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33)
필드의 외계인-233화(233/404)
제233화
【 아스날의 무패 행진은 언제까지? 】
【 아스날 팬 일동, “03-04시즌의 때가 떠오른다.” 】
리버풀과의 리그 16라운드가 종료되면서 아스날은 무패 우승을 향한 희망을 품었다.
“흐하하하-!”
이 승리에 가장 기뻐하는 건 아스날의 라에드 알 라샤이디 구단주였다.
잘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이 정도일 거라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직원들도 입가가 귀에 걸렸습니다.”
회의장 안, 보드진들 또한 얼굴이 밝았다.
“그래요?”
“스폰하겠다는 기업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아스날이 2시즌 연속 승승장구하는 기세를 보이자 스폰서쉽 문의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아! 그것도 있었죠. 어떻게 진행 중입니까?”
대답을 한 건 홍보이사였다.
“내부 검토 중이입니다. 내용을 정리한 후에 내일 오후 3시에 보고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곳은 싹 쳐내요.”
“예.”
“그리고 웨이버 기업도 있습니까?”
회장의 입에서 나온 기업의 이름에 회의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침묵을 깨고 재무 이사가 말했다.
“…있습니다.”
콰—앙!
“절대 받아주지 마세요.”
회장의 말에 다들 동의했다.
그도 그럴게 웨이버 기업은 아스날이 가장 힘들 때, 손을 놓아버린 곳이었다.
“이미 그쪽에 제일 먼저 거절 메일을 보냈습니다.”
“고작 메일로 되겠어요? 전화해서 욕이라도 퍼부어요!”
가장 힘들 때 도와준 이들에게는 관대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에게는 냉정해야 했다.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후우.”
“아, 그리고 스폰서들의 입장에선 유가 자신들의 물품을 쓰는 걸 1순위 조건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유에게도 개인 스폰서가 있었죠? 어디죠?”
“코리안 스포츠라는 기업입니다.”
“유가 그 물품들을 쓰고 있죠?”
“네, 그래서 조심스럽습니다.”
구단의 계약으로 선수의 개인 스폰서를 껄끄럽게 만들어선 안 됐다.
특히나 유지우가 어떤 선수인가.
아스날의 황금기를 만들고 이끄는 선수이자 팬들 지지율이 압도적 1위인 선수였다.
그런 선수와 괜한 마찰을 빚는 건 구단으로서도 마이너스 요소였다.
“유의 스폰서 물품과 겹치지 않는 것에서 지원받아보는 방향으로 얘기를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이미 그렇게 얘기를 해봤지만, 일상 용품보다는 경기 중에 노출되는 걸 원하는 터라….”
곰곰이 생각하던 라에드 알 라샤이디는 손을 저었다.
“선수들 개인 스폰서들도 있는데 그 부분은 부담을 줘선 안 되겠죠. 무리해서 경기 중 착장을 부탁하는 곳이면 쳐내요. 손해를 보는 곳은 제가 메꾸면 되니까.”
아스날은 회장의 막대한 지원으로 재정이 여유로웠다.
그래서 무리해서 스폰서랑 인연을 맺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클럽과 스폰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선수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아스날에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 * *
프리미어리그 커뮤니티 사이트.
타 클럽 팬들 모두가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이라 하루에도 적게는 수백 개, 많게는 수천 개의 글이 올라왔다.
[아스날의 승률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쟤네들은 단체로 미친 게 분명해, 어떻게 저런 스쿼드로 이게 가능해?] [공격진은 세계적인 레벨이라고 해도 풀백들은 그에 미치지 못하잖아.] [미드진도 크리스티안 페레스랑 마테오 크리스단테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위협적인 선수는 없어, 그나마 다니 아라우호 정도?]아스날의 무패 행진.
이것은 아스날 팬들의 기쁨이었지만, 다른 클럽 팬들에겐 절망적인 일이었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제발 아스날의 무패 행진 좀 끊어!]그들은 아스날의 무패 행진을 끊으려고 혈안이었다.
