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83)
필드의 외계인-283화(283/404)
제283화
모든 시즌 일정이 종료된 후.
집에서 휴식하던 유지우는 국가대표 소집 일정에 맞춰 귀국 준비를 했다.
유지우가 귀국한다는 것을 안 폴 사르는 며칠 후, 가볍게 식사 자리를 만들었다.
“항상 먹으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이 집 고기는 부드러워서 참 좋아.”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스테이크집이었다.
북런던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으로 유지우의 단골집이기도 했다.
“전 여기 감자튀김이요.”
“시즌 중에는 튀김 요리 잘 먹지도 않았잖아.”
“시즌 끝나면 먹고 싶은 걸 먹어야죠.”
“하하. 맞지! 맞지! 시즌 후에는 이렇게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야 시즌 중에 지치지 않는 법이야.”
미디엄 레어로 익힌 고기는 숟가락으로도 부드럽게 잘렸다.
두 사람은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몸 상태는 어때?”
“좋습니다.”
“이번에 돌아가서 뛰는 게 월드컵 최종예선이지?”
6월 말에 있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과 7차전을 위해 유지우는 모레 한국으로 귀국해야 했다.
“네.”
“지금 대한민국이 1위니까 진출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거 같고…. 다치지만 마.”
“네, 알겠습니다.”
“한 달도 못 쉬고 A매치라…. 마음 같아서는 징계를 받더라도 차출 거부권이라도 쓰고 싶었어.”
“전 오히려 경기 감각을 잃지 않을 수 있어서 좋은걸요?”
“네 그 마인드를 존중하지만, 무리하면 안 된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곧바로 말하고. 알았지?”
“그럴게요.”
폴 사르는 유지우를 자식처럼 챙겼다.
그렇게 식사를 마무리한 뒤, 두 사람은 뒤이어 나온 디저트를 먹으며 다른 얘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7월에 있을 중요한 일정이 폴 사르의 입 밖으로 나왔다.
“아시아 투어 일정은 다 알고 있지?”
7월 10일부터 20일까지.
총 10일 일정의 아스날 아시아 투어.
이건 지금 아시아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이슈 중 하나였다.
클럽 역사상 UEFA 챔피언스리그 최초 우승.
이 타이틀을 달고 가는 거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예.”
“월드컵 최종예선 잘 치르고 보자.”
“아시아 투어까지 3주 정도 남았으니까 감독님도 이 기회에 푹 쉬세요.”
“나? 나야 어제부터 푹 쉬고 있지, 근데 집에 있으면 안 될 거 같아.”
“왜요?”
“…감독하는 것보다 애들 보는 게 더 힘들어.”
유지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어, 제니퍼!”
폴 사르 감독은 아내에게 전화만 오면 금방 달려가는 애처가였으니까.
“유-! 나 먼저 가볼게!”
“네, 가기 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내가 집까지 태워줄까?”
“덱스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 한국 조심해서 가고 8일, 중국에서 보자.”
“네.”
다음 날.
유지우는 일 때문에 영국에 남기로 한 아버지 유한우의 배웅을 받으며 한국으로 귀국했다.
【 ‘유럽 챔피언.’ 유지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
그의 입국 소식에 나라가 들썩였다.
* * *
“일어났어?”
한국으로 오고 이틀이 지나서야 유지우는 시차 적응을 마쳤다.
“네.”
“피곤하지?”
“조금이요.”
“앉아 있어. 금방 밥 차려줄게.”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은 김치찌개였다.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의 궁합은 유지우가 가장 사랑하는 조합이었다.
“천천히 먹어.”
“누나는 언제 와요?”
“마감하고 오면 꽤 늦을걸? 늘 8시 넘어서 오더라.”
“그런데도 방송 출연을 해요?”
“그런 건 또 철저하잖아. 피곤하다는 말도 없이 잘하더라, 축구하는 게 재미있나 봐.”
“예전에 몸 쓰는 거 싫어하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때 육상했다가 중학교 올라가고 귀찮다고 그만뒀잖아.”
“그러고 요리 특성화 학교로 가고.”
“스포츠는 그때부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좋아졌나 보더라.”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며 밥을 두 공기를 비운 뒤, 유지우는 식사를 끝내고 거실 소파에 앉아 쉬었다.
TV를 보는데 연신 스포츠 뉴스에 자신과 관련된 뉴스만 나오고 있었다.
[유지우 선수가 속한 아스날이 7월 7일 중국으로 입국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지우 선수는 국가대표 경기를 치른 뒤 합류를….]뉴스를 보고 있자 9시가 넘어서 유민하가 돌아왔다.
