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94)
필드의 외계인-294화(294/404)
제294화
시즌 전, 아스날은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단장을 비롯해 폴 사르 감독까지 참석한 기자회견장은 취재 열기로 가득했다.
“작년 시즌 아스날은 놀라운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번 시즌 목표는 무엇입니까?”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는 겁니다.”
폴 사르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클럽들이 가지는 목표는 ‘우승’ 딱 하나뿐이었으니까.
“새로운 이적도 염두에 두고 계시는가요?”
사실상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질문이었다.
과연 아스날은 새로운 선수를 데려올 것인가.
수많은 시선 속에서 폴 사르는 마이크를 잡고 신중히 말했다.
“몇 개의 이적을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질문이 나온 끝에, 기자 한 명이 손을 들고 부주장직에 관한 질문을 했다.
“어제 아스날이 공식 계정을 통해 유가 새로운 아스날의 부주장으로 임명됐다고 알렸는데 아직 어린 선수에게 과도한 짐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제부터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주제였다.
만 20세의 어린 부주장.
괜히 유지우에게 짐을 주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했다.
툭툭.
폴 사르는 마이크를 두드린 다음 대답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유만큼 그 자리에 어울리는 선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선수단 내에서도 만장일치가 나올 만큼 유는 아스날에서 중요한 선수니, 훌륭히 역할을 수행해줄 거라고 믿습니다.”
폴 사르의 굳건한 믿음이 기자들에게 전해졌다.
그 뒤로 여러 질문이 나왔고 기자회견은 마무리됐다.
【 아스날, 유지우 부주장으로 임명! 】
이 소식은 빠르게 보도되며 아스날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국내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 부주장직?
– 아니 만 20세에 실화야?
– 팀에서 얼마나 인정을 받으면…. 벌써 저 자리를 맡냐?
– ㅋㅋㅋㅋㅋㅋ 그저 GOAT.
– ㄹㅇ 20세에 부주장이면 적어도 5년 안에 주장 달겠네?
– 그럴 듯 데릭도 나이가 있어서 최대 5년 정도니까.
– 미친….
– 한국에서 프리미어리그 주장이 나오면 사건 아님?
– 예전에 잠깐 주장 완장 뛴 선수들은 있지만, 정식 주장으로 임명된 선수는 아직 없었음.
– 유지우가 별일만 없으면 나중에 아스날 주장 되는 건 당연한 순서일 듯?
* * *
33-34시즌 개막 전에 이벤트 경기 하나가 있었다.
‘FA 커뮤니티 실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과 FA 컵 우승팀이 맞붙는 경기로 시즌 개막 전의 이벤트 경기였다.
【 커뮤니티 실드, 런던 더비가 성사되다! 】
【 프리미어리그 우승팀과 FA 컵 우승팀, 승자는 어디가 될까. 】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은 아스날이었고 FA 컵 우승팀은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꺾은 첼시였다.
아스날 vs 첼시.
두 클럽의 경기를 보기 위해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인파가 긴 강줄기처럼 이어졌다.
“오늘 유 선발이라고 했지?”
“어, 한 시간 전에 나온 명단에 이름 있었어.”
“흠, 양 클럽이 전력으로 나오는 건가?”
“그러지 않을까? 커뮤니티 실드는 사실상 기선제압 느낌도 있잖아.”
“이번에 첼시가 영입한 베니토도 나오려나?”
“아직 적응 기간이라 교체 출전으로만 나올 것 같아.”
팬들은 여러 얘기를 하며 스타디움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모이기 시작하는 관중들.
경기 시간이 점차 가까워지자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필드로 나왔다.
– 와아아아아아!!!
귀를 울리는 함성.
작년 프리미어리그 우승팀과 FA 컵 우승팀의 맞대결.
어떻게 보면 자존심 싸움이라 팬들도 몰입감이 대단했다.
그 열기를 본 취재진은 카메라를 설치하며 얘기를 나눴다.
“런던에 연고지를 둔 클럽들이 대세군.”
“시티가 결승에서 첼시에 질 줄은 몰랐죠.”
“시티가 안일했던 거야.”
“그렇긴 해요. 하필 1.5군을 내보내서.
맨체스터 시티는 결국 32-33시즌 무관으로 끝을 맺었다.
그 무관을 완성 시킨 건 다름 아닌 커뮤니티 실드에서 맞붙는 두 클럽.
아스날과 첼시였다.
33-34시즌 우승 후보라고 불리는 클럽들의 대결이기도 해서 다음 시즌이 어떻게 흘러갈지 흐름을 알 수 있는 자리기도 했다.
.
.
.
워밍업을 끝낸 후, 라커룸에서의 회의를 마친 선수들은 터널로 나왔다.
양 클럽 선수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운데 유지우와 기예르모 다린의 눈이 마주쳤다.
“유.”
기예르모 다린이 먼저 말을 걸었다.
“응?”
“오늘은 우리가 이길 거다.”
기예르모 다린의 눈빛에 비장함이 감돌았다.
유지우는 그 눈빛을 마주 보며 말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야.”
유지우도 질 생각이 없었다.
“난 너랑 디에고가 부러웠어.”
