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38)
필드의 외계인-238화(238/404)
제238화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가 시작하기 하루 전.
북런던에 반가운 사람이 왔다.
아스날과 모든 계약을 끝낸 카를로스 로호였다.
“…오.”
구단주가 편하게 오라고 보내준 전용기도 전용기인데, 공항 밖에 주차된 리무진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입국하기 전부터 카를로스 로호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리무진에 타고 호텔로 가는 길.
카를로스 로호는 궁금해하며 조수석에 앉은 운영팀 직원에게 물었다.
“이적하는 선수한테 보통 이렇게 해주시나요?”
이런 대우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동안 이적한 사람들에게 듣기로는 평범하게 입국해서 합류하는 게 일반적인데, 아스날이 보여준 태도는 차원이 달랐다.
‘국빈 대우.’
이것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었다.
“지난 시즌 우승 이후 구단주님께서 새롭게 정하신 규칙입니다. 새로운 가족이 되시는 분들을 위해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시죠.”
“그렇군요.”
“부담은 가지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저희는 언제나 선수분들의 편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거니까요.”
“네….”
원래라면 가족들에 관해 물어보았을 테지만, 구단 직원은 일체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카를로스 로호가 보육원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구단은 선수의 상황을 세심히 확인하며 직원들을 교육해놓았고, 덕분에 카를로스 로호는 조금의 불편함 없이 편하게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호텔은 런던 5성급 호텔이었다.
“에이전트분은 내일 오전에 오신다고 하셨나요?”
“네.”
“그렇군요. 그러면 내일 오후 경기에 오실 수 있겠네요.”
“저야 언제든 갈 수 있죠.”
“알겠습니다. 내일 오후 2시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카를로스 로호는 방까지 안내받은 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아스날에 오길 정말 잘했다.”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전용기와 리무진.
그리고 극진한 대우.
아스날이 자신한테 해주는 것을 보곤 마음속 깊은 곳에선 저절로 충성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 * *
1월 9일.
아스날 vs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리그 20라운드가 애슈버턴 그로브에서 열렸다.
일찌감치 스타디움에 모이는 인파.
리그 1위, 무패 행진으로 아스날 팬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늘도 이기겠지?”
“그러니까…. 난 언제 질지 예상도 안 돼.”
“진다니! 그런 소리 하지도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그렇게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오셨습니까!”
그리고 그곳에는 운영팀 직원이 한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
“…네, 반갑습니다.”
그는 카를로스 로호였다.
“이쪽으로 오시죠.”
“감사합니다.”
“오시는 길은 불편하지 않으셨나요?”
“구단에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호텔은요?”
“그렇게 좋은 호텔도 처음입니다.”
“다행이네요.”
“여러 가지로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구단에서는 카를로스 로호가 불편하지 않도록 호텔에 직접 차량을 보내 경기장까지 에스코트해주었다.
“아스날 경기를 직관하는 건 처음이죠?”
“네 처음입니다.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는 인터넷으로 몇 번 찾아봤었는데, 자주 보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하이라이트는 빼놓지 않고 봤습니다.”
“흐흐. 앞으로 질리도록 보게 되실 겁니다.”
안내받아서 간 곳은 선수 라커룸이었다.
안으로 들어온 카를로스 로호는 깜짝 놀랐다.
보카 주니어스 라커룸도 좋은 편에 속하는데 아스날의 라커룸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됐다.
“여기가 선수들이 쓰는 라커룸이고 이곳이 카를로스가 쓰실 자리입니다.”
그리고 카를로스 로호의 자리도 있었다.
자신의 번호 22번과 이름이 새겨진 라커룸.
그것을 보자 아스날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웅성웅성.
라커룸을 보고 있자 곧이어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점차 가까워졌고, 이내 문이 열리며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아스날의 공격수, 아드리안 로마오였다.
“응? 누…. 아! 새로 합류하기로 한 선수 맞죠?”
카를로스 로호는 뒤이어 오는 선수들을 보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내일부터 합류하기로 했는데 먼저 인사하러 왔습니다. 보카 주니어스에서 뛰던 카를로스 로호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난 아드리안이고 여긴 마틴!”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얘기? 누구한테?”
“유한테요.”
유지우한테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하자 두 선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덥석.
“유가 뭐라고 했어요?”
“역시 제가 제일 좋다고 하죠?”
유지우가 본인들을 어떻게 얘기했는지 물어봤다.
“너처럼 까칠한 놈을?”
“너처럼 멍청한 것보단 낫지.”
“이게!”
“어쭈.”
“일주일 노예 걸고 한 번 더 해?”
“해보자.”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카를로스 로호는.
‘…유가 말한 대로 시끄러운 사람들이구나.’
유지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두 선수가 으르렁거리는 사이.
유지우도 라커룸으로 들어와 카를로스 로호를 발견했다.
