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6)
필드의 외계인-26화(26/404)
제26화
3 – 1로 벌어진 점수 차.
정규 시간 90분도 다 지나가고 추가 시간이 2분밖에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리버 플레이트 U-20이 취할 선택지는 극단적인 공격뿐이었다.
뻐—–엉!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 시간이 촉박해지자 마음이 급해지며 실수가 나왔다.
[어떻게든 한 골이라도 만회하려는 리버 플레이트 U-20! 그러나 보카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에두아르도 구아린은 계속해서 위협적인 패스를 뿌렸지만, 골키퍼가 펀칭으로 쳐내거나 슈팅이 골대를 빗나가며 득점으로 연결되는 패스는 없었다.
‘한 번이 마지막이다.’
추가로 주어진 시간도 거의 다 흘러갔고 단 한 번의 공격이 가능한 시간만이 남아 있었다.
에두아르도 구아린은 마지막 선택지로 오버래핑을 하는 아메리코 체로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건 그의 판단 미스였다.
패스를 주고 난 뒤에 보이는 아메리코 체로의 뒤를 바짝 쫓아가는 선수.
그 선수를 보자 에두아르도 구아린은 절망했다.
촤—–악!
[유가 다시 한번 깔끔한 태클로 아메리코의 오버래핑을 차단! 흐른 볼은 라우타로 오르반에게!]라우타로 오르반이 볼을 전방으로 걷어냈고.
삐익! 삐익! 삐——익!
그와 동시에 종료 휘슬이 울리며 아르헨티나 주니어컵이 끝났다.
【 보카 주니어스 U-20 (3 – 1) 리버 플레이트 U-20 】
[보카 주니어스 주니어들이 리버의 주니어들을 무너트리고 아르헨티나 최고의 유망주에 올라섭니다!] [오늘 경기 MVP는 당연하게도 바로 이 선수! 아시아에서 온 지우 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려 2골 1도움으로 리버 플레이트 U-20의 황금세대를 완벽하게 무너트렸습니다!]“우, 우승이다! 우리가 우승이라고오오오오!”
“드디어 우리도! 트로피가!”
“으아아아아아아아! 엄마! 아빠!”
리버 플레이트 황금 세대에 밀려 늘 2인자였던 보카 주니어스 U-20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야.”
유지우는 가만히 선수들을 보고 있었고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뒤를 보자 에두아르도 구아린이 유니폼을 내밀며 서 있었다.
“프로에서는 안 진다.”
유지우도 유니폼을 벗어서 교환했다.
“마찬가지야.”
“그리고.”
에두아르도 구아린이 가리킨 곳에는 신경질적으로 물병을 걷어차며 들어가는 아메리코 체로가 보였다.
“성질머리가 저래서 내가 대신 사과할게.”
“됐어. 어차피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으니까.”
그 뒤에 에두아르도 구아린은 축하한다고 말하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리버 플레이트의 홈구장에서 라이벌 보카 주니어스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생기자 그 꼴은 못 보겠는지 리버 플레이트 팬들은 죄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지우.”
로돌포 핀티는 유지우에게 다가와 꽉 끌어안았다.
“잘했다! 정말 잘했어!”
“근데 감독님.”
“응?”
“여기서 트로피 들어 올려도 돼요?”
트로피가 있는 단상이 준비되는데 리버 플레이트 팬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나갔다.
“패자들 따위!”
“죽진 않겠죠?”
“걱정하지 마! 누가 너한테 위협을 가한다면 내가 머리통을 날려버릴 테니까!”
곧이어 트로피를 들어 올릴 시간이 됐다.
주장인 산티아고가 먼저 들어 올렸고 그 뒤에 트로피는 유지우의 품으로 전달됐다.
“팬들한테 들고 가는 건 네가 해.”
“그래도 돼?”
“그럼! 리그 후반기 우승한 것도 그렇고 컵 대회 우승한 것도 다 네 덕분이잖아. 아무도 불만 없어.”
선수단에서 산티아고의 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유지우가 관중석으로 트로피를 들고 가자 보카 주니어스 팬들은 기립 박수를 보내줬다.
“유우우우우우우!”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데 갑자기 사복 입고 난입한 녀석이 있었다.
어?
디에고?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이 자식들! 해냈구나!”
“넌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냐?”
“어디긴, 관중석에서 보고 있었지!”
디에고가 난입하자 동료들이 다가와 반겨줬다.
“디에고! 너도 가지지 못한 걸 우리가 가졌어!”
“으으으으! 분하다!”
