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8)
필드의 외계인-28화(28/404)
제28화
【 유스 리그를 휩쓴 ‘유’는 대체 누구? 】
【 보카 주니어스 U-20 유망주 유, 29-30 1군 캠프에 합류! 】
【 아시아에서 온 어린 왕자, 1군 합류? 보카 주니어스 측, 묵묵부답. 】
【 ‘어린 왕자’ 유, 한국에서 온 젊은 천재가 아르헨티나의 심장을 울리다! 】
1군 훈련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진을 기반으로 여러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전역으로 퍼지는 소식, 보카 주니어스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거친 리그에서 뛰기에는 체구가 작고 나이가 어리긴 해도 합류해도 아무 문제 없지, 외국인 규정에도 걸리지 않고 실력도 좋잖아.] [아시아 선수가 열여섯에 1군 데뷔면 아르헨티나 리그 역사상 최연소 아시아인 선수가 되네!] [근데 그거 알아? 유는 한국에서 사건에 휘말려 징계를 받아서 이곳으로 온 거?]유명해지니 유지우가 한국에서 휘말린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늘어났다.
[이 녀석이 왜 한국에서 자리도 못 잡고 아르헨티나로 온 거야? 한국 유망주 수준이 높나? 이번에 북중미 월드컵에서 예선 탈락한 거 봐선 그렇지 않은 거 같은데.] [감독 폭행으로 협회에 찍혀서 아르헨티나로 도망 온 거라고 누가 그랬어.] [감독 폭행? 저렇게 얌전한 녀석이?] [뭔가 이상하지 않아? 얌전한 녀석이 감독 폭행까지 할 정도면 뭔가 일이 있던 거야. 그렇지 않고선 유가 그런 일을 할 사람으로는 안 보여.] [그런데 그 일이 뭔데? 아는 사람 있어?]감독의 성추행 관련된 내용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상태여서 사람들은 서서히 오해하기 시작했다.
진짜?
유지우가?
그렇게 안 봤는데.
[여러 악동이 있긴 해도 감독 폭행은 좀….]안 좋게 보는 여론도 늘어났다.
【 보카의 어린 왕자 유! 한국에서 감독 폭행?! 】
그러니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사도 나타났다.
“아니! 이런 건 구단에서 관리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차명훈은 기사를 보고 구단에 가서 따졌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모르는 사이에 몇몇 언론사들이 멋대로 쓴 기사라서요.”
“어떻게 조치 중입니까?”
“해당 언론사엔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유는 아직 미성년자입니다. 멘탈적인 부분을 돌봐 주셔야지, 이런 일이 벌어져 멘탈이 흔들리면 어떻게 합니까?”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보카 주니어스의 입김으로 언론사에서 기사는 내려갔지만, 캡처해서 맴도는 것까진 막지 못했다.
다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유지우를 옹호하는 팬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겨우 열여섯살 애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부끄럽지도 않아?] [유에게 말할 기회를 더 줘야 해. 이런 식으로 그를 매도하는 건 너무 불공평해.] [맞아, 경기장 밖에서 그를 마주했는데 그는 누구보다도 훌륭한 인품을 가진 선수였어. 경기장 안에서 누구보다도 훌륭한 건 말할 것도 없고. 그에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권리가 있어.]진정한 보카의 팬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유지우가 경기장 안팎으로, 그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들은 유지우를 무작정 비난하기보다, 그에게 정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궁금해했다.
덕분에 기자들이 연일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것에 반해, 보카의 팬들은 모두 조용히 답이 나오길 기다릴 뿐이었다.
* * *
프로 선수가 될 확률은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갈 확률보다도 낮았다.
공부에서 100등을 하면 1위 대학에 들어가지만, 축구에서 100등을 하면 1위 클럽은 무슨, 하위 리그에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중에서도 해외 빅클럽에서 뛸 확률은 0.00001%도 되지 않았다.
보카 주니어스 1군도 마찬가지였다. 극악의 확률을 뚫고 올라온 괴물들이 있는 곳이었다.
삑.
“아직 느려! 더 빠르게!”
삑.
“터치는 짧고 간결하게! 발 바로 앞에 멈춰놓는 게 베스트다.”
