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67)
필드의 외계인-267화(267/404)
제267화
30분.
시간은 살살 녹아갔다.
스코어는 여전히 0 – 0.
득점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촤—악!
[레이턴 버트란드의 날카로운 태크으으으을! 윌리앙 주니오르에게 가는 패스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잘라냅니다!]레이턴 버트란드는 3선까지 자유롭게 오가며 파리 생제르맹의 공격 흐름을 끊었다.
[…레이턴 버트란드가 저런 플레이도 가능한 선수였군요.]해설위원이 놀란 것처럼 사람들은 레이턴 버트란드의 플레이를 보고 놀랐다.
“폴 사르 감독은 어떻게 저런 걸 알 수 있는 걸까?”
리베로 즉, 프리백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은 현대 축구에서는 사라진 롤이었다.
그런데 그걸 갑자기 꺼내 든 것을 본 전문가들의 표정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었다.
툭.
레이턴 버트란드는 빌드업에도 관여하며 능숙하게 새로운 롤을 소화했다.
“레이턴!”
수비와 미드진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
퍼—억!
그리고 수비에서 가장 먼저 상대를 찍어누르는 플레이.
“제가 확실하게 잡아놓을 테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파이팅 넘치는 레이턴 버트란드의 플레이를 본 폴 사르는 만족스러움에 미소를 머금었다.
‘유만큼이나 포지션 이해력이 좋아.’
처음에는 폴 사르도 걱정했다.
레이턴 버트란드가 과연 이러한 롤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그런데 그러한 의문은 그의 훈련 과정에서 전부 사라졌다.
‘계속 그렇게만 해라.’
레이턴 버트란드의 각성으로 인해 아스날의 수비는 한층 단단해졌다.
* * *
어느덧 경기는 전반 40분이 지나가며 전반전 종료까지 5분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양 클럽은 나란히 유효슈팅 3개를 기록했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전방으로 빠르게 패스를 보내는 마테오 크리스단테!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잡자마자 왼쪽으로 길게! 마틴 그라임스를 봅니다!]공격의 주도권을 잡은 건 아스날이었다.
[오오오-! 완벽한 라인 브레이킹! 마틴 그라임스가 안전하게 가슴트래핑으로 떨어트린 후! 곧바로 왼바아아알!]마틴 그라임스가 반 박자 빠르게 때린 슈팅은 임팩트가 정확하지 않아 골대를 넘어가고 말았다.
“아아아-!”
마틴 그라임스는 아쉬움에 소리쳤지만, 떠나간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는 진행됐고 아스날의 날카로운 공격에 해설위원들은 감탄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크리스티안 페레스 – 다니 아라우호가 호흡을 맞췄다.
다니 아라우호는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여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그를 보좌했다.
[오늘 다니 아라우호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유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공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이죠?] [그렇습니다. 저번 1차전에서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후반전에 묶이는 장면이 자주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 압박을 분산시키고자 다니 아라우호를 투입한 것으로 생각됩니다.]이렇게 되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법했지만.
퍼—억!
마테오 크리스단테를 도와주는 건 레이턴 버트란드였다.
“나이스, 레이턴.”
그는 프로 초반에 수비형 미드필더룰을 소화한 적이 있어 수비 가담을 어렵지 않게 해줬다.
‘좋아.’
폴 사르가 원한 그림이었다.
파리 생제르맹전을 준비하면서 그는 공격 숫자를 늘리면서도 수비의 견고함을 유지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 답이 바로 레이턴 버트란드의 리베로 롤이었다.
‘발도 빠른 덕분에 백업 속도도 나쁘지 않아. 스리백으로 전환 속도도 괜찮아졌어.’
아스날의 또 다른 수비 방식.
레이턴 버트란드가 중원 장악이 되지 않을 때는 라인을 올려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빌드업에 관여했는데.
그때 생기는 공간을 양측 사이드 백들이 중앙으로 올라와 스리백 형태를 갖춰서 보완했다.
즉.
4 – 3 – 3에서.
3 – 4 – 3이 되는 형태였다.
수비가 유기적으로 변화를 주는 덕분에 아스날의 후방에는 틈이 생기지 않았다.
수비가 강해지자 공격도 자연히 흐름을 탔다.
당황스러워하는 파리.
까—앙!
[크로스바를 맞추는 아드리안 로마오의 기습적인 슈팅! 파리의 수비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아스날은 천천히 그들의 목을 조여갔다.
* * *
파리 생제르맹은 1차전에서 3 – 2로 승리해 최소한 무승부를 해야만 결승 진출이 가능했다.
“아래로.”
그래서 전반 종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공격적으로 나가는 것보다는 본인들의 자리를 지키는 전술로 변화를 줬다.
“간격을 좁혀서 빠르게 패스를 해! 아스날의 압박에 휘둘리지 마!”
가엘 페키르 감독은 라인에 서서 계속해서 소리쳤다.
조금이라도 틈을 내주면 안 됐다.
아스날에게 자그마한 틈이라도 내줬다간 그들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테니까.
