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84)
필드의 외계인-284화(284/404)
제284화
아시아 투어 첫 경기.
1.5군으로 나간 아스날과 중국 슈퍼리그 올스타의 경기는 어느덧 전반 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아스날 3 – 0 중국 올스타]벌써 3골을 실점하며 패색이 짙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입을 연 것은 그로부터 2분 뒤, 슈퍼리그 팀의 공격이 끊긴 뒤였다.
“아예 아스날 진영으로 볼 배급을 못 하는데?”
거의 반코트 싸움이었다.
“마시모! 네가 해줘야 해!”
“뭐라도 좋으니까 전방으로 볼을 보내!”
“한 골이라도 넣어야 얼굴을 들고 다닐 거 아니야!”
중국 축구팬들의 기대는 중국 슈퍼리그 소속 미드필더인 마시모 베르고미에게 향했다.
그는 세리에A 나폴리에서 뛰던 선수로 세리에A에서 도움왕만 3번을 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바가 있었다.
중국으로 이적하는 과정은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슈퍼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최우수 선수상을 받을 정도로 여전히 위협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였다.
퍼—억!
‘젠장…!’
하지만 그는 팬들의 기대와 반대로 볼을 보호하지 못했다.
‘압박 타이밍이 뭐가 이렇게 빨라?’
평소 리그에서 뛸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중국 슈퍼리그도 압박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아스날은 압박이 들어오는 타이밍이나 속도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 판단이 불가능할 뿐이었다.
촤—악!
‘아.’
그가 머릿속에 한 생각처럼 플레이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유럽 리그를 떠난 5년의 세월.
그 세월의 풍파를 제대로 맞은 탓이었다.
그는 중국 슈퍼리그에선 왕처럼 군림했으나 유럽과 비교하면 평민에 불과했으니까.
[솔 테일러가 볼을 빼앗고 전방으로!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받습니다!] [그리고 원터치로 흘려준 볼!!! 유지우 선수가!!!]솔 테일러의 패스를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상대를 등진 채, 발만 뻗어 원터치로 방향을 틀었다.
사이드에서 올라오는 유지우의 앞으로 흐르는 볼.
유지우는 볼을 받기 전.
스윽.
전방을 보고선.
뻐—엉!
왼발 원터치 로빙패스로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절묘한 패스를 넣어줬다.
그 패스의 궤적은 중앙이 아닌 살짝 왼쪽으로 꺾였다.
‘마틴.’
볼은 정확하게 마틴 그라임스의 머리로 유도제를 발라놓은 것처럼 날아갔다.
툭.
아드리안 로마오 대신 스트라이커로 나온 해리 펠티어.
그는 마틴 그라임스가 헤딩으로 살짝 볼을 틀어준 것을 수비수들의 압박을 이겨내곤 이마에 제대로 맞추며.
철렁.
골망을 흔들었다.
[아스날의 네 번째 골이 나옵니다!!! 해리 펠티어가 정확하게 마무리 지으며 아스날이 4 – 0으로 크게 앞서갑니다!] [중국 슈퍼리그 올스타팀이 각 팀에서 잘한 선수들을 모은 탓에 호흡이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이건 제가 예상한 것보다 상황이 좋지 않네요.]아스날의 득점 장면을 유심히 보는 감독.
다니엘레 세페.
이탈리아 출신의 감독으로 20년의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었다.
유럽 리그에서도 수많은 경험을 한 그는 아스날의 플레이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비교가 안 되는군…. 이상적인 축구를 하고 있어.’
단순히 수준이 높다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무언가가 아스날에게는 있었다.
‘유럽의 수준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올라온 건가? 아니면 그냥 저 녀석들이 뛰어난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1%는 있었던 승률.
그 1%의 승률마저 아스날을 맞이한 지금은 희미해 보였다.
* * *
그 후에도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상대가 중국 슈퍼리그에서 엘리트들이라고는 하지만 아스날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아스날의 일방적인 리드! 점유율도 83 vs 17로 중국 슈퍼리그 올스타팀이 볼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점유율이 80%대면 경기를 리드하다 못해 찢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지우가 있었다.
“집중해! 이벤트 경기라고 방심하지 마!”
유지우는 상대가 약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것이 같은 필드에서 뛰는 상대에 대한 예의니까.
.
.
.
후반 67분이 지나갈 때.
퍼—억!
유지우가 볼을 받으려고 자세를 잡자 등 뒤에서 강하게 부딪친 선수가 있었다.
192cm의 커다란 체구.
상하이 상강 소속의 뤼선차오였다.
유지우가 충격에 앞으로 고꾸라져 명백하게 반칙 상황이었으나.
[어? 이걸 휘슬을 안 부나요?]주심은 정당한 플레이라고 판단해 휘슬을 불지 않았다.