삑.
“패스가 느리잖아! 거기선 더 빠르게 줘야 수비에 안 걸려!”
프로가 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되고 나서는 더한 고생을 해야 했다.
프로 축구의 세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버려지는 게 일상이니까.
“유!”
유지우는 괴물들이 모인 곳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잘 녹아들었다.
코치가 준 패스를 부드러운 터치로 잡아놓은 뒤에 침투하는 선수를 향해 스루패스를 주자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박수를 쳤다.
“굿! 나이스 패스!”
조금이라도 더 배우기 위해서 쉴 때도,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프로 선수들은 대충 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스 선수보다도 더 지독하게 훈련을 소화했다.
일주일 후.
1군 스태프들은 회의를 시작했다.
리그를 진행하기 위해 선수 기량을 점검하다가 유지우의 부분에서 고민에 빠졌다.
“다음은 유.”
“유의 스탯을 보십시오, 1군 선수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습니다.”
일주일 동안 분석한 결과가 화면에 띄워졌다.
체력은 1군에서도 상위에 들어갈 만큼 뛰어났고 볼 다루는 센스나 스피드도 월등했다.
“허어, 이게 열여섯이라고?”
“12월이 되면 열일곱입니다.”
“미쳤군, 이 정도면 1군에 바로 합류시켜도 이상하지 않아.”
“훈련도 성실하게 받고 흡수하는 게 뛰어납니다.”
1군 스태프들은 유지우의 성실함을 높게 샀다.
“유스 리그 성적도 뛰어납니다.”
“리그 성적?”
“35골 5도움.”
“…….”
“이것도 단 18경기 출전해서 만든 성과입니다.”
지난 10월에 아르헨티나에 와서 1월에 공식전을 처음 치렀다.
6개월 동안의 성적이 18경기 출전, 35골 5도움, 만약 전반기도 모두 소화했다면 70골을 넘었을 거라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하비에르도 이렇게 못 했습니다.”
“지금 2군으로 올라간 디에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예르모는 42골로 득점왕에 오르긴 했지만, 전반기가 모두 포함된 성적이고요.”
어린 선수가 보여준 퍼포먼스.
구단 수뇌부들은 2군으로 보내라고 했지만, 직접 훈련하는 것을 지켜본 1군 스태프들의 생각은 달랐다.
“즉시 1군으로 올려야 합니다.”
이 생각에 반대하는 현장 스태프는 없었다.
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요새 언론에서 흐르는 내용이 나왔다.
“그런데 감독님.”
“응?”
“언론에 퍼지는 유의 일을 아십니까?”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모를 리가 없었다.
축구의 나라에서 강한 임팩트를 남긴 아시아인에 관한 기사는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저 아이가 진짜 그랬을까요?”
원래 그 전부터 유지우가 한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그런 걸 할 선수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거겠지.”
그래서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확신했다.
그 사건에는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사실이 있다는 걸.
* * *
언론을 통해 유지우의 감독 폭행 이야기가 퍼지자 구단에선 유지우 가족들과 자리를 마련해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드릴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거군요.”
엔리케 보토 단장은 유한우가 한 이야기를 듣고 턱을 쓸더니, 유지우를 바라봤다.
‘그래서 경계심이 많은 거였어.’
이제야 유지우가 왜 그렇게 경계심이 많았는지 이해가 됐다.
“사실 구단에서도 유의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은 하고 있었습니다.”
영입하는 과정에서 유지우가 한국에서 어떤 선수였는지 파악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감독 폭행으로 미움을 받는 선수라는 걸 알았지만, 자세한 내막은 몰랐다.
“점점 일이 커지고 있어 더는 구단으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해합니다.”
“세르히오, 구단 방침을 말씀드리게.”
“네.”
옆에서 말을 가만히 듣던 운영팀장인 세르히오가 유한우에게 말했다.
“아버님.”
“네.”
“혹시 이 일을 저희가 발표해도 될까요?”
“발표요?”
“한국에서 아무리 말해도 통하지 않았지만, 이곳은 다를 겁니다. 유의 진실이 말씀해주셨던 것이 맞다면 구단은 유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유한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한국에선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거짓들에 속아 아들을 깎아내렸다.
