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98)
필드의 외계인-298화(298/404)
제298화
【 Live) 아스날 vs 바르셀로나, 0 – 0 】
빅클럽 간의 대결이라 국내에서도 해당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새벽 시간에도 시청률이 높았고 실시간으로 댓글도 쏟아졌다.
– 진짜 치열하네.
– 두 클럽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임?
– 나도 그렇게 느끼긴 해.
– 바르셀로나도 패스 위주고 아스날도 패스 위주라 비슷해 보이지.
– 포메이션도 똑같잖아.
– 폴 사르 감독도 티키타카를 중요하게 보니까 바르셀로나랑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봄.
– 중원 싸움 엄청 치열하네 ㄹㅇ.
– 마누엘 조율하는 거 보소, 축구 겁나 쉽게 하네 ㅋㅋㅋㅋㅋ
– 탈압박 능력이 저렇게 좋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률이 점점 늘어났다.
댓글 창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 아스날이 조금 말리는 느낌은 나만 듦?
– 뭔가 중원에서 패스가 안 풀리긴 함.
– 패스보다는 결정력 아님?
– 우고가 개 잘 막음 ㅋㅋㅋㅋㅋ
아스날은 유효 슈팅을 4개나 기록하며 위협적인 기회를 가져갔지만, 바르셀로나 골키퍼 우고 알레냐의 선방에 막혔다.
– …쟤 원래 저렇게 잘 막았어?
– 스페인 국대도 안 뽑히는 녀석이었는데 폼이 많이 올라왔네?
– 우고 때문에 아스날이 득점을 못 하고 있긴 해.
그의 선방쇼로 아스날은 리드를 가져오지 못했다.
하지만 아스날 팬들은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다.
‘후반전에 달라지겠지.’
늘 그랬던 것처럼.
* * *
전반전이 0 – 0으로 마무리되고 양 클럽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아스날 라커룸 안.
원정에서 상대와 비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던 만큼 선수들 간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뭣들하고 있는 거지?”
그런데도 폴 사르는 선수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
“만들어 가는 과정은 좋았다. 하지만 뭔가 맞질 않았어.”
그 이유는 전반전의 경기가 그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던 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으나, 바르셀로나의 기세에 말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특히 점유율을 빼앗긴 것이 컸다.
57 vs 43.
이것이 전반의 점유율 수치였다.
이 수치는 즉, 아스날의 중원이 바르셀로나에게 밀렸다는 의미였다.
“점유율이 높다고 경기에서 이기는 건 아니다. 결국에 승리하기 위해선 골이 필요하니까.”
폴 사르는 작전판에 있는 선수들 이름을 이곳저곳으로 옮기며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도 허리가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는 걸 명심해!”
폴 사르는 선수들에게 후반전에 주의할 점을 상기시켰다.
“바르셀로나가 수비부터 빌드업을 가져가서 빌드업 중심이 후방에 있다. 그래서 마누엘 바예호가 안정적으로 운영을 할 수 있지.”
탁.
“그러니까 크리스, 패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방해하라고 했잖아. 그게 어렵나?”
“아닙니다. 후반전에는 반드시 막아보겠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중원 빌드업만 통제하면 된다. 사이드보단 중원으로 집중되는 패턴이니까 사인 맞춰서 막아.”
“네.”
그 후에도 여러 이야기를 해줬다.
선수들은 수분 보충과 근육을 풀면서 경청했고 잠시 후, 입장 시간이 다가왔다.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아니다. 우리는 이보다 더한 상대를 겪어왔잖아?”
그의 말에 치열했던 작년의 기억이 선수들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바르셀로나만큼.
아니, 그보다 더 강했던 작년의 상대들을.
이를 통해 폴 사르가 얘기하고 싶은 건 하나였다.
‘그 녀석들도 이겼는데… 바르셀로나도 충분히 이길 수 있어.’
그걸 느낀 선수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라커룸을 나섰다.
“유!”
폴 사르는 유지우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아스날 에이스가 어떤 선수인지, 경기 끝나고 보여줄 건 아니지?”
“바로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유지우의 대답에 폴 사르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좋아, 다들 가자!”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나갔다.
터널을 지나 필드로 가는 길.
유지우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나란히 걸어갔다.
“유.”
“응?”
“이제 골 넣어야지?”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말에 유지우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바르셀로나 녀석들 깜짝 놀라게 해주자.”
“내가 뛰고 네가 패스하고.”
“늘 하던 것처럼.”
서로 주먹을 맞대며 필드로 입장했다.
– 와아아아아아!!!
뜨거운 함성 속.
팬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표현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으나 바르셀로나 팬들과 아스날 팬들 모두 승리를 위한 간절함은 같았다.
‘이기자.’
그러한 팬들의 간절함이 선수들에게도 전해졌고.
아스날 vs 바르셀로나.
후반전이 시작됐다.
