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65)
필드의 외계인-265화(265/404)
제265화
“당장 기사 내보내!”
유지우가 골을 넣자 취재진이 있는 구역에선 앞다투어 기사를 내보냈다.
두 시즌 연속 신기록 달성.
그것도 득점, 공격 포인트 모두.
공격수로서 가져야 할 기록은 다 가진 셈이었다.
“벤, 너는 이런 거 본 적 있어?”
취재석에 앉아 있던 안경을 쓴 기자가 넋을 놓고 필드를 바라봤다.
“…아니, 처음이야.”
“살아서 내가 이런 걸 볼 줄은 몰랐어.”
“저번 시즌에 달성한 신기록도 다시는 깨지지 않을 기록인데 두 시즌 연속이라니…. 웃음만 나오네.”
한 선수가 한 시즌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곤 하지만.
두 시즌 연속은 말이 달랐다.
실력과 운.
모든 것이 따라준 결과라 축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 기록이 깨질 일은 없어 보였다.
기자들은 눈을 비비고 전광판을 봐도 이 상황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지우 유, 리그 42골 신기록!’
그때 구단에서 준비한 축하 이미지가 대형 스크린에 떴다.
그러자 실감이 났다.
그들이 지금 역사에 기록될 현장에 있다는 것을.
“…빌어먹을.”
토트넘 홋스퍼는 울상이었다.
누구도 되고 싶지 않을 희생양이 되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왜 저 녀석이 우리 클럽 선수가 아니고 아스날 소속이냐고!”
클럽 레전드로 불리는 박찬우 덕분에 한국 선수에게 관대한 그들은 유지우가 아스날 소속이라는 게 슬펐다.
“하하하-! 이 멍청한 스퍼스 놈들아! 똑똑히 봐라!”
“우리 히어로의 모습이 보여?”
아스날 홈팬과 토트넘 원정팬이 가장 가까운 지점.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아스날 팬들이 신경을 긁자 토트넘 팬들은 주먹을 꽉 쥐었다.
“…유만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놈들이.”
“2년 전까지 우리 발만 핥던 놈들이 어디서!”
토트넘은 과거를.
“발전이 없는 것들이 꼭 과거에 매달리더라. 사람이 미래를 봐야지!”
아스날은 미래를.
과거론과 미래론이 충돌하며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스퍼스 놈들이 잘하는 게 그것밖에 더 있어?”
“리그 우승도 못 해본 놈들이 뭘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말 다 했냐? 집도 없던 개새끼들이!”
“북런던의 주인이 아스날이 된 지가 언제인데.”
“뭐?!”
“구너놈들이 사람 말 할 줄 모른다는 건 알지만, 심각하네.”
일촉즉발의 상황.
경찰들은 경기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간신히 팬들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열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전반 마지막까지 필드 위에선 양 클럽 선수들이 치열하게 맞붙었고.
삐—익!
대기록을 세운 유지우의 골을 마지막으로 북런던 더비의 전반전이 종료됐다.
* * *
북런던 더비의 역사는 깊었다.
1913년 아스날이 연고지를 북런던으로 옮기면서 기나긴 악연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같은 연고지를 하고 있다는 사실로 다퉜다면.
이제 그것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누가 더 높은 순위에 오르는지 자존심 싸움으로 변했다.
“골 좀 넣어! 아스날 놈들한테 계속 당하기만 할 거야?”
“이 등신들아! 슈팅하라고 볼만 돌리지 말고!”
“와…. 저 새끼는 머리가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헤딩을 저래 하나?”
“멍청한 놈들아! 지면 다 죽을 줄 알아!”
후반전이 시작되며 팬들은 12번째 선수가 되어 선수들과 같이 호흡했다.
툭.
토트넘은 차분하게 볼을 돌렸다.
급하지 않고 천천히.
아스날의 진영에서 볼을 돌리는 걸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토트넘이 측면에서 플레이를 천천히 만듭니다!] [요앙 벤예스가 빌드업을 해주는 과정이 좋아요. 정확하게 선수들의 발밑으로 볼을 주고 있습니다.]그들은 계속해서 소통하며 간격을 좁히려고 했으나.
‘…들어갈 틈이 만들어지질 않아.’
아스날의 수비는 견고했다.
특히 유지우가 3선 미드필더까지 내려와 포백 보호를 하는 모습에, 그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비도 뛰어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홀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
유스때부터 홀딩 미드필더로 뛰어온 요앙 벤예스는 유지우의 플레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단번에 알아챘다.
공격형 미드필더.
홀딩 미드필더.
같은 미드필더지만, 필드 위에서의 역할은 엄연하게 구분됐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유지우에겐 그 경계선이라는 게 모호했다.