[저건 의도적으로 유지우 선수를 넘어트리려고 한 겁니다.] [아아아-! 이 판단은 다소 아쉽네요. 저 주심이 평소에도 반칙에 관대하다고는 하지만 저런 건 불어줘야죠!]자칫 부상 당할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라 폴 사르는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부심에게 항의했다.
그런데도 별다른 조치가 나오지 않자 아스날 선수들은 고개를 저었다.
“쟤 어떻게 하냐?”
“몰라. 한번 당해보면 정신 차리겠지.”
“…유가 웃고 있어.”
그들이 걱정하는 건 유지우가 아니었다.
거친 플레이를 한 뤼선차오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까지 유지우를 건드린 선수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볼 줘!”
유지우는 다시 볼을 달라고 요구했고 뤼선차오는 아까와 같은 상황을 만들려고 했다.
‘어차피 실력으로 이기긴 어려워, 그렇다면 신경전을 해서 실수를 유발해야 해.’
그도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퍼—억!
‘어?’
그는 당황했다.
온 힘을 다해 미는데도 유지우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곤 유지우는 침착하게 발을 뻗어서는.
탁.
발만 가져다 대며 궤적을 살짝 틀었다.
틀어진 볼은 뤼선차오의 다리 사이로 지나갔다.
꽉.
뤼선차오는 지나가는 유지우의 유니폼을 잡았다.
이벤트 경기라고는 하지만 이기고 싶었다.
그 마음에 거친 행동을 이어가 보았지만.
‘아.’
유럽과 아시아의 거리는 너무나도 멀었다.
전력으로 달려도 멀어지는 유지우를 보며 그는 느꼈다.
유럽의 벽은 높고도 험준하다는 걸.
[유지우 선수가 퍼스트 터치로 상대 선수의 다리 사이로!] [와…. 터치가 예술이네요. 축구를 스포츠가 아닌 예술로 만드는 선수! 그 선수가 바로 유지우 선수입니다!]예술적인 퍼스트 터치.
유지우의 기본기가 얼마나 탄탄한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와.
관중들도 감탄하고 볼 수밖에 없는 터치였다.
3 – 5 – 2전술의 중국 슈퍼리그 올스타팀.
그들은 아스날의 공격력에 대비해 파이브백을 구성했고 수비는 두 줄 수비로 두껍게 했다.
그런데 유지우는 그곳을 정면으로 뚫어냈다.
툭.
툭.
해리 펠티어와 원투패스로 수비수들의 견제를 무용지물로 만든 후.
타다다다닷-!
라인 브레이킹으로 수비수들을 찢어버렸다.
[더 안으로! 그를 막을 선수는 없습니다! 태클로 끊어보려고 하지만!]투—웅!
볼을 살짝 찍어 차며 센스 있게 태클을 피한 뒤.
볼이 땅에 떨어지기 전.
뻐—엉!
발리슛을 때렸다.
철렁.
오늘 경기 7번째 골이 나온 순간.
– 와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중국 올스타팀의 팬들이 많았지만, 아스날을 좋아하는 팬들도 그만큼 많았다.
그들에겐 승패보다도 그동안 TV로만 봤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의 플레이를 보는 것이 더 기쁠 뿐이었다.
[세레머니를 하지 않는 아스날 선수들! 이미 7 – 0으로 스코어가 벌어진 만큼 상대를 존중해주는 모습입니다.]유지우에게 거친 플레이를 한 뤼선차오는 허탈한 한숨만 내쉬었다.
슈퍼리그에선 그도 뛰어난 수비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유럽의 벽 앞에선 그 또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선수였다.
삐익-! 삐익-! 삐—–익!
경기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은 채, 종료됐다.
* * *
【 아스날, 중국 올스타팀을 상대로 7 – 0 대승! 】
【 아시아 투어 첫 시작! 】
【 중국 축구팬 일동, “유럽 최고의 클럽이 어떤 클럽인지 알겠다.” 】
【 아스날, “아시아의 뜨거운 열기에 놀랐다.” 】
아시아 투어는 단순히 경기만 뛴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주된 목적은 팬들과의 만남이었다.
아스날은 프로답게 사전에 주최측과 약속한 대로, 팬 사인회를 열었다.
스스스슥.
선수들이 쭉 앉아 있고 줄을 서서 들어오는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패턴이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곳에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영어가 가능한 사람들이랑은 짧게 인사를 나눴고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과도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얘기를 나눴다.
웅성웅성.
잠시 후.
입구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중년 여성 팬이 본인의 자리가 원래 저기였다며 우기고 있었다.
“나도 뽑힌 사람이라니까 그러네.”
“줄을 서주십시오.”
