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34)
필드의 외계인-234화(234/404)
제234화
북런던 더비가 끝이 난 직후, 폴 사르 감독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오늘 아스날의 라인업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감독님께선 확신이 있으셨습니까?”
“다른 이들이 봤을 때는 오늘 우리의 라인업이 토트넘을 도발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저로서는 밤낮을 지새우며 준비한 경기라 자신이 있었습니다.”
1 – 1 무승부.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얻은 게 더 많은 경기였다.
최정예로 나온 토트넘과 달리 아스날은 대부분이 로테이션 멤버였으니 말이다.
“특히 다니 아라우호의 활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를 주전으로 기용할 생각도 있으신가요?”
다니 아라우호는 출전할 때마다 꾸준히 활약해주는 선수였다.
특히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출전하면 무조건 출전하며 폴 사르 또한 그를 중하게 여겼다.
“다니의 재능은 선수단 내에서도 손에 꼽습니다. 그래서 크리스티안과 어떻게 공생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 중입니다.”
“다니를 향한 이적 제의도 끊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재능이 있는 선수에게 이적 제의가 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다니는 아스날의 중요한 선수인 만큼 반드시 지켜낼 겁니다.”
기자들의 질문은 멈출 줄 몰랐다.
폴 사르의 파격적인 선수 기용과 그로 인해 얻어낸 결과가 워낙에 충격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스날의 무패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 거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나온 질문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는 주제였다.
‘무패.’
그것도 03-04시즌보다도 더 수준이 높아진 지금 시기에 무패는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일이었다.
폴 사르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대로 우승까지 가고 싶은 마음은 큽니다.”
“…….”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의 체력 문제부터 견제하는 팀이 많아질 테니까요.”
“…….”
“언젠가 아스날의 무패 행진은 깨지겠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무패 우승.
감독 입장으로서 너무나도 설레는 단어였다.
만일 그걸 이뤄낸다면 명장의 반열은 물론이거니와 아스날 팬들에게 평생의 영웅으로 불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폴 사르는 애매하게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영광스러운 만큼 부담 또한 엄청난 단어였으니까.
* * *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에게는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 아스날의 무패 행진을 잡아라! 》
아스날을 제외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목표가 통일됐다.
평소에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앙숙들도 이번에는 서로 손을 잡았다.
국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만일 전반기만이라도 무패를 만들어내면 아스날의 기세는 누구도 꺾을 수 없을 게 분명했으니까.
【 아스날의 무패 행진! 】
【 ‘에이스’ 유지우, “난 그저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지, 무패에 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
【 아스날의 심상치 않은 기세! 프리미어리그 클럽들 비상! 】
【 레전드 일동, “시티와 리버풀도 막지 못했는데 누가 막을 건가?” 】
– 갓지우 경기력 실화냐?
– 21골 7어시스트…. 아직 전반기 한 경기 남았다.
– 컵 대회 다 포함하면?
– 28골 10어시스트.
– 이미 총 38개 공격 포인트 달성이라고? 그것도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랑 인터밀란전 남겨놓고?
– ㅋㅋㅋㅋㅋㅋ 미쳤다는 말밖에 안 나옴.
– 이러다가 한 시즌 공격 포인트 100개 세우면 ㄷㄷ
– ㄹㅇ 아스날에서 동상 세워야지.
– 프리미어리그 클럽들 아스날 발목잡기 나설 건데 어떻게 하냐?
–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은 클럽들이야 차고 넘치지.
– 전반기는 어찌어찌 무패로 이어가도 후반기는…. 끔찍할 듯.
* * *
아스날 연고지 북런던 근방에는 아스날의 경기 날에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의 나라에서 왔습니까?”
현지 팬들은 유지우 덕분에 한국 국기를 알고 있어서 태극기를 든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네!”
사람들의 열기를 카메라에 담는 한 여성.
그녀는 브이로그를 위주로 찍는 너튜버였다.
“이봐! 여기 유의 나라에서 오셨데!”
“사랑해요! 코뤼아!”
독학했는지 어색한 한국말과.
“이따가 술 한 잔 어때요?”
동네 이웃처럼 자연스럽게 술자리에 초대하는 모습까지.
한국인들이 이슬링턴 거리에서 받는 대우는 국빈 수준이었다.
“우리에게 그런 완벽한 플레이어를 보내주다니! 난 앞으로 한국이 있는 방향에 절을 하고 잘 거야!”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동쪽에 있다니까 동쪽으로 절하면 되려나?”
그렇게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입장한 애슈버턴 그로브.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열기에 한국인들의 가슴은 세게 뛰었다.
“자리가 어디야?”
“이쪽이요.”
티켓을 보여주자 좌석을 본 팬은 소리쳤다.
“어이! 잠깐 지나가게 비켜봐!”
“뭐야?”
“유의 나라에서 온 손님!”
“이런! 우리가 길을 막고 있었나? 미안하군!”
“저기 앞좌석이니까 잘 챙겨줘!”
“물론이지! 유의 나라에서 온 거라면 우리랑 가족이지! 가족!”
앞좌석으로 안내받은 한국인은 어리둥절했다.
