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99)
필드의 외계인-299화(299/404)
제299화
“후우.”
경기 후, 아스날 선수들은 필드를 나가려고 했다.
그때, 선수들 사이에 있던 사울 키르키치에게 마누엘 바예호가 다가갔다.
“오랜만이다.”
“…마누엘.”
옛 동료를 만난 사울 키르키치의 표정에는 약간의 슬픔이 묻어있었다.
옛 동료를 향한 그리움이었다.
“표정이 왜 그래? 이겼으면 어깨 좀 펴.”
마누엘 바예호는 사울 키르키치를 웃으며 반겼다.
비록 다른 클럽으로 이적한 선수지만, 유스 때부터 눈여겨본 선수였던 만큼 애정이 있었다.
“아스날 생활은 어때? 음식이나 선수단 분위기 다 좋아?”
“다 잘 해줘서 빨리 적응해가고 있어요.”
“그런 거 같더라, 후반전에 네 장기인 컷백이 많이 나왔잖아.”
“길 읽히는 바람에 애먹은 거 알면서.”
“그야 우리한테는 네 플레이가 눈에 익숙하니까.”
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자 사울 키르키치 주변에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
“야유는… 그…. 미안하다.”
앙토니 페레이라가 볼을 긁적이자 사울 키르키치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저지른 일이니까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
그도 팬들이 왜 그러는지 알고 있었다.
그토록 성원을 보내준 팬들을 떠나게 됐으니, 그들이 섭섭해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됐다.
이건 오롯이 본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였다.
“넌 항상 긍정으로 생각해서 좋아.”
“마누엘한테 배웠잖아요.”
“하하하-! 그런가?”
말을 하고 난 후, 사울 키르키치는 주위를 둘러봤다.
오랜만에 온 캄프 누.
이곳의 분위기는 변하질 않았다.
“…또 언젠간 오겠죠?”
“그럴 거야, 슬슬 이야기는 그만하고 헤어져야겠다. 더 이야기했다가 팬들이 화내.”
“예.”
“아, 마지막으로.”
마누엘 바예호는 손가락으로 아우미르 파투와 유니폼 교환을 하는 유지우를 가리켰다.
“네가 선택한 선수는 네 예상에 맞아?”
사울 키르키치가 바르셀로나에서 아스날행을 선택하게 한 가장 큰 이유인 유지우의 존재.
그는 멀리 있는 유지우를 보며 미소를 보였다.
“네, 제 예상과 딱 맞아요. 저 녀석은 최고예요.”
바르셀로나에 잔류했더라도 주전으로서 성공대로를 걸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아스날을 선택한 것은 같이 뛰고 싶은 선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어린 나이에 암흑기인 클럽을 구하며 유럽 정상에 오른 선수.
그의 곁에서 함께 유럽 최고의 자리를 노리고 싶은 마음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네가 마음에 들었으면 됐지.”
“가볼게요. 마누엘, 그리고 모두들…. 휴가 때 놀러 올 테니까 밥 같이 먹어요.”
그렇게 그는 필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점 가까워지는 관중석.
자신을 향한 야유에 고개를 들지 못했는데 그 속에.
“사울! 가서도 잘해!”
“난 네가 바르샤 출신이라서 좋아!”
“이적한 건 싫지만! 그래도 난 네가 좋아! 사울!”
따뜻한 말이 들리자 고개를 들었다.
새로운 꿈을 위해 키워준 구단을 떠난 자신.
여전히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그들을 보며 사울 키르키치는 속으로 뜨거움을 삼켰다.
‘감사합니다.’
그는 팬들에게 정중히 인사하며 필드를 떠났다.
* * *
【 아스날,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3 – 0 완승! 】
【 유지우, 해트트릭으로 경기를 지배하다! 】
【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 “아스날의 축구는 이상적인 축구.” 】
【 조 1위로 올라선 아스날, 우승 가능성은? 】
전반전에는 고전했지만, 후반전에 보여준 완벽한 경기력에 팬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난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아스날 걱정을 하는 놈들이 있다면 그 녀석들은 아스날 팬이 아닐 거야.] [팬들은 마음 편하게 봤을걸?] [바르샤가 잘하긴 해도 이제 패스 축구의 탑은 아스날이야.]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게 초반에 삐끗했지만, 후반전의 아스날에게선 그런 걸 찾아볼 수 없었어. 아마 그들은 또다시 우승할 거야.]그렇게 다시 북런던으로 돌아온 유지우의 쉬는 날.
그는 런던 거리로 나갔다.
“오랜만.”
“누나한테 인사하는 꼬락서니 봐라.”
그리곤 런던의 카페에서 최다빈과 국가대표 펜싱팀을 만났다.
“오랜만이긴 하잖아.”
“그건 그렇지, 이게 얼마 만이야?”
“런던에 가끔 오면서.”
“2년 가까이 안 오지 않았어?”
“그렇게 오래됐나?”
펜싱 국가대표팀은 2033 펜싱 월드컵이 런던에서 열린 덕에 이곳에 머무는 상태였다.
