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61)
필드의 외계인-261화(261/404)
제261화
경기 전부터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을 향한 시선은 뜨거웠다.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에는 양 클럽의 에이스들이 기자회견을 했다.
“윌리앙, 아스날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스날이 우승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데 내일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실 생각이십니까?”
파리 생제르맹의 에이스, 윌리앙 주니오르는 마이크를 들고 대답했다.
“아스날이 뛰어난 클럽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든 우리는 지지 않을 겁니다.”
엄청난 자신감이었다.
“유는 당신 다음으로 발롱도르 3위를 한 선수입니다. 쉽지 않은 상대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발롱도르 2위와 3위의 격돌.
이것만으로도 챔피언스리그 4강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왔다.
“아직 나이가 어린 선수라고 들었습니다. 뛰어난 선수긴 하지만 이런 대회의 중압감을 이기려면 경험이 필요한 법이죠.”
윌리앙 주니오르는 넌지시 경험이 많은 자신이 유리하다는 걸 어필했다.
기자들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UEFA 챔피언스리그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선수가 가지는 중압감의 크기도 커졌으니까.
‘유가 과연 그런 중압감을 버텨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여러 대회에 출전하며 유지우는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UEFA 챔피언스리그는 그동안 출전했던 대회와 영향력 자체가 달랐다.
.
.
.
그 후.
기자들은 아스날의 훈련장 입구에서 훈련 일정이 종료되길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훈련이 끝나자, 그들은 유지우를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내일 있을 경기에서….”
유지우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을 해줬고 잠시 후, 본격적인 질문이 나왔다.
그들이 노리는 건 바로.
“유는 나이가 어려 챔피언스리그라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할 거라는 말이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윌리앙 주니오르와의 대결 구도였다.
“나이라….”
유지우는 잠깐 고민을 하곤 씩 웃었다.
“축구는 나이로 하는 게 아니라 발로 하는 거죠.”
그는 윌리앙 주니오르의 의견에 정면으로 돌파하는 걸 선택했다.
기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내일 있을 경기의 관심을 끌 타이틀이 만들어진 거였다.
타오르는 불씨에 유지우는 장작을 더 넣었다.
“내일 경기가 기대되네요. 그리고 결승 무대는 어떤 느낌일지 하루라도 빨리 느껴보고 싶고요.”
파리 생제르맹을 이기고 아스날이 결승에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말이었다.
어떻게 보면 건방진 말일 수 있었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몰매를 맞을 수도 있었고.
그러나 그동안 유지우가 걸어온 길이 그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 * *
4월 26일, 경기 당일.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의 홈 파르크 데 프랭스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일반 리그보다도 더 수준이 높은 UEFA 챔피언스리그.
별들의 전쟁을 보기 위한 인파들로 파리 일대는 들썩였다.
“아스날의 유가 어떤 걸 보여줄지 기대된다.”
관중석을 채우는 파리 생제르맹의 팬들의 입에서 유지우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 녀석 하이라이트 보면 놀랍긴 해.”
“괜히 발롱도르에 뽑힌 건 아니야.”
“아마 몇 년 뒤에는 그 녀석이 발롱도르를 수상하겠지.”
프리미어리그의 새로운 황제.
너튜브에 나오는 하이라이트로 접한 그의 플레이에 많은 이가 감탄했다.
“오늘은 좀 부진했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올라가는 건 파리야.”
“맞아, 아스날이 결승 무대를 밟는 건 볼 수가 없어.”
시간이 흘러 관중석이 채워졌다.
선수들은 워밍업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라커룸에 들어온 선수들은 애써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긴장되나?”
라커룸으로 들어온 폴 사르가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아닙니다.”
“그러기엔 아드리안, 너 다리가 너무 떨린다.”
“하.하.하!”
“…웃는 것도 어색하고.”
아드리안 로마오의 행동에 라커룸 안은 웃음꽃이 피었다.
“긴장될 거라는 건 잘 안다. 그 이유는 단 하나겠지, 이 계단만 오르면 우리가 꿈에 그리던 결승 무대니까.”
그 말대로였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2차전만 이기면 별들의 전쟁, 그 마지막 무대를 밟을 영광이 주어진다.
선택받은 선수만이 오를 수 있는 무대에 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그들의 가슴은 벌렁거렸다.
“우리가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간 적은 2006년 한 번뿐이다.”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아본 건.
05-06시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27년의 세월이 흘러 마침내 그 문턱을 눈앞에 뒀다.
“그러니 팬들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거야, 우리가 파리를 밟고 올라가는걸.”
아스날 현지에서도 간절히 기도하는 팬들이 많았다.
SNS에 기도하는 사진을 올렸고 각자의 방식으로 응원하는 글도 올렸다.
“그동안 울었던 팬들을 웃게 해 줄 기회가 너희에게 찾아왔다.”
폴 사르는 선수들을 보며 힘차게 외쳤다.
“이대로 기회를 날릴 건가?”
– “아닙니다!”
“파리에게 발목이 잡힐 건가?”
– “아닙니다!”
