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91)
필드의 외계인-291화(291/404)
제291화
“…와.”
들어가자마자 선보인 유지우의 마법에 사람들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그 안에 득점을 만들어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대충하는 것 같은데 저게 저렇게 된다고?”
“뭔가 유지우 선수 보고 있으면 축구가 되게 쉬워 보여.”
유지우가 들어와서 움직인 건 열 걸음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놀란 것도 잠시, 경기가 재개됐다.
단숨에 동점이 되면서 당황한 레드팀은 침착하게 수적인 우세를 앞세웠다.
“공간을 벌려! 좁히지 마!”
레드팀 감독들의 목소리가 유지우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확실히 수적으로 우위에 있을 때는 공간을 넓게 쓰는 게 맞아.’
프로에서도 수적인 우위에 있을 때는 이런 방법을 가장 많이 썼다.
하지만 감독들이 잘못 생각한 게 있었다.
‘프로라면 통할 얘기지.’
아마추어, 그것도 초보들에게 공간을 넓히는 건 오히려 독이었다.
간단한 압박으로도 패스 실수가 날 우려가 있었으니까.
유지우는 오른쪽으로 압박하는 척하며 패스 길을 봤고 단숨에 방향 전환하며 왼쪽으로 이동했다.
“앗!”
방금까지 멀리 있었는데 눈앞에 있자 레드팀은 유지우의 예상대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탓.
급하게 패스를 하려는 걸 유지우가 발을 뻗어 잘라냈다.
발에 맞고 흐르는 볼.
라인 밖으로 나가기 전.
타다다다닷-!
유지우는 달려가서 볼을 발바닥으로 끌어당긴 후.
아웃사이드로 바로 치고 나갔다.
투—욱.
압박하는 선수의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는 크루이프턴이었다.
깔끔한 동작에 관중석에서 환호가 나왔다.
유지우는 곧장 다음 플레이를 이어갔다.
스윽.
그는 고개를 들어 동료 선수의 위치를 파악했다.
반면, 레드팀은.
“유영이한테 붙어!”
또다시 실점할 것을 우려해 박유영에게 수비수를 붙였다.
그러나 그건 오히려 유지우가 노리는 부분이었다.
박유영에게 압박이 붙자 자연스럽게 자신을 압박하는 선수 한 명이 부족해진 것이다.
그는 드리블을 시작했다.
발에 볼이 붙어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드리블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그렇게 가까워지는 골대.
유지우는 압박이 붙기 전.
뻐—엉!
땅볼로 낮게 깔아서 슈팅을 때렸다.
긴장한 골키퍼는 자세를 낮춰 막아보려고 했지만, 바운드가 불규칙하게 되면서.
철렁.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 와아아아아아!
[꽤 먼 거리에서 때렸는데 이게 들어가네요! 유지우 선수가 어시스트에 이어 득점까지 성공시킵니다!]골을 넣은 뒤에 약속했던 3분이 종료됐다.
* * *
폭풍 같던 전반전이 끝나고 양 팀이 정비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은 블루팀 교체로 뛴 유지우와 관련된 얘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고작 3분에 저게 돼?”
“유지우 선수잖아.”
“…우리가 아무리 못한다고 해도 이건.”
“더구나 올스타팀이잖아. 쟤네들이 우리 중에 제일 잘하는데….”
제일 큰 충격을 받은 건 레드팀이었다.
먼저 선제골을 넣고 리드를 가져왔는데 단숨에 역전이 되자 적잖은 충격이 다가왔다.
선수들의 표정을 본 뒤, 감독들이 얘기했다.
“어때? 프로를 마주한 기분은?”
선수들은 쉽사리 얘기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였다.
짝.
감독은 손뼉을 치며 선수들을 집중시켰다.
“어차피 이제 저쪽팀 지우 카드는 끝났어, 후반에는 우리가 유리하니까 멍하니 있지 말고 잘 들어.”
감독들은 작전판을 가져오며 후반전에 사용할 전술에 관해 이야기했다.
한편, 충격을 받은 건 블루팀도 마찬가지였다.
“와.”
선수들이 연신 감탄하자 감독들이 선수들을 진정시켰다.
이제 유지우 카드를 썼으니, 어떻게든 후반전을 틀어막아야 했다.
“레드팀은 민하만 경계하면 된다고 했잖아. 바짝 붙어서 볼 받을 여유를 주지 마.”
아마추어 축구에선 에이스를 잡기만 하면 승리를 가져올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블루팀은 레드팀 에이스인 유민하를 견제하는 작전을 구상했다.
“유영아.”
“네?”
“지우랑 뛰어보니까 어때?”
시선은 박유영에게 쏠렸다.
“…그냥 꿈만 꾸는 것 같았어요. 제가 아무렇게나 뛰어도 볼이 제 발아래로 오니까요.”
“그 감각을 잘 기억해, 그것만 기억하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테니까.”
감독들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올스타전.
