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82)
필드의 외계인-282화(282/404)
제282화
시상식이 모두 끝난 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필드를 떠나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하나둘 붙잡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가운데, 제라르 레오 쪽으로 기자들이 몰렸다.
“오늘 경기에서 패배하며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패인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요. 패인이라면…. 아스날이 강했다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그는 쿨하게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정말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아스날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인 것뿐이었다.
“3연패를 놓쳐서 아쉽지는 않나요?”
“아쉬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3연패라는 업적이 최초의 기록은 아니었다.
이전에 그의 레알 마드리드 선배들이 달성한 바가 있었으니까.
제라르 레오는 자기 손으로 예전의 기록을 깨고 싶은 마음이 컸다.
3연패가 아닌 4연패까지.
그러나 그 목표가 오늘 부서진 것과 다름이 없으니, 아쉬운 마음을 숨기기 어려웠다.
“유와 당신의 대결로 뜨거웠던 결승전이 마무리됐습니다. 유의 플레이는 어땠나요?”
이 질문이 나올 거라고 그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사람들이 유를 두고 그러더군요. 저의 뒷세대를 책임질 인재라고.”
기자들은 그의 말에 집중했다.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라르 레오는 기자들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는 이미 지금 세대의 중심에 섰고 저의 라이벌이기 때문입니다.”
듣는 이들은 경악했다.
지금 발언은 세계 최고의 선수가 유지우를 자신의 라이벌로 인정한 거였다.
제라르 레오는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를 떠났고 기자들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루이스…. 근데 제라르가 그렇게 슬퍼하지는 않네요?”
기사를 쓰던 신입 기자 하나가 의문을 던졌다.
3연패를 놓친 선수가 너무 태연했으니까.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베테랑 기자인 루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너 제라르의 손 못 봤어?”
“손이요?”
“준우승 메달.”
“…아!”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있지 않았잖아. 게다가 손까지 떨었고 분한 거야, 제라르는…. 그걸 말하지 못할 뿐이지.”
그의 말대로였다.
제라르 레오는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웬만하면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것이 대회를 연 주최 측이나 최선을 다했으나 패배한 선수들을 위한 예의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건 단순히 분했기 때문이었다.
우승이 아닌 준우승을 했다는 것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도 그도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기면 기쁘고 지면 분한…. 똑같은 선수라는 거야.”
해당 인터뷰는 빠르게 기사화가 되어 전 세계로 퍼졌다.
* * *
【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은 아스날! 】
【 격전이 벌어진 결승, 유지우 해트트릭과 1개의 어시스트로 결승전 M.O.M으로 선정! 】
【 제라르 레오, “유지우는 나의 최고의 라이벌.” 】
【 레알 마드리드의 3연패를 저지한 아스날! 역사상 최초의 우승을 이루다! 】
【 축제의 현장이 된 북런던! “아스날 팬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
【 암흑기를 거쳐 마침내 황금기를 맞이한 아스날, 그 중심엔 비유럽인 유지우가 있다! 】
UEFA 챔피언스리그를 마지막으로 32-33시즌이 끝나며 각 리그 시상이 이어졌다.
프리미어리그 골든 부츠.
프리미어리그 최다 공격 포인트.
프리미어리그 최우수 외국인 상.
PEA 영플레이어상.
PEA 올해의 선수상.
프리미어리그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
리그에서만 6관왕.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UEFA 챔피언스리그 최우수 공격수.
UEFA 챔피언스리그 올해의 선수상.
챔피언스리그에선 3관왕을 이뤄내며.
총 9관왕이라는 업적을 이뤄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빠르게 국내로 전해졌다.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는 폭발 직전이었다.
31-32시즌에도 역사를 새롭게 썼지만, 32-33시즌은 그보다 더한 기록을 세웠으니까.
– …뭐지 이 괴물은?
– ㄹㅇ ㅋㅋㅋㅋㅋ 한 시즌에 저게 가능하냐고
– 와 실화야?
– 역대급 결승전이었다.
– 발롱 1위와 3위의 대결…. 가슴이 웅장해진다.
– ㅁㅊ 아스날 최초 우승의 주역이 한국인이라니 ㅋㅋㅋㅋㅋ
– 아스날 현지 반응 미침.
– ㅇㅇ 너튜브에 누가 실시간 스트리밍했는데 반응 미쳤더라.
– ㄹㅇ 클럽 역사를 새로 썼네.
여러 댓글이 쏟아졌고 사람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진 건.
– …제라르 레오가 저런 말을 했다고?
제라르 레오가 유지우를 라이벌로 인정한 발언이었다.
제라르 레오가 어떤 선수인가.
