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77)
필드의 외계인-277화(277/404)
제277화
아스날은 전반 종료까지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어놓고 끝내고 싶었다.
“계속해서 볼을 공간에 넣어줘!”
당연히 볼이 많이 가는 쪽은 유지우였다.
유지우는 자신에게 압박이 몰리면 패스를.
압박이 몰리지 않으면 돌파를 선택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공간을 계속해서 위협했다.
[유지우 선수!!! 측면에서 올라와 중거리 슈팅까지! 날카로웠지만, 궤적이 좋지 않았어요!] [지금은 좀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볼이 떴어요. 겉으로 내색은 안 하지만 조급해지고 있다는 거겠죠.]득점에 실패하며 아쉬워하는 유지우에게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다가와 어깨를 토닥였다.
“지금 너무 급해 보여, 힘을 빼.”
“…어, 볼을 차는 순간에도 나갈 거라는 게 느껴지더라.”
“내가 전에 한 말 기억해?”
“무슨?”
“넌 그냥 뛰라고. 패스는 내가 할 테니까.”
“…….”
“마음 편하게 해, 네가 못하는 부분은 우리가 책임지고 막을게.”
그의 말을 듣고 유지우는 웃음을 지었다.
“해보자.”
“물론.”
아스날은 차분히 흐름을 가져올 준비를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전반 45분이 지나고 어느덧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 3분.
레알 마드리드를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 와아아아아아!!!
[엄청난 세이브를 하는 크리스티안 하르케! 아드리안 로마오가 감각적으로 돌려놓은 슈팅을 다리를 쫙 찢어 막아냅니다!] [볼은 아직 아웃이 되지 않고 살아있는 상황! 레알 마드리드가 역습을 전개합니다!]유지우는 폭발적인 속도로 수비 자리로 돌아갔다.
볼은 빠르게 제라르 레오에게 갔다.
탁.
그는 깔끔한 트래핑으로 볼을 잡아놓은 뒤에 마테오 크리스단테를 상대했다.
‘내가 시간만 끌면.’
그는 자세를 낮추고 제라르 레오의 동작에 집중했다.
툭.
툭.
발등으로 볼을 밀고 오자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옆으로 게걸음을 하며 언제든지 발을 뻗을 준비를 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되자 제라르 레오는 라 크로케타로 돌파를 시도했다.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끝까지 그 움직임에 집중했다.
‘아직이야.’
그리곤 발을 뻗을 타이밍을 살폈다.
섣부르게 내디디면 그대로 돌파당할 테니까.
그러다가 스텝을 읽고서.
촤—악!
과감하게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건 제라르 레오의 함정이었다.
그는 애초에 다리에 걸릴 생각으로 스텝을 읽기 쉽게 디뎠고 그 결과.
삐—익!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반칙을 범하고 말았다.
결국 옐로카드까지 나왔고 그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
“쳇!”
제라르 레오를 막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경기가 있는 전날까지 제라르 레오의 자료를 돌려보면서 약점을 알아내려고 했지만, 여의찮았다.
‘저 녀석도 유랑 똑같은 괴물이야.’
이게 그의 결론이었다.
그가 내준 프리킥 위치는 페널티 에어리어와 살짝 떨어진 곳이었다.
골대와 거리는 27m.
직접 노리기는 조금 먼 거리였다.
그러나 위치로 들어서는 키커는 제라르 레오였다.
[이 거리에서라면 당연히 이 선수! 제라르 레오가 나서겠죠!] [라리가 프리킥 성공률 1위! 그의 등장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레알 마드리드의 10번.
그의 존재감은 필드 전체를 뒤덮기에 충분했다.
그는 동료 선수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선 슈팅을 때렸다.
뻐—엉!
오른발 인스텝으로 강하게 수비벽을 넘긴 슈팅은 회전이 많이 걸려 있어 급격하게 궤적이 꺾였다.
정확하게 왼쪽 구석으로.
철렁.
다비드 바르트라가 움직여보지도 못한 채, 볼은 순식간에 골대 안으로 꽂혀버렸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올! 이걸로 레알 마드리드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2 – 0 리드폭을 더 벌립니다!] [제라르 레오의 멀티고오오오오오올! 전반전에만 두 골을 신고하며 레알 마드리드를 트로피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올려놓습니다!]제라르 레오가 세레머니를 하는 것이 화면에 나온 뒤, 유지우가 허탈해하는 모습이 나왔다.
[…유지우 선수에겐 상황이 안 좋게 변했어요. 1점이라면 모를까 2점, 그것도 결승 무대에서 이런 차이라면 마음이 무거워질 겁니다.]“…빌어먹을.”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실점의 빌미를 자신이 제공했다는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짝.
그때 그의 등에 전해지는 충격.
유지우였다.
“어깨 펴, 네가 아니면 제라르를 막지도 못해.”
“…미안해.”
“미안하다는 소리는 하지 말랬지. 아직 시간 많아! 남은 시간 동안 실수를 만회하면 돼!”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그의 위로에 조금 마음이 나아지긴 했지만, 마음의 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만약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이 기회가 올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역전 시켜 보일 테니까.”
