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75)
필드의 외계인-275화(275/404)
제275화
6월 4일.
UEFA 챔피언스리그 당일.
포르투갈 리스본 거리는 인파들로 붐볐다.
거리 곳곳엔 결승을 치르는 두 클럽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시선을 끄는 제라르 레오, 유지우가 서로 마주 보는 포스터였다.
“제라르와 유라…. 누가 이길까?”
“누구긴 누구야, 제라르지.”
“유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제라르보다는 아직 부족해.”
“맞아, 제라르는 벌써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만 7번째라고.”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불리는 제라르 레오.
축구인들 사이에선 그가 이길 거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유지우가 이름을 날리며 프리미어리그 황제로 군림하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최근의 일.
수년 동안 최고로 불리며 유럽을 지배한 제라르 레오랑은 경험치부터 차원이 달랐으니까.
“아스날의 기세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여기가 끝일 거야.”
“개인 능력만 보면 아스날이 부족하긴 해.”
31-32시즌부터 보여준 아스날의 돌풍.
그 돌풍이 레알 마드리드라는 거대한 산에 막힐 거라는 것이 모두의 예상이었다.
“이쪽인가?”
그렇게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하는 관중석.
경기장에는 유지우의 가족들도 도착했다.
그들이 정해진 가족석으로 가려고 하자 차명훈이 급하게 와서 안내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입구까지 마중을 나갔어야 했는데….”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럽니까.”
“이쪽입니다. 충북 풋볼 클럽 아이들은 모두 도착했습니다.”
차명훈의 뒤를 따라 자리로 가자, 그들은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주던 이채운이 유한우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했다.
“왔냐?”
“어쭈? 오랜만에 형님보고서 그걸 인사라고 하는 거야?”
“형님은 개뿔.”
“오는 데 불편한 건 없었고?”
“네 아드님께서 아주 국빈 대접을 해주셔서 편하게 왔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 회포를 푼 후, 자리에 앉아 필드를 바라봤다.
“결국에 지우가 여길 서네.”
“너 덕분이다.”
“내 덕은 무슨.”
“네가 그때 지우를 받아주지 않았으면 정말 축구를 접었을지도 몰랐으니까.”
“저놈은 뭘 해도 할 놈이라 어떻게든 됐을 녀석이야.”
유지우는 어릴 때부터 또래들과 남달랐다.
내면의 상처가 있어서 그런지 성숙한 모습을 보였고, 자신이 계획한 건 뭐든 이루고 보는 성격이었다.
“나온다.”
대화를 나누고 있자 필드 위로 나오는 선수들.
워밍업을 위해 나오는 그들 사이에 당당히 어깨를 펴고 나오는 유지우를 보고 그들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원 없이 뛰어라.’
* * *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나온 후, 5분이 지나고 아스날 선수들이 워밍업을 위해 나왔다.
“자! 가볍게 풀어보자!”
평소와 다른 압박감이 느껴졌지만, 선수들은 심호흡하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뻐—엉!
유럽 정상을 결정지을 단판 경기.
카메라는 두 클럽의 에이스들을 향했다.
“…내가 다 긴장이 되는군.”
그들 또한 떨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주는 긴장감은 선수들의 표정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으니까.
“밥은 드셨습니까?”
“들어가지도 않아, 먹고 토할까 봐 안 먹었어.”
“선배님은 누구 응원하세요?”
“나? 나는 당연히 아스날이지.”
“오, 의외네요. 선배님은 당연히 마드리드를 선택할 줄 알았는데.”
“이왕이면 자이언트 킬링이 더 화제가 되잖아.”
“…뼛속까지 화제만 쫓으시는 분답습니다.”
“그리고 뭔가 아스날이 이변을 일으킬 것 같은 기대감도 있거든.”
아스날의 승리를 기대하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마드리드에 비해 적긴 했지만 그들의 승리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잠시 후, 선수들의 워밍업이 거의 끝나갈 즘에 그들은 화들짝 놀라며 카메라를 잡았다.
“저기! 얼른!”
그들이 바라본 곳.
그곳엔 워밍업을 마친 유지우에게 말을 거는 제라르 레오가 있었다.
“…경기 전에 대화해도 되요?”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으니까 상관없지.”
상대 선수와 경기 전에 얘기를 나누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상황이 결승 무대에서 일어난 거였다.
모두가 카메라로 두 사람을 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은 허공에서 마주쳤다.
유럽 정상을 가리는 무대.
발롱도르 1위와 3위의 맞대결에 온 축구인의 이목이 쏠렸다.
“잘해보자.”
제라르 레오의 짧은 인사에 유지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져도 속상해하지 마세요.”
“이거 무서운데?”
“하나도 안 무서우면서.”
“아니, 이번에는 정말로 무서워.”