리오넬 메시와 마찬가지로 발롱도르 7회 최다 수상자이자 현 축구계를 이끄는 최고의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라이벌로 인정한 게 비유럽인, 그것도 한국 국적을 가진 선수라는 점이 축구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 제라르 레오가 준우승을 하다니. 제라르 레오가 준우승을 하다니…. 어? 왜 두 번 써지지? 버근가?
– 미친놈들 ㅋㅋㅋㅋㅋ
– 제라르가 이런 취급을?
– 근데 어차피 갤러리 놈들은 조롱하는 녀석들이 태반이잖아 ㅋㅋㅋㅋㅋ
– ㅇㅈ 갓지우 보고도 느그지우 이러는 놈들인데.
– 느그지우 하는 놈들 뇌 구조는 어떻게 된 걸까? 역대 한국 선수 중 최고의 선수잖아.
– 제라르를 욕하는 건 현대 축구를 욕하는 것과 다름없음.
– 황라르 킹오와 대지우를 깐다? 축알못 ㅅㄱ
– 이하 발롱 7회 미만 댓글 금지
– 선플은 달아도 되는 부분?
– 더킹황짱충무공엠퍼러갓지우님과 동시대에 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해외 축구 갤러리는 늘 선수에 대한 비난을 일삼는 곳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그만큼 오늘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완벽했으니까.
그렇게 사이트는 드물게도 두 선수에 대한 칭찬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이며, 훈훈한 분위기로 게시글이 채워졌다.
* * *
결승전이 끝나고 다음 날.
런던 히드로 공항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인파들로 북적였다.
“와, 사람들 뭐야?”
이제 막 공항에 도착한 팬들은 이른 시간부터 런던 공항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
“다 아스날 팬들이야?”
“복장 보니까 맞는 거 같은데.”
“와, 이게 말이 돼?”
“말이 안 될 것까지는 없지, 아스날의 챔피언스리그 최초 우승이잖아.”
공항에 모인 이들 모두 아스날의 UEFA 챔피언스리그 최초 우승을 이룬 선수들을 보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나온다!”
“사진기!”
“단 한 명도 놓치지 마!”
– 와아아아아아아!!!
곧이어 공항 게이트를 나오는 선수들을 향해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선수들의 안전을 우선시해.”
경호원들은 최고의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파도처럼 몰려오는 인파.
그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공항 밖으로 선수들을 에스코트했다.
“이쪽입니다.”
선수들은 환영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함을 담아 인사를 했다.
밖으로 나가자, 그곳에는 2층으로 된 퍼레이드 카가 준비되어 있었다.
–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런던의 거리는 엄청난 열기에 휩싸였다.
팬들은 북런던을 비롯해 런던 전역에서 아스날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자축했다.
“네! 저입니다! 제가 바로 아스날의 스트라이커예요!”
그동안 이런 환대를 받은 적이 없던 아드리안 로마오는 헤벌쭉 웃으며 손이 빠져라 흔들었다.
“크리스티안! 너도 숨어만 있지 말고 손 좀 흔들어!”
“너 보려고 온 사람들도 많은데!”
평소에는 이런 장소에 나서지 않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였지만, 오늘만큼은 그도 텐션이 오른 것인지 빼지 않았다.
그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자 여성 팬들의 목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아, 안녕하세요.”
필드와 달리 필드 밖에서는 여전히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지 못한 상태였다.
하나 오늘 같은 날엔 그런 소심함도 팬들 눈에는 그저 매력적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가 조심스레 손을 흔드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신이 나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끼익.
워낙 많은 인파로 잠시 차량이 정차하자.
“유! 우승 트로피 한 번 들어 올려!”
“제가요?”
“네가 아니면 누가 해?”
“…주장이 해야죠.”
“나보다 더 영향력 있는 놈이 너라는 거 몰라?”
“그래도 주장이 해야죠.”
“네가 해.”
“주장이 해요!”
“네가 하라니까? 나 돌 맞기 싫어!”
“아아아아! 저 말고 주장이요!”
“얘들아, 강제로!!!”
“아! 힘으로 하는 게 어디 있어요! 비겁해요!”
데릭 레드먼드의 요청에 아드리안 로마오가 잽싸게 트로피를 가져와 유지우에게 전해줬다.
유지우는 최대한 양보하려고 했지만.
덥석.
“그냥 유도 같이 들어!!!”
유지우의 품에 강제로 트로피를 안겨준 채.
번쩍.
그들은 유지우를 트로피처럼 들어 올렸다.
아스날의 UEFA 챔피언스리그 최초 우승.
이 업적을 위해 유지우가 어떤 활약을 했는지 팬들을 모르지 않기에 함께 환호했다.