* * *
“호오.”
관중석에 앉은 사람 중, 축구 프로그램 패널들도 있었다.
그들은 전반전을 팽팽하다고 보면서도 홈인 바르셀로나가 최종적으로는 이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이거 우리 예측이 좀 달라지겠네요.”
그러나 후반전이 시작하면서 그들의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아스날이 전반전에 고전해서 후반전에 바르셀로나가 더욱 유리할 줄 알았는데.”
“괜한 걱정이었죠.”
“아스날은 누가 뭐래도 디펜딩 챔피언이잖아요.”
아스날을 걱정한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었다.
그들은 작년 유럽을 제패한 디펜딩 챔피언이었으니까.
뻐—엉!
크리스티안 페레스.
마테오 크리스단테.
카이 베일로브.
이 세 명의 선수는 바르셀로나 중원을 상대로 빠르고 정확한 패스 플레이를 선보였다.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만큼이나 매력적인 아스날만의 티키타카에 사람들은 감탄하기 시작했다.
툭.
압박이 붙어도 침착하게.
타다다다닷-!
패스를 주고서 바로 공간을 찾아 달려가는 움직임.
후반전이 되어서야 몸이 풀렸는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전반전보다 좋아졌다.
“크리스!”
게다가 유지우가 여유가 생길 때마다 중원으로 올라오며 볼을 받아주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는 스위칭 플레이를 자주 가져가며 경기의 주도권을 아스날 쪽으로 가져왔다.
[아스날이 전반전보다 후반전에 스위칭이 많아졌군요.] [바르셀로나와 아스날의 차이점이 바로 저런 점입니다. 잦은 스위칭으로 상대에게 혼란을 주면서 공간을 찢는 그림이 자주 나오죠.]아스날의 강점은 체력이 높다는 거였다.
선수들은 유지우와 데릭 레드먼드와 개인 훈련을 거듭하며 체력을 끌어올렸고 그 효과가 필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압박이면 압박.
공격이면 공격.
그들은 한 몸처럼 움직였다.
그러면서 전반전에 잃었던 점유율도 찾아와 어느덧 50 vs 50 균형이 맞춰졌다.
“쳇.”
아스날의 분전에 바르셀로나는 아우미르 파투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다시 빗나가는 아우미르 파투의 슈팅-! 골대를 살짝 벗어납니다!] [바르셀로나도 꾸준하게 공격하지만! 득점 운이 따라주지 않습니다!]앙토니 페레이라와 사미르 투레.
전방에서 바르셀로나 공격을 이끄는 두 선수의 호흡은 찰떡이었다.
말을 하지 않고 눈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아는 두 사람은 아스날의 압박을 절묘하게 피하며.
뻐—엉!
타이밍을 읽고서 전방으로 로빙패스를 보냈다.
타다다다닷-!
타이밍에 맞춰 침투하는 아우미르 파투.
하지만 그가 볼을 잡기 직전.
퍼—억!
레이턴 버트란드가 어깨를 먼저 집어넣으면서 위치를 빼앗았다.
볼을 포기하지 않은 아우미르 파투는 발을 뻗으며 어떻게든 슈팅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레이턴 버트란드의 벽에 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다비드 바르트라가 안전하게 품으로 볼을 잡으며 바르셀로나의 공격이 끊깁니다!]“아아아아-!”
아우미르 파투는 아쉬움을 토해냈다.
진영으로 돌아가던 그에게 마누엘 바예호가 말했다.
“아우미르.”
“예.”
“지금 급해지고 있어. 조금 더 침착하게 해.”
“…알겠습니다.”
“아스날의 수비가 단단한 건 알고 있는 일이었잖아? 네가 못 뚫을 건 없어. 우리가 뒤에서 패스 넣어줄 테니까 넌 골 넣는 것에만 집중해.”
바르셀로나의 에이스.
바르셀로나가 이기기 위해선 아우미르 파투가 멘탈을 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로서는 멘탈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스윽.
필드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아스날의 에이스 때문에.
* * *
두 클럽이 유지한 팽팽한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건 60분이 지난 시점부터였다.
촤—악!
바르셀로나는 전술에 변화를 주며 측면을 넓게 활용해 공격을 전개했지만, 아스날의 벽은 생각보다 더 단단했다.
[데릭 레드먼드의 태크으으으을! 아우미르 파투가 볼 터치를 길게 하며 빼앗깁니다!]아스날은 볼 소유권을 가져오자마자 역습을 전개했다.
볼을 잡은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바르셀로나의 전방 압박을 피해 빠르게 전방으로 보내준 볼.
탁.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안전하게 그것을 잡고 바르셀로나 진영으로 운반했다.
[아스날의 역습–! 바르셀로나의 백업보다 빠르게 전개해야 합니다!]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전방을 한 번 보고선.
뻐—엉!
아드리안 로마오를 향해 강한 패스를 찔렀다.
