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49)
필드의 외계인-249화(249/404)
제249화
– 와아아아아아!
이란을 이긴 후 흐름을 탄 대한민국은 3일 후, 호주와의 5차전에서 그 흐름을 이어갔다.
대한민국 2 – 1 호주.
전반전에만 2골을 몰아쳤고 마지막에 실점하긴 했지만, 분위기는 대한민국이 가져왔다.
“좋은 흐름이다.”
주앙 달루트는 전반전이 끝난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전반전에서 잘한 점과 잘못한 점.
경기 영상을 통해 이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말해주자 선수들도 모두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전술 설명은 이쯤하고 주의할 점을 얘기하겠다. 호주는 피지컬을 앞세우는 플레이를 주로 한다. 아마 우리를 피지컬로 찍어누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그렇게 나오는 거겠지.”
아시아 지역에 속한 호주.
그들의 피지컬은 유럽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기에 제공권 전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그 효과를 톡톡히 보는 중이었다.
“그러면 맞불을 놔야지, 피하지 말고 맞서라. 피지컬은 우리도 밀리지 않아.”
주앙 달루트가 선별한 선수들은 피지컬로도 밀리지 않는 수준의 선수들이었다.
특히 수비진.
주앙 달루트는 국가대표 수비진을 심혈을 기울였다.
주력.
커버력.
상황 인지 능력.
작전 수행 능력.
피지컬.
여러 요소를 검토해 선별한 이들이 지금의 선수들이었다.
“도망치지 마라, 상대가 원하는 대로 끌려다니지 마!”
더군다나 피지컬에서 밀린다고 도망치면 나중에 월드컵에서 유럽 국가와 싸울 때도 도망치는 상황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니 혹 기대치 않은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미리 경험시키는 게 나았다.
“그리고 마크 레이너!”
마크 레이너.
호주의 7번으로, 스트라이커이자 에이스인 선수였다.
그는 주력이 빠른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2m 가까이가 되는 체격과 비상식적으로 높은 점프력을 가진 게 특징인 선수였다.
오죽하면 NBA로 갔더라면 이름을 더 날렸을 거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킴!”
그를 마크하는 건 김재민의 역할이었다.
“제공권 싸움에서 먼저 어깨를 집어넣으라고 했잖아! 거기서도 밀리면 과격하게 잘라내고!”
전반전에 먹힌 1골은 마크 레이너를 통제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호주 선수 중, 가장 피지컬이 좋은 건 마크 레이너였다.
그를 통제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실점할 가능성이 컸다.
“후반전에는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그 마음가짐이다! 절대 잊지 마!”
“네! 박살 내겠습니다!”
김재민의 승부욕이 타올랐다.
주앙 달루트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우리가 아시아 최강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선수들은 주앙 달루트를 쳐다봤다.
“너희들은 지금껏 내가 맡은 선수 중, 최고의 선수들이다. 아시아 4강? 다 필요 없다. 우리가 그들보다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고 압도적인 1강을 차지하고 와라!”
– “네!”
선수들은 자신감 넘치게 대답한 뒤, 라커룸을 나섰다.
터널을 지나 필드로 들어서자 들려오는 환호성.
– 와아아아아아!
뜨거운 필드.
그곳으로 양 나라 선수들이 입장했다.
그들이 필드에 자리를 잡자.
삐—익!
휘슬이 울리며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후반전이 시작됐다.
* * *
퍼—억!
호주는 예상대로 피지컬을 앞세워 대한민국을 밀어냈다.
유럽에 버금가는 피지컬.
한국은 버텼으나 조금씩 밀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50분.
60분.
그리고 65분경.
“사이드!!!”
호주의 주된 공격 루트인 측면으로 볼이 갔다.
그들은 제공권을 앞세우며 측면 크로스 플레이를 자주 시도했다.
전반전에 호주가 득점했던 것과 비슷한 패턴.
이반 슈워처가 볼을 잡고 왼쪽 풀백인 최민연이 압박을 오기 전.
뻐—엉!
이반 슈워처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주력이 느려도 크로스 능력은 일품이라 평가받는 이반 슈워처.
그의 발을 떠난 볼은 부메랑처럼 휘어 목적지로 향했다.
[마크 레이너입니다! 마크 레이너가 침투-!]날아오는 볼에 시선을 떼지 않은 마크 레이너가 거대한 몸을 이끌고 달렸다.
그리곤 점프를 뛰어보는데.
퍼—억!
그와 나란히 점프를 뛴 한 선수가 있었다.
