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81)
필드의 외계인-281화(281/404)
제281화
삐익-! 삐익-! 삐—익!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종료 휘슬이 울립니다!!! 120분의 길고 치열했던 전쟁! 그 끝에 유럽 최고의 자리에 오른 팀은 아스날입니다!] [클럽 역사상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아스날!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이 선수! 자랑스러운 유지우 선수가 있습니다!]아스날을 비롯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모든 걸 쏟아부은 바람에 종료 휘슬이 들리자마자 필드에 쓰러졌다.
“하아…. 하아….”
유지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늘 뛴 거리만 해도 20km.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터라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비 오듯 흐르는 땀을 훔칠 생각도 못 한 채 자리에 그대로 누웠다.
누워서 본 하늘에는, 별들이 수두룩하게 떠 있었다.
‘해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어릴 적부터 TV로만 봐왔던 무대에서 우승했다는 것이.
“유—!”
아스날 선수들이 유지우에게 달려왔다.
“결승에서 해트트릭이라니!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해낼 줄은 몰랐어!”
“역시 우리 에이스야!”
“언제는 자기가 에이스라면서.”
“내가 언제! 우리 아스날의 에이스는 유지!”
3골 1어시스트.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그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을 달성했다.
[아스날 선수들이 모두 유지우 선수에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이 기적의 중심에는 에이스 유지우 선수가 있었으니까요! 저도 당장 저기로 달려가서 유지우 선수를 안아주고 싶습니다!]해설위원은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한 사람의 해설위원이 아닌, 축구인으로서 유지우가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유럽 최고의 무대.
그곳에서 세계 최고라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를 침몰시킨 선수가 다름 아닌 한국인이라니.
눈을 아무리 비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유.”
“…감독님.”
유지우는 폴 사르가 오는 걸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다리에 경련이 와 그대로 넘어질 뻔했는데.
와락-!
폴 사르가 그를 꽉 끌어안으며 붙잡아줬다.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네가 나의 No.1이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시절, 아쉽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탈락했던 기억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새로운 기억이 자리 잡았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감독이라면 누구나 이루고 싶어 하는 것을 이뤄냈으니까.
그것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선수와 함께.
* * *
시상대는 필드가 아닌 관중석 한가운데에 마련되고 있었다.
경호원들은 선수들이 올라갈 길을 통제했다.
그 시각, 아스날의 연고지 이슬링턴 거리에선.
– 와아아아아아!!!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그토록 이루고 싶었으나 이루지 못했던 것.
마침내 꿈에만 그리던 우승이 손에 들어오니, 팬들도 흥분하지 않고서는 못 배겼다.
“미쳤어…. 이건 미쳤다고!”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우리도 이제 거기에 이름을 올렸어!”
“그것도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몇 년간 부진하던 시기에!”
“난 우리 애들이 해낼 줄 알았다고!”
그들은 술을 마시며 자신들만의 축제를 즐겼다.
북런던을 넘어 런던, 영국 전체가 들썩였다.
UEFA 챔피언스리그.
스페인과 프랑스, 독일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트로피가 영국에 다시 왔으니까.
[그들은 최고의 활약으로 경기를 지배했어.] [아스날의 추격은 위대했어. 그들의 집념이 결승전에서 마드리드의 발목을 잡은 거야.] [난 유가 사람이 맞나 싶어…. 활동량 저게 맞아? 믿기지 않아.] [유는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 최고의 선수에 올라섰어, 어쩌면 제라르 레오의 라이벌이라고 불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는 이미 제라르 레오의 라이벌이야. 아마 다음 세대의 주인공은 유일걸?]아스날 팬들만이 아닌 다른 클럽의 팬들도 아스날이 이룬 업적을 칭찬했다.
부정적인 글들 또한 보였지만, 그런 글들은 금세 긍정적인 글들에 파묻혀 사라졌다.
* * *
잠시 후, 관중석 한가운데에 시상대가 마련됐다.
관중들은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고 그렇게 선수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곧 시상식이 진행되겠습니다.]아스날 선수들은 관중석으로 향하는 길 앞에 정렬해 걸어오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먼저 준우승팀! 레알 마드리드입니다!]레알 마드리드의 이름이 호명되자 선수들은 시상대 위로 올라왔다.
