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89)
필드의 외계인-289화(289/404)
제289화
【 아스날을 향한 수많은 시선. 】
이 제목으로 오른 기사 하나.
겉보기에는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같았다.
하나 그 진의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아스날 선수들과 관련된 이적설이었다.
[이적? 웃기는 소리 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을 버리고 다른 팀으로 가는 멍청이들도 있어?]당연히 아스날 팬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우승을 할 클럽이야. 작년 우승은 시작일 뿐인데 누가 떠나?] [만약 떠나려고 한다면 그건 돈 때문이 아닐 가능성이 커.] [왜 저놈들은 우리를 괴롭히는 거야?] [암흑기에서 이제야 나왔다…. 제발 좀!!]물론 처음에 아스날 팬들 대부분은 이적설을 믿지 않았다.
작년에 했던 리그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유럽에서 축구 생활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루고 싶은 업적을 이뤄냈으니까.
【 유벤투스, 아스날의 마틴 그라임스를 향한 러브콜. 】
【 유벤투스 감독, “그의 재능은 뛰어나다.” 】
하지만 눈에 보이는 기사가 하나둘 나오자 팬들은 말문이 막혔다.
그저 그런 클럽도 아니고 세리에A의 패권을 잡은 클럽이자 UEFA 챔피언스리그 단골 클럽.
영향력 있는 클럽의 제안이 가시화되자 그들도 진심으로 선수들이 떠날 것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스날을 향한 충성심이 강한 마틴 그라임스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유벤투스가 노리던 선수를 쉽게 포기할 클럽은 아니었다.
“우리는 자네를 중심으로 한 전술을 구상하고 있네.”
이적설이 나오고 며칠 후, 북런던 이슬링턴에는 유벤투스 스카우트 팀장이 와있었다.
그의 앞에 있는 선수는 마틴 그라임스였다.
유벤투스 스카우트 팀장은 마틴 그라임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고드는 제안을 했다.
“현재 아스날은 유와 크리스티안을 중심으로 한 전술을 쓰고 있네. 자네는 조연에 불과하지.”
“…….”
“Y.M.C.A라인? 그건 허울 좋은 이름일 뿐이야. 이 팀에 있는 한 중심은 어디까지나 유와 크리스티안일 테니까. 하지만 우린 다르다네. 우린 자네가 오면 자네를 중심으로 세울 거야. 자네가 유벤투스의 에이스가 되는 거지.”
유벤투스 전술의 핵심은 사이드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4 – 3 – 3 포메이션.
자연스레 윙포워드들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실제로도 유벤투스의 윙포워드들은 스트라이커보다 득점 수가 높았다.
“어떤가? 당연하지만, 연봉 수준도 지금보다 더 높이 책정해줄 거라네….”
고요했던 호수에, 파문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 * *
영국을 중심으로 아스날과 관련된 이적설이 퍼지고 있을 때.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유지우는 한국에서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유지우 선수!”
스포츠 코리아 권승민 대표는 유지우를 반갑게 맞이해줬다.
에이전트 차명훈까지 총 세 사람이 대표실에 앉아 차를 마셨다.
“아시아 투어는 인상 깊게 봤습니다.”
“재미있었나요?”
“너무 나요. 그리고 유지우 선수의 인기도 전보다 더 올라왔다는 걸 느꼈습니다.”
세 사람은 즐겁게 근황을 공유했고, 이야기 끝에 권승민 대표가 본론을 꺼냈다.
“계약 금액에 관한 논의를 해볼까요?”
그들이 논의하고자 한 사항은 연마다 지원받는 금액에 대한 것이었다.
현재 유지우는 스포츠 코리아에 연 30억가량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먼저 유지우 선수가 저희 쪽과 계속해서 계약을 유지한 점에 대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유지우의 명성은 얼마든지 메이저 기업인 아디아스, 나이스, 치타 등과 계약을 틀 수 있었다.
당연히 스포츠 코리아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하지만 유지우는 그러지 않았다.
권승민 대표와 처음 만난 날 했던 말을 기억하며.
“서로가 원하는 것이 같으니까요.”
“그렇게 말씀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자, 이것이 저희가 새롭게 제시하는 계약서입니다. 지우 선수가 이번에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했으니, 그에 걸맞은 금액을 받아야죠.”
연 150억.
기존보다 5배가 오른 금액이었다.
“장비 부분도 더 넓은 범위로 지원해드리는 것은 물론, 이동 수단이나 축구 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모두 지원해드릴 겁니다.”
상당히 좋은 조건이었다.
스포츠 코리아도 이런 제안을 해도 손해가 아니었다.
그들은 유지우라는 아이콘 하나로 아시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넘어, 세계 메이저 기업들의 턱밑까지 올라가며 영향력을 키워냈다.
무엇보다.
JW 브랜드.
유지우를 모델로 한 브랜드 상품이 히트하며 빠르면 내년, 늦어도 3년 안에 메이저와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는 것이 전력분석실의 의견이었다.
