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76)
필드의 외계인-276화(276/404)
제276화
“호오.”
유지우의 초반 기선 제압 이후 아스날의 플레이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것을 보고 레알 마드리드 감독, 루카 모드리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으로 많이 봤지만, 실제로 보니까 패스 플레이가 더 아름다워.’
아스날 DNA.
축구를 예술로 만드는 그들의 플레이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카이!”
더구나 세계 최고의 중원을 보유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훌륭히 맞서 싸웠다.
“굳이 무리해서 볼을 빼앗을 필요는 없어! 길목을 막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점유율은 여전히 레알 마드리드가 우위에 있지만! 아스날의 중원도 견고합니다!] [그들 또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를 정도의 실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방심했다간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올라왔다면 실력은 증명이 된 셈이었다.
이곳까지 올라오는 데는 운이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초반 흐름을 아스날이 가져갔다고 해도 여전히 레알 마드리드가 우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압박이 안 들어올 때는 천천히!”
가장 큰 이유는 제라르 레오의 존재 때문이었다.
아직 그렇다 한 플레이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볼을 다루는 센스와 경기를 조율하는 그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스날이 기세가 올랐다고 덩달아 호응해줄 필요는 없어.’
그는 냉정하게 상황을 인지했다.
아스날이 유지우의 플레이로 흐름을 타는 것을 끊어내기 위해.
툭.
“자! 천천히.”
일부러 느린 지공을 선택했다.
굳이 아스날의 리듬에 맞춰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보니까 레알 마드리드가 템포를 늦춘 감이 있죠?] [네, 그러면서 제자리에 멈춰있지 않고 천천히 전진하는 모습입니다.]제라르 레오의 무서움은 바로 이런 점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압박 상황을 패스로 유연하게 빠져나오곤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스윽.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태클을 드래그 백으로 피한 뒤.
원터치로 수비진 사이로 침투하는 아벨 페르난데스를 겨냥해 빠르게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뻐—엉!
아벨 페르난데스.
27세의 나이.
186cm의 체격에 빠른 발.
상대 수비를 속이는 번뜩이는 플레이와 뛰어난 발재간.
그는 라리가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결정력까지 겸비한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다.
[아벨 페르난데스가 데릭 레드먼드와 몸싸움! 버텨내며 다리를 뻗어 슈티이이잉!]불리한 포지션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범위에 들어온 볼을 왼쪽 구석으로 돌려놓은 슈팅.
코스가 좋아 그대로 들어가는 줄 알았으나.
틱.
다비드 바르트라가 몸을 날리며 손끝으로 볼을 쳐냈다.
방향이 틀어지며 아슬아슬하게 골라인 밖으로 나가기 직전.
레이턴 버트란드가 그것을 살려낸 후.
뻐—엉!
걷어냈다.
[위기를 넘기는 아스날! 레알 마드리드의 이런 부분을 조심해야 합니다! 제라르 레오의 날카로운 패스! 그리고 아벨 페르난데스의 침투! 이 플레이로 라리가를 정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그렇게 양 클럽은 나란히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으며 챔피언스리그 결승의 시작을 알렸다.
* * *
20분.
30분.
전반전의 시간이 흐를수록 양 팀 선수들이 흘리는 땀의 양도 늘어났다.
삐—익!
위험하다 싶으면 과감하게 반칙으로 끊어내며 신중하게 운영하는 아스날.
뻐—엉!
매섭게 몰아붙이며 세계 최고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레알 마드리드.
두 클럽의 경기는 점점 뜨거워졌고, 그들의 플레이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어느 클럽이 이길까?’
경기 시작 전만 하더라도 레알 마드리드가 이길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아스날의 플레이를 본 사람들의 마음이 흔들렸다.
‘이러다가 아스날이 선제골을 넣으면 완전히 달라진다.’
그만큼 아스날의 플레이는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탁.
그 중심엔 에이스 유지우가 있었다.
[유지우 선수가 중앙으로 올라오며 볼을 잡아놓습니다! 페데르코 실바가 옆에서 방해하는데요!] [아스날은 저런 스위칭 플레이가 더 자주 나와야 합니다! 유지우 선수에게 공간만 만들어진다면 레알 마드리드를 이기는 것도 가능합니다!]유지우는 강한 압박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볼을 받는 척하면서 흘렸다.
– 오오오오오!!!
그렇게 페데르코 실바의 옆으로 돌아서며 볼을 잡은 유지우는 드리블하려고 하는데.
촤—-악!
크리스티안 플리크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삐—익!
[반칙으로 끊어내는 레알 마드리드! 크리스티안 플리크의 판단이 빨랐습니다!] [저 상황에서 유지우 선수에게 드리블할 공간을 내주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는 거겠죠…. 아예 볼 터치할 시간도 주지 않기 위해 유지우 선수의 숨통을 조이는 레알 마드리드!]레알 마드리드의 작전은 유지우가 볼을 소유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퍼—억!
