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02)
필드의 외계인-302화(302/404)
제302화
대한민국 vs 이탈리아.
이 경기가 유독 주목을 받은 것은 두 팀이 모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국가였기 때문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국가들인 만큼 두 팀이 펼치는 경기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대한민국 1 – 0 이탈리아.
대한민국이 먼저 리드를 잡았다.
유지우의 시원한 중거리 슛을 본 관중들은 연신 감탄하기 바빴다.
“…와, 이거 실화야? 대한민국이 선제골을?”
“갓지우가 있어서 골을 넣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넣을 줄은 몰랐어.”
“중거리가 거의 대포네 대포.”
유럽 최고의 방패라고 불리는 이탈리아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자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지우 선수의 득점으로 대한민국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리드를 가져옵니다!] [역시 유지우 선수가 있는 대한민국은 다릅니다. 저 선수 한 명이 주는 영향력은 경기 결과 자체를 뒤집을 힘이 있습니다!]혼자의 힘으로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선수를 보유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경기를 보는 이들은 똑똑히 깨달을 수 있었다.
퍼—억!
하나 이탈리아 측에서 그런 선수를 가만히 둘 리 없었다.
그들은 1분 1초도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듯 유지우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유니폼은 엉망이 됐고, 계속된 태클에 유지우는 여러 차례 필드에 주저앉아야만 했다.
그래도 유지우의 눈은 죽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그럴수록 눈을 더 빛내며 볼을 쫓았다.
‘점점 지우를 향한 견제가 거칠어지고 있어.’
뒤에서 보던 김우일이 그들의 흐름을 눈치챘다.
‘그렇다면.’
그는 사이드로 공간을 넓히며 유지우에게 가하는 압박을 분산시키려고 했다.
강예수와 차선호.
유지우에 미치진 못했지만, 두 선수도 각 팀에서 주전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그들이 볼을 소유하는 것 역시 이탈리아에게 압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차선호 선수가 길게 올린 크로스-! 반대 사이드에서 들어오는 강예수 선수의 발리-!] [아아아아아! 저게 빗나갑니다! 골대 위를 넘어가는 볼! 대한민국에겐 아쉬운 기회가 날아갑니다!]선제골 이후에 서서히 살아나는 대한민국의 플레이.
이탈리아는 수비 조직력을 강화해 그 틈을 없애고자 했다.
“더 타이트하게 운영해! 유가 설치지 못하게!”
그리곤 볼을 탈취해 후방에서부터 차분하게 빌드업을 전개하며 위협적인 기회들을 가져갔다.
“루카!!!”
그들은 중앙에서 막히자 공격 방향을 사이드로 변화를 줬다.
오른쪽 윙어인 루카 파롤리에게 향한 볼.
그는 전반 초반부터 위협적인 기회를 만든 선수였다.
그걸 아는 김우일을 비롯해 왼쪽 풀백인 최민연이 바짝 그에게 붙어서 수비했다.
뻐—엉!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드리블하다가 컷백을 찔러주며 볼을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보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그곳으로 오는 선수는 마테오 크리스단테였다.
위협적인 중거리를 보유한 선수.
그 실력은 이미 소속팀 아스날에서도 입증된 바가 있었다.
유럽 예선에서도 3골을 기록할 만큼, 그는 대표팀에서 그 능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가 동료로부터 볼을 받으려던 순간.
그는 옆에서 들어오는 한 선수를 발견했다.
‘유!’
발을 뻗으며 수비를 하려는 건 유지우였다.
‘너라면 올 줄 알았어.’
그의 압박이 올 거라고 알고 있던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침착하게 슈팅을 시도했다.
뻐—엉!
일직선으로 쭉 뻗는 궤적.
까—앙!
그런데 살짝 뜨면서 크로스바를 맞추고 말았다.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아래로! 강인우 선수가 몸을 날려 잡아냅니다!]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을 본 후.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옆에 있는 유지우를 봤다.
“…건드렸어?”
“무릎에 살짝.”
“하아.”
분명히 안 닿은 줄 알았다.
근데 예상한 것보다 살짝 뜬 궤적.
유지우의 무릎을 스치며 궤적이 미세하게 틀어진 것이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잠시 후.
삐익-! 삐익-! 삐—익!
전반전이 종료됐다.
* * *
이탈리아 라커룸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1점 리드를 빼앗긴 채, 전반전을 마무리했으니 당연했다.
“이게 뭐 하자는 거지? 너희들 월드컵 나가서도 이럴 거야? 친선경기라곤 하지만 월드컵이라고 생각하라고 했잖아!”
