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52)
필드의 외계인-252화(252/404)
제252화
전반이 종료되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라커룸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침체되진 않았다.
실점하는 건 예상 범위 안이었으니까.
“생각대로 되지 않아, 거기선 이렇게….”
“그걸 막기만 했었어도.”
“크리스티안이랑 유만 견제하다가 뒷공간에 틈을 주다니….”
“여기는 변화를 주는 게 어때?”
“그것보다는 이건 어때?”
그들은 전반전에 부족했던 부분을 서로 이야기하며 후반전을 준비했다.
그때 라커룸의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 호세 베르토니였다.
2년 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을 맡으면서 수비 전술을 극대화해 이번 시즌 라리가 3강을 구축한 감독이었다.
“그 한심한 경기력은 뭐야? 우리가 준비한 걸 아무것도 못 보여줬잖아!”
그는 큰 소리로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선수들은 지방방송을 끄곤 그들의 감독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뒷공간 커버가 늦어! 내가 뭐라고 했어? 미드필더들의 수비 개입이 중요하다고 했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 전술의 핵심은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이었다.
체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을 기용하는 것도 다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반! 조르디! 아스날의 속도를 컨트롤하는 건 너희 역할이야! 안 될 때는 과감히 반칙으로 잘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아스날의 속도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빠르다! 판단은 빠르게! 머리는 차갑게! 플레이는 과감하게!”
그렇게 그는 전반전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하나씩 집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부분.
그것을 책임지는 두 선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세르지, 강! 너희는 공격 안 해? 아스날의 측면을 무너트리는 건 너희 역할이라고 얘기했잖아!”
바로 왼쪽 라인의 세르지 라토, 강예수였다.
“…후반전에는 보여드리겠습니다.”
“원정이니만큼 무승부라도 좋다. 아스날 녀석들한테 한 방 제대로 먹여!”
“예!”
“후반전에도 멍청한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필드 밖으로 끄집어낼 거니까 명심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역습은 주로 측면에서 이뤄졌다.
그중 오른쪽 윙어 마티유 알레와 왼쪽 윙어 강예수의 비중이 컸다.
“실패해도 좋아! 가장 중요한 건 아스날 녀석들에게 기죽지 않고 우리의 것을 보여주는 거라는 걸 머릿속에 새겨넣어!”
호세 베르토니 감독은 39세의 젊은 감독이었다.
2년 전에 부임할 당시만 해도 어린 나이와 부족한 경력으로 팬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지만, 그는 2년 만에 불신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선수단 장악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넘치는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믿음을 관철하는 뚝심이 있었고, 그걸 라리가에서 유감없이 보여주는 중이었다.
“남은 45분, 기회는 반드시 온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점 뒤지고 있지만, 눈빛은 오히려 경기 전보다 더 활활 타올랐다.
* * *
– 와아아아아!
후반전이 시작되고 5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역습 위주의 플레이를 시도했다.
[전반과 달리 후반전에는 공격작업이 활발해졌네요.]하지만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었다.
전반전의 문제점을 수정하며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전반전에는 너무 라인을 내리고 있어서 공격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릅니다.]라리가 3강.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수비에만 특화된 클럽이었다면 이런 이름도 붙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공격에도 자신이 있었다.
“사이드!”
공격 상황을 이끄는 건 공격형 미드필더의 라다벨 발란타였다.
뻐—엉!
그는 양 사이드로 볼을 배급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패스가 날카롭습니다! 공격 대장인 라다멜 발란타가 왼쪽으로 길게! 강예수 선수를 봅니다!]전반전에는 그다지 활약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가벼워진 몸.
강예수는 앞에서 그를 마크하는 카를로스 로호를 봤다.
‘아직 붙진 않고 있어.’
강예수의 스타일은 돌파보단 패스가 주였다.
그래서 그를 상대하는 선수들은 크로스를 올리기 편한 위치까지 내주지 않으려는 동작이 많았다.
하나, 강예수가 그 같은 플레이를 선호한다고 해서 돌파를 하지 못하는 선수라는 것은 아니었다.
타다다닷-!
그는 과감하게 중앙으로 돌파를 시도했다.
[측면으로 돌파하다가 강예수 선수! 중앙으로 올라옵니다!] [뒤따라가는 카를로스 로호!]카를로스 로호는 주력이 빠른 선수였다.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며 볼을 빼앗길 가능성이 커지자.
강예수는 타이밍을 재고 왼발 아웃프런트로 기습적인 스루패스를 찔렀다.
촤—악!
그러나 그건 레이턴 버트란드의 발에 걸리고 말았다.
아쉬움도 잠시.
강예수는 곧바로 뛰어서 수비에 복귀했다.
그렇게 몇 차례 좌우에서 기회를 만들어가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 리듬이 서서히 살아났다.
측면이 살아나면 전체적으로 살아나는 것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특징이었다.