“카를로스!”
“유—!”
두 사람은 포옹했다.
지난 휴가 때, 아르헨티나에서 보긴 했지만 이렇게 같은 동료로 만나니 반가움은 배가 됐다.
“여기서 널 이렇게 보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나도 마찬가지야.”
“세바스티안 감독님이 연락 좀 하래.”
“일주일에 한 번은 전화해.”
“엄청나게 자주 하네?”
“근데도 자주 하라고 하시면…. 매일 하라는 건가?”
“감독님이 너한테 각별했잖아.”
“지금도 그러셔?”
“여전히 널 그리워하시긴 하지. 디에고랑 기예르모까지 떠난 게 좀 컸어.”
두 사람은 밀린 얘기를 나눴고 곧 경기가 시작될 시간이 되자 카를로스 로호는 라커룸을 나가려고 했다.
“카를로스. 기대하고 있어.”
“응? 뭘?”
씩.
“그런 게 있어.”
카를로스 로호는 유지우를 보고 잠깐 멍하니 있다가 밖으로 나갔다.
‘유가 많이 달라지긴 했네.’
보카 주니어스에선 다른 사람을 경계하고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그때보다 웃음이 많아졌다.
보카 주니어스에선 유지우가 웃는 걸 보려면 우스갯소리로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돌았었으니까.
“카를로스, 이쪽으로!”
카를로스 로호가 에이전트와 함께 관중석으로 이동하자.
– 와아아아아아아!
함성이 그의 귀를 울렸다.
그 순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몸을 담을 아스날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 * *
삐—익!
휘슬이 울리며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가 시작됐다.
처음은 아스날이 소유권을 가져가며 마테오 크리스단테를 중심으로 빌드업을 쌓아갔다.
5분.
10분.
흐름을 파악한 뉴캐슬 유나이티드도 전방 압박을 하며 아스날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뉴캐슬은 체계적으로 압박을 하는군요.] [후방 라인을 올리지 않고 있어요. 아스날에게 뒷공간을 내주지 않겠다는 거겠죠.]뉴캐슬 유나이티드도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에 속한 클럽이었다.
그들은 수준 높은 압박을 선보였다.
특히 유지우에게 세 명 이상의 선수가 달라붙을 때는 아스날의 관중석에서 욕설이 나올 정도로 거칠었다.
“야! 그딴 식으로 유를 괴롭히면 죽여버린다!”
“아, 진짜!”
“저러다가 다치면 너희는 그대로 땅에 묻힐 줄 알아!”
그런 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은 최선을 다해 유지우를 거칠게 끊었다.
반칙과 카드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 모습은, 마치 상대의 기를 죽이려는 듯했다.
“으아아아아-!”
원정이라는 중압감을 날리려고 태클을 할 때마다 포효도 함께였다.
그러나.
“패스해!”
유지우는 그런 것에 기죽을 선수가 아니었다.
자신을 압박하면 압박할수록 오히려 뜨겁게 타오르는 유형의 선수였다.
탁.
볼을 잡자마자.
퍼—억!
거칠게 들어오는 몸싸움.
워낙 세게 들어오는 거라 유지우도 휘청였다.
스르르르륵.
하지만 발은 볼을 컨트롤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유지우는 발바닥으로 볼을 보호한 후, 뒤이어 오는 선수를 보고 라 크로케타로 빠져나갔다.
‘이번에는…. 왼쪽.’
플리플랩으로 남은 한 명.
‘그리고 남은 선수는.’
타다다다닷-!
마지막은 폭발적인 가속도가 붙으며 따돌렸다.
순식간에 세 명의 선수를 벗어나는 장면에 애슈버턴 그로브는 유지우의 응원가를 부르며 달아올랐다.
뻐—엉!
유지우는 더 올라가지 않고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밀집된 수비 지역.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수비수들이 위치를 잡은 아드리안 로마오를 견제했다.
몸싸움을 견디며 자리를 지킨 아드리안 로마오는, 볼의 세기와 회전을 보고 생각했다.
‘…내 것이 아니다.’
그는 바로 유지우의 의도를 눈치챘다.
스윽.
대신 그는 슛 동작까지 하며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을 자신에게 더 신경을 쓰도록 유도했고.
스르르르륵.
볼을 흘렸다.
“…뒤, 뒤다!”
당황한 뉴캐슬 수비진이 진짜 목적지를 알고 대응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마틴 그라임스가 논스톱으로 처리하기 충분한 공간이 나왔고.
뻐—엉!
그대로 처리했으나 아쉽게 골대를 살짝 넘기고 말았다.
[아~~ 아쉽습니다! 아드리안 로마오가 흘리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마틴 그라임스가 힘이 들어갔어요!] [이걸 놓치는 마틴 그라임스! 아쉬움에 머리를 쥐어뜯고 있습니다!]중요한 장면이 한 차례 지나가며 접어든 소강상태.