그냥 우승도 아닌 무패 우승.
그것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흐음.”
높은 관심이 쏟아지는 데도 폴 사르는 냉정함을 유지했다.
계속되는 승리 소식으로 춤을 추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가능성이 없진 않아…. 하지만 리그랑 병행하면 그만한 체력 소모가 있을 거고.’
그의 걱정은 선수들의 체력이었다.
지금이야 아직 큰 문제 없이 적절한 로테이션으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후반기에 가면 순위 경쟁이 치열해질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선수들의 체력 소모도 지금보다 배는 될 거라고 예상이 됐다.
“감독님, 과감하게 생각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과감하게?”
“리그, 챔피언스리그, FA 컵이 다 중요합니다. 우리도 모든 대회를 우승할 전력이 있는 클럽이 됐고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한 번에 다 노리기엔 위험부담이 큽니다.”
대니 수석 코치의 말은 하나만 집중하면 충분히 우승할 여력이 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간 다 놓칠 걸 우려를 해서 하는 말이었다.
“나도 자네의 뜻을 잘 알아.”
“…….”
“그래서 고민 중인 거고.”
“그렇군요.”
“아직 답을 줄 순 없지만, 최선의 방안을 생각 중이야.”
대니 수석 코치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
폴 사르의 눈빛.
그 눈빛은 예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최고의 황금기를 보내게 했을 때의 눈빛이었으니까.
‘저렇게 집중하면 감독님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수를 생각하시곤 했지.’
씩.
‘믿자, 내가 선택한 보스를.’
* * *
11월 일정이 지난 후, 12월 2일.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리그 1위의 아스날.
리그 5위의 토트넘.
프리미어리그 팬들이 주목하는 북런던 더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 32-33시즌 북런던 더비! 】
【 토트넘 스타디움에 모인 수많은 관중! 】
【 토트넘 팬 일동, “아스날에게 지옥을!” 】
【 토트넘, 과연 아스날의 무패 행진을 막아낼 수 있을까? 】
런던에서 가장 뜨거운 경기 날이 밝아왔다.
경기를 앞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하얀 물결이 요동쳤다.
“저것들 다 박살 내!”
“작년의 치욕을 갚아줘!”
“북런던의 주인은 토트넘이다! 이 개보다도 못한 놈들아!”
“우리 안방에 마음대로 와서 주인행세를 해? 개도 자기 주인은 안 문다!”
토트넘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
아스날 팬들도 목소리를 높이지만, 토트넘의 홈에서 토트넘의 목소리를 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 와아아아아아아!
곧이어 양 클럽 선수들이 터널을 지나 필드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
토트넘 홋스퍼 팬들은 아스날의 선발진을 보고서 순간 멈칫했다.
“…유는?”
“크리스티안도 없어.”
“마테오도 없잖아.”
“저것들 설마….”
그리고 그들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성스러운 북런던 더비를 겨우 쉬어가는 경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스날이 본인들을 무시한다고.
그게 서서히 퍼지며 토트넘 팬들은 분노를 토했다.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은 물론 물건을 던지려는 팬들도 있었다.
일제히 일어나는 소동.
그에 반해 폴 사르는 미동도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대니 수석 코치는 주변 분위기를 읽고 고개를 저었다.
“…역시나 이런 반응이네요.”
“예상했잖아?”
“예상한 것보다 거세서요.”
북런던 더비가 어떤 더비인가.
양 클럽의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라 역사가 걸린 더비였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겨야 하는 경기.
그 경기에서 1.5군이 아닌 2군 수준의 선수들을 내보낸 건 어떻게 보면 도발로 보일 수 있었다.
“누가 지겠다고 했나?”
“…….”
“언젠가 무패 행진이 멈추겠지만, 그전까지 난 최선을 다해서 모든 경기에서 이길 생각이야.”
