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01)
필드의 외계인-301화(301/404)
제301화
유지우가 한국으로 입국하고 이틀이 지났다.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유지우는 푹 쉰 뒤, 파주 국가대표 캠프장에 합류했다.
“선배님-!”
숙소 입구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반겨준 건 막내 강현오였다.
“잘 지냈어?”
“네! 제가 짐 들어드릴게요!”
“됐어, 내가 들고 가면 돼.”
“제가 하고 싶어서요!”
강현오는 캐리어를 끌고 가려 했지만, 유지우는 끝내 캐리어를 다시 자신의 손으로 가져왔다.
그러자 강현오는 그 뒤를 쭐레쭐레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 제가….”
두 사람은 함께 수다를 떨며 못다 푼 회포를 잠시나마 풀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방에 도착했을 때, 유지우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
“너 유벤투스랑 계약 얘기 있던데, 정말이야?”
강현오는 K리그를 씹어먹으며 유럽 진출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지난 아스날 아시아 투어 때 이후로 강현오는 에이전트를 통해 해외 진출의 뜻을 밝혔고 여러 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유벤투스와 가장 강력한 링크를 띄우는 중이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요.”
“긍정적이라는 소리야?”
“네, 그쪽에서도 잔루카 안토니치가 이적하는 바람에 수비 구멍이 생겼잖아요. 제가 그 자리를 채워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 거 같더라고요.”
“이탈리아라면 수비수로 성장하기 좋지.”
“재민 선배님도 추천해주셨어요.”
이미 2년 전, 세리에A AS로마로 이적한 대한민국 대표 수비수 김재민이 강현오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
“이탈리아로 가면 재민이 형도 있으니까 지내는 데 불편한 건 없겠네.”
“그래서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에요.”
강현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다른 선수들이 하나둘 유지우의 방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지우는 모두와 인사한 후, 짐을 다 풀었고.
똑똑.
마지막으로 방에 방문한 코치를 반겨주었다.
“30분 뒤에 1훈련장으로 오면 된다.”
“알겠습니다.”
“뭐 필요한 건 없지?”
“당장은 없습니다.”
“그러면 준비해서 이따가 보자.”
“네.”
짐 정리를 끝내고 훈련장으로 가자, 그곳엔 선수들이 훈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 에이스께서 오셨군!”
“에이스는 무슨. 이제 다음 세대 주장이시잖아.”
“이거 잘 보여야겠네.”
“…다들 저 놀리는 거죠?”
“이런. 발만 빠른 게 아니라 눈치도 빠를 줄이야.”
유지우는 오랜만에 보는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삐—익!
“훈련 시작한다!”
그 후.
국가대표팀은 월드컵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 * *
국가대표팀 분위기는 좋았다.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이미 연령대 대표팀에서 안면이 있던 선수들이라 금방 친해졌다.
“지우야.”
유지우는 차선호를 비롯해 친한 선수들과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또 공포 30개 넘겼다며?”
“그렇게 되더라고요.”
“이러다가 진짜 100개 넘기는 거 아냐?”
“그러려고 노력 중이죠.”
“이걸 진지하게 답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신기하네… 역시 갓지우는 갓지우야.”
“그니까. 우리 엄마는 나 30개만 넘겨도 집앞에 현수막 걸었을걸?”
“현수막으로 되겠어요? 동네 사람들 다 불러서 잔치라도 해야지.”
국가대표팀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건 유지우였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선수.
국가대표 선수들은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지우는 그냥 어나 더 레벨인 거지. 공포 100개는 게임에서나 가능한 스탯 아니야?”
“선호 형도 잘하고 있잖아요.”
“황송합니다. 갓지우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3골 10어시스트로 소소하게 분데스리가 도움 1위를 하고 있지요. 에헴.”
“…말해주길 기다렸구나?”
“야, 이렇게 안 하면 내가 네 앞에서 어떻게 자랑해?”
대한민국의 스타는 유지우만이 아니었다.
차선호가 그 뒤를 이어 분데스리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1위 바이에른 뮌헨.
2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3위 레버쿠젠.
차선호는 레버쿠젠을 분데스리가 3강으로 만든 주역이었고 그 덕분에 분데스리가에서 최고의 어시스터로 불리고 있었다.
“선호도 끝내주는 시즌을 보내고 있는 건데… 지우 옆에 있으니까 어쩐지 임팩트가 약해 보이네.”
“지우가 비정상이지, 저 기록을 어떻게 쫓아가?”
“그래, 지우가 이상한 거라니까. 우리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응, 외계인은 논외지.”
“…왜 얘기가 제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거죠?”
유지우와 선수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진행된 오후 훈련.
선수들은 땀을 흘리며 주앙 달루트의 지시대로 움직였고 곧 필드 위에는 선수들의 땀으로 적셔졌다.
.
.
.
훈련이 끝나고 밤.
밥을 먹은 유지우와 김기하는 테라스에서 바람을 쐬며 이야기를 나눴다.
“주장 바뀌는 거 알고 있지?”
“예.”
“드디어 이 시기가 됐구나.”
“…이왕이면 형이랑 같이 월드컵 가고 싶었어요.”