그때, 카메라가 관중석 한편을 찍었다.
[오!]카메라가 담은 대상은 카를로스 로호였다.
[이 선수는 카를로스 로호입니다! 아스날과 계약을 해서 후반기부터 합류하기로 한 선수인데요!] [유지우 선수와 같은 보카 주니어스 출신으로 유지우 선수와의 호흡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습니다!]카메라에 잡힌 카를로스 로호는 팬들을 향해 씩 웃어주고는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그는 수준 높은 경기력에 아까부터 경기에 푹 빠져있던 참이었다.
앞으로 자신이 뛸 클럽이 어떤 곳인지 두 눈에 확실하게 새기며, 카를로스 로호는 다시금 경기에 집중했다.
* * *
아스날 0 – 0 뉴캐슬 유나이티드.
전반전은 0 – 0으로 마무리됐다.
아스날이 득점 기회를 몇 차례 잡긴 했지만, 번번이 골대를 벗어나며 아쉽게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삐—익!
그렇게 시작된 후반전.
아스날은 라인을 더 올려 공격적으로 나갔다.
그럴 때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반칙으로 끊으며 영리하게 경기를 끌어갔다.
그렇게 흐름이 한 차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게 넘어갔다.
“올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공격 시에 속공 전술을 구사했다.
사이드 라인을 끌어올리며 볼을 운반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방식이었다.
폴 사르는 턱을 쓸며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촤—악!
그때였다.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반대로 전환하려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패스를 몸을 날려 차단했다.
타다다닷-!
“마테오!”
일어날 시간도 없이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누군가를 보고 앉은 상태로 패스를 찔렀다.
[뉴캐슬이 역습으로 라인을 올린 탓에 측면이 비었습니다!] [측면으로 향하는 보—올! 뉴캐슬 수비수가 가까워 보이는데요…. 어어! 유지우 선수입니다! 어느 순간 유지우 선수가 튀어나왔습니다!]볼을 잡기 전.
유지우는 수비수의 동작을 체크했다.
그리곤.
투-웅!
볼의 밑부분을 찍어 압박하던 선수의 머리 위로 볼을 보내며 제쳐냈다.
압박하던 선수는 옆으로 돌아나가는 유지우를 잡으려고 했으나.
그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수비수의 손을 뿌리친 채, 비어있는 측면을 달리기 시작했다.
– 오오오오오오!
공격 숫자는 3명.
수비 숫자는 2명.
그 두 명이 아드리안 로마오와 마틴 그라임스에게 붙어 있으니, 유지우를 마크할 선수는 없었다.
타다다닷-!
뒤에서 죽어라 뛰어오는 선수들 말고는.
‘왜! 왜 좁혀지질 않냐고!’
그들도 필사적이었다.
퇴장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거리가 좁혀지면 백태클로 막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한 걸음 쫓아가면 두 걸음이 멀어지고.
두 걸음을 쫓아가면 네 걸음이 멀어지는 마법.
그랬다. 그들은 마법에 빠진 거였다.
유지우라는 단 한 명의 플레이어의 마법에.
“…와.”
관중들이 기대 어린 함성을 내뱉으며 경기장이 시끄러워진 순간.
마침내 유지우가 수비수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슈팅을 날렸다.
철렁.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골망은 찢어질 듯 요동쳤다.
[골! 골! 고—-올! 유지우 선수가 오늘 경기 선제골을 신고합니다!] [에이스는 바로 이런 선수를 의미합니다! 경기가 답답해질 때, 그것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 선수! 바로 유지우 선수입니다!]유지우는 득점한 후에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곳은 카를로스 로호가 있는 관중석 앞이었다.
스윽.
유지우는 카를로스 로호를 보곤 가슴에 있는 엠블럼을 치며 키스 세레머니를 했다.
‘유럽에서 제일 뜨거운 팀에 온 걸 환영한다! 카를로스!’
카를로스 로호는 그 세레머니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고 웃음을 지었다.
“…하하, 유는 전이랑 확실하게 달라졌네요.”
보카 주니어스에 있을 때도 놀라운 재능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선수였지만, 한 가지 불안 요소는 있었다.
경계심이 너무 심하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달라졌다.
경계심이라는 허물을 벗자 유지우는 보카 주니어스 때보다 더한 빛을 내고 있었다.
두근.
두근.
카를로스의 심장은 더 세게 뛰었다.
어서 필드로 나가 유지우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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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 삐익-! 삐—-익!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아스날이 후반 마지막에 아드리안 로마오의 득점으로 2 – 0 승리를 거머쥡니다!] [후반기의 첫 시작을 알린 아스날! 그 기세는 이제 유럽 최고의 자리를 향합니다!]32-33시즌, 후반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