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64)
필드의 외계인-264화(264/404)
제264화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 2차전은 일주일 간격으로 치러졌다.
그리고 그사이에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가 있어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중요했다.
그런데 그 경기는 그냥 경기가 아닌 토트넘 홋스퍼와의 ‘북런던 더비’였다.
【 리그 우승 경쟁을 두고 벌어지는 북런던 더비! 】
아스날은 리그 1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필요했고.
토트넘은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필요했다.
【 토트넘, 아스날을 잡고 리그 4위로 오를 수 있을까? 】
【 마르첼로 파브리 감독,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가 우리의 목표다.” 】
【 현재 리그 4위 첼시와 승점 5점 차이인 토트넘. 】
양 클럽 모두 설정한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이겨야 했다.
“어떻게 보십니까. 개리.”
경기를 앞두고 프리미어리그 전문 분석 프로그램을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아마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최고의 더비 매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요?”
“아스날은 시티와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 승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토트넘은 첼시를 따라가기 위해서 승점이 필요하죠. 그러니 서로 죽기 살기로 승리를 좇으리라고 예상됩니다.”
이러한 의견은 모든 패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양 클럽의 전력은 어떻게 보시나요?”
“아스날만 전력 보강을 한 게 아닙니다. 토트넘 역시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죠.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요앙 벤예스, 헤페르송을 데려왔습니다. 전혀 밀리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4위가 간절했던 토트넘은 겨울 이적 시장에 활발히 참가했다.
그들은 즉시전력감 선수들을 데려오며 전력 보강을 이뤄냈다.
이적생들은 적응 기간이 필요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해갔다.
“그리고 토트넘의 주포 제이미 포든의 발은 여전히 매섭습니다.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도 현재 득점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까요.”
토론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더비 중, 가장 뜨거울 북런던 더비.
승자를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아스날에게는 힘든 경기가 되지 않을까요?”
“아, 챔피언스리그.”
“네. 토트넘 홋스퍼는 FA 컵과 유로파 컵 모두 8강에서 탈락한 덕분에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은 아니죠.”
“토트넘과의 경기가 끝나고 4일 후에 2차전.”
“타이트한 일정입니다.”
“1차전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2차전을 전력으로 준비해야 하니 토트넘전은 1.5군이 나올 확률이 높죠.”
“토트넘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이들의 말이 맞았다.
아스날은 여유가 없었다.
“다음으로 축구팬들의 관심사죠. 유의 득점 신기록 달성이 북런던 더비에서 이뤄질까요?”
아직 유지우의 리그 득점 기록은 41개로 멈춰있었다.
“축구에서 확실한 건 없지만, 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
.
.
그 시각.
아스날의 감독실 안에선.
“하아.”
폴 사르의 깊은 한숨이 감독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 *
4월 29일.
붉은 심장, 애슈버턴 그로브로 이어지는 흰색의 물결.
토트넘 홋스퍼 팬들은 이슬링턴 거리에서 응원가를 부르며 애슈버턴 그로브로 향했다.
“We sang it in France! We sang it in Spain! We sang it in Sun—!”
경찰들이 거리 곳곳에 배치됐고 아스날 팬과 토트넘 팬은 서로 다른 길을 통해 스타디움으로 갔다.
“두고 봐! 이번에는 우리가 이길 거니까!”
“작년에는 당했지만, 이번에는 아니야!”
“애슈버턴에 토트넘의 깃발을 꽂아주마!”
전반기에 붙었을 때는 1 – 1로 마무리가 되어 어떻게든 결판을 지어야 했다.
더욱이 적진에서 벌어지는 경기에서 기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토트넘 팬들은 시작부터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아스날 팬들은.
“…우리 2군에 비겨놓고 뭐라고 하는 거야?”
“저것들이 언제 말이 통하는 놈들이었어? 저건 그냥 스퍼스 놈들의 발악에 불과해.”
“맞아, 닭대가리들이라 3초면 까먹어.”
“숨 쉬는 것도 까먹었으면.”
두 팀의 신경전 속에서 애슈버턴 그로브는 어느덧 관객들로 가득 찼다.
붉은 물결과 하얀 물결.
서로 다른 물결이 부딪치며 경기전부터 열기가 고조됐다.
“오늘 선발 명단 봤어?”
양 클럽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오늘 경기의 선발 명단이었다.
“봤지.”
“마틴이랑 아드리안은 안 나오지만, 크리스티안이랑 유는 나오던데?”