그런 마음은 유지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벌어지는 점수 차이에도 흔들리지 않고 에이스로서 믿음을 심어줬다.
삐익-! 삐익-! 삐—-익!
스코어 2 – 0.
아스날은 아쉬운 결과로 전반전을 마치고 말았다.
그러나 유지우를 비롯해 아스날 선수들은 누구도 절망하지 않았다.
‘후반전에는 반드시.’
이대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마무리 짓고 싶지 않았으니까.
* * *
2 – 0으로 마무리를 지은 레알 마드리드 라커룸의 분위기는 좋을 줄 알았지만, 반대였다.
“뭣들 하는 거야? 아스날한테 뒷공간을 왜 이렇게 많이 내줘? 플리크! 내가 상대 패스 길을 끊으라고 했잔아! 근데 전혀 안 되고 있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데니스! 막히면 바로 빠져나와 비어있는 곳으로 가줘! 아벨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주란 말이야!”
“네!”
“그리고 프랭크.”
“네.”
“아스날의 약점은 오른쪽이라는 걸 내가 말했는데도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공략해? 35분 이후부터 움직임이 좋아지긴 했지만, 조금 더 빠르게 공략했으면 한 골은 더 넣고 마무리할 수 있었을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루카 모드리치는 그 후에도 전반전에서 준비한 것을 못 보여준 것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리고 난 후에.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잘했다.”
칭찬을 시작했다.
“하지만 너희는 이것보다 더 잘 할 수 있잖아?”
– “네!”
“아스날이 훌륭한 상대라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야, 결국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건 우리 마드리드다.”
그들은 챔피언으로서의 자부심이 있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이자 트레블을 목적에 두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는 그렇게 전술 설명을 마쳤고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한마디 했다.
“상대에게 보여줘라, 유럽 최정상에 오른 클럽이 어떤 클럽인지.”
.
.
.
아스날의 라커룸은 2 – 0 상황에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1점 차이라면 모를까.
전반 종료 직전에 프리킥 골을 먹힌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너희들 표정을 보아하니.”
라커룸으로 들어온 폴 사르는 선수들의 표정을 보며 말을 시작했다.
“아주 꼴좋게 당했구나.”
폴 사르도 돌려서 말하지 않고 몸쪽 꽉 찬 직구로 꽂아버렸다.
“허둥대고 마드리드의 플레이에 끌려다니고…. 너희 무슨 레알 마드리드 녀석들 팬 사인회라도 왔어? 그러면 그냥 카메라 들고 나가서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지 그래?”
그는 전반전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준비한 것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라는 이름에 짓눌린 것처럼.
“내가 말했잖아! 우린 상대를 존중하러 온 게 아니고 대결하러 온 거라고!”
선수들은 주먹을 쥐었다.
분했다.
전반전에 자신들의 것을 보여주지 못한 채, 마무리를 한 것이.
“지금의 분한 마음을 기억해라, 그리고 후반전에 폭발시켜!”
폴 사르는 그렇게 말한 뒤에 열정을 토해냈다.
“친선경기가 아니야! 몸을 사릴 필요가 없어! 계속 밀착해서 압박해! 저 녀석들을 귀찮게 하고 짜증 나게 하란 말이야!”
그 동작은 한 사람의 연주자 같았다.
“태클도 하고 반칙도 해! 얌전하게 있으면 상대가 여유로워진다고! 그러면 전반전처럼 저 자식들은 계속 슈팅을 늘려서 우리의 골대를 노릴 거다!”
쾅–!
그리곤 작전판을 강하게 쳤다.
그러자 자석들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기회가 만들어지면 움직여! 동료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유가 고립되어 있으면 근처에 도와주고! 아드리안이랑 마틴은 스위칭하며 혼란을 줘!”
그 뒤로도 후반전에 쓸 전술을 말해줬다.
그렇게 선수들이 입장할 시간이 되자.
“다들 모여.”
폴 사르는 선수들과 함께 어깨동무하며 마지막 말을 시작했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강팀은 승리하고 약팀은 패배하는.”
선수들은 그런 그의 말을 경청했다.
단 한 선수도 흘려듣는 선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힘든 순간에 그의 말이 승리로 향하는 열쇠가 된 적이 많았으니까.
“오늘도 그 룰에 따를 거냐? 너희들한테 그 개 같은 룰을 박살 내버릴 의지도 없어?”
– “아닙니다!”
“아니라면 보여줘! 너희들이 약자가 아닌 강자라는 걸! 그리고 가져와! 언제나 남의 것이었던 빅이어를!”
아스날 선수들은 각오를 다지며 라커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폴 사르는 유지우의 등을 쳐줬다.
“네가 왜 아스날의 에이스인지 보여줘라.”
“부담을 팍팍 주시네요.”
“부담이야말로 에이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 그래서 싫어?”
“아뇨. 좋습니다.”
* * *
라커룸 대화를 마치고 후반전을 위해 필드로 가는 길.