“난 엄청 반가운데 넌 아닌 거 같네, 섭섭하게?”
“엄청 반가워하고 있는 건데, 누난 내 표정 잘 모르는구나?”
“하여간 말이나 못 하면.”
“반가워서 그래, 반가워서. 대회는 끝났다며?”
8월 28일부터 9월 초까지 진행된 펜싱 월드컵은 어느덧 종료가 됐고, 국가대표팀은 귀국 준비 중이었다.
“응, 우리 귀국은 3일 뒤.”
“이제 여유로울 때네?”
“잠깐 리프레시할 시간은 되지.”
유지우는 최다빈과 인사를 한 뒤, 뒤에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과도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다빈 누나랑 같은 팀에 소속된 양혜빈이에요!”
“와…. 미쳤다. 여기서 실물을 보다니.”
운동선수들에게도 유지우는 선망의 대상이라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그들은 운동을 주제로 즐겁게 이야기하며, 여유롭게 차를 한 잔 마셨다.
-유?
-같이 있는 사람들은 운동선수들인가?
한참 이야기를 하던 중,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을 보는 게 느껴졌다.
유지우는 조용히 말했다.
“일단 식당으로 갈까?”
최다빈도 서서히 사람들이 몰리는 걸 체감하던 중이었다.
이대로 있다간 유지우가 곤란해질 수 있는 상황.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실컷 먹어도 되냐?”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각오해, 우리 이제 대회 끝나서 벨트 풀 거거든.”
“1년 내내 먹어봐라. 나한테 타격 하나도 안 와.”
“와, 주에 10억 버는 사람이라 마인드가….”
그날 저녁.
유지우는 생전 처음 보는 단위의 영수증을 맞이할 수 있었다.
미리 엄두를 놨던 펜싱대표팀들도 놀랄 만큼 그 금액은 컸지만.
“…저희가 너무 많이 먹었죠? 죄송해요.”
세상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스포츠 스타 중 하나인 그는 오히려 무심히 그들에게 추가 주문을 권할 뿐이었다.
“더 안 드세요? 모자라시면 포장해서 숙소에서 더 드셔도 되는데….”
* * *
하루를 펜싱 대표팀과 식사를 하며 보낸 뒤.
유지우는 이틀 뒤에 있는 리그 8라운드에 그들을 초대했다.
아스날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애슈버턴 그로브에서 열리는 경기.
아스날의 홈으로 30명의 펜싱 대표팀 선수들이 입장했다.
“와.”
“나 직관 한 번 오는 게 꿈이었는데.”
“프리미어리그 직관이라니.”
“오오오-! TV에서만 보던 풍경이잖아.”
그들은 유지우 에이전트 차명훈이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필드로 워밍업을 나오는 선수들을 발견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고막을 울리는 함성.
그들은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관중들의 시선을 따라가니, 그들은 왜 관중들이 흥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유지우가 워밍업을 시작한 것이었다.
“…….”
이미 몇 차례 유지우가 뛰는 경기를 직관해 큰 감흥이 없다고 생각했다.
한데, 어쩐 일인지 오늘 최다빈의 눈에는 유지우의 모습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어딘지 모르게 성숙해 보이는, 아는 동생의 모습.
그녀가 혼란스러워하던 와중, 함께 온 대표팀 선수들이 잔뜩 흥분해 소리 지르는 게 들렸다.
“이거지!”
“이 맛에 직관하는 거야!”
아스날 선수들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각자 진영에서 몸을 풀었다.
삐—익!
코치진들은 포지션별로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했다.
그중 유지우는 언제나 그랬듯 마지막으로 남아 크로스바 챌린지를 했다.
까—앙!
이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장면.
까—앙!
그러나 여전히 충격적인 장면.
크로스바와 패스를 주고받는 그의 모습은 상대 팀 감독마저 멍하니 바라보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으득.
그때, 그를 보면서 이를 꽉 깨무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페르난두 레앙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어느덧 그의 자리는 후보로 내려와 있었다.
전성기에 비하면 초라한 모습.
그런데도 그가 떠날 수 없는 건 받아주는 클럽이 없어서였다.
그는 여전히 유럽 무대에 경쟁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으니까.
‘내가 왜.’
그는 여전히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1위 연봉도 눈앞에 있는 유지우에게 빼앗겼고 클럽 내 입지도 줄어들었다.
‘젠장.’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감독과의 불화까지 빗고 있는 지금.
그는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
.
.
잠시 후.
삐—익!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가 시작됐다.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현재 리그 7위에 있었다.
전력 보강을 하며 리그 상위권을 노려봤지만, 그들의 행보는 목표와 전혀 달랐다.
– 와아아아아아!
전반 20분이 흘러가는 동안 점유율은 67 vs 33으로 아스날이 압도했다.
[지난 경기도 그렇고 오늘 경기에서도 아스날의 중원은 정말 단단해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들어올 틈이 보이질 않습니다.]중원 구성은 아스날이 압도적이었다.