뻐—엉!
그들은 과감한 슈팅을 시도했지만.
[또 빗나가고 마는 슈팅—!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운이 따라주지 않습니다!]그들의 슈팅은 골대를 맞거나 빗나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데릭 레드먼드와 레이턴 버트란드.
아스날의 철벽들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세를 온몸을 날려 막아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만큼 아스날의 수비도 대단합니다!] [프리미어리그의 장군과 그 후계자! 이 두 선수가 버티는 아스날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두 선수의 플레이는 아스날을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데릭 레드먼드는 수비에 성공할 때마다 포효했다.
마치 곰 같은 그 모습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순간 당황했다.
‘…….’
아스날의 공격에 가려진 수비의 진짜 모습.
그것을 이끄는 장군의 포효는 적군들을 두렵게 만들기 충분했다.
* * *
65분.
여전히 경기 스코어는 1 – 0에서 변함이 없었다.
점유율은 56 vs 44로 아스날이 이기고 있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았다.
툭.
툭.
툭.
그들은 4 – 5 – 1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중원의 우위를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이 수비와 빌드업에 특화된 선수였던 만큼, 한 번 볼을 탈취하면 빠르게 볼을 연결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다가 아스날의 공격이 끊기자 그들은 빠르게 역습을 전개했다.
[아스날의 코너킥이 실패하자 곧장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역습 전개! 순식간에 라인을 올리는 세르지 라토! 빠릅니다!]왼쪽 사이드에서 세르지 라토가 스타트를 끊자, 라다멜 발란타는 압박이 오기 전, 롱패스를 쏘았다.
[그걸 본 라다멜 발란타의 패스! 정확합니다!]카를로스 로호가 전력 질주를 하며 따라갔다.
거리가 서서히 좁혀졌고 잡히기 직전.
툭.
‘어?’
세르지 라토는 노룩 힐패스로 볼을 뒤로 보냈다.
애초에 그는 카를로스 로호를 방심시키기 위해 속도를 늦춰 따라 잡혀준 거였다.
진짜는 이 뒤를 위해서.
그렇게 카를로스 로호는 역동작에 걸려 멍하니 뒤쫓아 오는 선수에게 볼이 흘러가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이건 당했다.’
볼을 잡은 건 강예수였다.
세르지 라토보다 주력은 느리지만, 죽기 살기로 쫓아온 그는 힐패스를 그대로 원터치 크로스로 올렸다.
투—웅!
볼의 세기를 흡수하고 가볍게 올린 크로스.
원터치 크로스는 상당한 기술이 있어야 가능했다.
물론 그것은 테크니션이 많은 스페인에서도 고평가받는 강예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강예수 선수가 올립니다! 그리고 그 볼은 침투하는 산티아고 시몬의 앞으로—!!!]스르르르륵.
볼은 많은 회전이 걸린 채로 꺾이며, 산티아고 시몬의 머리로 자석처럼 향했다.
볼이 날아오는 것을 본 데릭 레드먼드는 제공권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려고 했다.
‘…젠장.’
그러나 타이밍이 살짝 늦고 말았다.
툭.
헤딩으로 떨어트려 준 볼.
그건 골대가 아닌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쇄도하는 한 선수의 앞으로 떨어졌다.
“레이턴!”
데릭 레드먼드는 반응이 늦었고 비교적 가까운 레이턴 버트란드가 몸을 날려 막으려고 했으나.
뻐—엉!
라다벨 발란타의 벼락같은 발리슛이 아스날의 오른쪽 골문 구석으로 들어갔다.
철렁.
1 – 1.
균형이 다시금 맞춰졌다.
와-!!!
사람들은 헤딩 어시스트를 한 산티아고 시몬과 득점을 기록한 라다멜 발란타를 주목했지만, 유지우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하여튼 한 방이 있는 형이라니까.’
강예수.
국가대표 동료이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베스트 11.
유지우는 아무도 모를 정도로 작게 미소 짓고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이번 골의 주인공은 사실상 아스날의 측면을 무너트린 세르지 라토와 강예수였으니까.
* * *
팽팽한 경기 흐름.
챔피언스리그 8강다운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뻐—엉!
[라다벨 발란타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며 아스날의 골문을 위협합니다!] [힘이 들어가 조금 떴지만! 좋은 시도였습니다!]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속공 위주의 플레이를.
[유지우 선수! 올라오면서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그리고 다시 왼쪽 사이드 마틴 그라임스에게! 슈우우우웃!] [아아아아! 골키퍼 정면으로 가고 맙니다! 그래도 연결과정이 매끄러웠습니다! 원터치로 이뤄지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를 완전히 뚫어냈어요!]아스날은 Y.M.C.A라인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눈을 떼지 못하는 플레이들이 필드 위를 수놓았다.
“더 빠르게!”
공격에서 우위는 당연히 아스날이 가져갔다.