“분하면 다시 내려오든가!”
2군으로 먼저 올라가 있었지만,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동고동락했던 사이니 함께 웃고 즐겼다.
“그보다.”
디에고는 선수들에게 뭔가 속닥였다.
끄덕.
그러더니 다 같이 유지우를 보고 웃기 시작했다.
“…너희들 뭐 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하지 마.”
뒷걸음질을 쳤지만, 뒤에서 기예르모 다린이 붙잡는 바람에 도망치지도 못했다. 바둥거리던 유지우를 에워싼 동료들은 일제히 헹가래를 치기 시작했다.
동료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주위를 봤다.
관중석을 나가지 않고 함께 기뻐하는 보카 주니어스 팬들.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
‘비록 프로가 아닌 유스 대회 우승이었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첫 트로피를 얻은 지금, 이 순간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 * *
‘사커 매거진(Soccer Magazine)’에선 유지우의 기사 제목을 두고 회의를 했다.
“요정은 조금 그렇지 않아요? 뭔가 임팩트가 없잖아요.”
“요정이라는 별명이 귀엽긴 하지.”
“플레이는 전혀 귀엽지 않잖아요. 뭔가 플레이랑 어울리는 그런 게 없을까요?”
“그러면 어떤 걸로 할까? 의견 있어?”
“이건 어떠세요? 경기 직후부터 팬 사이트에서 유를 새로운 별명으로 부르고 있거든요.”
“새로운 별명?”
태블릿 PC로 보여준 내용들.
그것을 보자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해.”
그렇게 나온 기사 제목.
< 보카 주니어스의 ‘어린 왕자’ 유지우, 2골 1어시스트로 경기를 지배하며 보카 주니어스 U-20을 아르헨티나 유스 최고 자리에 올리다! >
팬들이 새롭게 붙여준 별명.
‘어린 왕자(El pequeño príncipe).’
유지우는 팬들 사이에서 새로운 별명으로 불렸다.
그리고 보카 주니어스 유스가 주니어컵에서 우승한 소식은 아르헨티나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King of the Match에 뽑힌 유지우의 영상은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보카 주니어스 공식 계정에 업로드되며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미쳤네, 이런 애가 왜 아직도 유스에 있냐? 얼른 1군으로 올려! 1군 공격 지금 난장판이잖아!] [어린 왕자라는 별명 누가 지었냐? 진짜 잘 지었다.] [플레이 스타일 보면 요정보다는 어린 왕자가 맞긴 하지. 저렇게 상대를 압살하는 모습은 어딘가에 군림하는 왕 같잖아.] [진심 영상 본 사람들은 어린 왕자라는 별명이 얼마나 어울리는 별명인지 잘 알 거다. 보카의 왕좌를 이을 유일한 혈통이다.]그 시각 유지우는 모든 일정을 끝낸 뒤라 가족들이랑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드으으으으을! 아들이 좋아하는 잡채 만들었어~!”
“아빠! 이거 다 태우잖아요!”
“원래 이 고기는 겉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 해서 먹어야 해!”
“제가 구운 거 한번 드셔보세요! 이게 더 맛있을걸요?”
매일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고 유지우는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쉬었다.
서설희가 마당에 마련된 테이블에 여러 한식을 차리는 동안 유지우는 슬쩍 얘기를 걸었다.
“어머니.”
“응?”
“한국은 별일 없어요?”
“없을 리가 있겠어? U-17 청소년 월드컵 참사 때문에 정신없지.”
U-17 북중미 월드컵에서 4강 이상 하겠다는 포부로 간 대한민국 대표팀은 예선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책임은 또 감독한테만 물렸고.”
그 결과로 청소년 국가대표 감독인 전구한이 사임했고 모든 비난의 화살을 감당해야 했다.
“제가 갔어야 했나요?”
“우리 아들이 갔으면 우승은 당연했겠지만! 안 간 게 더 나아.”
“왜요?”
“아르헨티나에 온 지 얼마 안 된 너를 뽑는 녀석들이 이상한 거야. 보통 해외 유소년들은 3년은 지나고 국가대표로 뽑는 게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어.”
청소년 국가대표 대회에서도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게 ‘3년 룰’이었다.
어린 선수를 혹사하는 것을 방지하고 해외 클럽에 적응하는 기간을 둔 거였다. 그러니 협회에서 그걸 깡그리 무시하고 유지우를 발탁하려고 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딴 놈들 얘기는 그만하고 고기 먹자!”
“네.”
“먹고 동네 산책까지!”
“또요?”