“왜 이렇게 늦어?”
“훈련.”
“응?”
“그녀들의 리그, 다음 주 화요일에 경기 있거든.”
그러고 보니 유민하의 차림이 트레이닝복이었다.
스포츠용품이 담긴 크로스백에 풋살화까지.
그것을 보고 유지우는 방에 들어가서 가방을 들고나왔다.
“받아.”
“응? 이게 뭐야?”
유민하가 확인하는데.
“와! 풋살화랑 장비다!”
그 안에 든 건 축구할 때 쓰는 장비들이었다.
“스포츠 코리아 쪽에 말했더니, 챙겨주더라.”
“나 주려고?”
“받아, 어차피 여성용으로 나온 거라 나 못 써.”
유민하는 생일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그렇게 좋아?”
“당연히 좋지! 축구 보는 것까지 하면 축구 좋아한 역사도 좀 됐다? 나 시티즈잖아!”
“아, 만년 2위인 클럽?”
“…겨우 두 번 2위 했거든! 그전에는 우승이었거든!”
“두 번이 아니라 세 번 네 번이 될 가능성은?”
“이게 갑자기 시비냐!”
남매답게 1일 1싸움을 이어갔다.
잠시 후, 샤워하고 정리하고 거실로 나온 유민하는 어머니와 같이 과일을 먹는 유지우 옆으로 갔다.
TV에는 때마침 그녀들의 리그가 나오고 있었다.
“오.”
“어때? 민하도 잘하는 거지?”
“아마추어치고는 잘하네요.”
“우리 집이 전체적으로 운동 DNA가 있나 봐.”
유지우는 유민하의 플레이를 보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아마추어치고는 볼 다루는 센스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방송이 끝나자 유민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우야, 혹시.”
“뭐?”
“방송 출연해줄 수 있어? 다들 물어봐서….”
유민하는 눈치를 보며 말했다.
유지우가 방송 출연을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앞으로 일정이 빡빡했으니 당연히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다.
“알았어.”
그런데 들려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바쁘면 어쩔 수… 어? 뭐라고 했어?”
“출연한다고.”
“…진짜? 거짓말이 아니고? 내 귀가 이상한 게 아니고?”
“계속 그러면 출연 안 한다?”
“미안!!! 역시 내 동생밖에 없어!”
“대신 구단에 물어봐야 해. 구단에서 허락 안 해주면 출연 못 하니까 좀 기다려.”
“그럼! 그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유민하는 유지우를 냅다 끌어안았다.
귀찮아서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냥 뒀다.
‘얼마나 얘기하고 싶으면 그렇게 눈치를 보냐.’
유민하가 눈치를 보면서 말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그리고 방송 출연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지 허락 맡고 하는 과정이 귀찮았을 뿐이지.
유지우는 가족들을 위해서 잠깐의 귀찮음 정도는 참아낼 생각이었다.
“역시 내 동생이 최고라니까!”
“동생 괴롭히지 말고 들어가서 자, 내일 일찍 나가야 한다며.”
“내가 뭘 괴롭혔다고! 예뻐해 주는 거잖아!”
가족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
* * *
6월 말.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은 금방 지나갔다.
《 6월 24일 대한민국 vs 태국.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77분 출전.
6 – 0 승리. 》
《 6월 30일 대한민국 vs 우즈베키스탄.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45분 출전.
4 – 1 승리. 》
[패스 – 87회 (성공률 96%)] [결정적 패스 – 4회] [태클 – 3회 (성공 – 3회)] [돌파 – 9회 (성공 – 9회)] [파울 – 0회] [도움 – 1개] [득점 – 1개].
.
.
홈이 아닌 원정으로 진행된 예선전.
선수들은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했으나 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모두 이기며 사실상 월드컵 티켓을 손에 넣었다.
【 2경기 5골 3어시스트의 유지우! 대한민국 에이스의 존재감을 보이다. 】
【 ‘아시아 최강’ 대한민국! 6승 1무로 조 1위! 】
【 주앙 달루트 감독, “우리는 이대로 무패로 월드컵에 갈 것.” 】
【 조 2위 이란, 4승 1무 2패로 대한민국과 승점 6점 차이로 벌어져. 】
【 조 3위 호주, 3승 2무 2패로 월드컵 티켓 확보에 적신호! 】
6월에 잡힌 아시아 최종예선은 종료됐고 사람들의 이목은 이제 다른 곳으로 향했다.
【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아스날! 아시아 투어의 시작 국가인 중국으로 입국! 】
바로 아스날의 아시아 투어였다.