“프레드는 더 올리고 테오는 살짝 내려!”
전반전은 0 – 0으로 마무리하고자 했다.
그래야 파리 생제르맹에겐 부담이 없고 아스날에겐 부담이 될 테니까.
45분.
전반 정규 시간이 다 지나가고 추가 시간 4분이 주어졌다.
파리 생제르맹은 기회를 잡아서 공격을 전개했고 날카로운 패스가 윌리앙 주니오르에게 전해졌다.
투—웅!
레이턴 버트란드가 붙으며 압박하자 윌리앙 주니오르는 볼의 밑부분을 찍어 차며 레이턴 버트란드의 키를 넘겼다.
퍼—억!
그는 들어오는 몸싸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볼을 잡아놨다.
레이턴 버트란드가 유니폼을 붙잡았으나 윌리앙 주니오르는 버텨내며 전방을 바라봤다.
탓, 타닷!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치고 나가며 밸런스를 흔들었다.
레이턴 버트란드의 손이 떼어지면서 밸런스가 돌아오자.
뻐—엉!
지체하지 않고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오른쪽 구석.
다비드 바르트라가 다이빙을 하며 가까스로 손으로 쳐냈고, 볼은 스튜어트 바슬리의 발로 향했다.
뻐—엉!
“가!”
[파리 생제르맹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찾아온 아스날의 역습 기회! 스튜어트 바슬리가 스타트를 끊습니다!]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볼을 잡고서 돌아서자마자 강한 압박이 들어왔다.
툭.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상대의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며 제쳐내는 데 성공했다.
뻐—엉!
그리곤 곧장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전방을 향해 찔러줬다.
그 패스는 땅 위에 곡선을 그리며 오른쪽에 있던 유지우에게 정확하게 배달됐다.
마법 같은 패스에 관중석은 들썩였다.
– 오오오오오!!!
파리 생제르맹의 수비 뒷공간을 정확하게 꿰뚫으며 배달된 볼을 본 유지우는.
탁.
퍼스트 터치로 압박하는 선수의 다리 사이로 감각적으로 볼을 빼낸 뒤.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선.
투—웅!
골키퍼의 머리 위를 넘기는 감각적인 로빙 슈팅을 날렸다.
스르르르륵.
볼은 골키퍼가 뻗은 손을 피해 떨어졌고.
까—앙!
크로스바를 맞고 라인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바람.’
볼의 세기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유지우의 슈팅이 들어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바람이었다.
맞바람이었으면 모를까 볼의 진행 방향으로 분 바람이 볼을 더 멀리 밀어주며 유지우가 생각한 각도에서 틀어져 버렸다.
삐익-! 삐익-! 삐—-익!
이 공격을 끝으로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렸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의 전반전이 0 – 0으로 끝납니다!] [마지막에 유지우 선수의 슈팅이 골로 연결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습니다!]종합 스코어는 [아스날 2 – 3 파리 생제르맹]이었기에, 아스날은 후반전에 반전을 만들어야 했다.
* * *
전반전은 아스날의 우위였다.
유효슈팅 6 vs 3.
점유율 62 vs 38.
리드했으나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선수들이 답답한 만큼 팬들도 답답해했다.
“아, 득점이 안 나와.”
관중석에 있는 아스날 팬들은 아쉬움에 몸부림쳤다.
나올 듯 나오지 않는 골.
1차전 때처럼 운이 좋지 않아 보였다.
“마지막 유의 득점만 들어갔어도.”
“이러다가 지는 건 아니겠지? 여기까지 우리가 어떻게 왔는데.”
“파리가 너무 수비적으로 나오고 있어서 득점하는 게 어려워.”
“크리스랑 유 주위에 바짝 붙어서 수비하더라.”
“다른 쪽에서 공략해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그들 나름대로 해결책을 얘기하는 사이.
경기장에 오지 못한 이들은 이슬링턴 거리의 펍들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엔 서서 볼 자리도 없었다.
“제인! 여기 맥주 하나 더!”
“공격은 통하는 거 같지?”
“수비도 좋아, 레이턴이 윌리앙을 제대로 막아주고 있어.”
“레이턴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 보군.”
1차전 종료 후.
레이턴 버트란드는 죽어라 욕을 먹었다.
그랬던 그가 오늘 경기에서는 자신이 싼 똥을 제대로 치우고 있었다.
“하이라이트가 나오네!”
팬들은 전반 하이라이트 영상에 감정을 이입하며 함께 분노하고 아쉬워했다.
“우리가 올라가려면 두 골은 나와야 하는 거지?”
“한 골이면 동점이고 두 골이어야 이길 수 있어.”
“하아, 흐름만 보면 가능할 거 같은데.”
“실점만 하지 않으면 돼.”
“맞아. 실점하면 분위기가 파리한테 넘어갈 수 있어.”
“전반전에 득점만 하고 마무리했으면 이런 걱정도 하지 않았을 텐데.”