“각오를 다져라! 너희의 1년을 허무하게 만들지 마라!”
선수들의 표정에선 더 이상 긴장한 모습이 안 보였다.
“세부적인 내용은 지겹도록 얘기했으니까 간단하게 줄인다.”
폴 사르는 작전판을 두드리며 말했다.
“파리의 압박 패턴은 유기적으로 변한다. 라인을 내리며 지역 방어로 나올 때가 있고 라인을 올리며 전방 프레싱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간단해.”
스윽.
작전판에 붙은 자석을 움직이며 설명을 했다.
“압박하지 않을 때는 최대한 공격하지 않고 볼을 소유하는 것이 오늘의 룰이다.”
선수들은 폴 사르가 하는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어제까지 했던 전술 내용을 다시금 떠올렸다.
자신이 맡은 역할.
그것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기 위해서.
“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을 할 때는 빠르게 크리스를 찾아. 그리고 크리스는 계속해서 빈 곳에 패스를 보내면서 앞으로 나가.”
계속해서 자석을 움직였다.
“그다음으로 마틴, 아드리안, 유! 너희는 스위칭 플레이를 이어가며 수비진을 흔들어라, 그리고 공간이 생기면 과감하게 골을 노려. 짐승처럼!”
폴 사르는 열을 토하며 선수들에게 경기 전, 집중력을 끌어올리게 했다.
그렇게 잠시 후.
경기 입장 시간이 되자 말을 멈추고 손뼉을 강하게 치며 선수단을 집중시켰다.
짝!
“가자!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 파리 녀석들의 입에 골을 처넣어!”
.
.
.
– 와아아아아아!
[양 클럽 선수들이 필드로 나오고 있습니다!] [각 팀의 에이스들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1차전을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비췄는데요! 승리는 어느 클럽이 가져갈지 기대가 됩니다!]UEFA 챔피언스리그.
아스날 vs 파리생제르맹.
이제 이기기만 하면 결승 무대를 밟게 되는 거라 두 클럽의 동기부여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실했다.
후우.
유지우는 심호흡하며 경기장을 둘러봤다.
리그와는 다른 압박감이 전해졌다.
하지만 괜찮았다.
두근.
오히려 설렜으니까.
삐—익!
설렘을 품은 채,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의 경기가 시작됐다.
* * *
파리 생제르맹의 킥오프로 시작된 경기.
두 팀은 처음에는 차분하게 서로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4 – 3 – 3의 아스날.
4 – 3 – 3의 파리 생제르맹.
중원에서의 싸움이 거칠었지만, 그보다 거친 구역이.
퍼—억!
바로 유지우가 있는 사이드였다.
볼의 소유권을 가져온 아스날은 유지우를 중심으로 빠르게 측면 공략에 나섰다.
[케빈 에르난데스가 유지우 선수에게 강한 충돌! 볼을 못 받게 방해합니다!] [볼이 없는 상황에서 저런 거친 플레이는 주심이 제재를 가해야죠! 왜 가만히 있습니까?]그를 마크하는 선수는 케빈 에르난데스였다.
올해로 29세가 된 그는 속도와 몸싸움에 특화된 수비형 풀백으로 파리 생제르맹 감독, 가엘 페키르가 유지우 마크맨으로 붙여놨다.
“주심!”
보다 못한 아드리안 로마오가 주심을 향해 소리쳤지만, 주심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으득.
유지우가 이를 꽉 물었다.
그리고 수비진에서 볼을 돌리다가 케빈 에르난데스에게 가자.
타다다다닷-!
폭발적인 속도를 내며 접근한 후에 힘을 실어 그대로 부딪쳤다.
퍼—억!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유지우는 자신을 향한 거친 수비에 마찬가지로 거친 수비로 맞대응을 했다.
“으아아-!”
강한 충돌에 케빈 에르난데스의 몸이 공중에 잠시 뜨고 바닥에 떨어졌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며 반칙을 선언했지만, 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이 달려오며 유지우를 밀쳤지만, 유지우는 넘어진 케빈 에르난데스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일어나, 엄살 부리지 말고.”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이 유지우에게 오자 아스날 선수들도 출동했다.
그리곤 유지우의 경호팀장이 등장했다.
“어디서 앵앵거리는 소리 안 들리냐?”
데릭 레드먼드였다.
“주변에 파리 새끼들이 많아서 그런지 잡소리가 많이 들리네.”
프리미어리그의 싸움꾼으로 유명했던 데릭 레드먼드.
세월이 지나 성질이 많이 죽었어도 그는 여전히 위협적인 포스를 내뿜었다.
“…그래도 이건 심하지 않아?”
용기를 내 말을 꺼낸 건 주장인 뤼카 마르탱이었다.
그도 192cm의 큰 키를 가진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성질이 있는 선수였다.
“멀리서 봐도 먼저 시비를 건 건 넘어진 파리 새끼 아니야?”
“아까부터 파리 새끼, 파리 새끼, 어디 집 없이 떠돌다가 남의 집에 자리 잡은 길거리 개새끼들이.”
주심이 휘슬을 불며 진정시켰다.
