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62)
필드의 외계인-262화(262/404)
제262화
벤치에서 경기를 보던 폴 사르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두 선수의 플레이는 늘 새로운 충격을 줬지만, 유독 오늘은 충격이 더욱 컸다.
“감독님의 철학을 두 녀석이 필드에서 구현해주네요.”
대니 수석코치의 말에 폴 사르는 천천히 입을 뗐다.
“…그냥 구현이 아니라 100%로 만들어주고 있어.”
“오늘 경기가 유독 그렇고요.”
Y.M.C.A라인.
31-32시즌부터 아스날의 대표적인 공격라인이 됐지만, 그 안의 에이스 듀오는 차원이 달랐다.
툭.
“유!”
툭.
“크리스!”
볼 하나가 간신히 지나갈 좁은 공간에서 두 선수의 원터치 플레이는 상대를 농락했다.
어디로 볼을 보내야 하는지.
그리고 또 어디가 비어있는지.
1~3초밖에 안 되는 시간에 모든 걸 파악했다.
뻐—엉!
그렇게 공간이 나자 유지우가 과감히 왼쪽 구석으로 날카롭게 찌른 슈팅.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스날의 축구가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계속해서 파리의 골문을 위협하는 아스날! 선제골을 넣었지만, 그걸로 만족하지 못하는 듯 파상공세를 펼칩니다!] [그 공격에서 이 두 선수! 유지우 선수와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호흡이 인상 깊네요.]파리 생제르맹도 아스날의 공격 비율이 두 선수에게 대부분 치우친 걸 눈치챘다.
그래서 간격 유지부터 협력 수비.
여러 방식으로 그들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두 선수는 마치 파리 생제르맹의 움직임을 예측이라도 한 듯.
툭.
툭.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압박을 벗어났으니까.
‘…이게 말이 돼?’
그들이 가장 놀란 것은 사각에서 들어오는 압박에도 쉽게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두 선수는 서로 한 몸인 것처럼 반응했다.
[오오-! 유지우 선수가 뒤에서 압박을 오는 케빈 에르난데스를 피하며 중앙으로!]유지우는 크리스티안 패스를 보고는 뒤에서 압박이 들어온다는 걸 알았다.
프로들의 패스, 특히 패스에 특화된 선수들은 패스로 말을 한다는 말이 있었다.
‘이번에는 왼쪽에서 온다.’
‘오른쪽! 가까우니까 빠르게 처리해!’
‘뒤에서 오니까 다시 리턴을 줘.’
패스의 방향.
패스의 세기.
이런 걸로 대화를 나누는 거였다.
하지만 이것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나 가능했다.
그런데 그런 걸 어린 선수들이 하고 있으니.
“허.”
파리 생제르맹 가엘 페키르 감독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저것들은 뒤에도 눈이 달렸나?”
아스날이 리드를 가져간 채, 시간은 흘러갔다.
35분.
40분.
45분.
전반 정규 시간이 지나가며 추가 시간이 3분이 주어졌다.
그 시간에 파리 생제르맹은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려고 공격적으로 나왔고.
촤—악!
전방으로 볼을 보급하던 중.
마테오 크리스단테에게 패스를 잘리고 말았다.
“앞으로!”
그리고 전개되는 역습.
오른쪽으로 내려온 유지우는 볼을 받기 전, 바짝 압박을 온 케빈 에르난데스를 봤다.
고개를 살짝 돌려 그의 움직임을 확인한 뒤.
툭.
발만 뻗어 볼을 띄우는 것과 동시에 돌아서며 발뒤꿈치로 케빈 에르난데스의 머리 위를 넘겼다.
– 오오오오오오!
머리 위로 넘긴 볼은 뒷공간으로 떨어졌고 유지우는 돌아서 들어가며 잡아냈다.
[감각적으로 압박을 벗어나는 유지우 선수!] [아스날의 역습! 그 시작은 유지우 선수입니다!]일제히 라인을 올리는 아스날.
파리 생제르맹은 라인을 살짝 내리며 대비했고 유지우는 페널티 에어리어의 오른쪽 지점까지 볼을 몰고 갔다.
‘크로스? 슛?’
찰나의 순간.
선택해야 했다.
수비수와 골키퍼의 위치를 확인하고 결정을 내리려야 할 때.
“유!”
밖에서 쇄도하는 한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유지우는 지체하지 않고 컷백을 내줬다.
패스를 본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뤼카 마르탱의 압박을 견디며 발을 쭉 뻗어 슈팅했다.
원터치로 왼쪽 구석으로 돌려놓은 볼.
골키퍼가 다이빙하며 간신히 선방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슈팅이 시모네 자카르도 골키퍼에게 막힙니다!] [또다시 실점할 뻔한 파리! 그리고 위험지역 밖으로 멀리 걷어내며! 이렇게!]삐-익! 삐-익! 삐—-익!
