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92)
필드의 외계인-292화(292/404)
제292화
“조심해서 가, 우리 아들.”
오늘은 유지우가 한국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뒤, 출국하는 날이었다.
이미 언론에는 유지우가 출국한다는 소스들이 나오고 있었다.
가족들과 공항까지 가면 혼잡해질 게 뻔한 상황.
이 때문에 유지우는 집에서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곧 영국에서 볼 텐데 울지 마세요.”
유지우는 울먹이는 어머니 서설희를 안아주며 위로해줬다.
“영국이 아니라 스페인으로 간다니까 걱정돼서 그러지.”
“덱스도 같이 가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요?”
“그래도.”
서설희는 아들이 최고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어딜 간다고 하면 걱정부터 앞섰다.
“네 엄마는 내가 챙길 테니까 넌 어서 가봐라, 비행시간 거의 다 됐잖아.”
다소 길어지는 작별에 유한우가 나서서 제지했다.
“예, 그러면 가볼게요! 누나, 어머니랑 아버지 잘 챙겨.”
“네가 안 그래도 잘하거든.”
“누난 어디 물가 내놓은 어린애 같아서.”
“…보통 그 말은 누나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누가 하던 뭔 상관이야.”
“얼른 가기나 해.”
유민하와 인사한 뒤, 유지우는 덱스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한국을 떠나는 게 아쉽습니까?”
덱스는 유지우의 표정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
“조금은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자그마치 1년 만에 오는 조국이었으니까.
유지우는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한국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도착했습니다.”
곧이어 공항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함께 차에서 내려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유지우 선수!”
공항 안에는 많은 취재진이 있었다.
유지우는 사전에 인터뷰를 거절했기에 취재진은 멀리서 사진만 찍었다.
꾸벅.
유지우는 그들에게 인사한 뒤에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스페인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
.
.
장시간의 비행 끝에 마침내.
–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스페인 마드리드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이곳의 시간은….]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 입국했다.
* * *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지낼 호텔은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잡아줬다.
매니저 덱스 방까지 잡아줘서 지내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유!”
방에서 휴식을 취한 후, 호텔 로비에 나와 있자 곧 누군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크리스티안 페레스였다.
“오는 데는 괜찮았어?”
“비행기 타는 건 익숙하잖아.”
“하긴. 넌 특히 더 그러겠다.”
“결혼식 준비는 잘 되어가?”
“나탈리아가 많이 준비해놔서 내가 할 게 크게 없더라.”
“나탈리아가 꼼꼼하긴 하지.”
두 사람은 그 뒤에도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한국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또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두 사람의 입은 쉬질 않았다.
“신혼집은 영국에서 지내던 곳 계속 쓸 거지?”
“그럴 거 같아.”
“그러면 내가 너희가 필요한 거 하나 사줄게.”
“응? 안 그래도 돼.”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선물도 준비했지만, 부부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하나 더 해주고 싶은 게 유지우의 마음이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거절하려 했지만, 유지우의 고집에 결국 한 걸음 양보해줬다.
“잘 준비하고.”
어느덧 갈 시간이 되자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눴다.
“성당 주소는 알지?”
“알지.”
“그러면 내일 보자!”
하루는 금방 흘러 결혼식 당일 아침이 됐다.
오후 1시에 진행되는 결혼식이라 유지우는 12시 30분에 성당으로 갔다.
스페인 결혼식은 성당에서 치르는 게 일상이었다.
“와.”
“진짜 유잖아?”
유지우가 올 줄 몰랐던 하객들은 웅성거렸다.
덱스와 함께 들어간 성당 안.
시선들이 쏠렸지만, 유지우는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을 애써 피하며 구석으로 자리 잡았다.
“…안녕하세요.”
구석에 있다고 존재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아이들은 유지우에게 사인받기 위해 줄을 섰고, 유지우는 최대한 결혼식에 방해가 되지 않게 사인을 해줬다.
“저도 유처럼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스페인의 언어는 에스파냐어.
유지우는 아르헨티나 시절에 에스파냐어를 써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꼭 멋진 선수가 돼라.”
“감사합니다!”
“저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럼.”
아이들에게 팬 서비스를 해주고 있자 어느새 결혼식 시간이 되었다.