원정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홈팀이 움츠러들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가엘 페키르는 경기 전.
‘아스날 녀석들의 심기를 건드려서 충돌 상황을 만들어.’
일부러 이런 지시를 내렸다.
그걸 수행한 케빈 에르난데스는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
아스날의 기를 확 죽이려는 시도였으나.
그들의 계산에는 미스가 있었다.
< 건드리면 뭅니다. >
아스날에는 그딴 신경전으로 움츠러들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 * *
파리 생제르맹의 공격은 윌리앙 주니오르의 비율이 높았다.
브라질 특유의 테크닉과 스피드.
게다가 시야까지 넓어 패싱력까지 갖춘 선수였다.
– 오오오오오!
그의 플레이에 아스날의 측면은 붕괴하기 직전이었다.
툭.
툭.
가볍게 볼을 밀고 들어오면서 플리플랩으로 카를로스 로호를 제치는 장면에 관중석에선 감탄이 나왔다.
[윌리앙 주니오르의 돌파—! 그리고 가운데로 밀어주는 스루패스!!!]그 패스를 보고 발을 뻗은 스트라이커 페드로 베시노는 데릭 레드먼드의 집중 견제로 볼을 터치하지 못했다.
[아쉬운 기회를 놓치는 파리 생제르맹! 유효 슈팅 3개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득점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아스날의 공격력이 뛰어난 만큼 파리 생제르맹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주력은 기본이고 공격진 전원이 침투 능력이 뛰어나 상대에게 많은 부담을 줬다.
그리고 만일 공간이 없다면.
뻐—엉!
[윌리앙 주니오르의 기습적인 중거리–!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납니다!]직접 해결하려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그렇게 파리 생제르맹은 프랑스의 황제라는 별칭에 맞게 아스날을 천천히 그리고 정교하게 숨통을 조여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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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중반이 지나가자 파리 생제르맹이 홈팬들의 기운을 등에 업고 리드를 가져갔다.
툭.
그들은 중원에서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아스날의 빈틈을 노렸고 그게 이어지자.
퍼–억!
아스날도 필사적으로 볼의 소유권을 빼앗았다.
거친 몸싸움은 기본이고 태클로 패스를 방해했다.
그런 적극적인 플레이 덕분에 아스날은 볼의 소유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빠르게 전개해야 합니다!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오른쪽으로 길게! 유지우 선수가 살짝 라인을 내려오며 받아냅니다!]압박을 피해 내려와 받았지만, 케빈 에르난데스는 불과 5초도 안 되는 사이에 접촉해왔다.
그리곤 선수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무릎을 노릴 생각으로 발을 높게 들었다.
스르르르륵.
그러나 유지우는 그걸 눈치채고 발을 피했다.
‘너무 노골적이잖아.’
애초에 눈이 볼이 아닌 무릎으로 향해 있다는 걸 찰나의 순간 눈치챈 거였다.
그렇게 피한 뒤.
오른쪽 측면으로 볼을 몰고 들어갔다.
[유지우 선수가 측면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금세 백업을 하는 수비진!]파리 생제르맹의 수비는 촘촘했다.
그들이 빠르게 백업을 하며 구멍을 없애자, 유지우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경로를 변경했다.
[중앙으로 올라오는 유지우 선수!!!]그는 올라가면서 동료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마틴 그라임스는 측면에서.
아드리안 로마오는 중앙에서.
두 선수 모두 수비진에게 묶여서 패스받을 여건이 되지 않았다.
직접 해결하려고 마음을 먹은 그때.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어느새 마크를 따돌리고 중앙으로 들어온 것이 보였다.
끄덕.
두 선수는 시선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됐다.
눈만 마주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으니까.
툭.
유지우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패스를 주며 안으로 들어갔다.
압박이 오자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원터치로 유지우에게 다시 밀어줬고.
툭.
유지우는 노룩 힐패스로 다시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줬다.
그 순간, 두 선수가 보여준 원터치 플레이에 파리 생제르맹 수비에 균열이 생겼다.
투—웅!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원터치 로빙 패스로 균열로 들어가는 유지우에게 볼을 보냈다.
툭.
수비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서 가슴 트래핑으로 상대 수비가 잡기 어려운 위치로 볼을 잡아놓은 유지우는 찰나의 순간 골키퍼의 위치를 확인하곤.
뻐—엉!
니어포스트를 향해 오른발 강슛을 때렸다.
철렁.
볼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틈.
골키퍼가 다리를 찢으며 막으려고 했으나 슈팅은 이미 안으로 들어간 후였다.
– 와아아아아아!!!
[드, 들어갑니다–! 유지우 선수가 전반 38분에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연결 과정을 보십시오!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유지우 선수의 환상적인 패스 플레이! 이것이 아스날! 이것이 아스날이 자랑하는 에이스 듀오입니다!!!]골을 넣은 유지우와 어시스트를 기록한 크리스티안 페레스.
두 선수는 나란히 어깨동무한 채,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 포효했다.
‘아스날의 에이스 듀오.’
두 사람의 모습은 전 세계에 각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