“왜?”
“득점왕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싸웠잖아.”
두 선수와 달리 기예르모 다린은 32-33시즌 초반 부진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게 마음속의 짐이 됐다.
같이 꿈을 꿨던 친구들은 위로 올라가서 싸우는데, 자신만 정체된 것 같아서.
“이번에는 다를 거야.”
죽도록 노력했다.
이번 시즌은 자신이 인정한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잠시 후.
주심의 뒤를 따라 선수들은 필드로 입장했다.
– 와아아아아아!!!
뜨거운 열기를 맞이하자 몸의 세포들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잠깐의 휴식으로 수면 아래에 있던 감각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삐—익!
선수들은 각자 진영에서 자리를 잡았다.
숨을 한 번 고르자, 경기가 시작됐다.
* * *
4 – 3 – 3의 아스날.
4 – 5 – 1의 첼시.
아스날은 저번 시즌과 같은 포메이션이었고 첼시는 살짝 달라졌다.
그중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기예르모 다린이었다.
[첼시는 작년 후반기부터 기예르모 다린을 주전으로 기용했는데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선발로 기용할 거라고 밝혔죠?] [후반기에 득점력이 엄청났으니까요. 두 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했을 때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기예르모 다린도 아르헨티나에 있던 시절보다 성장했다.
원래도 골 결정력이 뛰어났지만, 첼시에서 성장하며 미친 수준으로 올라왔다.
뻐—엉!
전반 10분경.
기예르모 다린은 사이드에서 날카롭게 올라오는 크로스를 레이턴 버트란드와 몸싸움 끝에 논스톱 발리로 연결했다.
볼은 구석으로 향했고, 다비드 바르트라가 몸을 날려 선방해냈다.
– 오오오오오!!!
[기예르모 다린의 놀라운 슈팅과 다비드 바르트라의 환상적인 선방! 두 선수의 플레이에 관중석이 들썩입니다!]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난 저게 제일 놀라워, 기예르모는 어떤 자세에서든 골대 쪽으로 슈팅을 때리잖아.”
“저번 시즌도 후반기에 폼을 찾고 미친 득점력을 보여줬었어.”
첼시는 그 후에도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줬다.
특히 막심 코지엘로와 기예르모 다린의 라인은 첼시가 가장 중요시하는 공격라인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호흡은 마침내 아스날의 공간을 찢어냈다.
탁.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압박을 절묘하게 벗어난 막심 코지엘로가.
뻐—엉!
전방으로 스루패스를 찔렀다.
데릭 레드먼드와 레이턴 버트란드의 사이 공간.
그 공간으로 지나간 패스에 기예르모 다린이 반응했다.
‘어?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데릭 레드먼드는 기예르모 다린을 경계하고 있었다.
깊게 들어와 있는 그를 보고 일부러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가둬두려고 했는데 부심의 기는 올라오지 않았다.
타다다닷-!
데릭 레드먼드는 죽어라 따라가.
퍼—억!
어깨로 그의 중심을 흔들었지만, 기예르모 다린은 넘어지면서도 시선은 골대에 고정하고 있었다.
뻐—엉!
그는 몸이 무너지는 와중에 왼쪽 구석으로 볼을 낮게 슈팅했다.
반 박자 빠른 슈팅에 다비드 바르트라의 반응이 살짝 늦었고, 그 슈팅은 결국.
철렁.
아스날의 골대를 흔들었다.
[기예르모 다린—! 막심 코지엘로의 스루패스를 논스톱으로 처리하며 아스날의 구석으로 제대로 꽂아 넣습니다!] [저번 시즌! 첼시의 팬들을 설레게 하고! 이번 시즌! 첼시 팬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콤비! 이 두 선수가 첼시의 미래를 이끌 선수들입니다!]아스날 0 – 1 첼시.
경기는 첼시가 리드를 잡았다.
.
.
.
그러나 첼시가 리드를 잡는 시간은 짧았다.
타다다다닷-!
볼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선수.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노룩 로빙패스로 유지우 선수가 침투하는 공간으로—!]유지우가 첼시의 공간을 찢기 시작했다.
수비수가 붙어서 수비하려고 했는데.
툭.
유지우는 순식간에 중앙으로 방향 전환을 했다.
수비수는 순간 유지우를 놓쳐버렸다.
중앙으로 올라온 유지우는 거리를 좁히는 센터백을 보고선 바디 페인팅을 했다.
그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가는 척하며, 바깥쪽으로 한 번 더 드리블을 치며 슈팅 공간을 확보했다.
뻐—엉!
찰나의 순간.
길이 보이자 시도한 과감한 슈팅.
왼발로 잔뜩 감은 슈팅은 쭉쭉 뻗어가며 골키퍼의 손을 지나 왼쪽 구석에 꽂혔다.
철렁.
– 와아아아아아아!
환상적인 감아차기에 아스날 팬들이 일으키는 붉은 파도가 웸블리 스타디움을 뒤덮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올! 유지우 선수가 균형을 맞추는 동점 골을 터트립니다!] [이것이 전 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자! 세계 최고의 반열에 든 선수! 유지우 선수입니다!]그는 가슴에 있는 엠블럼에 키스하며 메인 서포터즈 석으로 가 세레머니를 했다.
