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71)
필드의 외계인-271화(271/404)
제271화
【 LIVE)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진행 중. 】
한국의 새벽은 뜨거웠다.
프리미어리그 최종라운드를 보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많았고 심지어 회사 휴가를 낸 사람들도 있었다.
– 북런던 더비나 맨체스터 더비보다 떨리는 게 맞냐?
– 웬만한 더비 전보다 치열함.
– 여기서 이기는 클럽이 우승이잖아.
– 아스날은 이기지 않고 무승부만 해도 우승인데?
– 그건 그렇지만, 아스날은 무조건 이기려고 할걸?
– ㅇㅇ 최종전이고 맨시티전이니까 어떻게든 우위를 점하고 끝내는 게 베스트지.
– 그리고 디에고랑 갓지우의 대결은 무슨 결과라도 승부가 나야 하긴 함.
국내에선 두 에이스의 맞대결을 기대한 사람이 많았다.
보카 주니어스 시절부터 단짝이었던 절친.
유지우를 응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디에고 로시라는 이름.
그리고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미친 기록으로 득점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이 된 그 관계성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 와, 디에고 미쳤다.
디에고 로시의 플레이에 사람들은 놀랐다.
위치 선정은 기본이고 간결한 드리블과 볼을 다루는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 신체 밸런스 미쳤다. 밸런스 다 무너졌는데도 슈팅을 저렇게 때려버리네.
드리블할 때, 디에고 로시는 바디 페인팅을 주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건 상대를 완벽하게 속여냈다.
속도의 완급 조절.
어떨 때는 빠르게.
어떨 때는 느리게.
볼은 다루는 것이 마법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 갓지우!!! 가즈아—! 2연속 우승까지 얼마 안 남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가장 많은 응원을 받은 선수는 유지우였다.
전반 초반부터 강한 압박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내 그 어려움을 뚫어내고 기회를 만드는 장면에 모두가 감탄했다.
– …갓지우는 저런 점이 좋아. 막혔다고 볼을 돌리지 않고 도전하잖아.
– 저런 멘탈이니까 성공할 수 있는 거지.
– 오늘 50골 가능할까?
– 넣으려면 해트트릭을 해야 하는데 경기 상황 보면 어려울 듯.
– ㅇㅇ 시티 상대로 해트트릭하면 레전드 하나 찍는 거지만, 그걸 두고 볼 맨시티가 아니지.
디에고 로시가 간결하다면.
유지우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그는 각종 드리블 스킬을 선보이며 맨체스터 시티를 흔들었다.
찰나의 틈을 타 차낸 왼발 슈팅이 아쉽게 골대 옆 그물을 흔들자, 모두가 탄식했다.
– …진짜 제라르 레오 시대 저물면 쟤네 둘이 다 씹어먹고 다닐 듯.
그렇게 사람들은 점점 경기에 빠져들었다.
* * *
전반 40분.
남은 시간은 5분.
전반전에 리드를 가져오기 위한 두 클럽의 치열한 격전은 끝나지 않았다.
삐—-익!
[유지우 선수를 다시 측면에서 끊어내는 데일 모리슨! 오늘만 벌써 몇 번째 반칙인가요?] [그리고 참 영리합니다. 카드가 나오지 않을 선에서 유지우 선수를 막아내고 있습니다.]데일 모리슨의 호흡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는 넘어져서 일어난 유지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미친놈이야. 체력이 진짜…. 무슨 무한동력도 아니고.’
데일 모리슨도 체력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전반에 유지우를 마크하느라 너무 많이 뛰어 거의 퍼지기 직전이었다.
그래도 적절한 순간에 반칙으로 끊어내는 영리함 덕분에 직접 슈팅하기 어려운 위치에서의 프리킥만을 내주며 가까스로 실점하지는 않았다.
“데일! 좋아! 그렇게만 해!”
“미치겠어. 쟤는 지치지도 않아?”
“원래 체력이 뛰어난 녀석이잖아.”
윌리엄 폴크는 전체적으로 경기를 조율하며 아스날을 막았다.
그리고 공격 시에는 빌드업의 시작점이 되며 전방으로 패스를 찔렀다.
뻐—엉!
가운데로 빠르게 찔러준 패스.
그는 딥 라잉 플레이 메이커답게 경기 전체를 읽는 눈이 뛰어났다.
게다가 킥력도 일품이었다.
패싱력으로는 맨체스터 시티 중 최고라고 할 만큼.
[윌리엄 폴크의 패스가 아스날의 미드필더 진을 꿰뚫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속공!]율리안 쿠겔이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압박을 등져서 버텼다.
체구는 비교적 작았지만, 중심을 낮춰 밸런스를 잡았다.
툭.
그리곤 돌아서지 않고 발만 뻗어 패스의 방향만 바꿔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패스를 넣어줬다.
왼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들어온 디에고 로시가 그것을 잡았다.
[디에고 로시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카를로스 로호가 곧바로 압박!]보카 주니어스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에서 적으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목적에 충실했다.
퍼—억!
막으려는 카를로스 로호.
툭.