그것도 유럽에서 챔피언 자리에 오른 선수가 함께하니 배울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
후반전이 시작됐다.
* * *
후반전의 양상은 레드팀에게 쏠렸다.
초반은 블루팀이 격차를 더 벌리려고 했으나 유민하의 득점으로 단숨에 2 – 2 동점 상황이 됐다.
[시간은 10분! 점수는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는 시간대입니다!]해설석에서 지켜보던 유지우는 곰곰이 생각했다.
‘레드팀보다 블루팀의 수준이 조금 떨어져, 그건…. 누나 때문이겠지.’
선수들 개인 간의 실력 격차는 있을 수 있지만, 그건 크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가장 크게 벌린 것이 바로 유민하였다.
볼 다루는 건 여자 프로를 준비하는 준프로라고 봐도 무방했다.
“뒤로 내려와요!”
공격에 실패하면 빠르게 수비 전환하는 것을 보고 유지우도 살짝 감탄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레드팀은 몇 차례 유효슈팅을 가져갔음에도 득점으로 이어지는 건 없었다.
[골 운이 갑자기 따라주지 않는 레드팀! 유민하 선수가 해트트릭을 노리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종료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자 레드팀에서도 히든카드를 꺼냈다.
[레드팀에서 유지우 선수를 기용할 준비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블루팀은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죠!]유지우가 몸을 푸는 것을 본 블루팀 벤치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그 시간에 어떤 것을 보여주는지 전반전에 이미 경험했으니까.
그렇게.
삐—익!
후반 종료 3분을 남기고 레드팀은 유지우 카드를 썼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는 유민하를 남겨놔 남매 듀오가 가동되는 순간이었다.
“지우야.”
“네.”
“들어가서 너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봐.”
“알겠습니다.”
감독들이 유지우에게 지시할 사항은 딱히 없었다.
탓.
유지우는 다시 한번 필드로 들어왔고 유민하와 마주 봤다.
“멍청하게 있지 말고 내가 볼 잡으면 앞으로 뛰어.”
“알았어.”
남매 듀오는 제작진도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그림이었다.
현재 그녀들의 리그 에이스는 유민하였다.
그리고 그의 동생인 최고의 축구 선수 유지우.
두 선수가 나란히 서자 풍겨오는 아우라는 대단했다.
“종료까지 물고 늘어져! 압박해서 반칙으로 끊기도 하고!”
위압감을 크게 느끼는 건 블루팀이었다.
그들은 천천히 패스로 전진했는데, 유민하가 태클로 볼을 빼앗아냈다.
“지우야!”
유민하는 볼을 빼앗고는 유지우에게 곧장 패스를 줬다.
블루팀은 전반전 레드팀과 마찬가지로 유지우에게 많은 수가 압박을 붙었다.
퉁.
그러나 유지우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압박을 피해 살짝 패스를 띄워주었고.
그걸 유민하는 가슴트래핑으로 받아내며 안전하게 볼 컨트롤을 했다.
퍼—억!
압박이 왔지만, 등을 진 채 버텨냈고 유지우가 측면을 달리는 걸 보고 힐 패스로 찔렀다.
단숨에 측면을 열어낸 유지우는 자신에게 압박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는, 볼을 받자마자 다시 상대 선수의 다리 사이로 패스했다.
투-욱.
그걸 쇄도하는 유민하가 원터치로 낮게 깔아 차며.
철렁.
골대 안으로 집어넣었다.
– 오오오오오오!!!
두 남매가 펼치는 플레이에 관중석에선 열기가 식지 않았다.
“…남매가 뭘 저렇게 잘해?”
“DNA가 다른가 봐.”
3 – 2로 벌어진 차이.
블루팀은 어느새 기세가 꺾였다.
기세가 꺾인 팀을 상대하는 것만큼 쉬운 건 없었다.
유지우는 유민하보다 밑에 라인에서 볼 소유하는 걸 중점적으로 했고 뛰는 건 유민하에게 맡겼다.
[쭉 밀어준 패스—! 유민하 선수가 넘어지면서 발을 가져다 대는데요!!!]가까스로 발끝에 닿은 볼은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며 득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골을 넣은 유민하는 세레머니 후에 유지우를 봤다.
“…너 일부러 패스 그렇게 줬지?”
유지우라면 분명히 받기 편하게 줄 수 있었을 텐데.
일부러 몸을 날려야 잡을 수 있는 위치로 주니, 의심이 들었다.
“내가 뭘?”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었다.
유지우는 유민하를 보며 씩 웃었다.
그렇게 두 남매의 활약으로 점수 차이는 벌어졌고.
삐익-! 삐익-! 삐—-익!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이렇게 경기가 끝납니다! 최종 스코어는 4 – 2! 레드팀이 블루팀을 이기며 올스타전 승리를 챙겨갑니다!]* * *
경기 종료 후, 승리 팀 MVP 선정에 들어갔다.