“해외만 나오면 이상하게 모든 게 예뻐 보이더라? 나도 그냥 여기서 확 눌러살까?”
라 보카 지역은 관광지도 잘 구성이 되어 있어서 해외 관광객들이 아르헨티나 여행을 오면 무조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와 누나는 아르헨티나에 오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걸 즐겼다.
“…여기서 눌러살려고?”
“왜? 싫어?”
“아, 아니, 싫을 리가 있나! 하. 하. 하. 기뻐서 그렇지!”
“어째 말에 영혼이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요리에 열중하는 누나까지.
이 여유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즐기고 싶었다.
* * *
“다들 맛있게 드세요!”
일주일 뒤.
아버지의 식당에선 시즌이 끝난 기념으로 주변 사람들이 모여 다 같이 파티를 즐겼다.
알리샤의 가족, 식당 가족, 한인회를 비롯해 기예르모 다린의 가족과 디에고 로시의 가족까지 다 모였다.
“에바, 고기만 골라 먹지 말고 이것도 먹어.”
“으아아아아! 나 그거 싫다고!”
디에고 로시는 여섯 살 된 막내 여동생 에바를 끔찍이도 챙겼다.
“너 그렇게 안 먹으면 나중에 기예르모 같은 남편 만난다?”
“야! 디에고! 거기서 날 왜 걸고넘어져.”
“…나 먹을래.”
“아니… 에바, 그걸 또 왜 수긍해! 내가 어때서!”
여섯 살 에바의 모습에 기예르모를 제외한 모두가 웃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음식이 절반 정도 사라졌을 때쯤, 갑자기 기예르모 다린의 전화벨이 울렸다.
“응? 이 시간에 누구지? 여보세요?”
통화하는 기예르모 다린의 손은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평소에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던 애가 저렇게 떨다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그러곤 전화를 끊었다.
“엄마, 아빠.”
기예르모 다린은 자신의 부모님을 쳐다봤다.
“뭔데? 어디서 전화 온 거야?”
“저 2군으로 합류하래요! 다음 달부터요!”
기예르모 다린은 디에고 로시 다음으로 유명한 선수라 2군 합류 소식은 보카의 팬들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라 식당 안 모든 사람이 자기 일처럼 축하해줬다.
“그러면 남은 건.”
스윽.
기예르모를 축하해주던 디에고 로시가 날 봤다.
“너다!”
디에고 로시가 뻗은 손을 따라 사람들은 나를 쳐다봤다.
“이제 우리 아들한테도 전화가 오려나?”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귀신같이 내 휴대폰이 울렸다.
“지, 지우야. 얼른 받아봐.”
어머니가 더 긴장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던 사람들도 어느덧 조용해지며 내가 통화하는 것에 집중했다.
“지우 유입니다.”
– “세바스티안 란첼라다.”
내게 전화를 건 사람은 보카 주니어스 1군 감독이었다.
“예.”
– “놀라지 않네? 내가 직접 전화를 걸었는데?”
“기예르모한테도 방금 전화하신 거 아니에요?”
– “응? 내가 한 거 아닌데?”
“……?”
이게 무슨 소리지.
“그러면.”
– “기예르모한테 전화를 한 건 2군 감독이겠지. 2군 합류를 하라고 단장이 지시를 내렸으니까.”
“저는요?”
그리고 들리는 말.
그 말을 듣고 순간 말을 잃었다.
“…….”
전화를 끊자 가족들이 나를 뚫어져라 봤다.
“구단이야?”
“…감독님이요.”
“로돌프 감독?”
“아뇨. 세바스티안 감독님이요.”
“세바스티안이라면….”
이름을 곰곰이 생각하던 가족들 말고 정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쾅.
“진짜 세바스티안 감독님이라고?”
디에고 로시였다.
“응.”
“방금 유한테 전화를 한 사람은 1군 감독 세바스티안 란첼라예요!”
1군 감독 세바스티안 란첼라.
그에게서 직접 전화가 왔다고 하자 모두가 놀라서 말을 하지 못했다.
“…진짜냐?”
아버지의 물음에.
“네.”
고개를 끄덕였다.
“뭐래? 뭐라고 하셨어?”
“1군 감독님이 왜 전화하신 거지? 2군 합류면 보통 2군 감독님이 전화하지 않나?”
모두가 궁금해했고.
“30일에 있는 1군 훈련에 참여하래요.”
들은 대로 대답했다.
그러자 식당 안 사람들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번졌고 심지어.
달그락.
숟가락을 떨어트렸다.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