“응. 이대로 승리를 토트넘한테 넘겨줄 순 없잖아.”
“Y.M.C.A라인이 전부 가동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최선이라고 봐야겠지?”
“최선이지, 챔피언스리그가 있으니까.”
에이스 듀오의 출전은 아스날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 와아아아아아!
[말씀드리는 순간!! 양 클럽 선수들이 필드로 나오고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북런던 더비에서 승리할 팀은 아스날일까요! 토트넘일까요!]엄청난 열기.
유지우는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순간 놀랐다.
아스날에 와서 맞이한 북런던 더비의 열기 중 가장 뜨거웠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건 유지우만이 아니었다.
아스날과 토트넘.
양 클럽 선수들이 모두 느꼈다.
‘이기면 영웅, 지면 역적이다.’
선수들은 그러한 열기를 뚫고서 필드로 입장했다.
* * *
4 – 3 – 3의 아스날.
3 – 5 – 2의 토트넘.
토트넘 홋스퍼는 ‘제-유-스’라인을 가동하며 전력으로 나왔지만,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아스날은 전력으로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포메이션에서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어? 유의 위치가 왜 저래?”
“오른쪽은 마루앙이 대신 나왔네.”
“선발 라인업 뜬 거 보고 의아하긴 했는데. 저런 식으로…?”
다름 아닌 유지우가 있는 위치였다.
그는 원래 위치인 오른쪽 윙포워드도 아니고.
수비형 미드필더도 아닌.
“크리스티안이랑 같은 라인에 있는데?”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 있었다.
그것도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나란히.
[유지우 선수의 오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보입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동일 라인에 위치했군요.]아스날은 3선에 카일 베일로브를 두고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했다.
[라인업을 볼 때, 마루앙의 이름이 있어서 의아했는데 이런 식의 기용은 의외입니다.]유지우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국가대표에서도 주포지션은 윙포워드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었으니, 플레이하는 데 어려움도 없었다.
특히나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필요한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휙.
수시로 고개를 돌리며 확보하는 시야.
탁.
안정적으로 볼을 받고선.
뻐—엉!
비어있는 곳으로 정확하게 넣어주는 패스 능력은 크리스티안 페레스 못지않았다.
유지우는 능숙하게 경기에 적응하며 토트넘 홋스퍼의 수비진을 흔드는 데 집중했다.
“크리스.”
“응.”
폴 사르가 유지우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이유는 간단했다.
– 오오오오오!
바로 파리 생제르맹전에서 보여줬던 두 선수의 호흡을 다시금 필드에서 재현하려는 거였다.
‘전반은 좋았지만, 후반은 완벽하지 않았어.’
폴 사르는 그때 경기를 떠올리며 내심 아쉬워했다.
멋진 활약으로 전 세계 팬들의 뇌리에 이름을 새기긴 했지만, 실수하는 부분도 있어서 후반전에 제대로 폭발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은 다를 거다.’
1차전에서의 실수를 보완하며.
2차전에서의 복수를 위하여.
“더 빠르게!”
이런 식의 파격적인 기용을 한 거였다.
로만 아일츠 – 해리 펠티어 – 마루앙 카라스코.
로테이션 멤버의 뒤를 받치는.
크리스티안 페레스 – 유지우.
에이스 듀오의 모습에 아스날 팬들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뭔데 쟤네들이 볼만 잡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냐.”
“작년부터 미친 케미를 보여줬잖아.”
나란히 31-32시즌에 아스날에 합류해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32-33시즌에는 에이스 듀오로 자리매김하며 전성기를 이끈 선수들.
– 유! 유! 유!
– 크리스! 크리스! 크리스!
그렇게 두 선수는 아스날의 상징이 되어갔다.
퍼—억!
토트넘에서 그들을 마크하는 건 요앙 벤예스였다.
프랑스에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온 그는 육각형 미드필더로 이름이 높았다.
발은 느리지만.
위치선정 능력이 좋고 뛰어난 태클 능력을 갖춰 전형적인 박스 투 박스형의 미드필더였다.
타다다닷.
가장 큰 장점은 체력이었다.
그는 평균 13~15km를 뛰어다니며 체력왕으로 불렸다.
[바짝 붙어서 수비하는 요앙 벤예스! 유지우 선수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습니다!] [거머리처럼 딱 붙어있네요. 유지우 선수가 편하게 플레이할 수 없도록 방해합니다.]주력으로는 상대가 안 됐기에 혹시라도 돌파당할 느낌이 들면.
