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60)
필드의 외계인-260화(260/404)
제260화
– 와아아아아!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아스날을 보러 온 사람들로 풀럼FC의 관중석은 가득 채워졌다.
“…원정인데도 아스날 팬들이 이렇게 많아?”
오늘 경기는 홈이 아닌 원정이었다.
그들이 이렇게 많이 온 이유는 간단했다.
“유! 꼭 넣어!”
“네가 신기록 세우는 거 보러 왔어!”
“부담은 갖지 마! 신기록 아니더라도! 네가 최고니까!”
유지우의 신기록 달성을 두 눈에 담기 위해서였다.
[오늘 경기에서 유지우 선수가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모든 사람이 이 경기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경기 시작 전인데도 제 손이 다 떨립니다! 아시아 선수! 그것도 한국 선수가 두 시즌 연속 신기록을 앞두고 있다니!]전반전이 시작됐고 선발로 출전한 유지우는 최전방에서 골 사냥을 나섰다.
동료 선수들도 노골적으로 유지우에게 볼을 몰아줬다.
“유!”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패스가 달리는 유지우 앞으로 갔다.
스르르르륵.
볼은 적절한 회전이 걸려 유지우의 보폭에 딱 떨어지는 궤적으로 왔다.
유지우는 침착하게 발을 뻗어 사이드에서 볼을 잡아냈다.
툭.
툭.
그리곤 발등으로 밀며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갔다.
수비수가 뒷걸음질을 치며 발을 뻗는 타이밍에 맞춰.
툭.
왼쪽으로 쳐놓은 뒤, 반 박자 빠르게 니어포스트로 감아서 찬 슈팅.
뻐—엉!
하지만 아쉽게도 볼은 옆 그물을 건드리고 말았다.
[전반 3분 만에 나온 유지우 선수의 슈팅이 옆 그물을 흔듭니다!]사람들은 경기의 승패보다도 유지우의 신기록 달성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니 풀럼FC 선수들은 이를 악물었다.
“…우리가 완전히 빌런이군.”
“감독님이 말했잖아, 오늘 경기에서 우리가 극적인 승리를 거두더라도 포커스는 유에게 가 있을 거라고.”
같은 프로 선수의 신분인데도 들러리 입장이 되니, 기분이 나쁜 건 당연했다.
촤—악!
그래서 풀럼의 플레이에는 감정이 서서히 실렸고, 자연히 경기 역시 거칠어졌다.
삐—익!
주심의 휘슬은 침이 마르지 않았다.
전반 34분 동안.
풀럼에 나온 카드만 4장이었다.
[풀럼의 선수들이 아스날 선수들을 강하게 밀어붙입니다.] [특히 유지우 선수를 향한 견제가…. 심상치 않아요. 신기록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는 듯! 집중 견제가 이어집니다!]신기록의 희생양은 누구도 되고 싶지 않았다.
분명히 역사에 이름이 남을 테니까.
풀럼 선수들은 경기에서 지더라도.
퍼—억!
유지우에게만큼은 득점을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더 타이트하게! 아예 필드 밖으로 내보낼 각오로 해!”
유지우는 그런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에게 몰리는 틈에.
투—웅!
핀포인트 크로스를 올려.
철렁.
아드리안 로마오의 득점에 어시스트를 했다.
[고오오오올! 아드리안 로마오의 헤딩골이 나옵니다!] [유지우 선수가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 시즌 70개의 공격 포인트를 달성합니다! 이걸로 작년에 세운 공격 포인트와 동일 기록입니다!]그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후반전에서도 유지우는 자신에게 몰리는 수비를 피해 요리조리 킬패스를 넣었고 또다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유지우 선수가 두 명의 선수를 제치고 올린 컷백! 아드리안을 지나서 뒤로! 마틴입니다!] [마틴 그라임스—! 강력한 왼발 슈팅이 그물을 찢을 듯 가릅니다!]이걸로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유지우는 한 시즌 통산 71개의 공격 포인트를 생산하며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걸로.”
“통산 71개 공격 포인트!”
“네가 해낼 줄 알았어—! 유!!!”
유지우의 응원가가 들려오며 풀럼 감독은 이를 꽉 물었다.
‘제길.’
한 시즌 71개의 공격 포인트 달성.
신기록을 세우자 아스날 선수들은 유지우를 가마에 태워 세레머니를 했다.