‘이 자식이.’
김재민이었다.
공중볼 경합을 제외하고 마크 레이너의 모든 것을 통제한 그는 이를 악물고 공중볼 경합에 나섰다.
두 선수는 공중에서 충돌했고 김재민이 약간의 우위를 점했다.
‘어째서.’
마크 레이너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크 레이너는 달리는 힘을 이용하지 않고 잠깐 멈췄다가 제자리 점프를 했고.
반대로 김재민은 달리는 힘까지 이용해 최대한의 점프력을 냈다.
그 결과는.
– 와아아아아아!!!
김재민의 승리였다.
공중에서 밀린 마크 레이너는 착지하면서 균형이 흔들려 볼썽사납게 넘어졌다.
[수비에 성공하는 대한민국! 전봇대처럼 거대한 마크 레이너를 완벽하게 누릅니다!] [그리고 걷어낸 볼은 흘러서 김우일 선수에게!]볼은 라인 아웃이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역습 기회.
호주가 공격을 위해 라인을 살짝 올린 틈에 김우일이 볼을 잡고 전방을 바라봤다.
뻐—엉!
그는 달리는 유지우을 발견하고선 곧바로 롱패스를 쏘았다.
[하프라인 아래에서 단숨에 먼 곳으로! 김우일 선수가 호주의 골대 쪽으로 길게!] [유지우 선수입니다! 어느새 유지우 선수가 최전방으로!!!]호주의 수비진들이 공격을 위해 라인을 올린 사이에 시도된 역습.
침투하는 유지우를 막기 위해 호주 수비수들이 빠르게 백업했다.
퍼—억!
유지우의 균형을 무너트리기 위한 몸싸움이 걸려 왔지만, 유지우의 시선은 오로지 볼을 향해 있었다.
‘온다.’
두 명의 선수가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집중력을 유지하며 볼이 떨어지는 방향을 읽고 발을 뻗었다.
투-웅.
그리곤 마법이 펼쳐졌다.
수비수들이 방해하려고 했으나 유지우의 환상적인 퍼스트 터치는 그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스르르르륵.
그는 강한 회전이 걸린 볼을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통제했다.
달려오는 수비수의 머리를 살짝 넘기는 퍼스트 터치.
[때려야죠!]그 때문에 수비수는 역동작에 걸렸고, 완벽한 슈팅 기회가 찾아왔다.
다른 수비수의 발이 뻗어지기 전, 유지우는 왼발로 파 포스트를 향해 볼을 낮게 깔아 찼다.
골키퍼가 다리를 찢으며 막으려고 했으나.
철렁.
막지 못했다.
[고-올! 유지우 선수!!! 쐐기를 박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골이 나왔습니다. 오른발 퍼스트 터치로 상대 수비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왼발로 이어진 투 터치로 마무리…. 이것이 마법이 아니고 뭐가 마법이겠습니까.]양발을 극도로 단련한 선수들만이 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아니.
그런 선수라고 하더라도 방금 상황은 쉽게 할 수 없었다.
강한 회전이 걸린 롱패스를 자신이 생각한 대로 통제하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미친놈.”
“얘는 진짜 괴물이라니까.”
“하아….”
“형님이 왜 한숨이세요?”
황우식이 한숨을 내쉬자 옆에 있던 차선호가 물었다.
“우리 아들이 지우처럼 플레이하는 걸 보고 싶어 하잖아.”
“…….”
“그 표정은 뭐야?”
“아마 평생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뭐?”
“아아악-! 형님도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시고는 왜 저한테 그러세요!”
.
.
.
그렇게.
삐익-! 삐익-! 삐—-익!
종료 휘슬이 울렸다.
최종 스코어는 [대한민국 3 – 1 호주]
경기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완승이었다.
이 승리는 많은 것을 의미했다.
월드컵 티켓 확보 가능성을 공고히 한 것과 더불어 대한민국이 아시아 4강 중, 최강이라는 걸 증명한 셈이었으니까.
* * *
경기가 끝난 직후.
주앙 달루트는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늘 승리로 대한민국의 월드컵 진출이 확실해졌습니다. 감독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물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절반밖에 오지 않았으니,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5전 4승 1무.
A조 1위.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진출은 거의 확실했다.
그런데도 주앙 달루트는 방심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김기하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기하 선수는 감독님의 플랜에서 제외된 겁니까?”
통역사의 말을 들은 주앙 달루트는 고개를 저었다.