함성은 멎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 *
아스날 1 – 1 첼시.
균형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됐다.
초반부터 맹렬하게 맞붙는 두 클럽.
첼시의 공격력이 확실히 작년 시즌보다 올라왔다는 것이 보는 이들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뻐—엉!
과감한 슈팅과 창의적인 패스.
첼시는 아스날의 골문을 계속해서 노렸고 아스날도 마찬가지로 첼시의 골문을 노렸다.
아직 정식으로 시즌이 시작되지 않아 선수들의 컨디션은 100%가 아니었지만, 두 클럽 선수들이 펼치는 공방전은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50분.
60분.
70분.
유효 슈팅의 수는 나란히 늘어갔고, 양 클럽 에이스들의 화려한 플레이가 필드를 수놓았다.
“…예상보다 첼시의 수비가 단단한데?”
볼이 잠깐 나간 사이.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유지우와 대화를 나눴다.
“파이브백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 그리고 미드필더들도 수비 가담을 하는 바람에 들어갈 공간이 더 좁아졌어.”
전반전과 달라진 후반전.
첼시는 발 빠른 선수들을 전진 배치한 뒤, 역습 전술로 변화를 주며 수비를 더욱 두껍게 만들었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긴. 늘 그랬던 것처럼 뚫어야지.”
상대 수비가 아무리 두터워도 아스날에서 포기할 선수는 없었다.
그들은 오히려 의지를 불태웠다.
Y.M.C.A라인.
이적설로 살짝 흔들렸던 그들은 다시금 아스날과 재계약하며 관계가 더욱 단단해졌다.
[아스날의 공격 기회! 첼시가 빠르게 수비 백업을 하며 벽을 세웁니다!] [와, 오늘 첼시의 수비는 거의 버스 한 대가 골대 앞에 세워진 느낌을 들게 합니다!] [과연 아스날은 이 수비를 뚫어낼 수 있을까요?]상대의 수비가 얼마나 두터운지 따위는 그들에게 상관없었다.
아스날의 공격력은 32-33시즌에 증명됐다.
그들의 날카로운 창은 유럽 최고의 방패마저 부술 수 있다는 것을.
– 와아아아아아!!!
환호성이 몰아치는 순간.
공격의 시발점을 잡은 건 크리스티안 페레스였다.
‘밀집된 곳을 풀려면.’
뻐—엉!
‘우선 사이드로 넓혀야지.’
중앙으로 밀집된 압박 지형을 분산시키려고 볼을 사이드로 보냈다.
마틴 그라임스는 볼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원터치 헤딩으로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넘겨줬다.
툭.
아드리안 로마오는 그걸 다시 쇄도하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툭.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다시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툭.
아드리안 로마오는 수비수를 등진 채, 발만 뻗어 원터치로 패스의 방향만 틀어줬다.
스르르르륵.
센터백의 다리 사이를 지나 뒷공간으로 지난 볼.
수비수들이 반응했지만, 그보다 먼저 반응한 선수가 있었다.
타다다다닷-!
폭발적인 속도를 내며 공간을 찢으며 들어오는 선수, 유지우였다.
총 6번의 원터치로 첼시 수비진이 반응이 늦은 사이에 유지우는 발 앞으로 온 볼을.
투-욱.
원터치로 왼쪽 구석을 향해 밀어 찼다.
골키퍼가 달려 나오다가 다리를 찢어보았지만.
철렁.
골망이 흔들리며 득점으로 연결됐다.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 그리고 마틴 그라임스와 아드리안 로마오.
네 선수는 나란히 카메라 쪽을 향해 달려가 세레머니를 했다.
그렇게 아스날은 커뮤니티 실드를 2 – 1 승리로 마무리를 지었다.
“아스날의 이번 시즌도 기대가 되네.”
경기를 본 사람들은 다 이렇게 생각했다.
작년 시즌도 유럽에 돌풍을 몰고 왔던 아스날이, 다시금 유럽을 휩쓸 거라고.
* * *
며칠 후.
커뮤니티 실드가 끝나면서 나온 오피셜 두 가지.
【 아스날, “바르셀로나 좌측 풀백 사울 키르키치와 협상 중.” 】
【 유벤투스 잔루카 안토니치, “아스날은 나의 꿈을 채워줄 곳! 온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
아스날은 압도적인 공격진과 별개로 수비진 보강을 계획했고 오피셜을 띄웠다.
라에드 알 라샤이디 구단주는 단장과 나란히 차를 마시며 싱긋 웃었다.
“계약은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
“두 선수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바이아웃도 저희가 충분히 지급할 수준이라 연봉만 협의가 끝나면 곧바로 계약서를 쓸 예정이고요.”
“다행이군요.”
“두 선수 모두 각 클럽에서 주전급의 선수라 이탈하면 꽤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습니다. 그걸 아시고도 진행하신 이유는 혹시….”
단장은 구단주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저는 누구한테 맞으면 갚아주지 않고는 못 삽니다.”
자신이 모시는 구단주는 받은 건 갚아주는 성격이었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