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32)
필드의 외계인-232화(232/404)
제232화
이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은 비단 축구팬만이 아니었다.
관중석 곳곳엔 다른 클럽 관계자들은 물론 멀리 다른 나라에서 온 관계자들도 있었다.
“허어.”
경기를 지켜보던 인터밀란의 전력 분석관 마그넬리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때는 우리랑 제대로 한 게 아니었구나.”
인터밀란은 마르세유와 UEFA 챔피언스리그 C조 2위 다툼을 하는 중이라 어떻게든 다음 경기에서 아스날에게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했다.
그래서 마그넬리를 영국으로 보내 아스날의 경기를 살피게 한 것이었다.
‘빈틈이 전혀 보이질 않아. 우리랑 했던 1차전 때보다 경기력이 더 좋잖아.’
그는 분석을 위해 여러 경기를 찾아다닌 경험이 많아 한 경기만 봐도 견적을 낼 수 있었다.
이길 수 있는지, 아닌지.
지금의 아스날 플레이를 보니, 그의 판단은 전자에 더 가까워졌다.
“저런 강한 압박에도 플레이에 흔들림이 없습니다.”
옆에 있는 보조의 말에 마그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랑 경기할 때도 침착성이 유독 눈에 띄긴 했지.”
“…저런 선수를 아스날 홈에서 만나야 한다니.”
“그래서 걱정이야.”
“원정에서도 그렇게 했는데 홈이라면.”
그들의 표정에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미리 걱정한다고 사라지지 않을 테니, 경기에 집중해 조금이라도 약점이 될 부분을 찾는 데 주력해야 했다.
“또 유가 잡았습니다.”
옆에 있는 보조의 말에 마그넬리의 시선이 다시금 유지우를 향했다.
* * *
유지우는 잠시 볼을 돌리는 척하며 상대의 방심을 유발한 뒤.
타다다다닷-!
스텝 오버로 상대의 균형을 무너트리며 기습적인 돌파를 감행했다.
리버풀은 반칙으로라도 끊으려고 했으나 한 번 탄력이 붙은 유지우를 잡지 못했다.
퍼—억!
자리를 잡고 있던 데일 바클리가 몸을 부딪치며 멈춰 세우려고 했지만.
탓!
유지우는 땅을 짚고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다.
“…미친, 반응 살벌하네.”
무너진 밸런스에서 나온 폭발적인 가속도.
그리고 이어지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절묘한 공간 패스까지.
에이스 듀오라 불리는 두 선수의 호흡은 보는 이들의 입에서 저절로 감탄을 나오게 했다.
[아스날! 기회를 잡습니다! 에이스 듀오의 발끝에서 나온 찬스—! 유지우 선수가 측면을 열자 리버풀 수비진이 곧장 백업!]리버풀 수비진은 침착하게 유지우의 수를 예상했다.
‘들어오면서 컷백? 아니면 크로스?’
센터백 제프리 루스는 유지우의 움직임을 보면서 자세를 낮췄다.
어떤 경우의 수라도 대비하겠다는 자세였다.
‘돌파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유지우의 플레이를 보았을 때, 들어와서 컷백이나 직접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스윽.
제프리 루스는 유지우가 들어와도 본인이 반응해서 막을 수 있도록 간격을 좁혔다.
투—웅!
‘아.’
그러나 그의 예측은 틀렸다.
유지우는 돌파하지 않고 크로스를 올렸다.
[유지우 선수가 가만히 서서! 가볍게 올린 크로스! 제프리 루스의 키를 넘기며 문전 앞으로!]크로스의 궤적은 높았다.
아드리안 로마오가 침투하는 척, 수비수들을 속였고 그사이에 반대 사이드에서 마틴 그라임스가 날아올랐다.
“마틴-! 때려 넣어!”
전술 훈련에서 몇 번이나 연습했던 장면.
그래서 물 흐르듯 전개가 됐고.
[마틴 그라임스의 발리-!]마틴 그라임스는 리버풀의 수비가 붙기 전, 공중에 있는 볼을 그대로 발등에 얹었다.
뻐—엉!
워낙 빠른 템포로 이뤄진 슈팅이라 골키퍼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굳었는데.
“아아….”
볼은 니어 포스트를 벗어나며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너무 힘이 들어간 나머지 볼이 뜨고 말았습니다! 저럴 때는 조금 더 볼을 누르듯이 차야죠!] [아쉽습니다! 정말 아쉬운 기회를 날리는 아스날! 마틴 그라임스는 아쉬운 나머지 허공을 보며 소리칩니다!]* * *
[히카르지뉴! 히카르지뉴! 몰고 가다가! 그대로 슈우우우우웃!]까–앙!