‘와.’
그녀는 축구를 좋아해 여러 곳의 축구 경기장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오늘처럼 이렇게 극진한 대우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음료수 마실래요?”
옆에선 할머니가 음료수를.
“배는 안 고파요? 제가 매점 가서 뭐 좀 사다 드릴까?”
친절한 아저씨는 먹을 것을.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우에 당황했다.
“아스날 경기 직관은 처음이에요?”
“네! TV로만 보다가 여행하러 온 김에 보러 왔어요.”
“그러면 귀 조심해요.”
“귀요?”
옆에 앉은 할머니와 얘기하다가 귀를 조심하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곧이어 느껴졌다.
– 와아아아아아아!
그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환호하며 바라본 곳.
그곳엔 아스날 선수들이 워밍업을 위해 나오고 있었다.
“…이 맛이지.”
귀를 울리는 함성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 또한 축구를 사랑하는 팬이었다.
K리그부터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이번에 처음으로 아스날의 경기를 보러왔는데 경기 시작 전부터 사로잡히고 말았다.
– Good old Arsenal, We’re proud to say that name.
아스날의 매력에.
* * *
UEFA 챔피언스리그.
아스날 vs 인터밀란.
애슈버턴 그로브 홈에서 열리는 거라 인터밀란은 모든 게 밀리는 처지였다.
“간격 좁혀! 최악의 경우, 측면을 포기하더라도 중앙에 공간을 내주지 마!”
하지만 그들은 분위기에 휘말리지 않고 침착했다.
오늘 경기에서 최소 무승부를 거둬야 마르세유가 어떤 결과를 만들더라도 16강 진출이 확정되니까.
“물고 늘어져! 특히! 유! 유한테 가잖아!”
전반 20분.
점유율은 아스날이 우위였으나 인터밀란 또한 여러 번의 슈팅을 가져가며 분위기를 타려고 했다.
탁.
그러나 그들의 사기는 한 명의 선수로 인해 끊기고 말았다.
“아.”
위험지역에서 내준 프리킥.
그리고 그걸 마무리한 유지우.
철렁.
[유지우 선수의 프리킥 고오오오오올! 인터밀란이 최선을 다해 수비를 해보지만! 이 선수를 막는 것까지는 역부족이었습니다!]반칙으로 끊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위치가 좋지 않았다.
이른 시간에 실점한 인터밀란.
그들은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1점만!”
동점만이라도 만들면 됐으니까.
.
.
.
그렇게 전반전이 끝나고 시작된 후반전.
인터밀란은 3 – 5 – 2에서 4 – 5 – 1로 포메이션 변화를 주며 중원에서 우위를 가져가고자 했다.
‘중원을 먼저 장악해야 해.’
인터밀란은 적극적인 압박을 하며 아스날의 패스를 방해했다.
퍼—억!
거칠게 몸을 부딪치고.
촤—악!
몸을 날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간격을 좁혀! 다섯 걸음 밖으로 벗어나지 마!”
“카드 받는 걸 두려워 하지 말라고 했잖아!”
“들어가! 부딪쳐!”
그들의 간절함은 볼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볼의 소유권을 가져오자 급하게 전개하지 않고 볼을 돌리면서 신중하게 아스날의 틈을 찾았다.
– 오오오오오오!
4 – 5 – 1로 포메이션 변화를 줬고, 선수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여 공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루카 소리아노가 왼쪽으로 길게! 베냐민 판레이르가 받습니다!]인터밀란의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 루카 소리아노를 시작으로.
탁.
인터밀란의 필승 패턴이 시작됐다.
[하지만 곧장 압박하는 스티븐 하머! 인터밀란이 더 들어갈 곳은 보이지 않는데요!]아스날의 수비 백업이 빨라 인터밀란은 필승 패턴으로도 뚫기 어려웠다.
하지만 인터밀란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홈에서 있던 1차전에서 아스날을 상대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으니까.
그래서 보완하고자 선택한 것이.
[아니! 루카 소리아노가 어느새 백업! 원투 패스로 아스날의 측면을 열었습니다!]미드필더 라인을 더 위로 올려 공격 진영에서 점유율을 가져가는 거였다.
막히더라도 다른 쪽으로 패스를 보낼 공간이 있으면 볼은 계속해서 소유할 수 있으니까.
“들어가!”
베냐민 판레이르는 공간이 만들어졌는데도 바로 크로스를 올리지 않았다.
더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서 돌파를 선택했고,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갔다.
레이턴 버트란드가 따라가서 수비하려고 할 때.
뻐—엉!
베냐민 판레이르는 컷백 크로스로 베니토 라만을 노렸다.
데릭 레드먼드를 따돌리고 살짝 나온 위치.
데릭 레드먼드가 붙기 전.
철렁.
논스톱으로 빠르게 처리한 슈팅은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들어갑니다-! 인터밀란이 후반 6분에 동점 골을 만들어냅니다!] [이 패턴이 인터밀란의 무서운 점이죠! 알고 있어도 당한다고 느끼게 하는 깔끔한 플레이! 경기는 다시 원점이 됐습니다!]페데리코 콜롬보 감독은 쉽게 흥분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척.