그 중심에 있는 유지우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진을 뚫기 위해 엄청난 활동량을 가져갔다.
타다다닷-!
왼쪽.
오른쪽.
중앙.
프리롤로 사방을 뛰어다니며 기회를 잡았다.
뻐—엉!
그는 가운데 있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강한 패스를 주며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쇄도했다.
투—웅!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원터치 로빙 패스로 수비수들의 키를 넘겨 유지우의 앞 공간에 정확하게 볼을 내줬다.
하지만 티아고 게헤이루가 눈치채고 빠르게 압박했다.
‘못 지나가게.’
퍼—억!
‘몸으로 틀어막는다.’
여기서 공간을 내주면 안 됐다.
그는 필사적으로 어깨를 밀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고 했다.
스윽.
유지우는 티아고 게헤이루를 보고선 백숏으로 견제를 벗어났다.
촤—악!
그러나 티아고 게헤이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날리며 방해했고.
뻐—엉!
유지우는 그런 티아고 게헤이루의 다리를 피해, 빠르게 왼발 슈팅을 때렸다.
파 포스트를 겨냥했던 그 슛은, 골키퍼가 다리를 찢어내는 끝에 막히고 말았다.
[이걸 막아내는 파비안 모야! 실점을 위기에서 팀을 구해냅니다!]유지우는 아쉬움에 헛웃음을 지었고, 파비안 모야 골키퍼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아! 이것까지 막히면 아스날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스날의 에이스 듀오가 작품을 만들 뻔했는데! 그걸 막아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창과 방패의 대결답습니다!]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의 간절함이 충돌하며 더욱 달아올랐다.
* * *
아스날 1 – 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정규 시간이 지나고 추가 시간이 되자 아스날은 라인을 올려 공격적으로 나갔다.
그에 맞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모든 교체 카드를 쓰며 수비를 견고하게 해 아스날의 공격을 죽기 살기로 막았다.
“얼마 안 남았어! 버텨!”
원정팀의 지옥이라고 불리는 아스날의 홈에서 무승부만 가져갈 수 있어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겐 이득이었다.
아스날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얼마 남지 않은 기회.
아드리안 로마오는 슈팅을 날렸지만, 볼은 골키퍼 선방에 막혀 코너킥이 선언됐다.
[종료 직전에 나온 코너킥! 오늘의 마지막 플레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키커로 나서는 건 유지우 선수입니다!]하필이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원정 팬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들은 야유를 비롯해 욕설로 유지우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기 위해 필사적이었고.
삐—익!
부심이 주의하라고 할 정도였다.
“다시 그러면 퇴장 조치를 하겠습니다.”
그 결과 관중들은 조용해졌지만, 아주 살짝이었다.
[견제가 심하네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에겐 그만큼 간절한 순간이니까요.]잠시 후.
유지우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들과 사인을 맞췄다.
연습한 대로.
뻐—엉!
오른발로 날카롭게 올린 크로스.
선수들이 밀집된 골대 앞은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퍼—억!
선수들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거친 몸싸움을 했다.
데릭 레드먼드가 티아고 게헤이루를 누르며 뛰어올랐다.
[데릭입니다! 데릭 레드먼드—!]동료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을 막아주는 사이, 데릭 레드먼드가 고지를 선점했다.
툭.
그는 이마로 방향만 살짝 틀었다.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향하는 볼.
골키퍼가 다이빙하며 손을 뻗었고 볼은 그렇게.
까—앙!
골포스트를 맞고 흘러나왔다.
[이게 골대에 맞습니다!] [하지만 볼은 여전히 골대 앞에! 온 플레이 상황입니다!]“아직 안 끝났어!”
데릭 레드먼드의 외침에 볼로 모든 선수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볼을 차지한 선수는.
뻐—엉!
세르지 라토였다.
그는 잽싸게 볼을 멀리 걷어냈고 그렇게.
삐익-! 삐익-! 삐—익!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 종료 휘슬이 울렸다.
[경기가 종료됩니다! 최종 스코어는 1 – 1!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승자와 패자는 없지만, 아스날 입장에서는 아쉽겠어요. 홈에서 승리를 가져가면 2차전은 더 여유롭게 준비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아직 누가 4강에 올라갈지 결정된 건 없었다.
남은 건 2차전에서 결정될 테니까.
하지만 2차전을 원정에서 치러야 하는 아스날 입장에서 불리한 건 맞았다.
“후우.”
최선의 결과는 아니었지만, 차선의 결과를 만들어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비교적 여유로운 마음으로 필드를 떠났고.
“진 거 아니야! 2차전에서 저 자식들 박살 내면 돼!”
아스날 또한 2차전에 대한 열의에 타오르며 필드를 떠났다.
불리한 고지라도 상관없었다.
아직 그들의 UEFA 챔피언스리그 도전기는, 끝난 게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