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4)
필드의 외계인-24화(24/404)
제24화
[아르헨티나 최고의 유망주를 가리는 아르헨티나 주니어컵이 시작됐습니다.]리버 플레이트는 크리스마스 때와 마찬가지로 주장 에두아르도 구아린을 중심으로 후방 빌드업을 구성했다.
[리버 플레이트 주니어들은 장점인 패스 플레이 위주로 초반을 풀어나가네요.] [패스 수준은 이미 프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정교합니다.]보카 주니어스 U-20은 리버 플레이트의 패스를 적절하게 압박했다.
패스를 쉽게 풀어가지 못하게 방해했고 그때 상대 미드필더 프랑코 산체스가 라우타로 오르반의 빠른 압박 때문에 급하게 처리하려다가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아앗! 패스 미스! 보카 주니어스의 압박을 피하려다가 조급한 나머지 패스 실수가 나왔습니다!]볼이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루즈볼이 된 상황에 각 팀 선수들이 볼을 향해 달려들었고.
촤—–악!
가장 빠르게 달려가 볼을 차지한 건 유지우였다.
[지우 유! 아시아에서 온 보카의 요정이 볼을 가로챘습니다!] [하지만 아직 안전하지 않습니다! 제일 가까웠던 에두아르도 구아린이 빠르게 접근합니다!]타다다다닷.
빠르게 달려오며 발을 뻗는 에두아르도를 드래그 백으로 피한 뒤에.
툭.
볼을 오른쪽으로 길게 가져갔다.
자칫 라인 밖으로 나갈 뻔했지만, 유지우는 환상적인 볼 컨트롤을 보이며 스로인 라인 위를 달렸다.
– 오오오오오!
[에두아르도를 제치고 드리블을 하는 유! 볼이 발에서 떨어지질 않습니다!] [유스 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이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알겠네요. 상당히 수준 높은 드리블 능력입니다.]볼이 발에 딱 달라붙는 볼 컨트롤은 유지우의 강점이었다.
“아메리코! 못 막을 거 같으면 밖으로 내보내!”
럭비 선수의 몸집을 한 선수가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유지우를 덮쳤다.
퍼—-억!
부딪친 유지우의 몸은 전광판에 강하게 충돌했다.
[자, 잠시만요! 이게 무슨 일인가요! 사고가 생겼습니다!] [유가 드리블을 하다가 아메리코와 충돌하며 전광판에 크게 부딪혔습니다!]주심은 바로 휘슬을 불었고 선수들이 죄다 달려갔다.
척.
리버 플레이트의 왼쪽 풀백인 아메리코 체로는 무리한 몸싸움으로 카드를 받았다.
“이 미친 새끼가!”
보카 주니어스 선수들은 아메리코 체로를 보며 화를 냈다.
제일 화가 난 건 기예르모 다린이었다.
“뭐? 가벼운 몸싸움이었잖아.”
“몸싸움은 무슨! 애초에 볼이 아니라 유를 노리고 들어갔잖아!”
“넌 전에는 디에고 부하더니, 이제는 근본도 없는 아시아 꼬맹이 부하가 됐냐?”
“이 자식이!”
선수들이 충돌하자 양 팀 주장들이 말렸고 아메리코 체로는 넘어진 유지우를 보며 한마디 했다.
“내가 말했지? 네가 날 돌파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유지우는 그 말을 듣고, 누구인지 알았다.
“아메리코 체로.”
아메리코 체로의 체격은 190cm가 훌쩍 넘었다.
거기다 몸무게도 100kg이 넘어가 웬만한 프로 선수보다 덩치가 커서 유지우는 초등학생처럼 보였다.
동료 선수들은 아메리코 체로가 사과도 하지 않고 유지우에게 괴상한 소리를 내뱉자 한 방 날릴 기세를 뿜어댔다.
“다들 그만해.”
저벅.
유지우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아메리코 체로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어디 한번 해보자. 누가 이기는지.”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이게 유지우가 아르헨티나에서 오고 제일 먼저 배운 거였다.
* * *
현대 축구는 팀플레이에 집중한 전술이 많아지며 개인이 경기를 뒤엎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 축구는 개인이 아닌 팀으로 하는 스포츠다. 팀의 균형을 무너트린다면 난 제라르 레오라도 과감히 쳐낼 거다. >
제라르 레오 같은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스타플레이어 없이 오로지 팀의 합으로만 챔피언스 리그를 제패한 ‘도미닉 호프’가 남긴 말이었다.