그런데 이곳은 달랐다.
정말 아들을 보호해주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정말인가요?”
대답은 세르히오가 아니라 엔리케 보토가 했다.
“네, 선수를 보호하는 것이 구단이 할 기본적인 일이니까요.”
유한우는 엔리케 보토의 눈을 바라봤다.
뭔가 달랐다.
한국에서 보던 눈빛들하곤.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아들이 행복하게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래서 마지막으로 믿고 싶었다.
아들을 도와준다는 이들의 말을.
* * *
며칠 후.
구단에서는 공식 기자회견을 준비했고 당일이 되자 회견장에는 기자들이 빼곡하게 있었다.
“사람이 많네.”
“29-30시즌 어떻게 준비하는지 알 수 있는 자리잖아.”
대부분 기자는 보카 주니어스가 다음 시즌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물어보려고 왔다.
저벅.
저벅.
곧이어 단상 위로 엔리케 보토가 올라왔고 자리에 앉자 운영팀장 세르히오가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나오는 질문은 역시나 29-30시즌 준비에 관한 내용이었다.
엔리케 보토는 어느 정도 기대를 할 수 있도록 능숙하게 말했고 사전에 정보를 흘렸던 기자가 손을 들고 말했다.
“최근에 1군 훈련에 합류한 유와 관련된 기사가 떠돌고 있습니다. 구단에서는 어떤 방침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질문을 기다렸던 엔리케 보토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팬분들께 정확한 사실을 알려드리기 위해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자들은 엔리케 보토가 어떤 말을 할지 기다렸다.
“유가 한국에서 감독 폭행을 한 것이 사실입니까?”
질문을 했던 기자가 다시 한번 묻자.
“네, 사실입니다.”
엔리케 보토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엔리케 보토의 입에서 나온 말에 기자들이 당황했다.
그리고 엔리케 보토는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거기엔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 있었습니다.”
“진실이요?”
“네.”
웅성거리던 기자들은 엔리케 보토를 봤다.
“그게 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네,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엔리케 보토는 유한우에게 들은 사실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말했다.
말이 길어질수록 기자들의 표정은 제각각으로 변했다.
‘와.’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마주한 기자들은 마른침을 삼켰고 엔리케 보토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부디 추측성 기사들로 어린 천재를 더 이상 고통 속에서 살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은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 보카 주니어스, “유의 소문은 사실이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 있다.” 】
그 진실은 보카 주니어스 팬들의 눈과 귀로 전해졌다.
* * *
“부협회장님!”
차성인이 부협회장실에서 자신의 파벌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얘기를 하는 데 문이 열리며 비서가 들어왔다.
“왜?”
“그, 그게!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급하게 내민 태블릿 PC.
거기엔 지난 밤, 보카 주니어스에서 낸 기사가 실려 있었다.
“…뭐야?”
“보카 주니어스가 유지우의 가족들을 만난 뒤, 이러한 기사가 나왔다고 합니다. 조치하지 않으면 한국에도 보도가….”
쾅!
비서가 말을 마치기 전, 차성인은 찻잔을 강하게 내리쳤다.
안에 있던 차는 넘쳐 책상을 적셨다.
“무슨 내용이길래 그러십니까?”
옆에서 묻는 직원에게 태블릿 PC를 건네주자 내용을 본 직원은 다른 직원들에게도 보여줬다.
“…이거 유지우가 우리한테 한 방 날렸군요.”
“아르헨티나로 갔다고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 거 아니겠습니까.”
“처음부터 이런 걸 노리고 간 걸 수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얘기를 나눌 때, 차성인은 비서에게 말했다.
“당장 막아!”
“하지만….”
“어차피 그렇게 영향력이 있는 선수는 아니야. 일이 커지기 전에 일찌감치 잘라버려!”
차성인은 국내에 보도되려는 것을 싹 잘라버렸다.
아직 유지우가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만큼, 언론을 통제하면 어떻게든 무마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하나 그는 몰랐다.
언론에 퍼지는 것을 막으라는 그의 목소리가, 누군가에 의해서 녹음되고 있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