[세계 최고라는 클럽에 걸맞게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제라르 레오는 왜 세계 최고의 선수인지 보여줬죠…. 결과는 아쉽게 됐으나! 박수받아 마땅한 경기력이었습니다!]제라르 레오가 지나갈 때, 유지우는 그에게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본 제라르 레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축하한다.”
“감사해요.”
제라르 레오는 유지우와 가볍게 하이 파이브를 하며 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눈앞에 보였던 3연패.
그것을 놓쳤으니 팬들이 비난을 보내도 묵묵히 들을 각오를 했다.
하지만.
“제라르! 당신이 최고였어요!”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의 예상과 달랐다.
“비록 졌지만! 저희에겐 당신이 영원한 챔피언입니다!”
팬들은 비난은커녕 패배한 제라르 레오를 응원해줬다.
겨우 한 번의 패배.
결승전 패배긴 하지만 그동안 제라르 레오가 걸어온 걸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그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팬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짝짝짝짝짝!
제라르 레오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향해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큰 박수를 보내줬다.
[관중들이 준우승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있습니다!]팬들의 박수를 받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단상에 올라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들의 표정은 아쉬움으로 물들었다.
항상 목에 걸었던 우승 메달을 걸지 못했으니, 그 마음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제라르 레오는 빛나는 빅이어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놓쳤구나.’
항상 들어 올렸던 트로피에 손을 댈 수 없었던 만큼 아무리 그라도 슬픈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한참을 그것을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그 장면을 취재진이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 제라르! 제라르! 제라르!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렇게 세계 최고의 선수는 우승 트로피를 등진 채, 필드로 내려왔다.
* * *
준우승 메달을 받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내려오자.
[UEFA 챔피언스리그! 챔피언! 아스날 선수들이 단상에 오르겠습니다!]아스날 선수들이 올라갈 차례가 됐다.
“감독님!”
“앞장 서야죠!”
“안 가시면 저희만 갑니다?”
폴 사르를 필두로 아스날 선수들이 트로피가 있는 단상을 향해 올라갔다.
우승한 아스날 선수들을 보며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들을 최고의 상대라고 인정한 거였다.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제라르 레오가 유지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다음에는 안 질 거다.”
“저도요. 목표가 생겼거든요.”
“목표?”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 이제 제 목표는 그겁니다.”
목표를 들은 제라르 레오는 웃음을 지었다.
“이거 웬 괴물이 나타나는 바람에 내 자리도 위험해졌네.”
“금방 뒤따라가겠습니다.”
“천천히 와.”
“빨리 갈 건데요?”
“하하하!”
두 사람은 가벼운 포옹을 나눴다.
“올라가, 저기 빛나는 트로피는 내 것이 아니라 네 거니까.”
– 오오오오오오!!!
세계 최고 제라르 레오.
다음 세대…. 아니 이제는 세계 최고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자격을 가진 어린 선수의 포옹에 축구팬들의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유지우는 제일 끝에서 관중석으로 통하는 길에 올랐다.
‘…다리가.’
그런데 너무 많이 달린 탓에 다리가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떨렸다.
애써 참으며 올라가는데.
– 와아아아아아아아!!!!
귓가에 들리는 환호성과 앞에 보이는 풍경에 잠시 멈칫했다.
“유!”
“손 한 번만요!”
“당신을 보려고 여기까지 왔어요!”
“아스날을 최고로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우리의 히어로입니다!”
아스날 팬들은 유지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유지우는 그들에게 미소를 보이며 올랐다.
다리가 저렸으나 괜찮았다.
눈앞의 풍경이 힘든 것들을 다 잊게 해줄 만큼 짜릿했으니까.
“아들!”
올라가는 길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유지우는 올라가던 중.
경호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가족들에게 다가가 포옹을 나눴다.
“드디어 해냈어요.”
유지우의 말에 가족들은 울컥했다.
“너라면 해낼 줄 알았어, 누구 아들인데.”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나.”
“…….”
“그때 제 편을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유지우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가족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힘든 시절을 겪고 마침내 유럽 정상에 자리에 선 아들을 보니 그들은 울컥해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른 올라가!”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실컷 즐겨!”
“지우야.”
