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0)
필드의 외계인-30화(30/404)
제30화
7 vs 7의 홍백전.
훈련장 가운데 경계선을 그어 만든 경기장은 필드의 1/3 규모였다.
그 때문에 선수들의 간격이 좁아져서 경기 템포는 일반적인 경기의 템포보다 훨씬 빨랐다.
퍼—-억!
좁은 공간이라서 압박하는 타이밍이 빨라져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좀 살살 하자, 살살!”
살살 하자고 하면서도 살살 하는 선수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치밀하게 짜인 패스와 강력한 슈팅으로 철저하게 서로의 골문을 노렸다.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스태프들은 매의 눈으로 보며 체크했다.
“크리스티안은 발목 부상당한 곳이 신경 쓰이는지 의도적으로 왼쪽 발을 안 쓰네요.”
“레안드로는 약한 패스는 상관없지만, 강한 패스가 오면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에세키엘은 빠른 압박 상황에서도 볼 돌리는 게 저번 시즌보다 더 정확해졌습니다. 저 정도면 마르코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카드로 활용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데이터 조사관들은 선수들의 히트맵에, 닥터들은 선수들이 과거에 다친 부위에, 코치진들은 저번 시즌의 단점들이 고쳐졌는지에 집중했다.
삐익! 삐익! 삐—-익!
치열한 공방전 끝에 0 – 0으로 전반이 끝나자 세바스티안 란첼라가 벤치에 앉아 있는 유지우에게 손짓했다.
“유, 존에 가서 몸 풀어.”
“예.”
워밍업 존에 합류해서 몸을 풀기 시작하자 직원들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어? 저기, 유다.”
유스 리그에서 미친 성적을 거두며 관심을 받는 선수기에 관심도가 높았다. 엔리케 보토의 시선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지우에게 향했다.
“유의 체격이 전보다 커진 거 같군.”
그리고 달라진 점을 눈치챘다.
“현재 176cm입니다. 근육도 붙어서 피지컬이 나쁘지 않습니다.”
체격이 처음 봤을 때보다 커진 거였다.
“어려서 키가 계속 크는 건가?”
“예, 메디컬 센터 의견에 따르면 성인이 되면 180 중반은 될 거라고 합니다.”
아르헨티나에 온 뒤로 유지우의 키는 10개월 사이에 4cm가 컸다.
게다가 거친 리그에 적응하기 위해 근력 훈련도 틈틈이 한 덕분에 몸 곳곳에 근육이 붙어 보기 좋은 몸이 됐다.
스트레칭을 하는 유지우를 보고 있자 옆으로 앙헬 몰리야가 음료수를 마시며 다가왔다.
“저 꼬마예요? 보카의 어린 왕자가?”
“맞아.”
“생각보다 더 작네요.”
앙헬 몰리야가 본 유지우의 첫인상은 그저 ‘작은 선수’였다.
“잘 봐둬, 머지않아 너랑 호흡을 맞출 녀석이니까.”
“로드리고 씨가 데려오고 단장님이 그렇게까지 말하는 선수라 기대되네요.”
후반이 시작되고 5분이 흐른 뒤.
삐—–익!
볼이 라인 밖으로 나가자 세바스티안 란첼라 감독이 워밍업 존을 향해 손짓했다.
“카를로스 나오고 유가 들어간다!”
* * *
“드디어 나오는군.”
“세바스티안 감독님이 극찬했던 선수지?”
“훈련장에서 거의 산다고 하던데?”
구단 내부에서 철저한 실력주의에 냉혈한으로 알려진 세바스티안 란첼라와 엔리케 보토에게 인정을 받는 선수라 유지우의 이름은 많이 알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붉은색 조끼를 입고 투입 준비를 하는 유지우를 바라봤다.
“유.”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투입하려는 유지우를 멈춰 세웠다.
“예, 감독님.”
“별다르게 지시할 사안은 없다.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
“알겠습니다.”
유지우는 들어가기 전에 심호흡을 한 번 했고 필드를 나오는 카를로스와 터치를 한 뒤에 안으로 들어갔다.
1군 훈련에 오고 나서 첫 홍백전.
실전은 아니지만, 1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저벅.
저벅.
홍팀의 주장을 맡은 하비에르 카세로가 다가왔다.
“오른쪽 윙포워드지?”
“네.”