[골대를 맞고 나온 볼을 다비드 바르트라가 안전하게 잡습니다!]양 클럽은 사이좋게 나란히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선수들은 1 – 1 균형을 깨고자 필드를 누볐고 그렇게 70분이 흘러갔다.
남은 시간은 20분.
이 시점이라면 한 골로 승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무방했다.
“제발! 제발!”
양 클럽 팬들은 자기 선수들이 먼저 골을 넣길 간절히 기도했다.
응원가는 경기 초반보다 더욱 커졌고, 안필드 스타디움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유.”
“왜?”
잠시 볼이 나간 사이.
히카르지뉴는 근처에 있던 유지우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이번에는 좀 양보하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
“근데 왜 말해?”
“네 집중 흐트러트리려고.”
“저기 공.”
“아! 어디!”
“…그런 말 할 시간에 너나 집중해. 그러다가 당한다?”
짧은 대화 후에 경기가 재개됐다.
아스날이 기회를 만드는 것도 잠시.
리버풀 쪽에서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히카르지뉴의 스루패스를 받고 들어가던 디디에 모페에게.
촤—악!
레이턴 버트란드가 태클을 하다가 실수로 발을 걸어버린 거였다.
그것도 페널티 에어라인 안에서.
삐—익!
[아아아-! 레이턴 버트란드의 발이 깊었습니다! 디디에 모페가 걸려 넘어지며! 그대로 페널티킥!] [위험합니다! 아스날에겐 최악의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아! 레이턴 버트란드가 오심이라며 항의하는군요. 주심이 VAR을 체크합니다!]잠시 후, 주심의 판정은.
척.
원심과 달라지지 않았다.
[페널티킥입니다—! 72분에 리버풀에게 뼈아픈 기회를 내주게 됩니다!]레이턴 버트란드는 죄인이 된 표정을 지었다.
데릭 레드먼드는 그런 그에게 다가가 등을 강하게 쳤다.
“표정이 왜 그래? 넌 다비드 못 믿어?”
“그게 아니라….”
“실수했으면 그걸 덮어버릴 활약을 하면 돼.”
“…….”
“경기는 아직 안 끝났어, 끝까지 집중력 놓치지 마.”
이걸로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주는 거였다.
데릭 레드먼드도 숱하게 해온 경험.
그렇기에 그는 레이턴 버트란드가 어떤 기분인지 잘 알았다.
위로를 받은 레이턴 버트란드는 주먹을 꽉 쥐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수비할 준비를 해야 했으니까.
“다비드-! 힘내!”
그렇게 준비되는 페널티킥.
키커는 리버풀의 골잡이 디디에 모페였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들리자 디디에 모페는 천천히 발을 뗐다.
다비드 바르트라는 온 신경을 디디에 모페에게 쏟았다.
몸이 오픈된 방향.
발을 딛는 방향.
그리고 시선이 어디로 향해있는지.
찰나의 순간.
그것을 본 다비드 바르트라는 몸을 날렸다.
틱.
왼쪽 구석으로 오는 슈팅을 손끝으로 건드리며.
까—앙!
다비드 바르트라는 간신히 볼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고, 데릭 레드먼드는 흘러나온 볼을 재빨리 사이드 라인으로 내보냈다.
– 와아아아아아!
[엄청난 선방!!! 다비드 바르트라가 아스날을 위기에서 살려냈습니다!] [이러면 리버풀이 잡으려던 기세가 아스날로 넘어올 가능성이 큽니다!]이건 아스날로 흐름을 가져올 중요한 선방이었다.
* * *
유지우는 티에리 앙리가 알려준 대로 돌파와 크로스를 적절히 섞었다.
뻐—엉!
리버풀이 주의하는 건 크로스가 아닌 돌파였다.
지난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유지우의 플레이 스타일은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 그는 크로스 플레이보다 돌파를 선호하는 선수였으니까.
‘유의 돌파, 그리고 패스를 막아라.’
감독도 그렇게 생각할 만큼 유지우의 돌파는 이미 모든 팀이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버풀 선수들은 작년 시즌.
유지우에게 돌파당한 경험이 몸속 깊이 새겨져 있었다.
“집중해!”
유지우가 볼을 잡자 리버풀 수비진은 일제히 긴장했다.
볼을 잡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선수.
그게 바로 유지우였으니까.
“무조건 두 명 이상! 여유 있다면 세 명!”
유지우는 발등으로 볼을 살살 밀며 플리플랩을 한 뒤, 중앙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온다!’
리버풀이 돌파를 주의해 중앙으로 가는 사이, 측면이 벌어지자 유지우는 급방향 전환을 했다.
그는 중앙이 아닌 측면으로 들어갔다.
중앙에만 집중하던 리버풀 선수들은 한 박자 늦어 유지우를 쫓는 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유지우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압박을 따돌렸다.