* * *
7월 8일.
중국 베이징으로 아스날 선수들이 입국했다.
– 오오오오오!!!
공항부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들이 묶는 호텔 앞에는 아스날 선수들을 보려는 인파들로 가득했다.
베이징 중심가에 있는 호텔.
유지우는 그곳으로 한 시간 늦게 합류했다.
“유–!”
“왔어?”
로비에서 떠들고 있던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마틴 그라임스가 손을 흔들며 유지우를 반겼다.
“오!”
“우리 에이스가 왔군.”
뒤이어 동료 선수들이 모여 유지우를 반겨줬다.
“호텔 입구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뚫고 들어온 거야?”
“그냥 모자랑 마스크 쓰고 왔는데?”
“…널 못 알아봤다고?”
“응.”
“어떻게 못 알아본 걸까?”
“투명 물약이라도 쓰고 왔나?”
“얘가 무슨 마법사야?”
“축구 하는 것만 보면 마법 부리는 거 같던데? 현실에서도 마법 부리나?”
“…헛소리 그만해, 난 방에 가서 짐 푼다.”
“나랑 같이 가자. 너랑 나랑 이번에도 룸메이트야.”
“오케이.”
유지우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방을 안내받아 짐을 풀었다.
짐을 푼 다음 두 사람은 방에서 나와 10층 로비에서 앉아 음료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크리스, 넌 7월에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어?”
“7월 29일에.”
“그러면 한창 바쁠 때잖아. 구단도 이 정도는 이해해줄 텐데.”
“아시아 팬들을 볼 수 있는 기회잖아. 새 시즌을 앞두고 팀의 케미를 맞춰보는 일이기도 하고.”
“…참, 너다운 답이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팬을 챙기는 것을 유지우만큼이나 좋아했다.
그래서 아시아 투어도 꼭 참가하고 싶었다.
유럽의 팬이 아닌 아시아에서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
“나탈리아가 허락해준 게 다행이지.”
“나탈리아한테는 늘 고맙고 미안해. 그래서 선물 잔뜩 들고 돌아가서, 최고의 결혼식을 하기로 했어.”
“넌 나탈리아한테 잘해야 해.”
“나도 알지…. 그런데 넌 결혼 안 해?”
“나? 나는 생각 없어.”
결혼해서 안정을 찾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유지우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결혼 생각은 크게 없었다.
가족들을 비롯해 에이전트, 개인 코치, 매니저가 있어서 생활하는 것에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다음에 생각 있으면 말해줘, 내가 소개해줄게.”
“알았어, 넌 결혼 준비나 잘해.”
“물론이지. 최고의 결혼식이 되게 만들 거야.”
“그래. 그 최고의 결혼식, 나도 꼭 참석할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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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아스날의 아시아 투어 첫 번째 경기가 열릴 ‘베이징 국가 체육장(Beijing National Stadium)’에는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오늘 어디가 이길까?”
중국 축구팬이 한 말에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심으로 몰라서 하는 말이야?”
“왜?”
“어디가 이길 거 같냐니, 당연히 아스날이잖아.”
“그래도 우리 리그도 뛰어난 선수들 많잖아, 솔직히 자금 면에서는 슈퍼 리그가 아시아 최고지 않아?”
중국 슈퍼리그의 연봉을 비롯해 평균 관중 수는 아시아에서도 최고였다.
그만큼 자국민들의 자부심도 엄청났다.
아스날이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클럽이라고 해도 쉽게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유럽이랑은 태생적으로 수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무슨 소리야, 유도 아시아 출신이잖아. 우리도 유 못지않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많다고!”
첫 번째 경기는 중국 슈퍼리그 올스타팀과의 경기였다.
입장 터널을 지나 선수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 와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은 큰 함성을 보내줬다.
아스날은 1군 정예는 아니지만, 유지우를 필두로 한 1.5군을 내보냈다.
‘유를 쉬게 해주고 싶었지만.’
폴 사르는 내심 아쉽기도 했다.
유지우가 아시아 최종예선을 뛰고 와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주고 싶지 않았지만.
‘팬들을 만나는 시간이잖아요. 그리고 아시아 투어는 웬만하면 풀타임을 출전하고 싶어요.’
유지우의 말에 설득당했다.
[유지우 선수가 선발로 나옵니다!] [아스날을 이끄는 에이스이자! 아시아 최고의 선수! 그의 등장에 스타디움이 달아오릅니다!]그 뒤.
선수들이 모두 자리를 잡은 뒤.
삐—익!
10일 일정의 아시아 투어의 첫 경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