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00)
필드의 외계인-300화(300/404)
제300화
전반전이 끝나고 관중들은 화장실을 가거나 각자의 볼일을 봤다.
그중 펜싱 국가대표팀은 관중석 한곳에 앉은 채로 연신 감탄만 하는 중이었다.
“눈을 못 떼겠다.”
“…근데 맨유도 강팀 아니었어?”
“강팀이었지.”
“과거형이네?”
“과거에 맨유는 최고였지만, 지금은 솔직히 유로파도 간당간당하잖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몰락은 이미 한참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였던 터라, 축구를 보던 팬들에겐 익숙한 그림이었다.
“그건 그렇고 지우 선수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전반전에 그가 선보인 플레이는 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패스면 패스, 슈팅이면 슈팅, 원래 잘하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까 더 미쳤다.”
“엊그제 우리랑 같이 밥 먹은 사람 맞지?”
대단한 사람인 건 알았지만, 현장에서 그 공기를 직접 체감하니 더욱 그가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아시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그 같은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었다.
잠시 후.
팬들이 다시 자리에 앉자 선수들이 필드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스타디움이 조금씩 진동하기 시작했다.
“응?”
펜싱 국가대표팀은 당황해 주위를 둘러봤지만, 다른 팬들은 이 상황이 익숙한 듯했다.
그들은 신이 난 채로 의자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그들이 부르기 시작한 건, 한 사람의 응원가였다.
[More and more Yoo keeps on scoring (더욱더 갈망해 유가 끝도 없이 골을 넣어) Thats what we looking for (이게 우리가 기다려온 거야)More and more Yoo keeps on scoring (더욱더 갈망해 유가 끝도 없이 골을 넣어) Thats what we looking for (이게 우리가 기다려온 거야)
Yoo’s on fire Your defence is terrified (유가 불붙었어, 너희 수비는 겁에 질려!) Yoo’s on fire Your defence is terrified (유가 불붙었어, 너희 수비는 겁에 질려!) Yoo’s on fire Your defence is terrified (유가 불붙었어, 너희 수비는 겁에 질려!)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던 펜싱 국가대표팀었지만, 그들은 이내 팬들이 부르는 멜로디를 알아듣고는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라고 하는 근본 응원가.
그들은 옆 사람을 따라 함께 노래를 불렀고, 아스날의 NO. 10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뛰기 시작하자, 그들은 자신의 마음도 함께 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와아아아아아아!!!
* * *
전반전에만 2점을 실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전술적인 변화를 줬다.
여러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페르난두 레앙을 교체 투입한 것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페르난두 레앙을 투입했습니다.]그들은 4 – 3 – 3에서 4 – 5 – 1로 전술의 변화를 주며 왼쪽 윙으로 페르난두 레앙을 배치했다.
“페르난두!”
37세의 나이.
은퇴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필드 위에서 그만의 존재감을 표출하는 선수였다.
경기 시작 직후.
볼 소유권을 가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침착하게 빌드업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커스 코널리가 그에게 패스를 준 순간.
타다다다닷-!
유지우가 타이밍을 보고서 순식간에 상대와의 거리를 좁혔다.
페르난두 레앙이 볼을 받기 직전.
퍼—억!
유지우는 그와 부딪쳐서 균형을 흔들었고, 그로 인해 볼 터치가 살짝 길어지도록 만들었다.
“젠장!”
그 결과, 유지우는 어깨를 먼저 집어넣으며 볼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볼을 빼앗는 유지우 선수! 페르난두 레앙이 포기하지 않고 다시 빼앗아 오려고 하지만!]스르르륵.
유지우는 드래그 백으로 태클을 깔끔하게 피해내며 페르난두 레앙의 허를 찔렀다.
[깔끔하게 페르난두 레앙을 벗겨냅니다! 그리고 측면으로 볼을 치고 달리는 유지우 선수! 앞에 마이클 깁슨이 압박을 오는데요!]전반전부터 바짝 붙어서 수비하던 마이클 깁슨보다 유지우의 속도가 빨랐다.
투—욱.
유지우는 볼을 마이클 깁슨의 왼쪽으로 보내고는 오른쪽으로 속도를 살려 돌아나가며 그를 완벽하게 제쳐냈다.
– 오오오오오!!!
단숨에 두 명의 선수를 제치는 모습에 아스날 팬들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유지우의 탈압박은 매일 봐도 새로움을 줬다.
스윽.
유지우는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연 후에 골대 쪽을 바라봤다.
‘쇄도하는 건 아드리안 하나인가.’