“곧 식을 시작할 테니, 하객분들을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이 나온 후.
결혼식이 시작됐다.
성당에서 하는 결혼식은 처음 참석하는 것이라 유지우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이게 스페인의 결혼식이구나.’
웅장한 성당에서 하객들의 축하를 받는 신랑과 신부.
전통 의상을 입고서 연주를 시작하는 전통 연주단.
식은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진행됐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한 말처럼 정말 성대한 결혼식이었다.
.
.
.
결혼식이 끝났다고 모든 게 끝난 게 아니었다.
피로연이 남아 있었다.
지인들은 준비된 차량에 탑승해 피로연이 있는 파티장으로 갔다.
파티장은 바닷가의 별장이었다.
– 와아아아아아!!!
자리를 잡고 있자 신랑, 신부가 들어왔고 지인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성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시작되는 파티.
유지우도 가볍게 샴페인을 마시며 분위기를 즐겼다.
‘행복해 보이네.’
그는 멀리 있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얼굴을 봤다.
진심으로 행복한 미소.
유지우는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결혼이 어떤 것인지 진심으로 고민했다.
그렇게.
결혼식은 피로연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 * *
결혼식이 끝나고 다음 날.
유지우는 영국으로 갈 준비를 마쳤다.
그는 비행시간을 앞두고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만나 밥을 먹었다.
“나탈리아는 집에 있고?”
“멀리서 온 친구들이 집에 있어서 네 배웅을 못 와서 미안하다고 전해달래.”
“뭘 그런 걸로.”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데 유지우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표정이 걸렸다.
결혼식 때는 행복한 표정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는데 뭔가 고민이 있다는 표정이었다.
“너 요새 고민 있지?”
유지우는 단번에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고민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영국에서 하루가 멀다고 붙어 다녔는데 표정을 못 읽을 리가 없었다.
“티 나?”
“엄청나게.”
“하아.”
그를 보고 있자니 유지우는 대충 어떤 것 때문에 고민 중인지 예상이 됐다.
“이적 때문이지?”
7월 초부터 퍼지기 시작한 아스날 관련 이적설.
거기엔 크리스티안 페레스도 있었다.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곳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라리가의 3대장이었다.
“너는 못 속이겠네.”
“제안이 좋나 봐?”
“그것도 그렇지만, 나탈리아가 영국 생활에서 힘든 게 좀 보여서….”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여자친구 나탈리아는 영국 생활 초반에 적응을 많이 힘겨워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이탈리아에서 뛸 때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지만, 결혼을 앞두고 함께한 작년 시즌은 다소 힘든 기색을 보였다.
“나탈리아는 뭐래?”
“자기는 신경 쓰지 말고 아스날에 있으라던데? 너랑 같이 뛸 때가 내가 제일 즐거워 보인다고.”
그런데도 나탈리아는 크리스티안 페레스만을 생각했다.
그는 아스날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났으니까.
“네 생각은 어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의 생각이었다.
제안해 온 곳은 모두 스페인 명문.
스페인 사람인 크리스티안 페레스라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솔직한 마음을 말하자면 흔들렸어. 제안도 제안이지만, 조국에서 뛸 수 있는 기회니까.”
“…….”
“아스날도 좋은 클럽이야, 훌륭한 동료들도 많고. 그래도 나도 사람이라… 흔들리는 게 사실이야.”
그 말을 듣고 유지우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이적은 축구선수에게 있어서 인생을 좌우할 예민한 문제라 쉽게 입이 열리지 않는 거였다.
“…넌 어떻게 생각해?”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본인과 함께 최고의 듀오라고 불리는 파트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난 네가 남았으면 좋겠어. 아스날은 이제 막 시작한 클럽이니까 너랑 더 많은 걸 이뤄보고 싶거든.”
“…….”
“그렇지만 난 너를 존중해, 지금 네가 마음이 끌리는 걸 선택하는 게 맞다고 봐.”
유지우도 진지하게 답변을 해줬다.
어떤 선택을 해도 존중하겠다는 의미였다.
그걸 아는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더욱 고민이 깊어졌다.
그 고민을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유지우는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꺼냈다.
“크리스.”
“어.”
“난 너랑 아스날의 역사를 만들어 가보고 싶어.”