수비수를 등지고 있던 아드리안 로마오는 바디 페인팅으로 수비 균형을 흔든 뒤.
툭.
벌려진 다리 사이로 볼을 잡지 않고 흘렸다.
볼은 살짝 회전이 걸려 있어 오른쪽으로 꺾였다.
그곳에는 수비수를 따돌리고 올라오는 유지우가 있었다.
[유지우 선수! 유지우 선수-!]한순간에 뚫린 공간.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몸을 날려보았지만.
탓, 타닷!
수비수의 태클을 피하는 감각적인 라 크로케타.
거기에 이어 스텝 오버까지.
그는 좁은 공간에서 수비수들을 완전히 벗겨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일은.
철렁.
골대 안에 볼을 집어넣는 것뿐이었다.
[유지우 선수가 니어포스트로 낮게 깔아 차며!!! 구석으로 찔러넣습니다!] [선제골을 넣은 건 아스날! 바르셀로나의 수비가 한순간 무너졌습니다!]그들의 패스 축구만큼 아스날의 패스 축구 또한 정교했다.
아니, 그들의 축구는 바르셀로나보다 한 수 앞서 있었다.
지난 시즌, 축구는 하나의 예술이라는 것을 증명해낸 팀은.
바르셀로나가 아닌 아스날이었으니까.
.
.
.
선제골을 넣은 아스날은 금방 흐름을 찾아갔다.
바르셀로나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여러 가지를 시도했으나 아스날의 방패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뻐—엉!
아우미르 파투를 비롯해 바르셀로나의 공격진이 슈팅을 때려도 볼은 골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 와아아아아!!!
그렇게 바르셀로나가 라인을 올려 공격하면 아스날은 역습을 전개했다.
[빠릅니다! 빠르게 올라가는 아스날! 양 사이드가 바짝 올라가 주며 공격진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합니다!] [아스날이 후반전에는 공격적으로 빌드업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왼쪽으로 길게! 사울 키르키치를 봅니다!]– 우우우우.
그리고 바르셀로나 팬들의 야유가 들리는 곳.
[…사울 키르키치에게 바르셀로나 관중이 야유를 보내네요.] [이적이 불법은 아니지만, 사울 키르키치가 그만큼 바르셀로나에서 사랑받은 선수라 그런 것 같습니다.]전반전부터 이적생 사울 키르키치를 향한 노골적인 야유가 있었다.
그래도 그는 친정팀을 상대로 침착함을 유지했다.
마틴 그라임스가 살짝 중앙으로 올라가며 왼쪽 공간이 보이자 그는 그곳으로 드리블해서 들어갔다.
[더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사울 키르키치!]그는 쏟아지는 야유에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했다.
투-욱.
라인 가까이 가서 컷백으로 찔러줬다.
마틴 그라임스가 자리에 있었고 볼이 오는 것을 보고서 원터치로 뒤로 보냈다.
[마틴 그라임스가 압박을 피하며 빠르게 뒤로!!! 이어지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크로스-!!]압박이 오기 전,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원터치 크로스를 올렸다.
크로스는 중앙으로 올라가며 아드리안 로마오를 겨냥했고 아드리안 로마오는 수비수를 등진 채, 버텼다.
‘…아!’
아드리안 로마오는 센터백에 밀려 중심이 흐트러졌다.
결국에 놓쳐 버리고 만 볼.
하나, 볼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갈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선수들은 일제히 볼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 끝에 볼을 잡은 건.
“유—!”
유지우였다.
[아니!!! 뒤에서 유지우 선수가 다이빙-!]모두가 아드리안 로마오에게 시선이 팔린 사이에 뒤로 은밀히 접근한 유지우가 몸을 날렸다.
골키퍼 우고 알레냐가 황급히 몸을 날려보았지만, 그보다 먼저 유지우의 이마에 맞은 볼은.
철렁.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 와아아아아아아!!!
[첫 골이 터지고 불과 3분 만에 다시 골이 나옵니다!!! 아스날의 무서운 공격력! 그 끝엔 유지우 선수가 있습니다!]그렇게 골을 넣고 돌아가는 유지우를 본 아우미르 파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며칠 전에 히카르지뉴와 했던 전화 통화가 떠오르고 있었다.
‘유? 조심하는 게 좋을걸, 그 녀석은 혼자서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녀석이거든.’
히카르지뉴의 말이 틀린 게 없었다.
유지우.
그는 능히 혼자서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선수였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종료 직전.
유지우가 세 번째 골,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A조 1차전이 종료됐다.
삐익-! 삐익-! 삐—익!
바르셀로나, 그리고 라리가를 놀라게 했던 아우미르 파투는 유지우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 봤다.
“…하아.”
바르셀로나의 에이스라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였지만.
암흑기에 빠졌던 클럽을 유럽 정상에 올려놓은 유지우라는 벽은 높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