“라인업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고민 끝에 결정합니다. 이번 경기는 뛰지 못했지만, 그 역시 언제든 라인업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김기하의 출전 여부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대한민국의 캡틴, 그가 출전하지 않았다는 건 하나의 사실을 의미하고 있었으니까.
‘주장 교체.’
주앙 달루트는 그 답변을 교묘하게 피해 간 거였다.
그 뒤로 기자들의 질문이 더 이어졌고 주앙 달루트는 성실하게 답변한 후에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본 기자 한 명이 넌지시 옆에 있는 선배 기자에게 물었다.
“주장이 바뀌는 분위기죠?”
그 기자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선배 기자는 짧게 대답한 후에 장비를 챙겨서 현장을 떠났다.
.
.
.
경기가 모두 종료된 후.
실시간으로 기사들이 쏟아졌다.
【 대한민국! 호주를 3 – 1로 꺾으며 아시아 최강임을 입증하다! 】
【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승리를 거두며 5전 4승 1무! 】
【 총 10차전에서 절반이 지나간 지금! 한국의 월드컵 진출 유력! 】
이란.
호주.
아시아 4강이라는 두 국가를 꺾으며 한국은 월드컵 티켓 확보에 가까워졌다.
– 이 정도면 거의 진출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 ㅇㅇ 거의 확실.
– 이변만 일어나지 않으면 됨.
– 다음 최종예선은 10월이니까 유지우가 오면 무조건 이기지.
– 유지우가 있으니까 경기력 자체가 달라짐.
하이라이트 중 조회 수가 가장 높은 영상은 유지우가 마지막에 넣은 골이었다.
축구의 교과서가 있다면 실릴 법한 퍼스트 터치.
그 후에 이어진 완벽한 슈팅 마무리까지.
남들이 볼 때는 단순해 보이는 동작이겠지만, 축구를 아는 사람들의 입에선.
– 미쳤다.
이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 얘가 우리 선수다!
– 저 플레이는 뭐지? 생각하고 하는 거야? 아니면 본능이야?
– 지네딘 지단 전성기를 보는 거 같아.
– 퍼스트 터치 진짜 예술이다….
– 왜 전문가들이 유지우를 보고 축구를 예술로 만드는 선수라고 하는지 제대로 알게 해주는 플레이네.
그리고 이러한 퍼스트 터치 영상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 * *
국가대표 소집 해제 날.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을 일일이 만나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는 유지우였다.
“유.”
“네, 감독님.”
와락.
“고생했다.”
“이게 제 일인 걸요.”
“네가 이 팀에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주앙 달루트는 진심으로 유지우를 아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유지우라는 존재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었으니까.
“돌아가면 챔피언스리그군.”
“네.”
“우승할 자신은 있나?”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뛰고 있는 겁니다. 중간에 멈추더라도 목표는 높아야죠.”
“자네다운 말이군.”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 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여러 이야기가 진행된 끝에,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2034 월드컵에 관한 것으로 옮겨갔다.
“난 아직 2034 월드컵에 대해서 언론에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내가 이번 월드컵에서 뭘 노리고 있는지 알겠어?”
대한민국은 2030 월드컵에서 8강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2002년 이후 최고의 성적.
그것도 아주 아쉽게 4강을 놓친 거라 국민들의 아쉬움이 컸다.
“4강, 아니 그 이상.”
“…….”
“우승이겠죠.”
월드컵에서 가장 높은 곳.
주앙 달루트는 그곳을 보고 있었다.
“정답.”
“저도 감독님과 같은 목표니까 맞추기가 쉽네요.”
“하하! 정말 너도 못 말리겠군.”
“어릴 때부터 고집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올곧은 고집은 역사를 새롭게 만들곤 하지.”
성공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춘 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신과 고집이었다.
“월드컵에서 네가 맡아야 할 역할이 커.”
“저번 월드컵에서도 크지 않았나요?”
“이런, 그것보다 큰데 어쩐다.”
“뭐든 하겠습니다.”
유지우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주앙 달루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에이스다워.”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유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일 중요한 건 월드컵에 대한 목표 확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오는 말.
“다음 월드컵에서 네가 주장이 될 거다.”
“…네?”
“킴은 6월 6차전, 7차전, 9월에 있을 8, 9차전, 그리고 10월에 있을 마지막 10차전을 끝으로 국가대표서 은퇴하기로 했다.”
그 말을 듣고 유지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김기하의 은퇴.
그것을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그 말씀은.”
“네가 2034 월드컵에는 대한민국 캡틴으로 출전한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