북런던 더비를 준비하면서 폴 사르가 어떤 생각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불안했다.
‘제발 잘 풀리길.’
전력으로 나온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하기엔 아스날의 로테이션 자원의 전력은 비교적 떨어지니까.
삐—익!
그렇게 경기가 시작됐다.
* * *
선발 라인업만 보면 1군 전부를 내보낸 토트넘 홋스퍼가 우위였다.
더구나 이곳은 토트넘의 텃밭.
그렇기에 초반은 아스날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10분.
20분.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스날은 안정감을 찾아갔다.
“천천히.”
메이슨 가벗 – 솔 테일러.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는 두 홀딩 미드필더의 안정감이 눈에 띄었다.
“메이슨, 다시.”
“솔, 저 자식들 아주 죽기 살기로 덤비는데?”
“우리는 우리가 준비한 것만 하자.”
“알았어.”
후방에서 차근하게 이어지는 빌드업.
이건 평소에 폴 사르가 강조하던 공격적 빌드업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아스날이 평소랑 다르게 운영하는군요.] [오늘은 후방 빌드업부터 착실하게 이어가며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토트넘 홋스퍼는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아스날을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아스날은 짧은 패스로 위기를 벗어났다.
“뒤가 아닌 앞으로!”
로테이션으로 벤치만 달구던 그들은 의욕에 불탔다.
이번 경기로 인해 다시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폴 사르가 노린 것이 이거였다.
가뜩이나 출전 수가 적어 불만이었던 선수들을 가장 치열한 북런던 더비에 내보내는 것.
그러면서 선수들이 의욕을 불태우는 것까지.
그는 모든 것을 생각했다.
“백패스 비율을 줄여! 저 녀석들이 원하는 건 우리가 뒤로 볼을 돌리면서 실수하는 거니까!”
폴 사르는 라인에 서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토트넘이 변화를 주면 거기에 맞춰 변화를 주고 선수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뻐—엉!
토트넘도 만반의 준비를 해와서 그런지 유효 슈팅의 숫자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슈팅은.
– 오오오오오!
다비드 바르트라의 앞에서 멈췄다.
[아스날의 새로운 수문장! 다비드 바르트라! 저번 리버풀전에 이어서 또다시 선발 출장인데 엄청난 선방을 보여줍니다!]만일 다비드 바르트라가 없었다면 이미 두 골 차이로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토트넘은 측면을 위주로 날카로운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0 – 0으로 끝낸 전반.
삐—익!
다시금 시작되는 후반전.
퍼—억!
북런던 더비답게 선수들의 충돌은 애교였다.
가끔 신경전이 벌어졌지만, 주심이 휘슬을 잘 불지 않는 스타일이라 감정이 골은 더 깊어졌다.
“이게 반칙이 아니면 뭐가 반칙이죠?”
“다니! 흥분 가라앉혀.”
“분명히 발목으로 들어왔다고요!”
그렇게 팽팽히 유지되던 균형이 깨진 건 64분쯤이었다.
토트넘 홋스퍼의 자랑인 ‘제 – 유 – 스’ 라인이 끝내 득점을 만들어냈다.
[스티븐 드나예르가 왼쪽 측면에서 돌파로 들어오다가 수비 틈새로 넣어준 패스! 그리고 그걸 제이미 포든이 득점으로 연결합니다!] [이것이 토트넘 홋스퍼의 자랑! 제 – 유 – 스의 제 – 스! 라인입니다!]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드디어 아스날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 * *
[아스날 0 – 1 토트넘 홋스퍼]이걸로 조급해지는 건 아스날이었다.
하지만 폴 사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적절한 교체로 흐름을 반전시키려고 했지만, Y.M.C.A라인을 전혀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멍청한 폴! 어째서 지고 있는데도 안 내보는 거야?”
아스날 팬 입장에서도 의아한 장면이었다.
남은 시간은 30분.