‘본능인가.’
높은 축구 지능을 토대로 유지우는 그저 지금 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로 인해 토트넘의 볼 배급은 어려움을 겪었다.
뻐—엉!
그러나.
축구에서의 흐름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법.
그 흐름을 읽은 요앙 벤예스는 기습적인 로빙 패스로 오른쪽으로 오버래핑하는 헤페르송을 봤다.
타다다다닷!
[오른쪽 공간으로 볼을 보내는 요앙 벤예스! 그곳엔 헤페르송이 있습니다!] [요앙 벤예스와 마찬가지로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합류한 선수입니다! 정교한 드리블이 장점인 선수죠!]토트넘이 브라질 리그에서 데려온 윙백이었다.
[오오오-! 팬텀 드리블로 공간을 여는 헤페르송!]그에게 공간만 주어지면.
뻐—엉!
발끝에서는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갔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높이.
그리고 빠른 스피드.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 공간으로 쇄도하는 제이미 포든을 겨냥한 크로스였다.
툭.
제이미 포든이 머리에 맞추며 구석으로 틀어진 볼.
탓.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지만, 다비드 바르트라가 엄청난 반사신경을 발휘해 손을 뻗으며 슈퍼 세이브를 보여줬다.
– 와아아아아아아!
[이걸 막아내네요! 아스날의 새로운 수문장 다비드 바르트라가 놀라운 선방을 보여줍니다!]그의 선방은 놀라웠고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줬다.
“으아아아아-!”
다비드 바르트라는 선방하며 포효했다.
동시에 양 클럽의 목소리는 점차 커졌다.
아스날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토트넘은 따라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로 각자 다른 생각을 품은 채.
– 와아아아아!!!
경기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 * *
퍼—억!
“헤이—!”
유지우의 축구화가 밟히면서 벗겨졌다.
양말도 찢겨질 정도로 의도적인 반칙에 주심도 옐로카드를 꺼냈다.
[강한 견제를 받는 유지우 선수! 토트넘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도 저런 식으로 밟는 행동은 안 되죠. 잘못하면 부상 당할 우려가 있습니다!]프리미어리그는 원래도 거친 리그였지만, 북런던 더비는 그 수위가 높았다.
퍼—억!
총만 안 들었지,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유지우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았다.
자신에게 오는 패스를.
툭.
등 뒤에서 마크한 요앙 벤예스의 다리 사이로 노룩 퍼스트 터치로 빼낸 뒤.
타다다닷-!
돌아 들어가는데.
삐—익!
요앙 벤예스가 팔을 뻗어 막아냈다.
의도적인 진로방해에 카드가 꺼내졌지만, 요앙 벤예스는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젠장, 또 프리킥을 내줬어.”
그저 프리킥을 내줬다는 것에 아쉬워했다.
“괜찮아. 성공률이 아무리 높아도 2개에 1개는 실패하는 게 평균이잖아.”
“쟤가 평균적일까?”
“…그러길 믿어야지.”
그렇게 얻은 프리킥은 유지우가 날카롭게 감아서 찼고.
까—앙!
토트넘 팬들의 기도 덕분인지 볼은 골포스트를 맞고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살짝 높았습니다! 아쉬워하는 유지우 선수!].
.
.
토트넘은 수비할 때는 파이브백, 공격할 때는 스리백으로 변화를 주며 측면 플레이에 특화된 클럽이었다.
[토트넘이 계속해서 제-유-스 라인으로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긴 했지만, 득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스날의 수비가 생각보다도 더 견고합니다!]1.5군으로 나왔다곤 하지만 아스날의 수비진은 1군이 전부 나왔다.
그래서 토트넘은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그리고.
촤—악!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할 때면 사각에서 태클이 들어오며 번번이 흐름이 끊겼다.
– 오오오오오오!
그건 유지우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는 최전방과 최후방을 오가는 엄청난 활동량을 활용해 토트넘이 패스를 천천히 전개하면 금방 따라붙어서 수비에 관여했다.
“유!”
볼을 라인 아웃시키며 넘어진 유지우에게 데릭 레드먼드가 다가와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나이스 태클!”
“후우, 죽겠네요.”
“너무 무리하지 마, 수비는 우리한테 맡기고 넌 공격만 해도 돼.”
현대 축구는 스트라이커도 라인을 내려 수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지우도 처음 축구를 배울 때, 그렇게 배웠고.
하지만 아스날은 유지우의 재능을 확실한 곳에 쓰고자 했다.
‘공격.’
이 부분에선 월드 클래스, 세계 최고가 될 자질을 지녔으니까.
“…알았어요.”
“추가 득점해서 뒤에서 쫓아오는 디에고를 확실하게 따돌리자.”