“괜찮은 조건이네요.”
“그럼요. 그리고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권승민 대표가 가리킨 곳에 적힌 문장.
‘계약 기간은 5년, 금액은 매년 10% 인상된다.’
즉, 계속해서 지원 금액을 높여주겠다는 뜻이었다.
“이것이 유지우 선수가 저희와 의리를 지켜주신 것에 대한 작은 성의입니다.”
유지우는 권승민이 하는 말을 듣고 단번에 그때가 떠올랐다.
현재 아스날의 메인 스폰서는 아디아스.
아디아스는 아스날이 31-32시즌을 우승하자 지원 범위를 넓히며 아스날의 모든 선수와 계약을 맺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때 유지우가 한마디 했다.
‘저는 맺고 있는 스폰서가 있습니다. 유니폼에 당신들의 마크를 다는 것은 클럽과의 계약 사항이니 문제가 없지만, 축구화나 티, 부속 장비들까지 바꾸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 소식은 스포츠 코리아에도 전해졌기에, 이러한 계약이 진행되는 거였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러면 자세한 계약 사항은 저랑 논의하시죠.”
“이거 명훈 씨와 얘기하는 거니, 긴장되네요.”
지금부터는 차명훈의 시간이었다.
* * *
7월 26일.
이날은 그녀들의 리그 촬영일이 있는 날이었다.
촬영장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빨리 움직여!”
“조명팀! 우선 주차장 먼저 세팅을 해주시고요. 장비팀은 물품 한 번만 더 점검 부탁드릴게요.”
그들이 이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이 바로 유지우가 촬영을 오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실수가 있어선 안 돼.’
SMC 사장이 직접 지시를 내릴 만큼 모든 이목이 그녀들의 리그 촬영에 쏠려 있었다.
그들은 다른 프로그램으로부터 작가와 피디를 파견받아 인력을 보충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오셨어요?”
메인 피디는 지원을 온 김무호 피디에게 다가갔다.
“준비는?”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괜히 내가 긴장되네.”
“피디님은 아르헨티나 다큐멘터리 촬영 때부터 유지우 선수랑 인연이 있다고 했죠?”
“큰 인연은 아니지.”
“그 정도면 큰 인연 아닌가요?”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자 조연출 한 명이 급히 뛰어왔다.
“피디님! 유민하 씨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유민하의 차량이 도착했다는 건 유지우도 왔다는 뜻이었다.
메인 피디를 비롯해 메인 작가, 작가진들은 일제히 주차장으로 갔다.
그곳엔 장비를 내리는 유민하와 유지우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유지우 선수.”
고개를 든 유지우는 김무호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김 PD님 맞죠? 여기서 보니까 되게 반갑네요.”
촬영팀을 보고 정중히 인사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유지우라고 합니다. 저희 누나가 여러모로 민폐를 끼치고 있습니다.”
“…야! 나 민폐 안 끼치거든.”
“이런 성질 더러운 누나를 케어하느라 힘드시죠?”
김무호는 그 시절에 보지 못했던 유지우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는 날이 선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무척 편안해 보였다.
“지우 선수 일단 이리 오시죠, 오늘 일정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그녀들의 리그 촬영이 시작됐다.
* * *
그녀들의 리그 촬영장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기가 뜨거웠다.
“기자들도 있네?”
“오늘 오는 손님이 거물이잖아.”
“하긴.”
“기자들한테는 뭐라도 건수 올리기 좋은 날이야.”
출연진들이 모두 도착하며 촬영이 시작됐고 10개 팀의 감독 10명이 모여 토크를 시작했다.
그녀들의 리그는 상위 리그와 하위 리그가 나누어져 있었다.
5개 팀이 다투며 승격·강등 싸움을 해 시청자들도 몰입감 있게 보는 프로그램이 됐다.
“안녕하십니까.”
유지우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레전드들이 모인 천막 안으로 들어가 인사했다.
“오.”
“지우!”
“아스날의 에이스 아냐!”
“이거 스타님이 오셨군.”
“온다는 손님이 너였어? 하하하하-! 방송국 사람들이 우리를 제대로 속였군.”
다들 반갑게 유지우를 맞이해줬다.
과거에 다들 한가락 했던 선배들이라 유지우도 허리를 숙이며 예의를 표했다.
“아직 선배님들 따라가려면 멀었죠.”
그렇게 끝자리에 앉으려는데, 대선배 하조훈이 가운데를 가리켰다.
“가운데로 와서 앉아라.”
“아닙니다. 전 사이드에….”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잖아, 이리 와서 앉고. 상용이가 오늘만 자리 양보해주자.”
“그럼요.”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계속 거부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유지우는 조심스럽게 중앙으로 가서 앉았다.
“아시아 투어 끝나고 쉴 때인데 안 피곤해?”
“괜찮습니다. 충분히 쉬는 중이라서요.”