[전반전이 종료됩니다!]전반 종료 휘슬이 울렸다.
* * *
[아스날 1 – 0 파리 생제르맹]전반전에 리드를 빼앗긴 파리 생제르맹 라커룸은 침울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사기를 잃은 건 아니었다.
그들은 후반전에 갚아주겠다는 의지로 타올랐다.
“아스날의 패스가 정교해도 너무 정교해.”
“거칠게 부딪쳐도 흔들림이 없어.”
“아예 반칙으로 신경을 건드리는 게 어때? 오늘 주심은 카드를 잘 꺼내질 않던데.”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위험지역에서 끊으면 프리킥으로 실점할 위험이 있어.”
그들은 전반전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아갔다.
그러던 중, 가엘 페키르 감독이 들어왔다.
“한심한 전반전이었다.”
그는 가차 없이 독설을 내뱉었다.
“동네에서 축구하는 애들을 내보내는 게 나았어. 너희들이 이토록 형편없는 플레이를 할 줄 알았으면 말이야.”
선수들은 이를 악물었다.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전반전에 그들이 보여준 플레이는 형편없었으니까.
“우리의 공격 전개를 아스날이 눈치챈 거 같으면 사이드로 전개하면서 변화를 줘야지, 계속해서 중앙으로만 몰아붙이면 어쩌자는 거야? 프레드! 테오!”
“네!”
“공격의 방향을 정하는 건 너희 역할이잖아! 중앙이 막히면 사이드로! 사이드가 막히면 중앙으로! 다 안 되면 볼을 돌리면서 틈새를 만들라고 한 이야기는 다 까먹었어?”
“아닙니다!”
“아니긴! 후반전에 멍청한 플레이를 또 보여줬다간 교체할 테니까 그런 줄 알아.”
“네!”
그 후에도 가엘 페키르는 아쉬운 부분을 짚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났을 때, 그는 윌리앙 주니오르를 바라봤다.
“윌리앙.”
“네.”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넌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 거다.”
“…그렇습니다.”
“너무 사이드에만 있지 마! 넌 프리롤이라는 걸 명심해.”
파리 생제르맹의 포메이션은 4 – 3 – 3이었다.
하지만 종이에 적힌 것만 그렇지 실상은 달랐다.
윌리앙 주니오르는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프리롤로 공격 진영에서 자유를 받았다.
“아스날의 수비는 왼쪽이 약하다. 후반전에는 집중적으로 그곳을 공략한다.”
– “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부분.
“아스날의 에이스 듀오라고 불리는 꼬맹이들.”
전반전을 지배한 두 선수의 공략법이었다.
“너희도 느꼈다시피 수준이 뛰어나다. 패스면 패스, 돌파면 돌파, 슈팅이면 슈팅. 모든 방면에서 흠잡을 곳이 없었다.”
가엘 페키르 감독이 상대 팀 선수를 칭찬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기에, 선수들은 두 선수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두면 후반전에도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다. 맨투맨으로 붙고 반칙으로 끊어, 축구는 절대 착하게 해선 안 돼.”
-“네!”
“그리고 두 선수가 패스를 보내지 못하도록 다른 공격진의 움직임을 봉쇄해. 그래야 아스날의 공격 흐름을 막아내는 데 효율적이니까.”
아스날의 공격 패턴과 수비 패턴.
경기 전에 분석한 것과 오늘 경기에서 보여주는 패턴이 다르면서도 비슷했다.
그것을 공략하는 것이야말로 오늘 경기에 이기기 위한 핵심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
– 와아아아아아아!
선수들이 필드로 들어오며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후반전이 시작됐다.
* * *
후반이 시작하고 5분은 조용했다.
‘왜 적극적으로 압박을 안 하지? 지역방어 체계로 나오고 있어.’
폴 사르는 파리 생제르맹이 동점을 위해서 후반 초반부터 강한 게겐 프레싱으로 나올 거라고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파리 생제르맹은 전반전에 리드를 뺏겼을 때면, 후반 초반에 동점 골을 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파리 생제르맹의 후반 초반은 조용합니다. 압박도 강하지 않고 딱 자기 자리만 지키고 있습니다.] [두 줄 수비군요. 저렇게 촘촘하게 짜면 아스날이 2선에서 자유롭게 볼을 주고받기 어려워집니다.]그들이 그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섣불리 압박했다간 전반전처럼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당할 위험이 커서였다.
‘우선 두 녀석이 자유롭게 플레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해.’
미드필더와 수비진 사이의 간격을 좁히며 2선에서의 볼 배급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사이의 공간에 한 명의 선수가 계속해서 돌아다니며 연결고리를 끊으려고 애썼다.
뻐—엉!
그러한 견고한 수비에서도 유지우는 틈을 만들어냈다.
몇 차례 기회를 만들며 이타적인 플레이를 보여줬으나.