반대에서 스타트한 마틴 그라임스에게 패스하기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볼을 끌면서 타이밍을 맞춰도 되겠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 백업이 이뤄지기 전에 처리해야 했다.
뻐—엉!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 공간으로 절묘하게 찌른 스루패스.
아드리안 로마오는 수비수들의 압박을 뿌리치며 발을 뻗어보려 했지만.
촤—-악!
그보다 한발 먼저 아드낭 드루프가 몸을 날려 볼을 막아냈다.
[아드낭 드루프의 세이브-! 빠른 판단으로 골대를 비우고 안전하게 볼을 잡아냅니다!] [와,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문장답습니다! 전반전에도 이 선수가 없었다면 2점보다 더 많은 점수가 났을 겁니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이자 상징.
그의 존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위로가 됐다.
‘문제는 아드낭이네.’
유지우도 멀리서 그걸 보며 발걸음을 돌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가장 까다로운 점.
그건 바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골키퍼가 버티고 있다는 거였다.
* * *
60분.
후반전이 지나가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몇 차례 기회를 만들긴 했다.
그러나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그들의 슈팅은 골대 옆 그물을 흔들거나 골키퍼 정면으로 가며 득점을 하지 못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골 운도 따라주지 않습니다!]페르난두 레앙이 공격을 주도했지만, 유지우의 수비에 번번이 막히고 말았다.
“…그만 좀 쫓아오지?”
페르난두 레앙의 지긋지긋하다는 말에도 유지우는 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볼만 쫓고 있었다.
라인 아웃이 되기 직전.
촤—악!
몸을 날리며 라인 위에서 간신히 볼을 살려냈다.
[볼을 가져오는 아스날! 유지우 선수에게 페르난두 레앙이 접근합니다!]아직 몸을 다 일으켜 세우기 전.
페르난두 레앙이 빠르게 다가왔다.
‘난 아직 죽지 않았어.’
페르난두 레앙은 유지우를 막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했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막지 못하면 차라리 볼이랑 같이 라인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판단을 세웠다.
3m.
2m.
1m.
자신의 계획대로 상황이 만들어지기 직전, 유지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툭.
‘오른쪽.’
탓.
‘왼쪽.’
그는 섣부르게 발을 뻗지 않았다.
유지우의 발아래에 시선을 고정하며 집중했고 타이밍을 재고 뻗었다.
탓, 타닷.
이때 유지우의 발이 움직였다.
그의 주 개인기 중 하나인 라 크로케타.
유지우의 발에 착 달라붙은 볼은 어느덧 페르난두 레앙의 옆을 지나갔다.
‘어딜-!’
페르난두 레앙을 이를 악물고 어깨를 집어넣었다.
무릎에 무리가 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에 뚫리면 자신이 설 자리는 더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아.’
그러나 그러한 간절함에도 유지우는 침착함을 잊지 않았다.
그는 벌어진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는 넛맥을 시도했다.
– 와아아아아아!!!
환호성과 함께 멀어지는 등.
페르난두 레앙은 끝까지 쫓아갔지만.
철렁.
흔들리는 골망을 보고 발을 멈추고 말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문장을 뚫고 유지우의 두 번째 골이 나오는 순간.
페르난두 레앙은 고개를 떨궜다.
* * *
아스날 3 – 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차이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절함도 아스날의 간절함보다 부족했다.
뻐—엉!
[마틴 그라임스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납니다!] [아스날이 거의 반코트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리로이 감독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어내긴 해야 하는데… 아스날의 후방에 틈이 나오질 않아.’
전술 변화를 주며 다양한 패턴의 빌드업으로 혼란을 주려고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그의 고민이 깊어질 무렵.
탁.
볼은 다시 유지우의 발아래로 갔다.
“붙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방비하고 있었다.
유지우에게 볼이 가는 빈도가 높았으니까.
그렇게 그의 주위에 세 명의 선수가 자리를 잡았다.
돌파할 공간이 좁아진 상황.
유지우는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순간, 그의 눈에 길이 보였다.
투-웅.
볼을 살짝 띄워 태클을 피했고.
타닷.
플리플랩으로 두 명을 제쳐냈다.
다른 곳에 공간을 줘도 유지우에게는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듯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아스날 선수들이 아니었다.
아드리안 로마오.
마틴 그라임스.
두 선수는 공간을 넓히며 볼을 받을 준비를 했다.
[패스를 보낼 길도 막으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평소의 유지우였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패스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심한 데 반해, 동료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나 어쩐 일인지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수비수들을 상대로 발휘하고 있는, 절정의 집중력.