“이왕 나온 거 주눅 들지 말고 네가 제일 잘하는 플레이를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경기가 재개됐다.
백팀은 마르코스 무스와 훌리안 마르티네즈를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툭.
툭.
툭.
좁은 구역에서도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보내는 두 사람은 보카 미드필더 라인의 자랑이기도 했다.
“훌리안! 조심해!”
마르코스 무스가 패스하는 것과 동시에 반응한 한 선수.
촤—-악!
유지우였다.
필드가 작아진 만큼 조금만 달려도 금방 볼과 가까워졌기에 유지우는 침착하게 타이밍을 재고 있다가 단숨에 치고 나와 몸을 날려 패스를 도중에 차단했다.
“압박해!”
유지우의 다리에 맞고 흐른 볼을 잡은 하비에르 카세로는 슬쩍 웃었다.
‘눈치가 빨라. 뭘 해야 할지도 잘 알고.’
태클한 뒤, 곧바로 일어나서 빈 곳으로 달려가는 유지우를 본 거였다.
뻐—-엉!
땅볼로 라인을 뚫는 패스.
유지우는 발만 뻗어서 볼의 방향만 틀었고 압박하던 세미노의 다리 사이로 볼이 지나갔다.
‘루키한테 당할 수는!’
세미노가 손을 뻗어 돌아가는 유지우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유지우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손을 뿌리치며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모두가 ‘오오오오오!’ 놀랐다.
“놀랄 시간에 수비! 루키라고 봐주지 마!”
백팀의 수비는 에르네스토 게레라가 책임졌다.
라인 정비를 하곤 유지우를 움직임을 살폈다.
‘플레이에 망설임이 없고 과감해.’
유스 선수들은 프로 선수들과 연습할 때 기죽어서 자신의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눈앞의 선수는 달랐다.
주눅 들기는커녕 다 이기겠다는 의지를 플레이로 내비쳤다.
3m.
1m.
금방 가까워진 거리.
에르네스토는 침착하게 유지우의 행동을 살폈다.
‘오른발로 밀고 들어오는 스타일.’
툭.
‘스피드도 빠르고.’
툭.
‘언제 승부를 걸 거지?’
개인기도 뛰어난 선수기에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했다.
루키라고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
훗날 보카를 책임질 선수기에 더 철저하게 상대할 생각이었다.
‘…지금!’
유지우의 드리블 패턴을 파악하며 태클을 했다.
촤—-악!
완벽한 타이밍에 들어갔다고 생각했지만, 유지우는 볼을 발바닥으로 잡으며 정지했다.
‘이 자식.’
뒷발을 이용한 드래그 백.
이후에 쇄도하는 하비에르 카세로의 앞으로 내주는 노룩 힐 패스까지.
‘…이걸 다 보고 있었다고? 이 녀석은 뒤에도 눈이 달렸나?’
철렁-!
볼을 잡은 하비에르 카세로의 날카로운 슈팅으로 백팀의 골망은 흔들렸다.
“너 잘하잖아!”
“에르네스토를 제치다니! 제법인데?”
유지우가 에르네스토를 속이며 어시스트를 기록하자 1군 선수들은 골을 넣은 하비에르보다 유지우를 더 축하해줬다.
“이거 완전히 당했네.”
에르네스토 게레라는 골대 안에 들어간 볼을 보며 아까 유지우가 보여준 움직임을 떠올렸다.
분명히 볼을 치고 나가는 타이밍에 태클을 시도해서 막을 확률이 80%가 넘었는데 유지우는 그걸 빠른 판단으로 멈춰 세운 거였다.
‘본능적으로 내린 판단이라….’
단 한 번의 플레이로 유지우가 보여준 건 프로 수준의 센스였다.
“에르네스토, 제대로 당했네요?”
“후우.”
“분하죠?”
“엄청. 오랜만에 재미있는 녀석이 나타난 거 같다.”
방금 플레이를 본 사람들은 똑같이 생각했다.
유지우는 보카의 보물이 될 거라고.
* * *
어느덧 20분밖에 안 남은 시간.
백팀은 그 안에 어떻게든 득점을 만들어야 했다.
“이쪽!”
유지우가 중앙으로 이동해서 볼을 받는 것과 동시에 등 뒤에서 에르네스토의 압박이 들어왔다.
쿠—웅!