“서로 후회나 남기지 말자고요. 최선을 다해서.”
제라르 레오가 내민 주먹에 유지우는 주먹을 맞대며 인사를 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 * *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시작을 앞두고 아스날 라커룸은 긴장감이 흘렀다.
“후우.”
선수들은 차분히 각자의 방식대로 경기를 준비했다.
그러던 중.
폴 사르가 작전판을 가리키며 말을 시작했다.
“긴장되지?”
– “…….”
선수들이 말을 하지 않자 폴 사르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이렇게 긴장이 되는데 너희들이라고 안 되겠어? 더구나 유럽 정상이 어떤 팀인지 정하는 경기인데 말이야.”
선수들은 폴 사르의 말을 묵묵히 경청했다.
“난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밖에 못 올라가 봤어. 정말 죽기 살기로 해서 간신히 올라갔지만, 결승의 문턱에서 미끄러지고 말았지.”
“…감독님.”
그 아픔을 함께한 대니 수석코치는 안쓰러운 눈길로 폴 사르를 봤다.
항상 밝은 텐션으로 팀을 이끄는 감독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상처가 있었다.
“정말 분했어, 이길 수 없던 게 아니라 이길 수 있었는데 내 판단 미스로 패배를 하게 된 거거든.”
폴 사르는 선수들을 탓하지 않았다.
뭐든 문제가 생기면 본인 탓을 먼저 했다.
남 탓을 하는 것보다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쪽이 승리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싸워온 클럽도 아마 그때의 내 감정을 느꼈을 거다.”
그리고 폴 사르가 말하려는 의도는 이거였다.
“우리는 그들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 트로피를 노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패배한 클럽들을 부끄럽게 하지 않는 거니까.”
토너먼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싸우는 것은 그만큼 많은 꿈을 좌절시키며 올라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끝에 선 자들이 싸우는 것은 본인들을 위해서지만, 그 수많은 꿈을 대변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한 마음가짐을 선수들에게 심어준 뒤.
본격적으로 말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오늘 전술에 대해 간략하게 한 번 더 설명한다. 레알 마드리드 포메이션은 4 – 3 – 3이다. 전에 말했다시피 이 녀석들은 중원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 세 명의 미드필더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진이라고 불릴 정도로 쟁쟁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었다.
페데르코 실바 – 제라르 레오 – 크리스티안 플리크.
이 세 명은 ‘페 – 제 – 플’ 라인으로 불리며 세계 최고라고 불렸다.
“이 녀석들이 레알 마드리드의 핵심이라는 건 지겹도록 얘기했으니까 넘어가고.”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역삼각형 구조의 포메이션이 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주 포메이션이었다.
“볼을 점유하는 능력이 월등하고 탈압박 능력이 뛰어나. 무분별한 압박은 금물이다.”
폴 사르는 차분하게 사용할 전술을 알려줬다.
“먼저 압박할 때는 라인 간격을 유지해라. 무리해서 나갈 필요는 없어. 각자 맡은 구역만 철저하게 압박하고 패스 길을 차단하는 걸 우선으로 생각해라.”
– “네!”
“우리가 볼을 소유했을 때는 최대한 볼을 돌려. 대신 백패스의 비율을 줄이고 최대한 전진 패스로.”
그 후에도 폴 사르는 세세하게 전술을 알려줬다.
이미 여러 번 알려줬음에도 더 확실하게 선수들에게 상기시켰다.
그렇게 경기 시간이 임박해오자 선수들을 향해 동기부여를 해줬다.
“우린 저 녀석들을 존중하러 온 게 아니다. 싸우러 온 거지, 거칠게 부딪치고 또 부딪쳐! 계속해서 편하게 플레이하지 못하게 해!”
– “네!”
“중요한 건 움츠러들지 않는 거다. 상대가 한 걸음 뛰면 우린 두 걸음! 두 걸음 뛰면 세 걸음! 그렇게 차이를 만들어! 우리가 준비한 것! 우리들의 플레이로 유럽 정상에 올라 아스날의 엠블럼을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게 하자!”
이곳까지 온 이상 물러날 곳은 없었다.
눈앞에 보인 우승 트로피.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아스날 선수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라커룸을 나섰다.
* * *
[선수들이 각자 위치로 가며 경기를 준비합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과연 어느 클럽이 승리를 가져갈까요! 먼저 양 클럽의 선수들을 소개하겠습니다!]화면에는 양 클럽 선발진들의 이름이 올라왔다.
마틴 그라임스 – 아드리안 로마오 – 유지우.
카이 베일로브 – 크리스티안 페레스 – 마테오 크리스단테.
스튜어트 바슬리 – 데릭 레드먼드 – 레이턴 버트란드 – 카를로스 로호.
다비드 바르트라.
4 – 3 – 3의 아스날.