만약 Y.M.C.A라인 중 일부만 가동해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 답답해 죽겠네!”
“토트넘 녀석들한테 질 순 없다고!”
“폴! 뭐라도 좀 해봐!”
삐—익!
그럴수록 흐름을 찾아가는 건 토트넘 홋스퍼였다.
1점을 챙겼으니 지키기만 해도 됐다.
“라인 내리지 말고 올려! 오늘 아스날 저것들에 한 방 제대로 먹이자고!”
아스날은 최정예로 나온 선수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은 1점이 들어간 후, 약간 방심했다.
공격적인 전술로 변화를 주며 라인을 끌어올렸다.
3 – 5 – 2.
사이드의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그들이 방심한 덕분에 미세한 공간이 형성됐다.
스윽.
그리고 방심을 통해 나온 공간을 다니 아라우호가 발견했다.
촤—악!
[메이슨 가벗의 패스 차단! 흐른 볼은 다니 아라우호가 잡습니다!]볼이 어디로 흐를 건지 알아차린 듯 굴러오는 곳에 정확하게 위치해 볼을 잡아냈다.
그리고 다니 아라우호 근처로 몰리는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
압박해서 패스조차 못 하게 하려고 했지만.
투—웅!
다니 아라우호는 바디 페인팅으로 그들의 타이밍을 빼앗은 뒤에 왼쪽으로 길게 패스를 보냈다.
“로만!”
마틴 그라임스 대신 출전한 로만 아일츠가 가슴 트래핑으로 볼을 안전하게 떨어트렸다.
[아스날의 역습 기회! 토트넘 홋스퍼의 수비진이 중앙으로 밀집되어 측면이 비었습니다!] [윙백들이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 백업이 느립니다! 아스날에겐 기회입니다! 기회!]파이브백이 구성되기 전.
로만 아일츠가 측면을 뚫어냈다.
뻐—엉!
그리고 앞으로 마크가 오는 것을 보자마자 가운데로 크로스를 올려줬다.
퍼—억!
크로스는 사방에서 견제받는 외로운 스트라이커에게 향했다.
[해리 펠티어에게! 하지만 움직임이 봉쇄되었는데요!]센터백들은 해리 펠티어가 점프도 못 뛰게 하려고 했다.
이대로라면 득점에 실패할 가능성이 컸으나.
퍼—억!
센터백들은 거구의 해리 펠티어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다.
타다다닷-!
그렇게 해리 펠티어는 두 명의 센터백과 나란히 점프를 뛰었다.
센터백들은 점프를 막지 못했으니, 해리 펠티어가 헤딩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는데.
‘뭐야? 왜 이렇게 높아?’
점프력 또한 높았던 해리 펠티어가 그들보다 머리 하나 더 나와 있었다.
툭.
정확하게 이마에 맞으며 굴절된 볼.
철렁.
골키퍼가 반응했으나 머리에 맞은 볼은 빠르게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드디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릴 동점 골이 나왔다.
토트넘의 하얀 바닷속, 아스날의 붉은 돌풍이 거세게 불었다.
[해리 펠티어어어어어!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부상으로 경기력이 떨어졌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화끈한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습니다!]75분.
긴 시간 끝에 나온 득점이었다.
폴 사르는 그제야 약간의 긴장이 풀렸는지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대니.”
“네, 감독님.”
“우리는 강해.”
“…….”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폴 사르의 과감한 선수 기용.
이건 단순히 주전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려고 하는 게 아니었다.
로테이션 멤버들에게 심어주려는 거였다.
빅클럽을 상대하는 긴장감을.
그래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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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 삐익-! 삐—익!
[최종 스코어 1 – 1! 시즌 첫 북런던 더비는 무승부로 끝났습니다!]무승부로 끝났다곤 하지만 양 클럽의 표정만 봐도 누가 승자인지 패자인지 드러났다.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기록지에는 무승부라고 적히겠지만, 이 경기의 승리는 아스날이 가져갔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