돌파하려는 디에고 로시.
그리고 승자는 디에고 로시였다.
장기인 바디 페인팅으로 카를로스 로호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완벽하게 속여냈다.
[균형을 흔들면서 돌파에 성공한 디에고 로시! 간결한 돌파야말로 디에고 로시의 강점이죠!]왼쪽 사이드에서 제친 거라 왼발잡이인 디에고 로시에게 슈팅 각도는 그리 좋지 않았다.
더구나 디에고 로시는 슈팅할 때는 약발인 오른발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몰았다.’
그리고 이건 카를로스 로호의 설계이기도 했다.
보카 주니어스 시절.
오른발로 슈팅을 잘 하지 않는다는 디에고 로시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걸 떠올리며 돌파를 당하더라도 왼발 슈팅 각을 내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뻐—엉!
디에고 로시는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왼발 아웃프런트로 파 포스트로 쭉 밀어 찼다.
반 박자 빠르게 때린 슈팅은.
철렁.
다비드 바르트라가 뻗은 발을 피해 파 포스트 구석,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 와아아아아아!!!
[정상 대전에서 먼저 선제골을 신고한 건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새로운 에이스 디에고 로시가 마침내 리그 43호 골을 신고하며 유지우 선수의 뒤를 바짝 쫓아갑니다!]카를로스 로호는 헛웃음을 지었다.
‘유도 그렇고 디에고도…. 보카 시절보다 더 성장했구나.’
이제 그들에게는 약점이라고 할 것이 보이지 않았다.
* * *
45분.
추가 시간은 3분이 주어졌다.
1 – 0으로 리드하는 맨체스터 시티.
그들은 전반전을 리드한 채 마무리 짓고자 라인을 내려 수비에 집중했다.
“유가 들어오는 오른쪽! 그리고 크리스티안의 패스 경로를 차단하는 것만 생각해!”
윌리엄 폴크는 라인을 통솔하며 차분히 아스날의 공격 루트를 막고자 했다.
꽉.
유지우가 돌파하려고 할 때.
데일 모리슨은 유니폼을 잡아끌며 막았고 결국에 카드를 받고 말았다.
[무리하게 잡아끌어 넘어트려 데일 모리슨이 카드를 받았습니다.] [오, 이건 유지우 선수에겐 상당히 좋은 상황을 보입니다. 카드를 받았다면 거친 플레이를 할 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으니까요.]그렇게 얻은 프리킥.
오른쪽 측면에서 얻은 거라 직접 슈팅하기엔 각도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간접 프리킥이었다.
뻐—엉!
유지우가 오른발로 잔뜩 감아서 올린 크로스.
문전 앞에서 선수들이 뒤엉켰고 아드리안 로마오가 헤딩을 하려고 하자 글렌 테일러가 달려 나오며 펀칭으로 쳐냈다.
[걷어내는 글렌 테일러! 어어어어어!]그리고 볼이 떨어지는 지점에 유지우가 달려갔다.
그걸 본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놀라며 소리쳤다.
“막아—!”
윌리엄 폴크는 잽싸게 달려가며 유지우가 볼을 잡는 걸 방해하려고 했다.
거리가 좁혀졌다.
다섯 걸음에서 순식간에 한 걸음.
퉁.
그 타이밍을 잡은 유지우는 어깨 트래핑으로 윌리엄 폴크의 옆으로 볼을 보낸 뒤.
타다다다닷-!
비어있는 공간으로 달렸고 볼이 바운드되며 튀어 오르자.
뻐—엉!
왼쪽 아래로 눌러서 찼다.
볼은 그대로 회전이 걸리며 쭉 날아갔고 수비수들이 뻗은 발을 피해.
철렁.
구석을 꿰뚫었다.
글렌 테일러도 반응하지 못한 빠른 스피드의 슈팅.
이 슈팅의 속도는 무려 131km가 찍혔다.
[동점 골의 주인공은 역시나 이 선수! 유지우 선수입니다! 이걸로 리그 48호 골! 디에고 로시와의 격차를 5골로 더 벌리며 압도적 득점왕의 자리를 지켜냅니다!] [이제 50골의 고지까지 두 골! 과연 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요!]푸른 바다에서 들썩이는 붉은 파도.
전반 종료 직전에 나온 동점 골에 아스날 팬들은 흥분에 휩싸였다.
그들을 보며 유지우는.
촤—악!
무릎 슬라이딩 후에 끄덕이는 세레머니를 했고 뒤이어 아스날 선수들이 달려와 덮쳤다.
“이 미친놈아—!”
“역시 네가 최고라니까!”
“이대로 시티 침몰시키고 우승 확정 지어버리자!”
“역사 한 번 써보자!”
– 와아아아아아아!!!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기.
시청률은 갈수록 늘어났고.
삐익-! 삐익-! 삐—-익!
양 클럽이 나란히 한 점씩을 기록하며 1 – 1로 전반전은 종료됐다.
* * *
정상 대전의 전반전은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맨체스터 시티 라커룸 안은 선수들의 호흡 소리로 가득 찼다.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선제골을 넣을 때는 기뻤으나 결국에 마무리는 실점을 한 채 마무리를 지은 거니까.