그만큼 패스의 중요도가 더 높아졌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전술이 우승을 만들어내자 옛날 전술들은 서서히 사라졌다.
리버 플레이트도 이런 현대 축구의 기반을 둔 패스가 중시됐고 보카 주니어스는 그와 반대인 다소 옛날 트렌드를 따랐다.
‘공격수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공격을 조율하는 플레이 메이커.’
현대 축구가 발전하며 사라진 10번 룰.
하지만 누구나 꿈꾸는 낭만이 있는 포지션.
그 룰을 수행하는 건 유지우의 역할이었다.
중앙이 아닌 오른쪽 윙포워드로 출전했지만, 로돌포 핀티가 지시한 건 하나가 더 있었다.
‘측면이 아닌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
측면에 고립되지 말고 자유롭게 움직이라는 거였다.
“여기!”
빈 곳으로 계속 움직이며 조금도 쉬지 않았다.
많은 체력을 기반으로 한 활동량.
어린 나이의 선수들은 체력이 약한 선수들이 많은데 유지우는 달랐다.
한국에서부터 꾸준히 한 체력 훈련을 아르헨티나에서도 쉬지 않고 하니 체력은 늘 테스트를 진행하면 팀 내 체력 1위는 유지우의 이름이 고정되어 있었다.
그만큼 유지우는 체력에 자신이 있었다. 이렇게 뛰면서 수비 가담까지 해주니 감독으로서는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가며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넘나드는 유! 리버 플레이트 선수들이 잡질 못합니다!] [활동량이 정말 많네요.] [그렇습니다. 여기 자료를 보면 유는 유스 리그에서 한 경기당 평균 8km의 활동량을 기록했습니다. 팀 내에서도 체력이 가장 좋다는군요.]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유지우를 보며 아메리코 체로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슈우우우웃! 아! 아쉽게 골포스트를 지나갑니다! 궤도가 조금 낮았으면 들어갔는데 아쉽네요.]동에 번쩍.
[지우 유! 유! 왼발로 날카롭게 올린 크로스! 기예르모 다린이 헤딩을 하지만 골키퍼 정면으로!]서에 번쩍.
유지우의 움직임만 쫓느라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빠른 발, 커다란 체격.
이것들 덕분에 왼쪽 풀백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눈앞의 선수는 이상하게 쫓아가지 못했다.
한 걸음 다가가면 두 걸음 멀어지고, 두 걸음 다가가면 네 걸음이 멀어지는 마법에 서서히 말을 잃어갔다.
‘또!’
아메리코 체로는 다시 중앙으로 들어가는 유지우를 따라갔다.
스피드가 빠르다고 자부했는데 유지우는 그보다 더 빨랐다.
‘왜 좁혀지질 않냐고!’
처음에는 길목을 막고 있어서 막았지만, 20분 동안 유지우의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꼴이었다.
스윽.
페널티 에어리어 살짝 밖까지 올라온 유지우는 고개를 들어 전방 상황을 파악했다.
수비수들이 라인을 유지하며 지키고 있었고 기예르모 다린과 눈이 마주쳤다.
툭.
시선은 왼쪽을 보고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반 박자 빠르게 찔러준 노룩 패스에 수비수들은 타이밍을 빼앗겨 반응하지도 못했다.
[유의 패——–스!]침투하는 기예르모 다린의 앞으로 자석처럼 빨려가는 패스.
볼을 잡는다면 완벽하게 골키퍼와 1대1 찬스가 주어지는 상황.
삐——익!
하지만 부심의 기가 올라가며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아.”
기예르모 다린은 유지우를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고 유지우는 손을 들어 괜찮다고 했다.
[아름다운 패스였지만, 오프사이드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기예르모 다린은 정말 아쉽겠어요.] [그리고 방금 보셨나요? 유의 노룩 패스! 센스가 진짜 대단합니다.]돌파와 패스.
마지막으로 센스까지.
유스 레벨을 넘어 프로 레벨로 올라선 유지우의 발에서 볼을 빼앗을 선수는 없었다.
* * *
전반전도 어느덧 절반이 흘러갔다.
“…….”
서설희는 아들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신, 거짓말 안 했네.”
“응? 어떤 거?”
“우리 아들이 웃으면서 축구 한다는 거.”
필드와 가까운 자리라서 아들의 표정이 정확하게 보였다.
한국에서 보던 표정과 다른 다양한 표정.