이탈리아 국가대표 선수들은 표정이 밝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는 유만 주의하면 된다고 했지? 모든 공격은 그 녀석의 발끝에서 시작된다고!”
마르시오 감독은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비 조직력 부분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었지만, 결국에 실점을 한 만큼 계획이 틀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테오.”
“네.”
“여기서 유를 가장 잘 아는 건 너다. 네가 움직임을 읽고 통제를 해야 해.”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로베르토!”
“옙!”
“움직임은 깔끔했어, 유효 슈팅도 기록하고! 하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 스트라이커로서의 가치는 없다는 걸 명심해라.”
“후반전에는 반드시 역전해보겠습니다!”
그 후로도 여러 이야기를 했다.
후반전에는 어떤 변화를 줄지.
유지우를 어떻게 막을지.
그는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해주며 승리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었다.
곧이어 입장 시간이 다 되자 마르시오 감독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대한민국은 월드컵에서 경쟁할 팀이다. 월드컵이라고 생각하고 절대 지지 마! 월드컵 결승이라고 생각하고 뛰어!”
이탈리아는 역전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질 순 없었다.
무려 16년을 기다린 월드컵이라는 무대.
패배를 한 채 입성하고 싶지는 않았다.
* * *
– 와아아아아!
후반전이 시작됐다.
[오, 시작하자마자 이탈리아가 공격적으로 전술을 변화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후방에서 천천히 전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그들은 지고 있다고 급하게 전개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불리할 때라도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할 수 있어야 했기에 그것에 집중했다.
“공간을 넓게 벌려! 한국의 압박을 분산시켜!”
대한민국의 강한 압박을 본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뒤에서 경기를 적절하게 조율했다.
“빠르게! 받아주러 가고! 고립되지 마!”
아스날에서도 3선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어서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투—욱.
어떨 때는 약하게.
뻐—엉!
어떨 때는 강하게 주며 패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와.’
그런 그를 보고 김우일은 적잖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포지션의 선수.
유럽에서 이름을 날리는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보니 눈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넋 놓고 보고만 있을 거야?”
그의 정신을 차리게 한 건 김재민이었다.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어.”
“너도 할 수 있잖아?”
“응?”
“패스 능력은뒤지지 않는다고 보는데?”
“…그래?”
“그러니까 바이에른 뮌헨에서 제의가 오는 거잖아.”
김우일도 재능이 뛰어난 선수였다.
여러 클럽에서 관심을 표명할 정도로.
“자신감 가져. 지우가 경기 전에 했던 말, 벌써 잊은 거야?”
김재민의 말에 김우일은 필드로 나오는 길에서 유지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형이 뒤에서 든든하게 있어 주니까 제가 앞에서 뛸 수 있는 거예요.’
‘지우야.’
‘형도 전혀 밀리지 않아요. 그러니까 주눅 들지 말고 할 수 있는 걸 해요.’
팀원들의 믿음.
김우일은 심호흡을 하고 전방을 바라봤다.
.
.
.
경기는 점점 더 치열해졌다.
아무리 친선경기라도 월드컵을 대비한 경기기에 얻어가는 게 있어야 했으니까.
삐—익!
주심의 휘슬도 전반전보다 더 많이 들렸고 양 팀의 유효 슈팅 수도 늘어갔다.
까—앙!
[아아아아! 유지우 선수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맞고 라인 아웃됩니다!] [정말 좋은 시도였는데 아쉽게 됐네요. 궤적이 살짝 높았습니다!]유지우는 끊임없이 이탈리아의 골문을 노렸지만, 마테오 크리스단테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굳건한 성벽이 유지우의 슈팅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게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대한민국이 공격하는 만큼 이탈리아 또한 역습 전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촤—악!
그러던 중, 그들은 강예수에게서 볼을 탈취해 역습을 전개했다.
“마테오!”
대한민국 라인이 올라온 사이, 뒤에 생성된 공간.
그 공간을 본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뻐—엉!
원터치 로빙패스로 한 타이밍 빠르게 볼을 넣어줬다.
로베르토 키에사가 볼을 쫓아갔고 김재민이 그 뒤를 따랐다.
타다다다닷-!
두 선수의 주력은 비슷했다.
김재민은 수비수 중에서도 주력이 빠르기로 유명해서 로베르토 키에사와 경쟁이 됐다.
‘따라잡았다.’
그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몸으로 밀어붙이며 유리한 위치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툭.
로베르토 키에사는 김재민에게 밀려 넘어지면서도 볼에 대한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다.
자세가 무너지는데도 골키퍼의 위치를 보며 살짝 방향만 튼 슈팅.
촤—악!