“누나.”
“…뭐, 오늘은 좀 멋지네.”
“눈 화장 번졌어. 지금 되게 못 생김.”
“이게!”
“농담.”
“헛소리 그만하고 올라가!”
가족들과 간단하게 말을 나눈 뒤에 유지우는 계속해서 걸어 단상으로 올라갔다.
“이쪽으로!”
그의 목에 우승 메달이 걸렸다.
그 장면을 모든 이가 지켜봤다.
31-32시즌 아스날로 이적해.
전 유럽을 진동시킨 천재 선수.
그가 마침내 유럽 정상에 오른 것을 보자 관중석은 열기로 들끓었다.
그의 목에 메달을 걸어준 UEFA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새로운 챔피언이 된 걸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가슴 뛰는 플레이를 오래 보여주세요.”
“그러겠습니다.”
유지우는 관계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트로피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와.’
조명을 받자 더욱 빛나는 빅이어가 그를 맞이했다.
유지우가 동료들 사이로 합류하려는 순간, 그는 선수들의 손길에 이끌려 트로피를 들 준비하는 데릭 레드먼드의 바로 옆에 섰다.
“유.”
데릭 레드먼드는 유지우에게 말을 걸었다.
“고마워.”
“뭐가요?”
“너랑 이 녀석들 덕분에 암흑기 주장으로 마무리하려던 내 커리어가 여기까지 왔네.”
31-32시즌 전까지 데릭 레드먼드는 자신이 암흑기를 이끌던 주장으로 잊혀질 것이라 생각했다.
암흑기는 혼자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31-32시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능한 선수들의 영입.’
구단은 변했고 서서히 암흑기라는 이름의 긴 터널을 지났다.
그렇게 한 시즌, 두 시즌.
마침내 그토록 원했던 빛이 눈앞에서 빛나고 있자 데릭 레드먼드는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다들 고마워.”
진심이 담긴 그의 말에 다들 소리쳤다.
“데릭! 세상에서 제일 멋지게 들어 올려요!”
주장 완장을 찬 데릭 레드먼드가 빅이어의 양쪽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선 제자리에서 뛰면서 아래로 손을 내려 기를 모았고.
번쩍.
맛깔나게 들어 올렸다.
퍼-엉!
퍼-엉!
퍼-엉!
동시에 폭죽들도 사방에서 터졌다.
유럽 최고의 팀에만 허락된 트로피.
그것이 아스날의 손으로 들어 올려졌다.
– 와아아아아아아!!!
32-33 UEFA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빅이어를 들고 내려오는 길.
우승 메달을 목에 건 채, 내려오다가 유지우는 반가운 얼굴을 봤다.
“유!”
“…로드리고.”
그는 자신을 보카 주니어스로 데려간 스카우터 로드리고였다.
“올랐구나, 유럽 정상에.”
“네.”
유지우는 그를 안아줬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
“다 네가 잘해서 이룬 걸 가지고 뭘.”
“감사해요. 저를 아르헨티나로 데려 가줘서.”
로드리고는 활짝 웃었다.
처음 봤을 때는 유망주였던 선수가 마침내 유럽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이 된 모습에 그는 울컥했다.
“고맙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줘서.”
두 사람은 짧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유지우가 필드로 내려오자, 그는 자신을 기다리는 선수들을 볼 수 있었다.
“유!”
“빨리!”
“팬들 앞으로 가져가는 건 맡긴다!”
“하긴 유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긴 해.”
“…그러면 내가?”
“아드리안, 눈치 좀 챙기자!”
“농담한 거야! 농담!”
유지우는 선수들의 성화에 못 이겨 빅이어를 들고 서포터즈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그곳엔 아스날 팬들을 비롯해 유지우의 지인들이 모두 있었다.
그들 앞에서 유지우는 활짝 웃으며.
번쩍.
트로피 세레머니를 했다.
트로피를 밑에서부터 끌어올리며 양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동시에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유지우 선수가! 필드로 내려와 빅이어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 올립니다!] [아스날의 에이스이자 32-33시즌의 주인공! 자신의 시대를 새롭게 알리며 아스날이 정상의 자리에 올랐습니다!]밤하늘에 폭죽이 아름다운 별처럼 수 놓이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