과감하게 반칙으로 잘라내는 냉정함도 갖췄다.
이것이 토트넘이 32-33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 720억을 주고 데려온 선수였다.
삐—익!
요양 벤예스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패스를 받고 돌아서는 유지우의 다리를 살짝 건드리며 반칙으로 끊어냈다.
[요앙 벤예스가 순간적으로 마크를 놓치자 과감한 반칙으로 유지우 선수의 돌파를 끊어냅니다!] [카드를 받지 않을 정도로 영리하게 끊어냅니다. 요앙 벤예스는 라리가에서부터 저런 부분이 좋은 선수였죠.]공격을 막아낸 토트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했어.”
골대에서 먼 거리.
직접 슈팅을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으니까.
그러나 그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휘이잉.
토트넘의 골대 뒤편에서 필드 안으로 강하게 부는 바람을.
* * *
“괜찮아? 저것들 계속 네 발만 건드리던데.”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지우의 다리를 봤다.
시작부터 20분 동안 이어진 집중 견제로 유지우의 양말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이런 압박 받는 건 처음도 아니잖아.”
“그래도….”
“넌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니까.”
유지우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얘기를 나누면서 골대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음.’
대략 33m.
직접 프리킥을 하기엔 먼 거리였다.
“유, 어떻게 할래? 플랜 C로 크로스 올리는 게 낫지 않을까?”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말에도 유지우는 이상하게 그러기 싫었다.
갑자기 골대가 가까워 보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크로스보다는 슈팅하고 싶다는 욕심이 샘솟았다.
“…크리스, 차볼게.”
유지우의 대답에 살짝 놀란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이내 웃으며 어깨를 토닥였다.
“이왕 하는 거 확실하게 꽂아 넣어.”
프리킥 성공률이 낮은 지점.
그런 곳에서 킥한다고 했는데도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응원해줬다.
‘신뢰.’
두 선수를 잇는 연결고리는 단단했으니까.
[볼 주위에 유지우 선수만 남고 모두 페널티 에어리어에 위치합니다!] [간접 프리킥으로 골을 노리려는 게 아닐까요?]아마 지금 이걸 보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토트넘 홋스퍼도 크로스가 올라올 것을 대비해 수비진을 구축했다.
그러나 유지우의 시선은 준비할 때부터 오로지 골대만을 향해있었다.
유독 커 보이는 구석.
수비벽은 두 명.
거리가 멀었지만, 이상하게 실패할 거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삐—익!
슈팅할 골대 구석으로 시선을 고정하며.
뻐—엉!
유지우는 인스텝으로 강하게 볼 중앙을 밀어 찼다.
‘걸렸다.’
임팩트한 부분에서 전해오는 감각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슈팅은 그대로 수비벽의 머리 위를 지나 무회전으로 토트넘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갔다.
탓!
방향을 본 골키퍼가 손을 뻗으며 반응했다.
먼 거리에서 시도한 킥이라 방향을 읽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때였다.
맞바람에 맞은 볼이 강하게 흔들렸다.
‘뭐, 뭐야!’
볼은 살짝 왼쪽으로 궤적이 틀어졌다.
골키퍼는 당황했지만, 충분히 커버 가능한 궤적이었다.
뚝.
하지만 그다음을 예측하지 못했다.
손을 뻗으며 방향을 읽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골대 바로 앞에서 급격한 각도로 떨어지는 볼을.
‘제발!’
골키퍼는 필사적으로 균형을 틀며 발까지 뻗었다.
애석하게도 그의 발끝은 볼에 닿기에 멀었다.
그리고 마침내.
철렁.
아스날 팬들이 간절히 염원하던 골망이 거세게 흔들렸다.
3경기 연속 득점이 없던 한을 풀 듯.
골망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 와아아아아아!!!
골을 넣은 유지우는 메인 서포터즈 석 앞 광고판에 올라가 가슴을 치며 포효했다.
엄청난 프리킥 골.
성공 가능성이 1%도 되지 않은 지점에서 나온 골이라 아스날 팬들은 응원가를 부르며 열광했다.
[잠시만요! 이렇게 되면!] [맞습니다! 유지우 선수가 긴 침묵을 깨고! 리그 42호 골! 득점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보고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한국 선수가 두 시즌 연속으로 신기록을 세우다니요! 오늘 이 밤이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화산처럼 폭발하는 애슈버턴 그로브.
아스날의 에이스가.
그 누구도 기록하지 못했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