강인우가 다리를 찢으며 몸을 날렸으나.
철렁.
볼은 뒤로 흘러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이걸 넣는 로베르토 키에사-! 몸이 무너지면서도 끝내 슈팅을 하며 강인우 선수를 완벽하게 속였습니다!] [와, 정말 득점력이 대단합니다. 저런 동작이면 속을 수밖에 없죠.]로베르토 키에사는 앞으로 고꾸라졌지만, 낙법으로 일어나 진영으로 달려갔다.
“역전 가자-!”
이탈리아의 공격 에이스 로베르토 키에사.
유지우와 마찬가지로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할 10인 중 한 명이었다.
* * *
70분.
남은 시간은 20분.
대한민국 1 – 1 이탈리아.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두 국가의 대결은 어느덧 한 점 싸움이 됐다.
“지우야!”
대한민국은 유지우에게.
“마테오!”
이탈리아는 마테오 크리스단테에게.
각자 경기를 리드할 수 있는 선수에게 볼을 집중시키는 빈도가 높아졌다.
“선호 형!”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탈리아에게 더 혼란을 줬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유지우에게 압박 강도가 높아지자 오른쪽 윙어인 차선호와 스위칭을 시킨 것이다.
그렇게 양 팀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오갔고.
75분, 80분, 85분, 90분.
정규 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다 지나갔다.
사람들은 서서히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다.
그러다가 먼저 기회를 잡은 건 이탈리아였다.
대한민국이 라인을 올려 공격을 하는 틈에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볼을 잘라냈다.
“달려!”
그리곤 전방으로 길게 롱패스를 찔렀다.
[아-! 역습입니다! 이탈리아의 역습! 대한민국이 라인을 올리고 있어서 백업이 늦습니다!]마테오 크리스단테의 벼락같은 패스가 단숨에 왼쪽 깊숙이 연결됐다.
그곳까지 내려가 있던 로베르토 키에사가 잡는 순간.
촤—악!
들어오는 태클 하나.
[유지우 선수-!] [엄청난 속도입니다! 로베르토 키에사를 단숨에 따라잡으며 태크으으으을!]역습 때부터 전력으로 달려온 유지우가 몸을 날려 태클로 볼을 빼냈다.
“헤이-!”
로베르토 키에사는 양쪽으로 손을 펼치며 주심에게 반칙이 아니냐고 어필했으나, 주심은 정당한 플레이라고 판단했다.
[다시 소유권을 가져온 대한민국! 유지우 선수가 오른쪽 측면으로!!!] [폭발적인 스피드에 이탈리아 선수들이 잡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추가 시간도 어느덧 다 지나가고 있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마지막 공격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경기를 보는 관중들의 손에는 어느덧 땀이 흥건해지고 있었다.
유지우는 침착하게 드리블하며 전방을 살폈다.
타다다닷-!
그때 옆에서 무섭게 거리를 좁혀오는 마테오 크리스단테.
몸이 거의 부딪칠 무렵.
뻐—엉!
전방 상황을 살피던 유지우는 크로스를 올렸다.
꽤 먼 거리.
골대 중앙으로 들어가던 조정후는 볼이 날아오는 지점으로 이동했다.
[골문 앞은 혼전 상황! 강예수 선수와 차선호 선수가 안으로 들어가고 조정후 선수가 그 틈에 사이드로 나옵니다-!]마시모 페라리스는 볼을 쫓으며 조정후를 방해하려고 했다.
어깨를 집어넣고 위치를 선점하려고 했는데.
‘이런.’
스텝이 좋지 않았다.
볼이 자정면이 아닌 뒤로 길게 빠지는 바람에 균형도 흔들렸다.
퍼—억!
그렇게 공중볼 경합이 됐고.
툭.
조정후가 단 몇cm 차이로 파 포스트로 돌려놓은 볼은.
철렁.
골키퍼의 손끝을 피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폭발하는 함성.
조정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광고판으로 달려가 포효했고 동료 선수들도 뒤따라 환호했다.
“후우.”
유지우는 지친 바람에 제자리에 주저앉은 채, 그 모습을 지켜만 봤다.
그의 옆으로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다가왔다.
“넌 단단히 미친놈이야.”
“이제 알았어?”
“아니, 진즉에 알았지.”
“확실히 힘들긴 해.”
강팀인 이탈리아를 상대로 유지우는 최전방과 최후방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따라서 체력이 거의 방전 직전이었고 다리에 경련이 올 정도였다.
“힘들다는 녀석이 경기를 뒤집어버리네.”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유지우에게 손을 내밀었고 유지우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 후.
삐익-! 삐익-! 삐—익!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경기장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