[오른쪽 측면을 연 유지우 선수! 데일 바클리가 쫓아가 보지만! 따라잡지 못합니다!] [저렇게 볼을 멀리 차 놓고 달리면 유지우 선수를 잡을 선수가 없죠!]폭발적인 가속도로 공간을 연 유지우는 압박이 붙기 전, 노마크로 크로스를 올렸다.
스르르르륵.
마치 표적을 정해놓은 것처럼 정확하게 날아가는 크로스는.
다이빙 헤더를 시도하는 아드리안 로마오의 머리를 정확하게 맞췄다.
[와아아아-! 이걸 마무리 짓는 아드리안 로마오! 정말 골에 관해서는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선수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저 압박상황을 뚫고 나와 다이빙 헤딩! 그리고 유지우 선수의 깔끔한 크로스까지! 아스날이 안필드의 열기를 차갑게 만듭니다!]균형이 깨지자 아드리안 로마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며 포효했다.
“으아아아-! 내가 아드리안 로마오다! 이것들아!”
리버풀 팬들의 눈에서 나오는 살기.
그것을 본 유지우는 잽싸게 아드리안 로마오의 입을 막았다.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요. 여길 아스날 무덤으로 만들고 싶어요?”
“유, 저런 멍청이는 그냥 확 돌 맞아 죽게 놔버려.”
마틴 그라임스는 이 기회에 아드리안 로마오가 죽길(?)기원했고.
“…난 이만 진영으로 돌아갈게.”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기쁘긴 했지만 리버풀 팬들이 내뿜는 분노에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Y.M.C.A.
한곳에 모인 네 명의 선수를 카메라들은 빠르게 담아냈다.
아스날의 현재이자 미래인 선수들.
그들에게 리버풀이 쌓은 성은 무너졌다.
* * *
남은 시간은 5분.
리버풀은 동점을 만들기 위해 총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에 맞서 우리는 촘촘한 수비진을 구성하며 리버풀의 공세를 막아냈다.
최후방에선 다비드 바르트라와 수비수들이.
“유, 넌 내려오지 마!”
후방에선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유–!!! 사이드만 체크 해!”
전방에선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믿음직한 선수들이 내 앞뒤를 커버해줬다.
촤—악!
[마테오 크리스단테-! 아스날의 후방을 든든하게 지켜줍니다!] [정말 태클 수준이 높습니다! 뛰어난 주력과 몸싸움! 그리고 과감함까지! 왜 폴 사르 감독이 마테오 크리스단테를 주전으로 기용하는지 알 수 있게끔 해주는 장면입니다!]잠시 볼이 나갈 때, 데릭 레드먼드는 오른쪽 최후방까지 내려와 수비한 나에게 말했다.
“뒤는 우리한테 맡기고 넌 라인 올려서 저 자식들한테 위협만 가해!”
서로 발전하려는 선수들의 모습.
그리고 굳이 내가 중심이 되지 않더라도 흘러가는 경기.
뭔가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야 리오넬 메시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을 희생하는 게 아닌, 함께 나아가는 것, 그게 리더가 갖춰야 할 마인드야.’
이 말의 뜻이 조금씩 와닿았다.
내 곁을 지켜주는 믿음직한 선수들을 보면서.
* * *
삐익-! 삐익-! 삐—-익!
[아스날이 리버풀을 상대로 2 – 1 승리를 거두며 무패 행진을 이어갑니다!] [리버풀로서는 뼈아픈 패배겠어요. 우승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아스날을 이겨 흐름을 탔어야 했는데 실패했습니다.]안필드 스타디움.
홈팬들은 분노를 토해내며 경기장을 나갔다.
히카르지뉴는 유지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또 졌네.”
“우리도 위험했어.”
“너 크로스만 막았으면.”
“그러면 돌파하지.”
“…얄미운 놈.”
“디에고랑 기예르모하곤 만났어?”
“만나서 얘기했지.”
브라질 리그 출신이긴 하지만 같은 남미 국적의 선수라 디에고 로시, 기예르모 다린과도 친분이 있었다.
“다음에 보자.”
유니폼 교환을 하며 헤어졌다.
경기장을 나가던 데이브 시드웰 감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준비는 완벽했다.’
아스날전을 준비하면서 제대로 잔 시간도 없었다.
다른 클럽을 분석하는 것의 배는 되는 노력을 기울였으니까.
그런데도 패배를 하자 허무했다.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코치진들도 데이브 시드웰 감독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이 경기를 준비했는지 알기에 섣부르게 말을 하지 못했다.
‘이 모든 건.’
아스날의 10번, 에이스 유지우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돌파가 아닌 크로스가 주가 된 플레이.
제대로 한 방 먹은 셈이었다.
“…가지.”
그는 경기장을 쓸쓸히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