그래서 조금도 유지우의 근처를 여유롭게 두지 않았다.
그동안 만났던 클럽들의 압박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은 뛰어났다.
“내가 왼쪽으로 몰게, 그 길목을 막아줘.”
“알았어.”
그들은 혼자서 유지우를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탈압박 능력은 제라르 레오보다 좋다는 걸 인정하곤 철저한 협력수비를 계획했다.
‘한 명이 그물이 펼쳐진 곳으로 몰아, 그리고 목표물이 그물 안으로 들어왔을 때.’
– 와아아아아!!!
‘다 같이 확실하게 잡아먹어.’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은 유지우 선수가 어디로 돌파할지 방향을 다 알고 있는 듯합니다!]그들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게다가 그들은 유지우가 패스할 길목까지 막는 치밀함을 보였다.
크리스티안 페레스.
아드리안 로마오와 마틴 그라임스.
그들에게 가는 방향까지 몸으로 막으며 초조하게 만들었다.
“…감독님, 유가 힘들어 보이네요.”
대니 수석코치의 말에 폴 사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네?”
“자네는 아직도 우리 에이스가 어떤 선수인지 모르겠어?”
“…….”
“우리 에이스는 말이지. 힘들면 힘들수록 뜨거워지는 선수야.”
그의 말이 맞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유지우는 주눅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씩.
미소를 지었다.
세계 최고라는 클럽의 선수들을 어떤 식으로 제쳐낼지.
그의 머릿속은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하며 빠르게 회전했다.
* * *
팽팽한 균형 속, 아스날은 차분하게 공격을 전개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그들은 활로를 찾았고.
뻐—-엉!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아쉽게 골키퍼에 막혔지만, 흐름을 가져오기엔 충분한 임팩트가 됐다.
“…아스날의 기세가 올라오기 전에 골을 뽑아내야 해.”
그렇게 레알 마드리드의 작업이 시작됐다.
후방 빌드업부터 차근히.
그렇게 하프라인을 넘어왔고 제라르 레오가 볼을 조율했다.
툭.
“릴렉스!”
아스날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원터치로 볼을 돌려놔 최대한 소유하는 시간을 줄였다.
[제라르 레오가 참 영리해요. 자신을 향한 압박이 거세다는 걸 알고 원터치로 빠르게 볼을 돌려 압박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어요.]그러다가 압박이 조금 허술하다 싶으면.
타다다닷-!
드리블로 돌파를 시도하기까지 했으니, 아스날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그러다 잠시 후.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제쳐지며 제라르 레오에게 공간이 열렸다.
촤—악!
카이 베일로브가 급히 태클로 막아보려고 했으나, 제라르 레오는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하곤.
뻐-엉!
돌파가 아닌 패스로 공간이 생긴 오른쪽 사이드로 볼을 보냈다.
[프랭크 슈미트 쪽으로 준 패스! 정확합니다!]프랭크 슈미트는 압박하는 스튜어트 바슬리를 스텝 오버로 가볍게 제친 후.
뻐—-엉!
가운데로 크로스를 올렸다.
낮은 땅볼 크로스였다.
아벨 페르난데스가 침투해 왔지만, 다비드 바르트라는 슈팅 각도를 차단했고 데릭 레드먼드는 볼을 받는 걸 방해하며 몸으로 부딪쳤다.
어떻게든 슈팅하기엔 어려운 상황.
막았다는 생각이 들 때, 유지우의 외침이 들려왔다.
“제라르를 막아—!”
아벨 페르난데스.
그의 진짜 모습은 골을 노리는 골잡이가 아닌.
툭.
이타적인 플레이에 능한 섀도 스트라이커였다.
그는 아스날 수비진을 자신의 라인으로 끌어당긴 뒤, 땅볼 크로스를 원터치 노룩 힐 패스로 뒤로 보냈다.
그 뒤는 제라르 레오가 대시하고 있었다.
퍼—억!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먼저 어깨를 넣으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고 했으나 밀려나고 말았다.
‘아직이야!’
하지만 아직 거리가 멀어지지 않았다.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최대한 따라가서 태클로 슈팅이라도 방해할 심산으로 이를 악물었다.
‘됐다.’
거리가 나왔다.
패스가 오는 방향.
제라르 레오가 쇄도하는 방향.
그것을 확인한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그 앞을 막으려고 몸을 날렸다.
[끝까지 따라붙은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태크으으으을!]계획대로라면 슈팅이 다리에 맞고 나가야 하는 각도였으나.
툭.
제라르 레오는 태클이 들어올 거라는 걸 알았는지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다리에 닿기 직전.
볼의 밑부분을 차 센스 있게 피했다.
[아아아아-! 제라르 레오에게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대로 슈우우웃!]오른쪽으로 낮게 때린 슈팅은 다비드 바르트라가 몸을 날려 필사적으로 막아보려고 했으나.