팬들은 술을 먹으며 TV를 봤고 곧이어 후반전을 위해 선수들이 나오고 있었다.
“올라가자! 제발–!!”
27년 만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가 눈앞에 있는 지금.
팬들은 간절하게 기도했다.
선수들이 기적을 일으켜주기를.
* * *
삐—익!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아스날은 라인을 올려 압박했다.
[파리 생제르맹이 후방에서 볼을 돌리자 아스날이 바짝 압박합니다!] [아스날은 이른 시간 안에 골을 만들어야 합니다.]폴 사르는 게겐 프레싱으로 볼을 탈취할 것을 명령했다.
선수들은 그 지시를 제대로 수행했다.
체력은 아스날 선수들의 자랑이었으니까.
타다다다닷!
그들은 상대 팀에 빠르게 붙어서.
퍼—억!
멈추지 않고 강하게 부딪쳤다.
“패스 뿌리지 못하게!”
“내가 갈 테니까 넌 중앙으로 가!”
“더 타이트하게 가자!”
파리는 아스날의 기세에 살짝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금세 회복했다.
“가만히 있지 말고 앞으로!”
윌리앙 주니오르는 당황하는 선수들을 진정시키며 볼을 전개했다.
5분.
10분.
후반이 시작하고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아스날 팬들은 더욱더 간절히 골을 원했다.
투-웅!
– 오오오오!
잠시 후, 파리 원정 팬석에선 감탄이 나왔다.
윌리앙 주니오르가 가슴 트래핑 후에 솜브레로 플릭으로 레이턴 버트란드의 압박을 매끄럽게 피해낸 것이었다.
[이게 윌리앙 주니오르죠! 수준 높은 개인기와 볼을 다루는 센스! 파리를 여기까지 이끈 건 사실상 이 선수의 힘입니다!] [여기서 실점하게 되면 아스날은 어려워집니다!]브라질리언답게 볼을 다루는 게 미친 수준이었다.
볼이 발에 붙어 있었고 데릭 레드먼드가 간신히 막아내지 못했으면 실점이 나왔을 상황이었다.
[데릭 레드먼드의 벽이 높습니다! 그대로 볼을 빼앗은 아스날! 전방으로 길게!]마테오 크리스단테는 볼을 받아서 왼쪽으로 공간 패스를 보냈다.
오른쪽에 있는 유지우를 견제하는 탓에 파리 생제르맹의 왼쪽 측면은 부실했다.
탁.
안정적으로 받은 마틴 그라임스는 앞에 마크하는 선수를 보고선.
툭.
툭.
어느새 옆으로 온 아드리안 로마오와 원투 패스로 그를 제쳐냈다.
[두 선수의 호흡이 좋습니다! 측면을 여는 마틴 그라임스!]센스 있는 원투 플레이로 마틴 그라임스가 왼쪽 측면을 열고서 빠르게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파리 생제르맹 수비진은 금세 백업하며 공간을 없앴다.
“아드리안! 그리고 반대에서 들어오는 유 마크!”
침착하게 우선순위를 얘기하며 손발을 맞췄다.
공간을 다 없앴다고 생각했을 무렵.
툭.
마틴 그라임스가 선택한 것은 컷백이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밖.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향하는 패스.
타다다닷-!
그걸 본 수비수가 급하게 따라갔다.
‘중거리?’
슛모션을 잡는 걸 보고 점프를 뛰며 몸을 날렸다.
투-웅!
그러나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슈팅하지 않았다.
컷백으로 살짝 흔들리는 수비진.
그로 인해 발생한 공간.
그 공간을 찢으며 들어가는 유지우를 보고선 슛 페이크 후, 원터치 로빙 패스를 보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 오프사이드는 아닙니다—!]수비진들이 일제히 손을 들며 오프사이드라고 어필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끝까지 유지우를 쫓아가 보지만.
찰나의 순간.
폭발적인 가속도를 낸 유지우와 거리가 벌어지며 누구도 쫓아가지 못했다.
뻐—엉!
노마크찬스를 잡은 유지우는 볼의 낙하지점으로 달려가 왼발로 파 포스트를 향해 원터치 발리로 살짝 돌려놓으며.
철렁.
골망을 흔들었다.
파리 생제르맹은 허탈해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대로 꽂아 넣는 유지우 선수! 유지우 선수에게 저런 공간이 만들어지면 막는 건 불가능하죠!]유지우는 골대 안에 들어간 볼을 들고나와 센터서클로 달렸다.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유지우 선수의 완벽 호흡으로 1 – 0으로 앞서는 아스날! 이렇게 스코어는 원점이 됐습니다!]그 뒤에 해설위원은 급하게 전해지는 자료를 보고 놀랐다.
유지우가 한 시즌 79개의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면.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13골 38어시스트로 51개의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
그렇게 두 선수가 합친 공격 포인트는.
130개의 공격 포인트였다.
이 두 선수가 어째서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세계 최고의 듀오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수치였다.
‘최고의 듀오.’
축구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두 선수는 하이 파이브를 하며 다시금 골 사냥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