약 30분 동안 제작진과 출연진의 투표가 이어진 끝에, 1등은 유민하로 결정됐다.
“…율리안 사인 줄 거지?”
“영국으로 돌아가면 받아서 줄게.”
유민하 다음 2등으로 뽑힌 건 블루팀 공격수 박유영과 레드팀 수비수 강은희였다.
두 사람에게는 사인 유니폼과 더불어 아스날 개막전 티켓을 전달되며, 경기는 종료됐다.
.
.
.
아직 촬영이 끝난 건 아니었다.
사전에 얘기한 승리팀 개인 트레이닝이 있어서 유지우는 레드팀을 이끌고 훈련에 들어갔다.
감독들이 기본기 훈련에 집중했지만, 축구를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라 아직 투박한 면이 많이 보였다.
‘뭐 이런 부분은 계속해서 노력해서 극복하는 수밖에 없지.’
기본기 조언은 할 게 없었다.
스스로가 노력하면 개선되는 부분이니까.
“패스를 알려드릴게요.”
가장 부족한 건 패스였다.
정확하게 원하는 곳으로 패스를 보내는 능력이 부족해 잦은 실수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아까 경기에서 그 부분을 많이 보기도 했고.
“경기장이 작아서 압박이 빨리 들어와요. 그러면 다들 당황해서 패스 실수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다들 공감하는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급할 필요가 없어요. 동료가 고립되었다고 판단이 되면 라인을 내려가서 받아주면 돼요. 쉽죠?”
“네.”
“개인기보단 패스로 빠져나가는 방식이 나아요.”
그리곤 패스를 보낼 곳에 주전자를 놓고 손으로 가리켰다.
“패스를 보낼 곳으로 몸을 오픈해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해요. 그리곤 투욱.”
볼은 설치한 주전자를 정확하게 맞췄다.
“어때요? 쉽죠?”
그 뒤에 선수들이 따라 하는데 비슷하게 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정확하게 도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게 안 되나? 한 번 더 해볼게요!”
계속해서 시도해보는데 유지우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주전자는 빼고 침투할 선수를 지정해 그 선수가 쇄도하는 앞으로 찔러주는 훈련을 했다.
“다음은 누나, 침투하는 선수가 가는 방향을 보고 앞으로 밀어주면 돼.”
유민하는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볼 다루는 게 괜찮았다.
패스도 정확도가 있긴 했으나 유지우에겐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너무 힘이 들어가고 있어. 조금만 힘을 빼 받는 선수를 생각해서.”
뻐—엉!
“이번에는 임팩트 부분이 너무 낮아서 볼이 떴잖아. 지금 필요한 건 발아래로 정확하게 주는 거야.”
공중볼은 아마추어가 컨트롤하기엔 까다로웠다.
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가장 안전한 건 발아래였다.
뻐—엉!
“힘을 빼! 빼야 받는 선수도 쉽게 받을 수 있어.”
뻐—엉!
“아니 임팩트를 정확하게 하라니까? 디딤발 딱 딛고 자세는 오픈! 그리고 팔도 휘두르면서!”
다시 시범을 보여주고 시켰는데 이상했다.
“…이게 왜 안 되지?”
유지우의 말에 유민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너야 프로선수니까 쉽지! 우리는 아마추어거든!”
“…그냥 패스인데? 발만 있어도 하는 게 패스잖아.”
“이래서 가족들한테는 운전이나 운동을 배우지 말라는 건데.”
“내가 뭘?”
“모르면 됐어!”
처음 축구를 시작하면 배우는 게 패스였다.
유지우도 물론 그렇게 시작했고.
그래서 유지우는 패스 보내는 게 제일 기초적이고 쉬운 거라고 생각했다.
“…지우 표정 보니까 진짜 이해 못 하는 표정이죠?”
레전드 감독들은 살짝 뒤로 물러나 훈련하는 걸 지켜봤다.
두 남매의 설전이 계속되자, 그들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쟤는 천재잖아.”
“패스가 가장 기본은 맞지만, 그만큼 어려운 부분이니까 알아야 할 게 많아.”
“그렇죠. 필드 위에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패스의 종류도 많고 상황에 따라 세기며 방향 모든 걸 조절해야 하기도 하죠.”
레전드들은 미소를 지으며 지켜봤다.
“자 봐봐.”
답답한 나머지 유지우는 다시 시범을 보였다.
“보낼 곳을 응시해, 그리고 디딤발을 딛고 가볍게 투욱.”
이번에도 볼은 정확하게 침투하는 선수의 발아래로 자로 잰 듯 들어갔다.
하지만 그 뒤는 똑같았다.
선수들도 따라 하지만 되지 않고 유지우는 진심으로 의아해했다.
“이게…. 정말 안 된다고? 왜?”
천재는 범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은 진짜였다.
.
.
.
촬영이 종료된 후.
유지우의 한국 일정이 모두 끝나며 스페인으로 갈 날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