그 뒤로도 여러 얘기를 나눴다.
레전드들이 궁금한 점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자, 오프닝이 끝났다.
“조금 이따가 보자.”
“네!”
유지우는 선수들을 만나러 갔다.
사전에 제작진 측에서 유민하에게 유지우가 온 걸 비밀로 해달라고 해서 선수들은 유지우가 촬영장에 온 걸 몰랐다.
그들이 알고 있는 건, 게스트 한 명이 온다는 사실 정도가 전부였다.
유지우는 해설하는 정수찬 아나운서와 함께 걸어갔다.
“만나실 팀은 두 팀입니다.”
“블루팀이랑 레드팀이죠?”
“네, 오늘은 올스타전이라서요.”
그녀들의 리그는 상반기와 하반기, 시즌을 총 두 번 진행했다.
그리고 오늘이 전반기가 끝나 올스타전을 치르는 날이었다.
똑똑.
정수찬 아나운서는 먼저 블루팀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네~”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준비는 잘 되어가세요?”
“컨디션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여러분들을 응원하러 오신 분이 계셔서 소개를 드리려고요.”
“응원하러 오신 분이요?”
“아, 게스트가 오신다더니… 축하 공연이라도 해주시는 거예요?”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
유지우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 꺄아아악!
당연한 일이었지만, 대기실은 난리가 났다.
“안녕하세요. 축구 선수 유지우라고 합니다.”
“알죠!”
“대한민국에서 유지우 선수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요?”
“꺄아아아악! 진짜 유지우 선수다! 실례가 아니라면 사진 찍어도 될까요?”
“물론이죠.”
유지우는 블루팀 대기실에서 팬 서비스를 해줬다.
여러 이야기를 한 뒤, 파이팅하라는 말을 남기고 나왔다.
이제 남은 건 레드팀 대기실이었다.
이곳은 유민하, 유지우의 누나가 소속된 팀이었다.
유민하는 레전드 패밀리를 우승으로 이끈 주역으로 시즌 MVP까지 수상한 바가 있었다.
똑똑.
정수찬 아나운서가 먼저 들어가서 블루팀 대기실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했다.
이미 몰래 온 손님이 누군지 아는 유민하는 열심히 표정 연기를 했다.
그렇게 모두가 어리둥절하던 중, 유지우가 안으로 들어갔다.
“오오오오!”
“진짜? 실화야? 유지우 선수라고?”
“민하야! 너 왜 말은 안 했어!”
“몰래 카메라죠.”
“나 꿈꾸는 거 아니지?”
“저 팬이에요!!!”
레드팀 대기실은 블루팀 대기실처럼 난리가 났다.
미리 알고 있던 유민하는 다른 선수들을 위해 한 걸음 뒤로 피해줬다.
“와… 미쳤다.”
“누가 펜 좀 주세요! 펜이요!”
“나 눈물 나요…. 와, 진짜 너무 좋아요!”
유지우는 환영해주는 사람들에게 사인과 사진 촬영을 해줬고 살짝 떨어진 유민하를 바라봤다.
“누나도 해줄까?”
“…됐거든.”
“저희 누나가 폐를 끼치고 있네요. 성격은 고약하지만, 착한 누나니 여러모로 잘 부탁드립니다.”
일부러 놀리듯이 말하자, 유민하는 역시나 빼액 소리를 지르며 투닥거렸다.
찐남매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경기를 준비해야 할 순간.
“헛발질하지 말고.”
유지우는 유민하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줬다.
“보고 있어! 네가 깜짝 놀랄 플레이를 보여줄 테니까!”
* * *
본 촬영 시간이 다가왔다.
작게 마련된 관중석에는 다른 팀의 선수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프닝 시간이 되자 정수찬 아나운서와 MC 이치성이 필드 가운데 서서 진행을 시작했다.
“올스타전의 열기를 한층 뜨겁게 만들 손님이 오셨습니다!”
아는 사람들은 미소를 지었고 모르는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그러면 모셔볼까요?”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이자!”
여기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눈치를 챈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자이자! 화려한 개인기와 엄청난 퍼포먼스로 외계인이라 불리는 사나이!”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 “유지우 선수입니다!”
해설위원과 MC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 이름.
그리고 입구에서 유지우가 등장하자.
– 와아아아아아!!!
엄청난 환호가 나왔다.
해설위원 정수찬은 계속해서 소개했다.
“엄청난 공격 포인트 생산능력으로 아스날의 두 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이자 암흑기에서 구해낸 영웅! 그리고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의 주인! 마지막으로 유럽 최고의 별에 오른 사나이!”
보는 이들은 모두가 흥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모인 이들 모두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들에게 있어 유지우는 연예인들의 연예인이었으니, 이러한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아시아 최초로 발롱도르 3인에 오른!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이자 현재의 중심에 선! 우리들의 스타! 유지우 선수입니다!”
그렇게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