그 길에서 유지우는 많은 생각을 했다.
머릿속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어떻게 득점을 넣을지 계속해서 시뮬레이션했다.
‘후안은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 그러면 그 전에 잡고 돌파로 승부해야 하나?’
‘중앙은 예상했던 것보다 견고했어. 우선 돌파로 흔드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나한테 압박이 몰리는 경향이 있으니까 동료들을 더 많이 활용해야겠어.’
그리고 그 생각은 곧 전해지는 열기에 사라졌다.
– 와아아아아아!!!
패색이 짙은 점수 차임에도 여전히 뜨거운 함성을 보내주는 아스날 팬들.
그들은 선수들만큼이나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고개 들고 당당히 싸워!”
“고작 두 골? 너희는 그것보다 큰 차이를 이긴 적도 있잖아!”
“믿고 있어!”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의 저력을 보이라고!”
그들의 응원을 받은 선수들은 진영으로 가 원을 둘렀다.
그리고 주장인 데릭 레드먼드의 말이 시작됐다.
“짧게 말할게.”
선수들은 데릭 레드먼드를 쳐다봤다.
“난 처음에 형편없던 아스날에 훌륭한 녀석들이 합류해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었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데릭 레드먼드는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미 이 유니폼은 많이 더러워졌어. 나 같은 형편없는 주장 때문에 암흑기에서 고생을 많이 했거든.”
“…….”
“하지만…. 내가 그 암흑기에서 죽어라 지켜온 유니폼이…. 또 더럽혀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암흑기를 버텨낸 주장이자 아스날 팬들의 영원한 주장.
그의 간절함이 담긴 말은 선수들의 심장을 울렸다.
“보여주자 팬들에게! 패배로 얼룩진 유니폼이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빛나는 유니폼을.”
데릭 레드먼드는 말이 끝나고 한 곳을 쳐다봤다.
그 시선의 끝엔 아스날의 에이스 유지우가 있었다.
“유, 너도 한마디 할래?”
선수들은 모두 유지우를 봤다.
그의 말을 기다리는 거였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명실상부한 아스날의 에이스였으니까.
“05-06시즌에 결승에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아스날에겐 아직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가 없어요.”
그는 침착하게 말을 시작했다.
“그래서 저는 트로피를 아스날로 가져가고 싶어요. 여기 있는 모두하고.”
곧 포지션으로 돌아가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우리는 강해요.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겁먹지 말고 포기하지 마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역전할 거니까!”
에이스의 진심이 선수들에게 전해졌다.
그 말을 끝으로 선수들은 포지션으로 갔다.
그들의 표정은 사뭇 달라졌다.
지고 있어서 침울한 표정이 아니었다.
이 결과를 뒤집고자 하는 간절함이 그들을 휘감았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서 있자 잠시 후.
삐—익!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후반전이 시작됐다.
이제 시작이었다.
아스날의 축구, 그리고 유지우의 축구는.
* * *
【 LIVE) 아스날 vs 레알 마드리드, 0 – 2 진행 중. 】
한국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는 경기가 바로 이 경기였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매년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으니까.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서 유독 관심이 높은 건 유지우의 출전 때문이었다.
– 아 ㅠㅠㅠㅠㅠㅠ 전반을 이렇게 마무리를 하네.
– 아스날한테 뭔가 운이 없어. 슈팅이 계속 빗나가.
– ㅇㅇ 만들어 가는 과정은 나쁘지 않은데 마무리가 되지 않는 느낌.
– 레알 마드리드 진짜…. 개쩌네.
– ㄹㅇ 쟤네 리그 때보다 더 대단한데?
– 근데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만 우승하면 트레블 아님?
– ㅇㅇ 트레블임.
– 이번에 트레블하면 제라르 레오는 몇 번째 트레블이지?
– 네 번째.
– …미쳤네 그냥.
레알 마드리드도 질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3연패이자 트레블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었다.
– 아스날은 최초 우승, 레알 마드리드는 트레블이랑 3연패…. 무슨 스토리가 이렇게 됐냐?
– 스토리가 겁나 맛있게 버무려짐 ㅋㅋㅋㅋㅋㅋ
– 축구팬들은 싫어할 수가 없는 스토리임 ㅋㅋㅋㅋㅋ
– 게다가 유지우가 이기면 제라르 레오 다음 세대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어필하는 기회도 되니까 이 한 경기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어.
세계 최고의 선수 제라르 레오 vs 새로운 신성 유지우.
이 대결은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더 이상 유지우는 다음 세대를 이끌 재목이 아닌 현재를 이끌 재목이었으니까.
– 아스날이 후반에 역전 우승했으면 ㅠㅠㅠㅠㅠㅠ
– 제발 갓지우가 빅이어 들어 올리는 것 좀 보자!
– 이번에 챔스 우승하면 발롱도르랑도 가까워지나?
– 무조건.
– 2034 때는 월드컵이 있어서 어려우니까 2033이 유력하긴 함.
한국 축구팬들은 점점 많이 TV 앞에 몰리면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후반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