선수들의 끊임없는 소통.
멈추지 않는 발.
정확한 패스와 넓은 시야.
경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워낙 좋았던 탓에, 폴 사르는 흐뭇하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흐름이 나쁘지 않군.”
“마테오랑 카이의 호흡이 올라왔으니, 빌드업을 더 세밀하게 다듬어도 되겠습니다.”
그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크리스! 조금 더 왼쪽으로! 내가 중앙으로 갈게.”
유지우는 중원 숫자 우위를 위해 중앙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뻐—엉!
유지우의 폭넓은 활동량으로 아스날의 공격 패턴은 한층 다양해졌다.
사방에서 찔러주는 스루패스.
이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붙어! 유한테 절대 기회 주지마!”
그들은 유지우가 볼을 잡기도 전부터 강하게 부딪치며 방해했다.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또 온다.’
유지우는 볼을 받기 전부터 그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다.
찰나의 순간.
그의 시야에 상대 선수, 동료들의 위치가 보였다.
동시에, 그것을 관통할 수 있는 길이 선명하게 보였다.
툭.
그는 깔끔한 퍼스트 터치로 뒤에 바짝 붙은 선수를 제치고 돌아섰다.
– 오오오오오!!!
턴으로 가볍게 제친 후에 고개를 들어 전방을 봤는데 수비벽이 빽빽하게 있었다.
그러던 중에 보이는 하나의 길.
뻐—엉!
그 길을 발견하자마자 더 들어가지 않고 왼발 아웃프런트로 쭉 밀어 패스를 보냈다.
센터백의 뒤를 지나 쇄도하는 아드리안 로마오의 보폭에 맞게 꺾이는 궤적.
[아드리안-!]철렁.
아드리안 로마오가 할 거라곤 방향만 살짝 바꿔 골대 안으로 넣는 일이었다.
[고오오오오올! 아스날이 전반 22분에 선제골을 넣습니다! 그 주인공은 아드리안 로마오입니다!] [유지우 선수의 패스와 아드리안 로마오의 마무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합니다!]세레머니가 끝나고 진영으로 돌아가는 길.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유지우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슈팅 횟수나 돌파 횟수가 적다?”
“쟤네들이 너무 달라붙어서 말이야.”
“네 쪽에 공간이 많이 안 나긴 해.”
“그러니까 다른 쪽을 노려야지.”
“그러다가 기회가 오면.”
“한 방 제대로 먹이고.”
두 선수는 서로를 보며 씩 웃었다.
* * *
뻐—-엉!
필드에는 유지우의 발이 안 닿는 곳이 없었다.
좌, 우를 종횡무진으로 돌아다녔고 틈이 날 때면 수비까지 내려가 수비 가담을 했다.
열정적인 플레이 중,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유지우 선수가 득점을 노리기보단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네요.]그의 발끝에서 쏘아지는 패스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압박이 유지우 선수에게 과할 정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럴 때는 무리해서 돌파하는 것보다는 저렇게 플레이하는 게 현명하죠.]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유지우의 위험성을 알고 일부러 유지우 쪽으로 협력 수비를 배치했다.
적으면 두 명, 많으면 네 명.
그러니 자연스럽게 다른 쪽에 생기는 공간을.
뻐—엉!
유지우는 절묘하게 이용했다.
[다시 반대로 보내는 유지우 선수! 반대 전환 패스가 오늘 경기에서 많이 나옵니다!]타다다다닷-!
단순히 패스를 찌른다고 그의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니었다.
페널티 에어리어로 대쉬하며 위협을 가하며 수비에 혼란을 주는 것도 포함이었다.
그러다가 길이 보이면.
투—웅!
어느 위치에 있든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패스가 왔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절한 높이의 로빙 패스.
패스는 라인을 뚫고 들어가는 유지우에게 정확하게 향했다.
[단숨에 라인을 무너트리는 유지우 선수–!]허공에 있는 볼.
센터백이 마크를 위해 다가오는 걸 본 유지우는.
투-웅.
가슴 트래핑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상대 선수를 가볍게 제쳤고.
투—웅!
볼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볼을 띄우며, 뒤이어 오는 선수를 솜브레로 플릭으로 한 번 더 제쳤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유지우의 화려한 개인기에 관중들은 들썩였다.
‘한 명 더.’
그리고 이어서 넛맥으로 볼을 빼내며 세 명의 선수를 단숨에 제쳐냈다.
뻐—엉!
누구의 압박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 날린 슈팅.
볼은 골키퍼 다리 사이로 지나가며.
철렁.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유지우 선수 이걸로 리그 11골 5어시스트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8경기 연속고오오오올! 깔끔한 트래핑과 치명적인 개인기! 마지막으로 깔끔한 마무리까지! 애슈버턴 그로브에 붉은 파도가 몰아칩니다!]아스날 2 – 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힌 클럽과 현재의 영광에 만족하지 않고 발전하는 클럽의 경기 전반전은.
삐—익! 삐—익! 삐—익!
금방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