어퍼컷을 날리며 포효했다.
“아자—-!”
그만큼 오늘 이 경기가 인터밀란에게 간절했다.
* * *
동점 골을 넣고 흐름을 찾아온 것도 잠시.
“하아.”
인터밀란 감독 페데리코 콜롬보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후반 6분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고작 10분 만에.
– 와아아아아아아아!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이 인터밀란의 심장에 꽂힙니다!] [인터밀란이 유지우 선수를 비롯해 뒷공간 경계를 하느라 라인을 내린 게 실책이었어요. 마테오에게 공간을 내주면 대포 한 방이 날아오는 걸 주의해야 합니다!]금방 실점하며 리드를 다시 빼앗겼다.
그렇게 다시 동점을 노려보았지만.
그들이 라인을 올리는 것만 기다리던 유지우에게 카운터를 한 방 맞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고선 활짝 열린 뒷공간에 스루패스를 찔러주자.
아드리안 로마오가 침투해서 마무리하며 격차를 더 벌린 거였다.
아스날 3 – 1 인터밀란.
어찌어찌 후반 초반에 한 점을 만회하긴 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홈에서의 아스날은 그야말로 괴물.
그 누구도 막아낼 수 없을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졌군. 그것도 완벽하게.”
페데리코 콜롬보는 전광판에 남은 시간을 보곤 체념했다.
[아스날이 3 – 1로 인터밀란을 꺾으며! 6전 전승으로 C조 단독 1위로서의 포스를 보여줍니다!]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아스날은 조 1위의 위엄을 보여주며 16강에 진출하게 됐다.
* * *
12월 20일.
이날은 아스날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선수들은 외부 훈련장에서 몸을 풀면서도 시선은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어?”
“아까 내부 훈련장에 있었어.”
“곧 나오겠다.”
“잡지사랑 가벼운 인터뷰 있으니까 그것만 하고 나올 걸?”
22일에 있을 19라운드를 대비하는 훈련을 하다가 유지우가 외부 훈련장으로 나오자.
“유-!”
“…다들 뭐해요?”
유지우가 등장하자 서로 눈치를 보기 바빴다.
“하. 하. 하.”
어색하게 웃는 아드리안 로마오.
“유, 유! 오랜만…. 아니지! 어제도 봤지! 하하하!”
거짓말도 못 하는 크리스티안 페레스.
그리고 이게 답답했는지.
“아오! 이것들이 그 쉬운 연기를 못해요! 경기할 때처럼만 하라고 했더니!”
데릭 레드먼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데릭, 뭐에요?”
“뭐긴 뭐야! 너 생일이잖아. 몰랐어?”
“아, 그것 때문이었어요?”
“아? 너는 이상하게 네 생일에 무심하더라.”
“…생일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주의라.”
아침에 유한우가 차려준 생일상을 거하게 먹은 뒤라 생일인 건 알았지만, 유지우는 애초에 생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주의였다.
“경기도 있고 그러니까 파티는 19라운드 끝나고 제대로 하자고!”
“알았어요.”
“일단 우리가 준비한 건!”
파—앙!
옷에 숨겨서 들고 온 샴페인을 터트렸다.
“축하해!!!”
샴페인 샤워를 마친 뒤, 갑자기 선수들이 일제히 두 줄로 서고 가운데 지나갈 통로를 만들었다.
“축하는 해줘야지?”
아스날의 선수들은 생일 때마다 훈련장에서 이런 가벼운 세레머니를 했다.
시즌 중이라 파티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풀기 위해서.
“악! 살살!”
그렇게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며 길을 지나가는 유지우의 등짝을 때리며 축하해줬다.
“생일 축하한다!”
“선물은 훈련 끝나고 줄게!”
“기대해!”
축하받은 후에 훈련하려고 하자.
“유!”
구단 운영팀 직원이 급하게 왔다.
“어? 무슨 일이세요?”
“오늘 유의 생일이잖아요.”
“네.”
“구단주님이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유지우는 당황했다.
구단주가 되어서 선수 생일을 챙길 수 있지만, 생일 선물을 훈련장으로 보내주는 경우는 아예 없었다.
“…뭔데요?”
유지우는 조심스러워했고 직원이 힘겹게 카트를 끌고 가져온 천을 걷자.
– 오오오오오오오!
다들 환호했다.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 축구공이었다.
“구단주님께서 남기신 카드입니다.”
선수들이 황금 축구공을 구경하는 사이, 유지우는 구단 직원이 건네준 편지를 읽었다.
[우리의 에이스 유!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가 출장 차 잠시 두바이에 가야 해서 직접 축하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대신! 제 금고에 있던 황금을 녹여 만든 축구공을 드릴 테니, 앞으로도 아스날을 위해 힘내주세요!
사랑합니다!]
선물이라도 간단한 거를 줘야지 이건 사이즈가 너무 컸다.
직원이 슬쩍 귓속말로 하는 말이 더 충격적이었다.
“저 축구공 가격만 7억이라고 합니다.”
유지우는 여러모로 역대급 생일 선물을 받았다.
‘이게 오일 머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