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58)
필드의 외계인-258화(258/404)
제258화
[아스날 1 – 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유지우가 선제골을 넣은 뒤, 전반전이 종료됐다.
실점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긴 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라커룸 안은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우리도 달라졌지만, 아스날은 더 달라졌어.”
바로 경기력의 차이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리그 8~10위권을 맴돌다가 드디어 유로파의 향기를 맡으려고 하는 시기였다.
그만큼 경기력이 올라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오늘 아스날과 붙으며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분명 우리랑 별반 차이가 없었는데 말이지.”
불과 2년 전만 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은 같은 위치에 있었다.
그게 시간이 흐르며 하늘과 땅의 차이가 되어버렸다.
1위와 6위.
그것도 위태로운 6위였다.
“주목.”
리로이 카스트로는 무표정으로 라커룸으로 들어와선 대형 모니터를 두드렸다.
“모두 전반전에는 내가 지시한 걸 잘 해줬다. 득점이 나오지 않은 건 아쉬웠어도 기회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좋았으니 후반전에는 결과를 만들어 보자.”
결과보다 과정.
리로이 카스트로는 먼저 선수들을 칭찬해줬다.
그 후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우리가 공격할 타이밍만 되면 아스날의 대비가 빨라. 그러면 다양한 패턴으로 변화를 주라고 했는데 마커스, 어려웠나?”
“아닙니다.”
“어렵지 않았으면 해내야지! 이렇게 날 실망하게 한 건가?”
처음에는 당근, 그 뒤는 채찍.
리로이 카스트로가 선수단을 장악하는 방식이었다.
“후반전에는 반드시 결과를 내보이겠습니다.”
“그래!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과정이 아닌 결과다! 결과로 보여줘야 우리가 노력하는 과정도 빛을 보는 거야!”
스포츠는 결과로 모든 게 증명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과정이 좋아봤자 패배하면?
경기력이 좋다는 사람들이 많아도 결국에 기록되는 건 ‘패배’라는 두 글자였다.
‘대니가 데릭을 이기기엔 경험이 부족해.’
지금 바꿔야 할 건 스트라이커였다.
슈팅 횟수는 있었지만, 유효 슈팅으로 연결하는 비율이 좋지 않았다.
‘누구를.’
고민이 깊어졌다.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러 명의 후보가 있었지만, 아스날의 수비를 목격한 뒤.
선수들의 단점만 떠올랐다.
“저를 내보내 주십시오, 반드시 이겨보겠습니다.”
말을 꺼낸 사람은 페르난두 레앙이었다.
그를 본 리로이 카스트로의 입에서는 부정이 아닌 긍정의 말이 나왔다.
“…할 수 있겠나?”
리로이 카스트로의 말을 들은 페르난두 레앙의 입가가 올라갔다.
“물론이죠.”
아무리 분란을 일으키는 선수라 할지라도 페르난두 레앙만 한 경험치를 가진 선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없었다.
* * *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원톱으로 페르난두 레앙이 들어온 것을 보자.
“…감독이랑 마찰 있지 않았어?”
사람들은 두 눈을 의심했다.
감독과 갈등이 있어 출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페르난두의 등장이라… 뭐가 달라지긴 할까?”
“잘 모르겠어.”
“폼은 예전보다 떨어졌잖아.”
“그렇긴 해.”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존재감 하나만큼은 분명한 선수라는 거지.”
조롱 대상이 된 지 오래였지만, 그가 위협적인 선수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공격진을 교체했습니다. 스트라이커로 페르난두 레앙이 들어왔군요.] [괜찮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전반전에 나왔던 대니 스코필드는 아스날의 산맥에 막혀서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거든요. 페르난두 레앙의 날카로움이라면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게 만들기 충분합니다!]주앙 헤제스를 중심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반격이 이어졌다.
후반 시작하고 10분 만에 유효 슈팅만 4개가 나오는 파상공세.
1점을 리드하고 있다고 해도 아스날 입장에선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
“아-!”
유효 슈팅을 기록한 페르난두 레앙은 아쉬움에 소리를 질렀다.
[와, 움직임이 확실히 위협적이네요. 데릭의 압박이 강하게 들어가면서 제대로 자세를 잡지 못했는데도 볼을 코너로 차는 건 클래스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은퇴를 앞둔 노장.
클럽 분위기를 해치는 장본인.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현실을 못 보는 선수.
여러 타이틀이 있었지만.
“다시 한번 더!”
축구를 좋아하는 열정은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림없지!”