– 와아아아아아아!!!
UEFA 챔피언스리그 최초 우승.
아스날 팬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퍼지며 런던 거리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 * *
우승 퍼레이드 후.
선수들은 하루를 푹 쉬면서 각자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3일이 지난 시점.
구단에서는 파티를 준비했다.
한 시즌 최선을 다해 결과를 낸 선수들을 위해 구단주는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빠트린 건 없지?”
“네! 모두 최고급으로 준비했습니다!”
“좋아! 구단주님도 오시니까 절대 실수 없게 해야 한다.”
“네!”
“선수들의 좌석도 잘 안내해주고, 음식들은 떨어지면 바로바로! 그리고….”
운영팀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챙겼다.
잠시 후.
시간이 지나며 선수들이 파티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전에 허락받은 취재진은 마련된 자리에서 선수들의 사진을 찍었다.
“유!”
“유-!”
주인공과 다름없는 유지우가 들어오자 취재진의 카메라는 쉴 새가 없었다.
“아스날이 제대로 준비했네요.”
“최초 우승의 주역들이잖아, 구단에서도 그냥 끝낼 리가 없지.”
런던 어워드 등 수많은 파티를 다녀 본 기자들은 아스날의 파티 규모를 보고 놀랐다.
그야말로 돈을 쏟아부은 느낌이 강했으니까.
“파티를 시작하기 전에 구단주님의 인사말이 있겠습니다.”
아스날의 구단주, 라에드 알 라샤이디가 단상으로 올라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32-33시즌, 여러분들이 보여준 기적에 저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아스날 구단주를 맡고 오늘처럼 기뻤던 적은 처음입니다….”
암흑기에 고생한 건 선수들만이 아니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
그 마음으로 지금까지 했던 고생들이 드디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라에드 알 라샤이디는 긴말하지 않고 와인이 든 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
“이 자리는 여러분들이 주인공이니,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파티가 시작됐다.
* * *
“아드리안-!!!”
선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파티를 즐겼다.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며 시즌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하하-! 쟤 춤추는 것 좀 봐.”
“…아드리안, 넌 축구하길 잘했다.”
“쟤는 축구 안 했으면 코미디언 했을걸?”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자 자리에 앉은 유지우에게 구단주가 다가왔다.
“유.”
“예?”
“당신이 이번 시즌에 보여준 성과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 구단주님의 도움이 컸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유지우의 겸손한 태도에 구단주의 입꼬리는 하늘로 올라가 내려오질 않았다.
“이곳에서 지내는 데 불편한 건 없으시나요?”
“다 잘 해주셔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가족들도 다 만족하고 있고요.”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불편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겠습니다.”
“다음 시즌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네?”
“아스날로 더 많은 우승컵을 가져오겠습니다.”
믿음직한 에이스의 말에 구단주는 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승 파티는 1시간가량 더 진행된 후에 마무리됐다.
유지우는 취재진과 인터뷰를 짧게 진행하고선 집으로 돌아갔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파티가 종료되고 구단주는 단장을 불러서 와인을 한 잔 곁들이며 대화를 나눴다.
“유와 재계약하려면 아직 멀었죠?”
“네, 이르면 다음 시즌이 끝난 뒤, 협상하면 될 듯합니다.”
“이번에 진행하는 건 어떻습니까?”
“재계약한 지 이제 1년입니다. 또 진행하게 되면….”
“성과를 냈잖아요.”
“그러면 대략 금액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씩.
“당연히 리그 최고 연봉이죠. 우리 구단의 에이스인데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다른 구단에 질 순 없죠.”
현재 유지우의 주급은 55만 파운드.
리그 전체 2위의 금액이었다.
여기서 더 높이겠다는 건 즉 1위인 페르난두 레앙의 59만 파운드를 넘는 60만 파운드 이상의 제안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근데 너무 급하게 진행하는 게 아닐까요?”
단장의 말처럼 많은 연봉으로 재계약한 지 1년 만에 또 재계약을 진행하는 건 다른 곳에서 말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구단주는 고개를 저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나이까지 어리니, 유를 원하는 구단들이 더 늘어날 겁니다. 아마 수많은 유혹이 시작되겠죠.”
작년 리그 우승만 했는데도 수많은 이적설에 휘말렸었다.
구단주는 이 점을 생각한 거였다.
혹시라도 더 많은 돈을 들여 유지우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을.
“저는 애초에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할 생각입니다.”
라에드 알 라샤이디.
오일머니로 인해 세계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린 자산가.
“돈이라면 유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줄 겁니다. 그가 다른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끔.”
그는 돈으로 찍어 누르기를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