼 휘며 골포스트를 맞고 안으로 들어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안필드를 침묵으로 물들이는 유지우 선수—!] [리버풀은 이제 유지우 선수만 보면 벌벌 떨겠습니다!]아스날 원정 팬석에서 나오는 유지우의 응원가는 어느덧 안필드를 울리기 시작했다.
* * *
전반 45분은 금세 끝났다.
리버풀이 마지막까지 죽기 살기로 동점을 만들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수비와 골키퍼의 세이브로 간신히 1점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1점 리드를 가져온 건 잘했다. 하지만 여긴 적진 한복판이니까 끝까지 집중을 놓치면 안 돼.”
아스날 라커룸 안.
아스날은 불안한 1점 리드를 유지해 승리를 챙겨야 했다.
그들이 선제골을 넣은 후로 리버풀의 홈인 안필드 스타디움의 분위기가 살벌해진 만큼 그것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상대는 후반전에 우리를 더 흔들려고 할 거다. 그걸 주의하고 너희들이 하려는 플레이만 집중해서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폴 사르는 그 점을 주의시켰다.
간단한 전술 설명을 마친 그는 유지우를 짚으며 말했다.
“유, 저 녀석들이 네 스타일에 대비하고 있으니까 후반전에는 잘 살피다가 타이밍에 맞춰서 플레이 스타일 변화를 줘.”
“네.”
“크리스랑 스티븐은 유를 고립되지 않게 해주고.”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유에게 견제가 집중되면 마틴! 아드리안! 너희가 수비를 더 흔들어라! 리버풀 녀석들이 아예 정신도 못 차리게!”
“그런 거야 전문이죠.”
한편.
폴 사르가 전술 설명을 하고 있던 사이, 리버풀의 라커룸에선.
“다들 뭐 하는 거야?”
데이브 시드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하려는 수비 전술을 전혀 못 하고 있잖아.”
“…죄송합니다.”
“그런 말을 듣자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집중하라고! 집중을! 이대로 아스날한테 또 지면 우리가 우승할 가능성도 적어지잖아!”
리버풀은 32-33시즌에 들어서며 프리미어리그 팬들에게 박힌 인식이 있었다.
‘어차피 우승 경쟁은 시티랑 아스날이 할 텐데 리버풀은 불쌍해서 어떻게 하냐?’
‘자리를 찾아가는 거잖아.’
‘자리?’
‘리버풀은 중위권이 딱 맞아.’
‘아~’
리버풀은 두 클럽을 넘어서지 못할 거라는 인식이었다.
그것을 들은 데이브 시드웰은 상당히 열받아 있었다.
위르겐 클롭이 있을 때만큼은 리버풀이 그런 소리를 듣지 않았는데 자신 때문에 그런 소리를 듣는 것 같자 마음이 조급했다.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프리미어리그 팬들에게 보여줘야 했다.
리버풀은 아직 우승 후보라는 걸.
그리고 그것을 아스날을 이김으로써 증명하고자 했으나 그 계획이 부서지고 있었다.
“후반전에 반전을 노려야 한다. 데일!”
“네!”
“너의 역할이 중요해! 유를 완벽하게 막을 필요는 없어, 방해만 해! 그 녀석을 자유롭게만 두지 않으면 돼!”
“네.”
“녀석은 크로스를 선호하지 않아. 오히려 측면에서 상대하는 게 더 수비하기 쉬울 거다.”
“네, 해내겠습니다!”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데이브 시드웰 감독은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미소를 거두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아스날은 유만 견제한다고 무너지는 팀이 아니다. 그들은 단시간에 최고 수준까지 도달했고 한 명 한 명의 선수가 위협적이다.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겁게! 아스날을 무너트리고 우리의 자존심을 되찾자!”
리버풀 선수들은 의욕을 다잡으며 ‘네!’ 큰 소리로 대답한 후, 라커룸을 나섰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필드로 들어가자 쏟아지는 함성.
홈팬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날 수 있도록.
“가자—!”
리버풀은 정신 무장까지 완벽하게 했다.
* * *
삐–익!
후반전은 아스날의 킥오프로 시작됐다.
[1 – 0으로 리드를 가져간 아스날!] [뒤로 볼을 돌리며 공격적인 빌드업 대신에 안정적인 운영을 가져갑니다.] [골키퍼인 다비드 바르트라까지 가세한 후방 빌드업이 이번 경기에서 처음 선보이는데도 호흡이 정말 잘 맞습니다.]아스날이 후방 빌드업부터 만들려고 하자 리버풀은 라인을 바로 올려 게겐 프레싱을 시도했다.
툭.
툭.
툭.
아스날은 빠른 패스로 비어있는 곳으로 전개를 하고자 했지만, 리버풀은 몸을 날려 그것을 방해했다.