쿵.
라커룸 문이 열리며 과르디올라가 들어왔다.
선수들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을 하지 못했다.
“너희가 힘든 건 안다.”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보며 과르디올라가 말을 시작했다.
“너희도 승리가 간절하겠지, 나도 마찬가지야. 너희들처럼 나도 승리가 간절해.”
선수들은 그의 말에 집중했다.
“하지만 축구는 의지로 되는 게 아니야. 의지로 되면 축구 선수라는 직업이 왜 있겠어? 결국에 축구는 골을 넣어야 하는 스포츠라는 건 다 알고 있잖아.”
전술 설명보다는 선수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주기 위한 말들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더 높이 올라가는 것. 즉, 우승하지 못하면 이번 시즌은 그냥 날리는 거라는 걸 명심해.”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너희가 이것밖에 안 되는 선수들은 아니잖아? 우리는 오늘 아스날을 상대로 승리하고 우승을 확정 지을 거야. 너희의 가치를 증명하라고!”
“……..”
“줄 곳이 없으면 윌리엄에게! 그리고 상대가 압박하면 율리안에게! 만약 압박하지 않으면 윌리엄을 중심으로 빌드업을 만들며 시간을 끌면 돼! 상대가 나올 때까지! 어차피 아스날은 나오게 되어 있어!”
짝!
“그리고 공격 상황에서 왜 이렇게 급해? 급하면 몸이 굳고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해.”
그리곤 작전판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디에고와 오스마르! 이 둘을 이용해서 더 공격적으로 나가! 뒤로 물러날 곳은 없어! 앞만 보고 나아가서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거다! 우리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곧 후반전 시작을 위해 선수들이 나갈 시간이 되자 과르디올라는 다시 손뼉을 치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줬다.
“좋아! 가자! 남은 45분! 32-33시즌 마지막 경기다! 다시는 안 올 순간이니까 모든 것을 불태워라!”
– “네!”
선수들의 표정은 어느새 용맹한 전사로 바뀌어 있었다.
과르디올라.
그가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고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했던 건 그냥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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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의 라커룸 상황도 맨체스터 시티와 다르지 않았다.
힘든 경기에 선수들의 호흡이 올라왔고 폴 사르는 말을 시작했다.
“너희들이 힘든 만큼 상대방도 힘들어, 근데 그 힘든 것을 티 내면 안 돼. 티를 내면 상대는 노릴 테니까.”
선수들은 묵묵히 각자의 방식대로 몸을 풀거나 물을 마시며 이야기를 들었다.
“중요한 건 공격적인 수비야. 카드를 받지 않는 선에서 확실하게 틀어막아야 해. 그 점을 시티가 유를 상대로 확실히 보여주고 있고.”
수비적인 부분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치밀함이 돋보였다.
“오프 더 볼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가 줘, 시티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4 – 3 – 3 포메이션이다. 그리고 윙백들을 올리며 우리 진영에서 공격적인 빌드업을 가져가려고 하지, 저 녀석들은 본인들의 진영에서 볼을 소유하는 것보다 상대 진영에서 볼을 소유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어.”
전반전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후반전을 준비했다.
“그럴 때일수록 맞대응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라인을 내려서 수비하려고 하잖아! 그러니 시티가 더 올라올 공간이 형성되고 디에고 로시의 골처럼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어!”
실점 상황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니 후반전에서 우리가 할 것은 시티 녀석들을 뒤로 물러나게 해야 해.”
그리고선 작전판을 두드리며 설명했다.
“포메이션은 유지하되 수비 시에는 4 – 4 – 2형태로 변화를 준다. 왼쪽은 카이, 중앙에는 마테오와 크리스, 그리고 오른쪽은 유, 큰 틀에서 공간이 형성되면 안 된다.”
– “네!”“유, 네가 힘들 수 있겠지만, 너의 공간 커버력을 생각하고 한 거니까 해줄 수 있지?”
“네.”
“좋아, 그리고 공격 시에는 스튜어트와 카를로스가 더 올라와! 그리고 그렇게 사이드 커버가 되면 유, 너는 중앙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더 많이 가져가며 공간을 만들어주기만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공격진에서 잦은 스위칭으로 계속 혼란을 줘, 그게 우리의 축구잖아? 유에게 자유를 줘야 공격의 활로가 뚫려.”
폴 사르는 계속해서 말했다.
“공격할 때, 너무 중앙지향적인 플레이를 하지 마, 사이드 전개도 하며 경기장을 넓게 쓰고 빠른 템포로 플레이해.”
– “네!”
대부분 얘기하고 곧 입장 시간이 되자 폴 사르는 마지막으로 지시를 내렸다.
“무승부로 마무리해도 되지만! 우리가 노려야 할 건 승리다. 방심하지 말고!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 결과를 가져와!”
프리미어리그 최종 라운드.
두 클럽의 간절함의 크기는 같았다.
정상의 자리는 하나.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은 어느 클럽이 될지.
‘정상 대전.’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 결정될 후반 45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