“난 저번 월드컵을 경험한 걸로 만족해, 그때 8강까지 갔잖아.”
대한민국의 암흑기에 월드컵 8강이라는 성적.
그건 김기하의 자랑이었다.
“지우야.”
“예.”
“많이 힘들겠지만,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아쉽지 않으세요?”
유지우의 물음에 김기하는 밤하늘을 보며 씩 웃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해, 내 그릇은 작아서 더 큰 꿈을 담기엔 부족하거든.”
유지우는 김기하의 얼굴을 마주 보지 못했다.
그 힘든 시절.
팬들이 날 선 비난을 해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그에게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뒤는 맡길게.”
“믿어주세요. 이번 월드컵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성과를 낼 테니까요. 그리고.”
씩.
“형님이 지켜낸 대표팀을 가장 빛나게 하겠습니다.”
“기대할게.”
암흑기를 버텨낸 주장과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줄 주장.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 * *
【 대한민국 vs 이탈리아, 월드컵을 향한 첫걸음. 】
경기가 있기 3일 전, 이탈리아 선수단이 한국으로 입국했다.
그들은 정해진 훈련장에서 경기를 준비했고 어느덧 경기는 하루를 남겨두고 있었다.
– 이탈리아가 월드컵이라니 살다 살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ㅋㅋㅋㅋ
– 유럽 티켓 경쟁 개빡셌는데 드디어 따네.
– 몇 년만에 월드컵 진출이냐?
– 10년도 넘게 걸렸을걸?
– 이번 세대에 마테오랑 알베르토가 미쳤지.
– 로베르토 키에사도 지려.
이탈리아는 월드컵 티켓과 인연이 없었다.
2018.
2022.
2026.
2030.
네 번의 탈락으로 월드컵을 갈망하던 그들은 마침내 황금세대를 배출하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2034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 형들 승률 어떻게 봄?
– 6 vs 4라고 봄.
– 어디가 6?
– 이탈리아가 6.
– 그래도 한국이 4나 되네 갓지우 후광효과 달달하다 ㄹㅇ.
– 갓지우 없었으면 2 이하일 듯.
서울 상암 월드컵 관중석은 6만여 명의 관중들로 가득 채워졌다.
대한민국 vs 이탈리아.
오랜만에 보는 강팀과의 대진이라 관심이 뜨거웠다.
시청률도 역대급으로 기록됐고.
– 와아아아아아아!!!
선수들이 워밍업하는 장면에서는 환호성이 나왔다.
잠시 후, 선수들은 워밍업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주앙 달루트 감독은 오늘 사용할 전술에 관해 이야기했다.
“여기서는….”
사전에 이야기했던 거라 중요한 부분만 짚어줬다.
그는 입장 시간이 다 되자 선수들을 봤다.
“이탈리아는 월드컵 4강에 들 정도로 강한 전력을 가졌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들도 이 부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도 밀리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는 지난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고 점점 성장해 그때보다 나아졌으니까.”
주앙 달루트는 작전판을 옆으로 밀며 이어서 말했다.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너희들이 그동안 한 노력이 헛된 게 아니라는 걸 필드에서 증명할 시간이다! 가자!”
월드컵에서 가장 높은 곳을 목표로 그동안 준비한 국가대표팀의 첫선을 보일 때였다.
“후우.”
선수들은 라커룸을 나가 터널로 갔다.
이때, 유지우는 팀 동료 마테오 크리스단테와 눈이 마주쳤다.
씩.
서로 말은 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경기가 끝나고 얼마든지 나눌 수 있으니까.
* * *
4 – 5 – 1의 대한민국.
4 – 4 – 2의 이탈리아.
두 클럽의 스타일은 달랐다.
대한민국이 공격적인 작업을 우선으로 한다면 이탈리아는 수비적인 작업을 우선으로 했다.
퍼—억!
수비의 본고장 격인 이탈리아의 견고한 벽을 대한민국 스트라이커 조정후가 뚫기엔 어려워 보였다.
[조정후 선수가 들어갈 틈이 보이질 않습니다.] [마시모와 주페세의 수비 조직력이 대단합니다. 수비진에서 두 선수의 존재감이 엄청나요.]마시모 페라리스.
주세페 아스토리.
두 선수 모두 유벤투스의 센터백 라인을 맡은 선수라 호흡이 찰떡이었다.
“마시모, 유의 패스가 날카로워.”
“좌우로 흔드는 것보다 중앙으로 찌르는 비율이 높다니까 그 부분을 중점으로 수비하면 되겠어.”
“그러면 그 위치에서는….”
두 선수는 끊임없이 소통하며 대한민국의 공세를 막아냈다.
오래전부터 빗장수비라는 단어로 막강한 수비를 보여준 그들의 성벽은 예상보다 더 견고했다.
촤—악!
태클이면 태클.
퍼—억!
몸싸움이면 몸싸움.
어느 것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이대로 당하기만 할 거예요?”
볼이 잠깐 나간 사이에 유지우는 조정후에게 다가가 얘기했다.
“…무슨 돌에 부딪히는 느낌이야.”