이것이 그의 진심이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그 말에서 진심을 느꼈다.
그리곤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웃음을 지었다.
“너랑은 역시 잘 맞아.”
“응?”
“제안에 흔들렸지만, 난…. 나탈리아의 말처럼 너랑 뛸 때가 제일 즐거워.”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스페인 명문 클럽들의 제안을 걷어찰 만큼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아스날의 생활이 만족스러웠다.
스페인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을 때도.
세리에A에서 뛸 때도.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를 아스날에서는 느낄 수 있었다.
‘…이 녀석이랑 뛰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매 시즌 미친 기록을 세우는 파트너가 있었기에 팀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선수와 뛰면, 자신 또한 최고가 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으니까.
“유.”
“왜?”
“다음 시즌은 트레블 해보자.”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말을 듣고 유지우는 활짝 웃었다.
그 말을 즉.
어떤 제안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당연한 소릴.”
두 사람은 주먹을 맞대며 같은 목표를 꿈꿨다.
유지우는 그렇게 스페인을 떠나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 *
영국으로 돌아와서 유지우가 제일 먼저 한 건 아스날과 재계약 협상이었다.
7월 중에 차명훈이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계약을 진행했고 아스날과 최종 협의에 들어갔다.
“저희가 최종적으로 제안할 내용입니다.”
세부 내용은 계속된 조율로 이미 합의를 마친 상태라 크게 살필 부분이 없었다.
제일 중요한 연봉 부분.
주급란에 적힌 유지우의 눈이 살짝 커졌다.
‘사전에 말한 것보다… 많잖아?’
사전에 아스날에서 제안한 주급은 64만 유로(한화 8억 7,500만 원)였다.
이것만으로도 프리미어리그 전체 1위 주급이었는데 이것보다 많은 금액이 적혀 있었다.
“어떻습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단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계약서에 적힌 금액은 73만 2,000유로(한화 10억)에 달하는 고액이었다.
“재계약을 맺은 지 1년 만에 또 이런 제안이라니…. 저야 좋지만, 구단에서도 괜찮나요?”
“그럼요. 괜찮으니까 이런 제안을 하는 겁니다.”
“…….”
“무엇보다 회장님이 꼭 최고 수준으로 계약하라고 엄포를 놓으셔서요.”
이 계약은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갔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그 여파기도 했지만, 아스날의 에이스가 다른 구단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진행된 계약이었다.
“유.”
“네.”
“당신은 자격이 있습니다.”
계약을 진행할 때, 누구도 주급 부분을 터치하지 않았다.
그가 보여준 31-32, 32-33시즌은 그야말로 아스날이 암흑기를 나와 황금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 유지우, 아스날과 재계약 확정! 】
【 주급 73만 2,000유로! 유지우, 프리미어리그 최고 주급 선수가 되다! 】
재계약을 할 거라는 얘기는 찌라시처럼 돌아서 웬만한 팬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수의 팬은 다소 성급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불과 1년 전에 이미 많은 금액으로 재계약했는데 또 한다는 게 재정적인 낭비가 아니냐는 이유 때문이었다.
【 아스날, “최고의 성적을 낸 선수에게 합당한 대우.” 】
그러한 의견들에는 아스날이 곧바로 대응했다.
그리고.
【 아스날,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선수들과 재계약 협상 중. 】
【 데릭 레드먼드를 비롯해 7인의 선수와 재계약 확정! 】
아스날은 유지우로만 재계약을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약속했고 그렇게 아스날에 몰아치는 이적이라는 이름의 태풍을 잠재우기 시작했다.
【 아스날에 접촉 중인 빅클럽! 】
그러나 빅클럽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발 벗고 뛰었고 그것에 열받는 아스날 회장은.
【 아스날, 바르셀로나 좌측 풀백 사울 키르키치에게 관심. 】
【 유벤투스 센터백 잔루카 안토니치와 접촉? 】
【 아스날, “우리와 계약하는 모든 선수에게 높은 대우를 해줄 것.” 】
맞불 작전에 나섰다.
‘데려갈 수 있으면 데려가 봐라, 그런데 그거 하나만 알아둬라. 데려갈 수 있는 건 너희만이 아니라는 걸.’
이적 태풍에 맞선 또 다른 태풍이 불어오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