‘후우.’
아쉽게도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더 세밀하게 해야겠다.’
10분.
15분.
파리 생제르맹의 두 줄 수비는 단단했다.
일반적인 클럽이 아닌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빅클럽인 만큼 그들이 보여주는 수비의 수준은 높았다.
그들은 계속해 기회를 노렸고, 결국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가는 패스가 잘리며 순식간에 역습 타이밍을 내주고 말았다.
뻐—엉!
[파리 생제르맹의 역습 기회! 뤼카 마르탱이 전방으로 낮고 강한 패스를!] [프레드 로스입니다!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뒤에서 바짝 붙어 돌아서지 못하게 하는데요!]프레드 로스는 볼을 잡지 않았다.
툭.
노룩 힐 패스로 살짝 방향만 틀었을 뿐.
그러자, 볼은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다리 사이로 흘러갔다.
– 오오오오오!
그걸 받은 건 윌리앙 주니오르였다.
“가! 윌리앙!”
“아스날 녀석들한테 최고가 누구인지 보여줘!”
파리 생제르맹의 에이스.
그의 드리블이 시작됐다.
브라질리언답게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는 선수라.
휘릭.
아스날의 수비를 교묘하게 피해 가는 화려한 드리블을 선보였다.
균형 잡힌 밸런스.
유연한 몸.
극도로 예민한 발 감각.
볼은 그의 발에 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퍼—억!
거리를 좁힌 데릭 레드먼드가 어깨로 흔드는 순간.
그는 스트라이커 페드로 베시노에게 라보나킥으로 패스를 주면서 데릭 레드먼드의 마크를 피해 골대로 쇄도했다.
툭.
원터치로 리턴을 내준 페드로 베시노.
다비드 바르트라가 골 각도를 좁히려고 윌리앙 주니오르에게 달려갔다.
스윽.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윌리앙 주니오르는 다비드 바르트라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가 슛 모션을 가져가자 다비드 바르트라는 슬라이딩하며 각을 좁혔다.
툭.
그리곤 벌려진 다리 사이로 패스를 하듯 때린 가벼운 슈팅.
그러나 결과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철렁.
– 와아아아아아!!!
[골! 고오오올! 파리 생제르맹의 에이스! 윌리앙 주니오르가 65분에 동점 골을 만듭니다!] [역시 기술적인 부분이 뛰어난 선수답습니다. 괜히 이 선수가 제라르 레오 다음으로 뽑히는 게 아니죠.]경기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능력.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가진 그는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 * *
“…미쳤다.”
아스날 원정 팬들이 있는 관중석에서도 윌리앙 주니오르의 골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만큼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플레이였다.
이로써 경기는 1-1로 원점이 됐다.
남은 시간은 25분.
아스날은 다시금 집중했다.
“헉….”
선수들은 호흡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라인을 올렸다.
그러나 파리 생제르맹도 지키는 축구를 하지 않았다.
1 – 1 스코어.
경기를 완벽하게 가져오기 위해 한 골을 더 넣어야 했다.
“여기로!”
윌리앙 주니오르는 답답한 볼 전개에 직접 2선과 3선 사이까지 내려와 볼을 배급했다.
볼을 다루는 센스부터 시야가 넓어 2선에서 위협적인 패스를 뿌려주는 것으로도 유명했던 그는, 동료를 확인하고 아웃프런트 패스를 했다.
뻐—엉!
오른쪽 윙포워드인 마리아노 모리는 발을 뻗어 그 볼을 잡아냈다.
[단숨에 수비진을 꿰뚫는 패스—! 그리고 마리아노 모리가 페이크 동작으로 스튜어트 바슬리를 벗겨내고! 크로스!!!]크로스 방향은 골대 앞이 아니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밖.
공격형 미드필더 테오 파르도의 앞이었다.
[테오 파르도입니다!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빠르게 압박!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제자리에서 로빙 패스!] [골대 앞은 혼전 상황입니다!]스트라이커 페드로 베시노는 데릭 레드먼드와 레이턴 버트란드에게 묶이며 볼에 반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패스는 애초에 그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레이턴—!”
데릭 레드먼드는 볼의 궤적을 보고서 놀랐다.
그 볼이 간 곳.
그곳에는 어느새 침투한 윌리앙 주니오르가 있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렸다.
툭.
다이빙헤딩으로 정확히 머리에 맞춘 볼은.
철렁.
아스날의 골망을 흔들었다.
동점 골이 나온 이후 불과 2분 만에 나온 득점이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파리의 홈구장은 지진이 온 것처럼 흔들렸고 윌리앙 주니오르는 세레머니를 하지 않고 골대 안에 있는 볼을 가지고 나와 센터서클로 달렸다.
‘한 골 더.’
그는 이대로 경기를 마무리할 생각이 없었다.
남은 2차전을 위해서라도.
홈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챙기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