철렁.
골망을 흔들고 말았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그 선제골은 모두의 예상대로 레알 마드리드.
세계 최고의 선수 제라르 레오의 발에 나왔다.
[제라르 레오—! 전반 34분에 선제골을 터트립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 제라르 레오가 챔피언스리그의 디펜딩 챔피언이 누구인지 도전자인 아스날에게 확실히 인식시켜줍니다!]상대는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노리는 세계 최강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
아스날은 지금까지 만난 적들 가운데 최고의 적을 만났다.
* * *
아스날 0 – 1 레알 마드리드.
한 점 차이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점수 차이였다.
중요한 건 흐름이었다.
실점했다고 움츠러들면 상대는 이때다 싶어 파상공세를 펼칠 테니까.
짝.
흔들릴 시점.
그것을 바로잡는 건 유지우였다.
그는 손뼉을 강하게 치며 선수들을 보며 소리쳤다.
“집중해! 겨우 한 점이야! 한 점은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어!”
그의 외침을 들은 제라르 레오는 남들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어엿한 중심이 됐네.’
그렇게 아스날은 다시금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뻐—엉!
[아아아아-! 아드리안 로마오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납니다!]아드리안 로마오를 시작으로.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패스가 수비 사이를 파고들며 마틴 그라임스에게! 마틴 그라임스가 슈팅하기 직전! 디에고 산체스가 태클로 걷어냅니다!]본격적으로 레알 마드리드 진영을 흔들었다.
그들은 사전에 준비한 대로.
레알 마드리드에게 끊임없이 싸움을 걸었다.
“싸움을 피하지 마! 물어뜯을 기세로 해!”
하도 필드 위에서 구른 탓에 유니폼은 엉망이 됐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그럴수록 더욱 타올랐다.
그렇게 헌신적인 플레이로 전반 42분에 찬스를 잡는 데 성공했다.
“달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이 실패하며 아스날의 역습 기회! 일제히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 아스날!]역습의 시작점을 맡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볼을 잡았다.
그와 동시에 제라르 레오가 붙어서 방해했지만,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침착하게 상대했다.
‘제치는 건 무리야.’
제라르 레오는 공격만 아니라 수비도 뛰어난 선수였다.
무리한 돌파 시도보단.
스르르르륵.
한 번의 패스를 찌를 공간만 만들어도 충분했다.
바디 페인팅으로 혼란을 주고선.
뻐—엉!
약간의 공간이 생겨나자 침투하는 아드리안 로마오를 겨냥해서 패스를 찔렀다.
‘아.’
그러나 그 패스는 제라르 레오가 뻗은 발에 맞고 굴절이 되고 말았다.
[발에 맞고 굴절되는 패스! 이렇게 되면 아스날의 역습은….]모두가 역습에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볼이 굴절되어 날아간 곳으로, 유지우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인 플레이 상황이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있었으니까.
– 오오오오오오!
[볼이 높이! 오른쪽으로! 유지우 선수가 그곳으로 갑니다—]굴절된 볼은 운이 좋게도 궤적이 높아 유지우가 최후방에서 최전방으로 올라갈 시간을 만들어줬다.
“막아!!!”
이대로 유지우가 잡게 해선 안 됐다.
후안 나바스가 공중볼 경합할 생각으로 가려는데 예상보다 볼의 낙하지점이 멀었다.
타다다다닷-!
유지우는 달리면서 볼에 시선을 떼지 않고.
퉁.
달리는 속도를 줄일 새도 없이 가슴 트래핑으로 잡아놨다.
살짝 튀어 오른 볼을 안전하게 잡아놓으며 자신의 소유로 만들었다.
[아스날의 역습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환상적인 퍼스트 터치로 소유권을 가져온 유지우 선수!] [레알 마드리드의 백업이 빠릅니다!]레알 마드리드는 빠르게 백업을 하려 했지만 완벽하게 라인이 짜이진 않았다.
‘저기다.’
유지우는 후안 나바스를 스텝 오버로 제쳐내고선.
뻐—엉!
반 박자 빠르게 안으로 패스를 질러줬다.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들이 반응하기 어려운 타이밍이었다.
아드리안 로마오가 가속도를 살려 파고들었고, 디에고 산체스는 그런 그를 찍어누르려고 했다.
뻐—엉!
그러나 아드리안 로마오는 무너지는 와중에도 밸런스를 잡고 슈팅을 때렸고.
– 아아아아아아!!
아쉽게도 볼은 골키퍼 정면으로 가고 말았다.
[아스날의 역습이 이렇게 실패합니다!] [하지만 아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흐름이라면 아스날이 언제 득점을 터트려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레알 마드리드도 긴장이 될 겁니다!]해설위원의 말대로였다.
방금 역습 기회에서 만약 유지우가 패스하지 않고 슈팅을 때렸다면?
어쩌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몰랐다.
‘…실점할 뻔했어.’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전율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