데니스 클로스터만 – 아벨 페르난데스 – 프랭크 슈미트
페데르코 실바 – 제라르 레오 – 크리스티안 플리크.
후안 나바스 – 세르히오 고메스 – 디에고 산체스 – 헤수스 네그레도
크리스티안 하르케.
4 – 3 – 3의 레알 마드리드.
양 클럽 모두 전력으로 나왔다.
삐—익!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가 시작됩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아스날 vs 레알 마드리드!] [먼저 킥오프로 볼을 가져간 건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와아아아아아!!!
경기 초반은 레알 마드리드가 볼 소유를 가져갔다.
그들은 정교하면서도 빠른 패스로 아스날의 압박을 피했다.
크리스티안 플리크는 후방에서 경기 진행 상황을 살폈다.
‘아스날이 예상보다 라인을 올려서 압박하지는 않아.’
그들 또한 아스날에 대한 분석을 철저하게 했다.
아스날의 압박은 게겐 프레싱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강한 압박이 주였다.
퍼—억!
하지만 적정 거리가 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압박 타이밍을 예상하지 못하게 했다.
[호오, 아스날의 압박 스타일이 달라졌군요.] [네, 무리하게 라인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간격을 유지하며 거리에 들어오면 압박하는 방식입니다. 저러면 체력도 아낄 수 있죠.]물론 아스날의 이러한 압박 속도는 극단적으로 공격하는 클럽에겐 소용이 없을 수 있었다.
판단하는 시간이 그만큼 짧아지니까.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은 날카로웠으나 판단할 정도의 시간이 됐다.
“마테오! 왼쪽으로!”
그렇게만 되면.
퍼—억!
아스날의 선수들이 못 쫓아갈 것도 없었다.
[페데르코 실바의 패스 실수를 유발하는 마테오 크리스단테! 흘러나온 볼은 아스날 소유로!] [빠르게 오른쪽 측면으로 보내며 유지우 선수가 볼을 잡습니다!]후안 나바스가 바짝 붙어서 마크했지만, 유지우는 몸싸움을 버텨내며 잡아냈다.
등진 상태에서 압박한 후안 나바스의 움직임을 살폈다.
휙.
균형을 흔들기 위해 오른쪽으로 살짝 페이크를 주고.
휙.
왼쪽으로 돌아서 가려고 했는데 후안 나바스는 눈치채며 길목을 막았다.
하지만 거기서 포기할 유지우가 아니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후안 나바스의 벌려진 다리를 포착하고 그곳으로 볼을 빼내며 제쳐냈다.
– 오오오오오오!!!
레알 마드리드 감독 루카 모드리치는 턱을 쓸며 그의 움직임을 유심히 봤다.
‘역시…. 탈압박 능력에서는 제라르보다 나은 점이 있어.’
속도부터 개인기, 그리고 균형.
모든 면에서 유지우는 완성형 선수였다.
[유지우 선수가 후안 나바스를 제치며 공간을 엽니다! 그와 동시에 대쉬하는 마틴 그라임스와 아드리안 로마오!]아스날의 공격진은 서로 눈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만큼 잘 통했다.
그들은 굳이 볼을 받지 못하더라도 유지우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들에게 혼란을 주고자 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하지만 크리스티안 플리크가 빠르게 커버!]레알 마드리드의 백업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금세 둘러싸이며 볼을 빼앗길 위험에 처한 유지우는.
타다다닷-!
두 선수 사이의 공간으로 방향 전환과 더불어 폭발적인 가속도로 파고들었다.
세르히오 고메스와 디에고 산체스.
두 레알 마드리드 센터백에게 정면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들의 거센 몸싸움으로 인해 살짝 밀려났지만, 폭발적인 가속도로 인해 약간의 공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보인다!’
뻐—엉!
그대로 유일한 공간을 향해 넘어지면서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까—앙!
강한 슈팅에 흔들리는 골대.
골키퍼 크리스티안 하르케가 몸을 날려 잡아낸 후에도 여전히 진동이 있었다.
[아!!! 이게 골대에 맞고 튕겨 나옵니다!] [방금 장면을 보십시오! 바로 유지우 선수의 무서운 점이 저거입니다! 알고도 못 막는 저 스피드! 만약 디에고 산체스의 몸싸움이 아니었다면 더 정확한 슛으로 골까지 노릴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챔피언스리그 결승.
이 무대를 먼저 흔든 건 레알 마드리드의 제라르 레오가 아닌 아스날의 유지우였다.
– 와아아아아아!
방금 플레이로 유지우는 아스날이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배할 거라는 지배적인 의견에 자신의 방식으로 대답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유지우의 플레이는 가뜩이나 펄펄 끓는 분위기에 장작을 넣었고.
스타디움은 그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이 뒤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