페르난두 레앙은 기세를 몰아 더 공격하려 했지만, 가만히 보고 있을 아스날 수비진이 아니었다.
그가 패스를 잘못 받아 미숙한 볼 터치를 보이자.
촤—악!
아스날이 볼의 소유권을 가져갔다.
볼을 빼앗긴 페르난두 레앙이 화를 내는 사이.
볼은 어느새 마테오 크리스단테에게로 갔다.
퍼—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게겐 프레싱으로 빠르게 압박을 가하며 볼을 다시 탈취하려고 했다.
[주앙 헤제스가 바짝 붙어서 압박합니다!]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순식간에 라인을 올리며 게겐 프레싱을 시도!]툭.
툭.
하지만 아스날은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거친 압박을 빠져나오는 데 필요한 건 두 번의 패스가 전부였다.
“빈 곳으로 차분하게!”
[아스날의 안정적인 빌드업이 인상적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강한 압박에도 흔들림이 없어요.]폴 사르는 흐뭇하게 지켜봤다.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미드필더진으로 장악하며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고 있다면.
– 와아아아아아!
아스날은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활동량.
패싱력.
시야.
수비력 등.
홀딩 미드필더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들을 갖춘 미드필더 두 명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카이, 네가 조금 더 측면 지원을 많이 가줘. 저것들 측면으로 오는 빈도가 전반전보다 많아졌어.”
경기 전체를 읽는 눈과 그걸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두뇌.
경기 운영 능력 자체가 한 층 업그레이드가 되어 보였다.
뻐—엉!
두 선수 모두 패스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압박은 통하지 않았다.
* * *
75분.
종료까지 15분밖에 남지 않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렸다.
뻐—엉!
[주앙 헤제스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크로스바를 넘깁니다!]그들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각만 보이면 과감한 슈팅으로 골문을 위협했다.
그럴 때마다 아스날은 몸을 날리는 헌신적인 수비로 막아냈다.
“집중만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어!”
“페르난두는 내가 커버할 테니까 레이턴! 넌 사이드에서 올라오는 녀석만 맡아.”
그 중심엔 데릭 레드먼드가 있었다.
[주장인 데릭 레드먼드가 확실히 중심을 잡아주니! 아스날의 수비가 흔들림이 없습니다!] [암흑기일 때는 죽어라 고생만 했던 선수가! 시간이 흘러 빛을 보고 있습니다!]태클이면 태클.
라인 컨트롤이면 컨트롤.
데릭 레드먼드라는 기둥이 있으니, 아스날이 흔들릴 이유는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무리한 공격 시도로 볼의 소유권이 넘어가자.
“야! 주앙!”
페르난두 레앙이 참다가 폭발했다.
“거기선 사이드가 아니라 나한테 줬어야지!”
“…주위에 두 명이나 압박하고 있었는데요?”
“내가 해결할 수 있었어.”
“그러시겠죠. 다음에는 더 잘 주도록 해보죠.”
이제 이런 푸념은 익숙했다.
페르난두 레앙은 그 후에도 여러 번의 패스를 받았지만, 골로 연결하진 못했다.
‘이 자식. 동료한테 패스를 안 하는 건 하나도 안 변했네.’
데릭 레드먼드는 페르난두 레앙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위치 선정이나 슈팅력은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은퇴를 앞둬 쉽게 흥분한다는 점.
골 욕심이 크다는 점.
압박받으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점.
제일 중요한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선 절대 동료에게 패스하지 않는다는 것도.
퍼—억!
그래서 수비하는 게 수월했다.
75분.
80분.
85분.
한순간 흐름을 가져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맹공을 퍼부었지만, 그걸 막아낸 아스날이 도리어 역습 타이밍을 잡았다.
뻐—-엉!
[데릭 레드먼드가 걷어낸 볼이 마테오 크리스단테에게로 갑니다!] [아스날의 역습 기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라인을 올리고 있어서 지금이 기회입니다!]마커스 코널리는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올라가 있었지만, 데니스 볼프는 하프라인 인근에 있어서 역습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쪽이다.’
데니스 볼프는 볼을 받는 마테오 크리스단테 쪽으로 압박을 해 역습 타이밍을 끊으려고 했다.
‘여기서 한 골이라도 더 들어갔다간 따라가지도 못해.’
1점 차이는 충분히 극복할 시간대였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실점을 막아야 했다.
유니폼을 잡고 반칙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퍼—억!