“당연한 소리를.”
에이스를 향한 믿음.
그리고 에이스 또한 선수들을 향한 믿음이 있었다.
서로의 믿음 끝에.
철렁.
토트넘의 골망이 흔들리는 건 한순간이었다.
[유지우 선수의 두 번째 고오오오올! 토트넘 홋스퍼를 완벽하게 침몰시킵니다!] [저 거리에서 저런 중거리 슈팅이라니! 토트넘 수비진이 라인을 내린 것이 오히려 안 좋았습니다!]골을 넣은 유지우는 무릎 슬라이딩을 하며 세레머니를 했고 다시금 득점포를 가동해.
43골.
기록을 새롭게 경신해갔다.
* * *
아스날 2 – 0 토트넘.
남은 시간은 10분.
사실상 승부는 정해졌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토트넘 선수단 중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촤—악!
“뛰어!”
자그마한 기회라도 만들려고 죽을힘을 다했다.
이것이 프로였다.
넘어져도 일어나고 일어났으면 죽어라 뛰는 모습.
– 와아아아아!!!
그 모습에 토트넘 팬들도 환호하며 선수들과 같이 뛰었다.
그들의 그런 간절함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측면에서 올라온 컷백을 요앙 벤예스가 원터치 로빙 패스로 아스날의 뒷공간으로 보낸 것이다.
레이턴 버트란드가 이에 반응했지만, 제이미 포든은 어깨로 밀며 위치를 지켜냈다.
뻐—엉!
살짝 밀리며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끝까지 볼에 집중하며 날린 슈팅.
다비드 바르트라가 손을 뻗었지만.
까—앙!
볼은 크로스바를 맞고 뚝 떨어지며 골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83분에 토트넘이 한 골을 만회합니다! 2 – 1! 추격하는 토트넘! 남은 시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건 정말 집념이 만들어낸 골입니다!]좁혀진 격차.
못해도 무승부는 만들 희망이 생기자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
.
.
85분.
87분.
90분.
정규 시간이 다 흘러갔다.
스코어는 여전히 2 – 1.
토트넘 홋스퍼는 교체 카드를 모두 공격을 강화하는 데 쓰며 동점을 노렸다.
“전방으로 볼을 보내! 뒤로 보내지 말고!”
“슈팅은 빠르게!”
“패스는 정확하게!”
그렇게 그들은 코너킥 기회를 얻었다.
골키퍼까지 올라와서 적극적으로 라인을 짰고.
뻐—엉!
요앙 벤예스가 짧게 올렸다.
앞에 있던 제이미 포든이 헤딩으로 뒤로 보내준 볼.
쇄도한 유수프 안데르센을 노렸다.
완벽하게 약속된 플레이.
그대로 득점으로 이어질 줄 알았지만.
– 오오오오오!!!
다비드 바르트라가 골대를 비우나와 펀칭으로 걷어냈다.
[다비드 바르트라! 놀라운 판단력으로 볼을 걷어냅니다!] [볼은 왼쪽으로! 그곳엔 크리스티안 페레스가!]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오는 볼을 받고 중앙으로 살짝 넘겨줬다.
하프라인에서 내려온 위치.
[유지우 선수가 볼을 잡습니다!]유지우가 볼을 잡았다.
볼을 몰고 하프라인 인근에 도달해 전방을 보자 텅 빈 골문이 보였다.
뒤에서는 토트넘의 골키퍼와 수비진들이 죽어라 복귀하고 있었지만, 그 전에.
뻐—엉!
유지우는 하프라인 위에서 골대로 장거리 킥을 때렸다.
죽어라 쫓아가는 토트넘 선수들은 곧이어 발을 멈췄다.
철렁.
볼이 정확하게 골대 안으로 들어갔으니까.
– 와아아아아아!!!
[종료 직전에 터진 유지우 선수의 장거리 슈팅! 이걸로 해트트릭을 달성합니다!] [놀라운 집중력과 실행력! 그리고 가능하게 만드는 실력!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의 중심에 선 선수의 클래스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증명합니다!]유지우는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동료 선수들이 모두 달려오기 전.
그는 손으로.
3 – 2라는 스코어를 만든 후.
2를 4로 바꾸며.
3 – 4라는 스코어를 만들었다.
얼마 뒤에 있을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겨냥한 세레머니였다.
1차전에서 3 – 2 패배를 당했으나.
2차전에서 그걸 역전해 3 – 4 승리를 달성하겠다는 뜻이었다.
삐익-! 삐익-! 삐—-익!
그 뒤.
아스날 3 – 1 토트넘 홋스퍼.
32-33시즌 마지막 북런던 더비에 승리하며 토트넘을 박살 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