득점 신기록이 눈앞에 있었지만, 유지우는 거기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항상 필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그에게 더 중요했으니까.
* * *
유지우가 아닌 다른 선수들의 득점 향연에 아스날 팬들은 아쉬워할 틈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
남은 시간은 30분.
유지우라면 그 시간 안에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지켜봤다.
“유!”
“풀럼 저 자식들! 아주 죽어라 유를 마크하는 것 좀 봐!”
집중 견제 속에서도 유지우는 틈을 만들어냈다.
Y.M.C.A라인에서 나오는 패스 플레이.
풀럼 수비진이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교했다.
그러다가 자그마한 틈새가 보이면.
뻐—엉!
유지우는 가차 없이 슈팅을 시도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와 왼발로 파 포스트를 향해 감아서 찬 슈팅을.
퍼—억!
수비수가 필사적으로 점프를 뛰어 얼굴로 차단했다.
얼굴이 붉어지고.
코피가 흘러도.
“으아아아아-!”
풀럼의 유지우 봉쇄 작전은 끝나지 않았다.
치열한 수비도 수비였지만, 유지우도 오늘따라 골포스트를 맞추는 듯 득점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아스날 4 – 0 풀럼FC.
삐익-! 삐익-! 삐—-익!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며 아쉽게도 유지우 선수의 득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시스트만 2개! 총공격 포인트 신기록을 달성한 셈이니! 오늘 경기를 찾아온 팬들이 아쉬워할 일은 없을 겁니다!]작년 유지우의 총공격 포인트는 70개.
오늘 경기 2개의 어시스트로 유지우는 통산 71개의 공격 포인트를 세웠다.
* * *
유지우의 신기록 달성은 프리미어리그 팬들만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또 놓쳤다고?”
“어, 득점보다 어시만 기록했어.”
“…어시스트했다면 경기력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뭐지?”
“모르겠어, 부담이라도 느끼나?”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까지 포함하면 3경기 연속 득점 사냥을 못 하고 있었다.
“총공격 포인트는 넘겼잖아.”
“이미 74개로 신기록 세웠는데 득점은 아직이야.”
“대체 언제 세우려는 걸까?”
“그건 그렇고 저런 선수를 보유한 아스날 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저런 선수만 있으면 떠받들며 살지.”
“진짜…. 평생 팬 될 자신 있는데.”
“…. 우리 클럽에서 데리고 오면 안 되나?”
타 클럽 팬들이 유지우를 보유한 아스날을 부러워하는 사이.
장본인인 아스날 팬들은 물론 아스날 선수단 내에서는 다들 유지우의 눈치 보기 바빴다.
뻐—엉!
티에리 앙리와 슈팅 훈련을 하는 유지우를 멀리서만 지켜볼 뿐 다가와서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부담감.’
유지우가 느끼고 있을 그 감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뻐—엉!
골대는 전부 가려놓고 곳곳에 구멍 뚫린 곳에 정확하게 꽂아 넣는 유지우를 보며 티에리 앙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요새 득점하는 게 어려워?”
“음…. 플레이에는 문제가 없는 거 같은데 이상하게 안 들어가네요.”
유지우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못 넣으면 못 넣는구나.
넣으면 넣는구나.
그는 쿨하게 넘어갔다.
“부담이 느껴지는 건 아니고?”
“부담은 항상 있죠.”
프로 선수는 부담을 항상 동반한다.
이건 어릴 적부터 많이 들은 이야기였고 마음의 준비도 어느 정도 해서 경기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최근 네 플레이 영상을 밤낮을 지새우며 봤다.”
티에리 앙리는 유지우가 득점하지 못하는 것을 해결하려고 집과 구단에서 영상을 손에서 내려놓질 않았다.
“근데 문제점이 전혀 없어, 평소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움직임이었다.”
“…….”
“달라진 점은 너를 향한 압박의 강도가 올라왔다는 점이지.”
달라진 건 유지우가 아니라 유지우를 대하는 상대 팀의 대응 방식이었다.
“그 녀석들은 실점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너의 득점만을 막고 있어. 그래서 네가 넣는 게 더 어려웠지.”
“…저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신기록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은 거지.”
슈팅 훈련을 이어가면서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문제의 해결 방법은 없었다.