“멈추지 마!”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도!”
“볼을 빼앗는 거다!”
당장 쓰러져도 괜찮다.
아스날에게 한 방만 먹일 수 있다면.
이 마인드로 똘똘 뭉친 리버풀은 시작부터 아스날을 몰아붙였다.
“저것들 눈 돌아갔다! 패스 더 빠르게!”
아스날은 빈틈을 찾으려고 볼을 돌렸지만.
이 순간, 유지우의 눈에 팀의 문제점이 보였다.
“뒤로만 보내지 말고! 앞으로!”
리버풀의 압박을 벗어나고자 전진 패스가 아닌 백패스의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난 거였다.
‘…시작하자마자 기세로 찍어누르다니, 홈이라는 특수성을 제대로 이용하고 있어.’
이곳은 안필드 스타디움.
리버풀의 홈이니, 기세는 아스날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데이브 시드웰은 절묘하게 이용했다.
후반전 시작 직후.
변화한 전술로 인해 선수들이 살짝 호흡이 맞지 않는 틈을 노린 거였다.
– 오오오오오오!
늘어난 백패스의 비율로 인해 아스날은 고립됐고 유지우가 급하게 도와주러 가보았지만.
“…이런.”
볼을 헌납하고 말았다.
그것도 제일 위험한 지역에서.
[결국 리버풀의 강한 압박으로 아스날이 실책을 범합니다! 위험한 위치에서 볼을 빼앗기고 볼을 잡은 곤살루 고메스가 히카르지뉴에게!]히카르지뉴는 리버풀의 에이스로 급부상한 선수였다.
현란한 발기술과 날카로운 패스.
그로 인해 지금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뒤를 바짝 쫓아 리그 도움 2위에 올라 있었다.
스르르르륵.
볼을 발로 끌다가 돌파하려고 하자 마크하던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결단을 내렸다.
‘차라리.’
삐—익!
‘반칙으로 끊자.’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반칙으로 끊어내긴 했지만! 위험한 위치입니다! 이 거리라면 리버풀의 키커들이 충분히 넣을 거리인데요!]유지우는 마테오 크리스단테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잘했어.”
“후우, 반칙으로 끊어내긴 했지만…. 여전히 위험해.”
“저 녀석이 키커라면 더 그렇지.”
키커로 준비하는 건 히카르지뉴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어.”
“…막아보자.”
그렇게 수비벽을 세우며 막아보려고 했으나.
철렁.
히카르지뉴의 킥은 정교했다.
볼은 정확하게 아스날의 구석으로 날아갔고 다비드 바르트라가 손끝으로 건드렸으나 볼에 힘이 있어 궤적을 크게 달라지게 하지 못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안필드는 관중들의 함성으로 지진이 온 것처럼 흔들렸다.
* * *
1 – 1.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냥 원점으로 돌아간 게 아니었다.
– 리버풀! 리버풀! 리버풀!
아스날의 입장에선 기세를 완전히 빼앗기는 실점이었다.
“이대로 흐름이 넘어가면 위험해.”
폴 사르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분위기 반전을 시키지 못한 채, 끌려다녔다간 패배할 거라는 걸.
스윽.
그는 수신호를 보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 지시를 본 선수들은 곧바로 전술의 변화를 줬다.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스위칭 플레이로 혼란을.
그리고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후방에서 롱패스로 마틴 그라임스와 아드리안 로마오를 겨냥했다.
[계속해서 공격하는 아스날! 다시 리드를 가져오기 위해 라인을 올립니다!]아스날은 라인을 올렸다.
아스날의 공격 중심이 전반전에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였다면 후반전에는 유지우로 다시 변화됐다.
“유–!”
볼을 받으려고 하면 사각에서 계속 들어오는 압박.
심지어 카드를 두렵지 않은 반칙까지.
리버풀은 유지우를 잡기 위해 사활을 건 모습이었다.
“으아아아-!”
리버풀 선수들은 기합까지 내지르며 태클로 유지우의 돌파를 막아냈다.
[끈질기게 유지우 선수를 물고 늘어지는 리버풀! 오늘 아주 작정한 모습입니다!]리버풀은 에이스를 철저하게 마크했다.
유지우는 자신이 막히자 무리하지 않았다.
뻐—엉!
“사이드로! 공간 더 벌리자!”
침착하게 주변 상황을 인식하며 주변 선수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넓은 시야.
부드러운 볼 전환.
그로 인해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고집을 내려놓고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
그것을 본 데이브 시드웰은 혀를 내둘렀다.
‘정말…. 이렇게 탐이 나는 선수는 처음이야.’
상대 감독까지 매료시키는 플레이.
유지우의 플레이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가 공통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유가 아스날에 있는 한 아스날의 황금기는 끝나지 않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