거대한 돌이 짓누르는 느낌.
돌아설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다시 리턴을 내줬다.
“꼬마야. 너무 설치는 건 내가 좀 곤란해서 말이야.”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세바스티안 란첼라가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나도 자존심이 있어서 아까는 서비스라고 치고! 이제는 안 뚫린다.”
그 뒤로도 에르네스토는 철저하게 유지우를 마크했다.
몸싸움으로 밀어버리고 볼도 잡지 못하게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퍼—억!
무리한 돌파로 충돌해서 넘어지자 에르네스토는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예.”
유지우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실제 경기는 이것보다 더 거칠다는 거 명심해.”
“…감사합니다.”
에르네스토는 프로의 수비를 보여줬다.
“…좀 심한 거 아니야?”
제3자가 보는 시선으로는 다소 심해 보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유지우는 오히려 이를 악물었다.
이곳까지 온 이상.
빈손으로 가긴 싫었다.
계속해서 길목을 지키는 에르네스토의 수비에 가로막히자 유지우는 다른 방안을 찾았다.
‘길이 없다면 내가 만들면 되잖아.’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걸 행동으로 옮겼다.
순간적인 스피드를 이용해 에르네스토의 수비 영역에서 빠져나와 빈 곳에서 볼을 터치하며 돌아섰다.
‘어?’
그러나 그때.
촤—–악!
발아래로 정확하게 들어오는 태클.
“아이고, 뭐가 이렇게 빠르냐? 따라가다가 허벅지 터져서 죽겠네.”
정확하게 발아래 볼을 건드는 태클의 주인은 에르네스토였다.
유지우보다 스피드는 늦었지만, 판단력은 월등했다.
어느 순간에 치고 나가는지.
어느 방향으로 턴을 하는지.
모든 것을 예상하며 사전에 길을 차단하며 막아냈다.
뻐—엉!
이어지는 역습에 결국 홍팀도 실점하며 동점이 되고 말았다.
“재미있지?”
손을 내밀며 말하는 에르네스토의 말에 유지우는 손을 잡고 일어나 살짝 웃었다.
“예.”
“오, 보기 좋은 미소네.”
.
.
.
경기 종료 직전.
어쩌면 마지막 공격이 시작될 상황에서 유지우는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올라갔다.
“하비에르!”
하비에르 카세로가 주는 패스를 받은 뒤에 돌아서려고 했는데.
쿵!
어느새 뒤따라온 에르네스토와 부딪치면서 몸이 기울었다.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늦은 거였다.
“어!”
에르네스토도 놀란 표정을 지을 정도로 강한 충돌이었다.
하지만 반칙은 아니라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스윽.
넘어지기 직전까지 유지우는 볼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범위 안이다.’
넘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
어떻게든 플레이를 이어가고 싶은 간절함에 시선은 패스할 곳을 찾았다.
‘……!’
그 뒤에 나온 행동은 본능적으로 나온 것이었다.
무게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면서 패스를 시도했다.
발을 떠난 볼은 무지개를 그리듯 허공을 갈랐다.
스르르르륵.
그러곤 전방으로 파고드는 하비에르 카세로의 앞에 자석처럼 뚝 하고 떨어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
철렁.
하비에르 카세로가 받아 골대 안으로 넣었다.
삐—–익!
휘슬과 함께 끝난 경기.
2 – 1로 홍팀이 이기자 넘어진 유지우를 향해 홍팀 선수들이 달려와 샌드위치를 했다.
“이 미친 자식!”
“너 정말 루키 맞냐?”
“마지막 그 패스는 하비에르를 보고 준 거야? 그 상황에서?”
“와아아아아아!”
에르네스토는 선수들에게 파묻힌 유지우를 보곤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 상황에서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루키가 몇이나 있을까?’
내심 든 생각은 눈앞에 있는 선수는 왠지 1군에서 계속 볼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물을 마시는 리카르도 메사에게 다가갔다.
“…이것 참, 루키한테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겠네요.”
“이제 새삼 느껴져.”
“뭐가요?”
“세대교체를 한다는 게 어떤 건지.”
1군 선수들 모두가 유지우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가장 달라진 건 세바스티안 란첼라였다.
1군 선수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는 모습, 무엇보다 마지막에 보여준 어시스트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볼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전에 생각한 계획을 떠올렸다.
“단장님을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