“쟤네 수비력 좋으니까 몸으로 부딪치는 것보다 침투 위주로 하라고 했잖아요.”
조정후는 주앙 달루트가 지시했던 걸 절반도 이행을 못 하고 있었다.
이기지도 못하는 무리한 몸싸움을 반복해 주도권을 빼앗기는 빈도가 높았다.
“미안.”
“저한테 사과할 필요야 없죠. 그보다 경기에 집중해요. 계속 페이크를 주면서 들어갈 타이밍을 잡아요.”
“…그래,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오는 거 같다.”
“패스는 어디서든 제가 찔러줄게요.”
대한민국이 유지우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갈 때.
이탈리아는 조직력을 앞세운 전술로 나왔다.
후방부터 시작되는 빌드업.
그 중심에는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있었다.
뻐—엉!
그의 패스가 눈 깜짝할 새에 필드를 가르며 최전방으로 도달했다.
김재민을 중심으로 수비라인을 구성한 대한민국의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한 선수.
“…제길!”
김재민이 이를 악물고 쫓아갔다.
거의 다 접근해 슈팅을 방해하려고 할 때.
‘어?’
눈앞에 있던 로베르토 키에사가 점프를 뛰었다.
[오오오-! 단번에 진영을 꿰뚫는 마법 같은 패스!!! 로베르토 키에사가 가슴 트래핑으로 받고 그대로 발리이이이!!]뒤에서 오는 압박에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시도한 슈팅.
오른쪽 구석으로 향한 볼은 그 끝에서 밖으로 꺾여 아웃이 됐다.
– 오오오오오!!!
간담이 서늘한 광경.
이 패턴은 이탈리아의 강점 중 하나였다.
[아웃이 됐지만 좋은 시도! 마테오 크리스단테와 로베르토 키에사의 호흡!!!] [네! 유럽 예선에서도 저 패턴으로 스웨덴부터 프랑스를 무너트린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저런 부분을 조심해야 합니다!]로베르토 키에사.
이탈리아 피오렌티나의 스트라이커이자 작년 세리에A 득점 랭킹 3위인 선수.
그는 22세의 나이에 이탈리아 국가대표 주전이 될 정도로 뛰어난 득점력을 가지고 있었다.
* * *
이탈리아의 수비는 견고했고 공격은 치명적이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골대까지 단숨에 연결되는 패스는 상대 입장에선 공포와도 같았다.
이탈리아의 우위로 진행되는 경기.
보는 관중들도 내심 걱정이 됐다.
어떻게 보면 미리 보는 월드컵이라 결과를 내길 바랐다.
30분.
40분.
전반전의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갔고 점유율도 점차 벌어졌다.
71 vs 29.
빌드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밀리고 있었다.
“…….”
주앙 달루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필드를 봤다.
이탈리아의 공격을 끊어내고 잡은 소중한 역습 기회.
그것을 선수들이 살려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Go-!”
이탈리아 진영이 올라온 틈에 뒷공간으로 쇄도하는 유지우를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쫓았다.
뻐—엉!
“지우–!”
김우일은 볼을 빼앗고 전방으로 패스를 찔렀다.
유지우 근처에 몰린 두 명의 선수.
그들을 보고 유지우는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페인트를 줬다.
[대한민국의 역습 기회! 볼이 향하는 곳은 유지우 선수-! 하지만 이탈리아의 수비가 금세 따라붙습니다!]퍼—억!
먼저 몸을 부딪치며 균형을 흔드는 마테오 크리스단테.
그때, 양옆으로 윙어들이 중원으로 올라오며 수비를 좀 더 견고하게 했다.
이탈리아의 수비 패턴.
바로 중원을 두텁게 만들며 중앙 밀집형 전술이었다.
툭.
유지우는 퍼스트 터치로 볼을 살짝 틀었다.
그가 시도한 바디 페인팅으로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자세에는 균열이 살짝 생겼고.
유지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볼을 다리 사이로 빼내는 데 성공했다.
– 오오오오오오!!!
[가까워지는 골대–! 이탈리아의 센터백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센터백들이 벽을 세운 것을 보고 유지우는 드리블을 멈췄다.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수비진.
그들을 뚫어내는 방법은 생각 외로 간단했다.
그들이 붙기 전에 빠르게 볼을 처리하는 것.
뻐—-엉!
왼쪽 구석으로 때린 중거리 슈팅.
레이저처럼 빠르게 날아간 볼은 골키퍼의 손을 피해.
철렁.
그물을 찢을 듯 흔들며 구석에 꽂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유지우 선수의 고오오오오올! 대한민국의 가장 날카로운 창이 유럽의 방패를 뚫어냅니다!]중원이 압도당했으나 축구는 점유율이 높다고 이기는 게임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골을 넣어라.
이것이 축구라는 스포츠의 가장 간단한 룰이었고 그 룰에 충실한 선수가 바로 유지우였다.
쪽.
유지우는 가슴에 있는 태극마크에 키스하며 포효했고.
대한민국 1 – 0 이탈리아.
유럽 무대를 휩쓴 최고의 창을 보유한 한국 대표팀은 유럽 최고의 방패를 상대로 앞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