이 흐름을 깨뜨리지 않고 그대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느낌이 든 것이다.
‘할 수 있어!’
유지우는 볼 하나 간신히 나갈 좁은 공간에서 신들린 드리블을 보여줬다.
몇 cm라도 오차가 나면 그대로 빼앗길 공간.
그곳에서 유지우는 신중히 드리블했고.
이어서, 수비진을 모조리 뚫어냈으며.
철렁.
끝내 골망을 흔들어냈다.
총 다섯 명의 선수를 제쳐내는 데 성공한 엄청난 골이었다.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리그 13골 6어시스트! 그리고 컵 대회까지 포함하면 무려 공격 포인트 22개를 기록하며 목표로 했던 100개 공격 포인트로 성큼 다가갑니다!] [방금 플레이는 정말! 그가 왜 유럽 최고의 선수이자 신에게 도전하는 선수임을 증명하는 플레이였습니다!]유지우는 유니폼 엠블럼에 키스하는 세레머니를 했다.
팬들은 그 모습을 보며 환호했다.
그리고 팬들은 그런 에이스를 향해 응원가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3골 1어시스트.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를 증명하며 경기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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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아스날 선수들은 팬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지우는 필드를 떠나기 전.
저벅.
관중석 쪽으로 걸어가 유니폼을 내밀었다.
“구경은 어땠어?”
유니폼을 받은 사람은 최다빈이었다.
“다들 넋 놓고 보더라.”
“재미있었다면 됐어.”
유지우가 웃자 최다빈도 같이 웃음을 지었다.
마냥 동생처럼 느껴졌던 애가 어느덧 커서 어엿한 남자로 느껴졌다.
“다들 재미있게 보셨으면 다행입니다.”
펜싱 국가대표팀도 그런 유지우에게 수고했다며 이야기했고, 곧이어.
“유…. 사인 부탁드려도 되나요?”
팬들이 유지우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을 보며 유지우는 활짝 웃으며 펜을 건네받았다.
“당연하죠.”
경기가 끝난 후의 유지우의 습관이었다.
이렇게 팬들을 만나 사인을 해주는 건.
그렇게 관계자가 말리러 올 때까지 유지우의 펜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펜싱 대표팀은 그런 그를 보고서 연신 속으로 감탄했다.
‘최고의 선수.’
위에 올랐음에도 오만하지 않고 겸손한 그의 태도에 그들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
* * *
아스날은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도 3연승을 거두며 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시간은 어느덧 10월이 됐다.
월드컵 진출을 확정 짓고 난 후, 첫 A매치 데이라 한국에선 월드컵을 대비해 높은 수준의 상대를 물색했다.
대한민국 vs 이탈리아.
대한민국 vs 브라질.
2연속으로 월드컵 진출을 한 나라와의 경기라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거웠다.
그로부터 며칠 후, 리그 9라운드와 10라운드도 종료되며 유지우의 귀국이 정해졌다.
【 30개 공격 포인트 벽을 넘은 유지우, 당당히 귀국길에 오르다. 】
리그 17골 8어시스트.
컵 6골 2어시스트.
총 23골 10어시스트 [총 33개]
유지우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한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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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서울의 한 한식당.
대표팀 감독 주앙 달루트와 주장 김기하는 만나서 가벼운 식사 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결정에 변함은 없지?”
“네, 전 이번 10월 A매치 데이가 끝나면 은퇴하겠습니다.”
김기하는 사실상 대표팀에 소집되어도 주전으로 나오는 경기는 이제 거의 없었다.
이제 김우일이나 최남일 등 다른 젊은 선수에게 자리를 빼앗긴 것이었다.
“아쉽군.”
“저도요. 하지만 서서히 빛을 내는 대표팀에 저는 더는 어울리는 선수가 아닙니다.”
“…….”
“전 그저 변화하는 대표팀에 바통을 전하는 역할이었으니까요.”
김기하는 누구보다 자신의 처지를 잘 알았다.
그리고 동료에게 신뢰를 줄 실력도 없다는 것도.
그래서 마음을 싹 비웠다.
그동안 대표팀이 변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것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자네의 빈자리가 느껴질 거야.”
“잠깐일 겁니다. 금방 저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겠죠.”
“주장은.”
“완장은 지우에게 전해주세요.”
“이미 모두가 그렇게 결정했으니, 그건 어렵지 않을 거다.”
음식을 어느 정도 먹고 주앙 달루트는 김기하를 보며 말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