본인의 잘못도 아닌 상대의 각성에 의한 거면 돌파구는 하나.
“네가 더 잘하는 방법밖에 없어.”
냉정하지만 이게 최고의 답변이었다.
“해보겠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그의 대답을 듣고 티에리 앙리는 미소를 지었다.
‘저런 멘탈이면 뭘 해도 성공했겠군.’
그렇게 시간이 흘러.
UEFA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다가왔다.
【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아스날 vs 파리 생제르맹! 】
【 파리에 입성한 아스날 선수단! 】
【 극비리에 진행 중인 훈련. 】
【 윌리앙 주니오르, “우리는 결승까지 올라갈 준비를 마쳤다.” 】
【 유지우, “결과를 가지고 돌아갈 것.” 】
* * *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아스날 vs 파리 생제르맹.
아스날 선수들은 원정을 위해 파리로의 원정길에 올랐다.
“파리는 휴가 때만 왔었는데.”
“지난번에 간 마르세유랑은 좀 다르긴 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같은데 뭔가 더 대도시 느낌?”
“그래도 우리 런던이 최고야!”
런던에서 나고 자란 런던 토박이 데릭 레드먼드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걸 누가 몰라요?”
“데릭은 가만 보면 참….”
“참? 참 뭐.”
“참 잘생겼다고요.”
“놀리냐?”
“와, 데릭.”
“왜?”
“눈치가 제법 빨라졌네요.”
“…아드리안? 네가 요새 데릭 세트를 안 했더니, 머리에 생각이라는 게 많아진 모양이다.”
“그, 그게 아니라!”
“기대해, 돌아가고 나면 제대로 굴려줄 테니까.”
데릭 레드먼드와 아드리안 로마오의 티키타카 후에 선수들을 태운 버스는 호텔에 도착했다.
“내려라, 여기가 이틀 동안 우리가 지낼 호텔이다.”
구단에서는 원정을 떠나는 선수단을 위해 늘 최상급의 호텔만을 제공했다.
같이 방을 쓰고 싶은 사람.
혼자서 쓰고 싶은 사람을 나누어 늘 최상급의 서포트를 아끼지 않았다.
1시간 일찍 호텔에 와서 절차를 마친 운영팀장이 선수들에게 키를 나눠줬다.
“유랑 크리스는 같이 쓰기로 했죠?”
“네.”
“여기요. 스위트룸이고 편하게 쓰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잦은 원정을 다니며 룸메이트가 됐다.
생활방식이나 수면 패턴도 비슷해 같이 지내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어 타국에 원정을 나갈 일이 생기면 항상 같이 방을 썼다.
스윽.
그때 두 사람의 옆으로 아드리안 로마오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
“에이스 듀오의 방에 놀러 갈 사람 있습니까!”
“나!”
“나도 갈래!”
“잠시 후! 로비 집합하세요! 제가 가이드를 맡겠습니다.”
아드리안 로마오가 든 손을 데릭 레드먼드가 사뿐히 쥐었다.
“농담할 시간에 올라가서 짐부터 풀지?”
“…스티븐! 데릭이 제 팔을 부수려고 해요!”
“원정하러 왔으면 경기에만 집중해라?”
“네, 넵!”
선수들은 그렇게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들어간 방은 스위트룸이었다.
방은 물론 거실, 화장실, 부엌까지 있었다.
유지우는 창가를 좋아해서 창가 쪽으로.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벽이랑 가까운 쪽으로 가서 짐을 풀었다.
“저녁은 한 시간 뒤에 식당에서 먹는다고 했지?”
“어.”
“그때까지는 좀 쉬어야지.”
창밖을 보던 유지우의 시선에 한 곳이 들어왔다.
“이틀 뒤에 저기서 뛰는구나.”
조명으로 인해 밝은 구장이 호텔 창밖으로 보였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가 바로 프랑스에서 제일 뜨거운 스타디움이야.”
“우리 애슈버턴보다?”
“애슈버턴은 세계에서 제일 뜨거운 곳이고.”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아스날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다.
클럽에 대한 애정은 물론 현재 행복감이 최고치였다.
뛰어난 동료들.
그리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 파트너까지.
“반드시 이기자.”
그리고 그건 유지우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훗날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길 최고의 듀오는 그렇게 자신들의 이름을 유럽 전역에 알릴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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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 와아아아아아아!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의 날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