빛을 잃었던 아들이 다시금 빛나자 울컥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난 우리 아들 일로 거짓말은 안 해.”
“게다가 선수들하고 말도 많이 해요.”
유민하도 동생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서설희는 약간 울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르헨티나로 오길 잘했어, 저렇게 밝아질 줄 알았으면 진즉에 올걸.”
처음에는 유한우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다.
‘여보! 우리 아들이 축구 하면서 웃어! 그것도 엄청나게 밝게!’
그리고 놀랐다.
한국에서 축구 할 때는 웃는 모습을 보여주질 않았으니까.
그래서.
아들이 더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다.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이곳에서.
“우리 아들이 최고다아아아아아!”
* * *
전반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유지우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던 리버 플레이트 U-20 감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곰곰이 생각했다.
오늘 능구렁이 같은 보카 주니어스 U-20 감독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그러다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하, 저 녀석이 맡은 역할이 측면 플레이 메이커?”
이제야 알아챈 유지우에게 부여된 롤.
그건 윙어로 뛰는 공격형 미드필더, 측면 플레이 메이커였다.
지금은 롤을 수행하는 선수들이 은퇴하고 없어서 개념만 남은 롤이었다.
“…그런 까다로운 룰을 수행하는 열여섯이라니.”
중앙과 측면.
이 두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경기를 운영하려면 전술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했고 그것을 유지우는 거리낌 없이 소화했다.
계속해서 고개를 돌려 시야를 파악하고 동료 선수들과 겹치지 않는 동선에 적절한 패스.
그리고 경기가 막히면 스스로 돌파해 활로를 여는 플레이까지 보여줬다.
저벅.
벤치에서 나온 리버 플레이트 U-20 감독은 소리쳤다.
“아메리코! 그 자식을 쫓지 말고 볼의 흐름을 봐! 길목을 지켜서 뭉개버려!”
아메리코 체로는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했다.
반칙하더라도 뒤로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대단했고 유지우가 볼을 몰면서 아메리코 체로에게 다가갔다.
[거리가 좁혀지는 유와 아메리코!]툭.
툭.
발등으로 밀고 들어가다가 시도한 라 크로케타.
아메리코 체로는 황급히 뒤로 돌았다.
하지만 이미 유지우는 두 걸음 멀어진 후였고 쫓아가기엔 늦었다.
[아메리코 체로를 완벽하게 따돌리며 더 들어가는 유! 놀라운 스피드! 앞에는 센터백이 내려와서 길목을 차단합니다!]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센터백은 뒷걸음질을 치며 침착하게 유지우의 움직임을 살폈다.
‘뭐야.’
탓.
‘이 자식은 도대체 뭐냐고!’
휙.
속도는 유지한 스텝 오버로 완전히 제쳤다.
오른쪽으로 가는 척하면서 왼쪽으로 치고 나가자 센터백은 스텝이 꼬이며 반응이 늦었다.
그렇게 한 박자 앞서 나가자 보이는 골대.
뻐—-엉!
왼발 인프런트로 감아서 찬 볼은.
철렁.
왼쪽 구석으로 꽂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환상적인 골에 보카 주니어스 서포터즈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이게 들어갑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오며 왼발로 완벽한 마무리! 이것이 보카 주니어스가 자랑하는 차세대 에이스, 지우 유입니다!]1 – 0.
전광판에 스코어가 집계됐고 유지우는 보카 주니어스 서포터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촤——악!
그러곤 무릎 슬라이딩을 한 후에 가슴에 있는 클럽 엠블럼에 키스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 미친놈아! 내가 너 진짜로 사랑한다!”
팬들은 열광했다.
“넌 평생 보카에 남아야 해!”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작은 소년이 일으키는 돌풍에.
“찌우우우우우우!”
보카 주니어스 팬들을 미쳐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금방이라도 필드로 넘어올 것처럼 요동쳤고 유지우는 그 사이에서 함께 기뻐하는 가족들을 발견했다.
그러곤.
꾸벅.
큰절을 올렸다.
‘아르헨티나에 오는 걸 허락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색적인 세리머니에도 사람들을 열광했다. 그리고 유지우는 곧 달려온 선수들에게 파묻혔다.
선수들과 활짝 웃으며 즐기는 유지우를 본 가족들은 남들 모르게 눈물을 훔쳤다.
기쁨 속의 슬픔.
이내 가족들은 관중들과 같이 환호를 질렀다.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아들이 환호를 듣고서 한국에서 안 좋은 기억을 잊고 더 활짝 웃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