“원래 제가 저기 서 있었는데 화장실을 잠깐 다녀온 거예요. 저기요! 저 아시죠?”
중년 여성이 손을 흔들며 사람을 보자 그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보는데요. 그리고 제 앞은 원래 여기 가족분들이었어요.”
그녀는 그저 질서를 무시하고 어떻게든 빨리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이었다.
“글쎄!”
막무가내로 들어오려고 할 때.
아이가 인파에 밀려 쓰러지고 말았다.
“아!”
넘어진 아이에게 손을 내민 것은 유지우였다.
“괜찮아?”
아이는 영어를 할 줄 몰라 우물쭈물했고 아이의 부모가 다가와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유! 정말 감사드립니다.”
“무슨 일이에요? 화장실 갔다가 소란스러워서 와 봤습니다.”
“저기 저분이 원래 순서가 앞쪽이었다면서….”
딱 봐도 단번에 이해가 되는 그림이었다.
유지우는 소란을 피우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웃으며 말했다.
“모든 분이 소중한 시간을 쓰고 기다리시는 겁니다. 본인의 시간만 소중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그녀에게 경비가 통역해주자 그녀는 주변의 시선에 얼굴이 붉어진 채, 팬미팅장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유지우는 넘어졌던 아이에게 괜찮냐고 한 번 더 물었고, 그 틈에 경비가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간혹 저런 사람들이 있어서 불편을 드렸네요.”
“저는 괜찮습니다. 다른 분들께 피해만 안 가면 됐죠.”
“이런 소란이 없도록 더 철저하게 관리하겠습니다.”
유지우는 그 뒤에 자리로 돌아 팬들을 만났다.
그리고 잠시 후.
방금 만났던 아이 가족 순서가 되자 활짝 웃으며 사인을 해줬다.
“이름이 뭐야?”
유지우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색한 중국말이었다.
기본적인 중국말이었지만, 듣는 이들은 깜짝 놀랐다.
최고의 선수가 자신들과 소통을 위해서 본인들의 말을 배웠다는 것이 감동이었다.
“린스스요!”
“넘어진 곳은 괜찮아?”
“네! 괜찮아요.”
이름을 적어준 뒤에 유니폼을 건네주곤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해.”
“네! 꼭 그럴게요!”
유지우의 이런 행동은 실시간으로 SNS에 중계가 됐다.
그렇게 많은 화제를 일으키며 중국에서의 아시아 투어 일정이 모두 종료됐다.
* * *
아시아 투어의 두 번째 장소는 일본이었다.
【 아스날, 아시아 투어 두 번째 장소인 일본에 입국! 】
일본 도쿄에 있는 나리타 국제 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스날을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유-! 당신을 보려고 오키나와에서 왔어요!”
“미쳤다! 크리스티안 좀 봐봐!”
“아드리안-!”
유럽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답게 인기가 많았다.
일본 전역에 실시간으로 생중계가 될 만큼 일본 내에선 아스날 선수들을 향한 관심이 높았다.
선수들은 경호원들의 보호와 함께 공항을 나가 버스에 올라탔다.
“일본은 뭔가 중국이랑 분위기가 다르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일본 풍경에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구경하기 바빴다.
“마음에 들어?”
“나중에 나탈리아랑 놀러 와야겠어.”
일본과 중국은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라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위기였다.
선수들도 그런 분위기를 즐겼고 단체로 일본 음식점을 갔는데.
“와.”
그 맛에 반해버렸다.
“음식이 뭐 이렇게 맛있냐?”
“영국에서도 일식 많이 먹어봤는데 현지랑은 비교 안 되네.”
아시아 문화를 모르던 선수들은 새롭게 접한 문화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하루하루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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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투어가 한 창일 때, 구단주는 운영팀장의 보고를 듣고 놀랐다.
“…이적 제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 주역들을 위주로 빅클럽들이 접촉하기 시작한 거였다.
“크리스티안을 비롯해 아드리안, 마틴, 마테오, 레이턴 등 11명의 선수에게 제안이 왔습니다.”
“…선수들에게도 개별적으로 전해졌겠군.”
“에이전트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을 테니까요.”
“하아, 그놈들은 다른 곳에서 선수들을 빼갈 줄만 아는군.”
“이름값이 높은 클럽들이니까요.”
선수들의 몸값이 가장 많이 오를 때를 고르라면 우승 직후였다.
그래서 에이전트들은 구단을 상대로 본인 선수를 유리한 위치에 올리려고 움직였다.
【 아스날을 향한 수많은 관심, 주요 선수들의 이적? 】
【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유럽 빅클럽들의 눈이 아스날을 향하다! 】
한바탕 태풍이 몰아칠 2033년 8월 이적 시장의 바람은 7월부터 천천히 불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