강한 몸싸움.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중심을 낮추며 무게를 견뎌냈다.
버티면서 시야를 확보했고.
툭.
가슴트래핑으로 받아낸 볼을 안정적으로 전방으로 보냈다.
툭.
압박받는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수비수를 등진 채, 발만 뻗어 뒤꿈치로 감각적으로 내준 원터치 패스.
타다다다다닷-!
그걸 잡은 건 어느새 측면에서 중앙으로 올라온 유지우였다.
최전방까지 연결된 원터치 패스의 향연에 관중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아스날의 아름다운 패스 플레이-! 선수들이 평소에 얼마나 훈련했는지는 바로 이런 점을 보고 알 수 있죠!]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거기에 있을 것 같다는 믿음! 그게 아니라면 이런 플레이도 불가능합니다!]환상적인 패스 플레이 뒤에 유지우가 볼을 잡자 나다니엘 베스가 뒤쫓아오며 바짝 붙었다.
투—웅!
그것도 잠시, 유지우는 볼을 살짝 띄우며 주특기인 솜브레로 플릭을 선보였다.
볼은 위로.
자신은 오른쪽으로.
나다니엘 베스는 선택을 해야 했다.
‘이렇게 된 이상.’
꽉.
유지우를 물고 늘어지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지우는 쉽게 밸런스가 무너지는 타입이 아니었다.
뛰어난 피지컬과 밸런스.
덕분에 유니폼이 잡아끌려도 버텼고 나다니엘 베스는 조급해지는 나머지.
촤—악!
무리한 태클을 했다.
유지우가 볼을 잡자마자 발목 쪽으로 들어간 태클이었다.
삐—익!
[유지우 선수의 돌파를 거칠게 끊어내는 나다니엘 베스! 발이 깊었습니다!]깊은 태클에 아스날 선수들은 죄다 몰려와 유지우 근처에 방벽을 쌓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압박했다.
다행히 유지우는 태클 직전에 발을 살짝 피해서 다친 곳은 없었다.
“각자 위치로 돌아가세요.”
주심의 단호한 말에 충돌 직전인 상황이 마무리되며 선수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는 아스날! 키커로는 당연히 유지우 선수가 서겠죠?]유지우는 엉덩이에 묻은 잔디를 털어내고 볼을 가지고 프리킥 지점에 섰다.
“유, 어떻게 찰래?”
그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얘기를 나누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대와 수비벽 위치를 살폈다.
“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니 아이디어 하나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하는 거 어때?”
유지우의 귓속말을 들은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수비벽의 상황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해볼 만한 가치는 있겠어.”
선수들은 준비했고 유지우도 키커의 위치에 서서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골대를 바라봤다.
‘해보자.’
거리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중간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치우쳐진 위치.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유지우는 천천히 걸음을 뗐다.
뻐–엉!
경쾌한 소리와 함께 유지우의 발끝을 떠난 볼.
이번 프리킥은, 수비벽 위로 볼을 넘기는 일반적인 궤적이 아니었다.
수비벽이 점프를 뛰자 생기는 아래 공간.
그곳으로 낮게 깔아 찬 프리킥은 수비벽을 선 선수들의 발밑을 지나 그대로 오른쪽 구석으로 가며.
철렁.
한 템포 반응이 늦은 골키퍼의 손끝을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 와아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올! 유지우 선수–!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프리키커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줍니다!] [이거죠! 유지우 선수에게 이 위치에서 프리킥을 내주면 실점 확률이 50%가 넘습니다! 이걸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추격 의지를 완벽하게 꺾습니다!]사람들은 감탄하며 전광판에 적힌 기록을 바라봤다.
“…유가 이걸로 리그 41호 골을 넣은 거지?”
방금 골로 유지우는 작년에 자신이 세운 득점 기록과 동일한 기록을 다시 세웠다.
“미쳤다.”
“쟤가 우리 선수라는 게 안 믿겨.”
“두 시즌 연속 신기록은…. 사람이 아니지.”
“이러다가 한 골 더 넣으면?”
사람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끝말도 같이 삼켰다.
41번째 골.
만약 한 골이 더 나오면.
유지우는 두 시즌 연속으로 새 기록을 세우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같게 되는 거였다.
32-33시즌
총 50골 19어시스트 [69개]
리그 41골 13어시스트.
컵 9골 6어시스트.
유지우는 새로운 기록을 눈앞에 뒀고 경기는 그렇게.
삐-익! 삐-익! 삐—익!
아스날의 승리로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