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In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303)
필드의 외계인-303화(303/404)
제303화
삐익-! 삐익-! 삐—익!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탈리아 감독 마르시오는 한숨을 쉬며 필드를 봤다.
‘준비는 완벽했다.’
황금세대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선수들을 완벽하게 배치했다고 생각했는데.
‘저놈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어.’
대한민국의 에이스, 유지우 때문에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혼자서 이탈리아를 상대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필드를 누빈 대한민국의 에이스.
그의 존재감을 여실히 느낀 경기였다.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저번처럼 돌풍을 몰고 오겠군.’
그리고 인정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자신들과 경쟁할 수 있는 팀이라는 걸.
한편, 유지우와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경기 종료 직전부터 하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래서 너랑 같은 팀을 해야 하는 건데.”
“이제 알았으면 앞으로 더 잘해줘.”
“넵!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부주장님.”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유지우에게 유니폼을 내밀었다.
유지우도 그걸 보고 유니폼을 내밀며 교환했다.
“이제 이탈리아로 돌아가는 거야?”
“응, 두 번째 경기는 이탈리아에서 하거든.”
“조심해서 돌아가.”
“영국에서 보자. 다음 브라질전 잘하고.”
경기가 종료되고서 이탈리아 선수들이 먼저 필드를 떠났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팬들에게 인사했고, 유지우는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했다.
“이탈리아의 수비는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방패를 뚫고 이긴 소감이 어떻습니까?”
“강한 상대였습니다. 이탈리아가 왜 유럽 최고의 방패라고 불리는지 알았고 정말 힘든 경기를 했습니다.”
이어지는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준 유지우는 믹스트존을 떠났다.
그렇게 필드를 나와 라커룸으로 가는 길.
저릿.
쉬지 않고 뛰는 바람에 허벅지에 살짝 경련이 와 손으로 주물렀다.
‘힘들다.’
국가대표에서 유지우의 활동량은 클럽보다 많았다.
오늘 경기 활동량만 16km.
보통 선수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였다.
그래서 긴장이 풀리자 피로가 몰려왔다.
“후우.”
“여기서 혼자 한숨을 쉬고 뭐 하는 거야?”
그런 그에게 다가와 부축해주는 건 김재민이었다.
“형.”
“너보다는 아니지만, 다들 죽으려고 하더라.”
“이탈리아가 그만큼 강했잖아요.”
“맞아. 이탈리아에서 뛴 경험이 많아서 익숙할 줄 알았는데 어려웠어.”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라커룸으로 걸어갔다.
라커룸 문이 시야에 들어올 때, 김재민이 한마디 했다.
“너 혼자 너무 고생할 필요 없어. 네가 커버하지 못한 자리는 우리가 죽어라 커버할 테니까 부담 느끼지 마.”
“…부담 없어요.”
“없는 놈이 그렇게 죽어라 뛰냐?”
동료 선수들은 유지우가 가진 부담감 전부를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들은 유지우가 겪는 상황을 감히 상상조차 못 했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을 택했다.
유지우가 커버하지 못하는 곳은 자기들이 커버하는 것으로.
“네가 유럽 최고의 자리를 놓고 싸우는 동안 우리도 마냥 놀고만 있던 건 아니거든.”
짝.
김재민은 등을 한 번 치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믿어! 우리를 이끌 주장이 혼자 희생하는 건 우리도 원하지 않는 일이니까 말이야.”
국가대표 동료들은 유지우를 신뢰했다.
한국이 강호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을 수 있던 이유는 유럽 최고의 선수의 반열에 오른 그들의 에이스 덕분이었으니까.
* * *
【 대한민국, 이탈리아 상대로 2 – 1 승리! 】
【 유지우, 1골 1어시스트로 대한민국 승리를 이끌다! 】
【 마르시오 감독, “대한민국은 월드컵에 돌풍을 몰고 올 나라.” 】
【 마테오 크리스단테, “유는 최고의 선수.” 】
【 커지는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 】
비록 친선경기였지만,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를 꺾자 팬들의 월드컵을 향한 기대감은 더욱 올라갔다.
– 이러다가 저번보다 높은 순위 기록하는 거 아님?
– 솔직히 기대가 안 되는 건 아니야. 그때도 암흑기였던 대표팀을 갓지우가 멱살 잡고 8강까지 올렸잖아.
2030 월드컵은 여전히 한국 팬들에게 레전드로 남아있었다.
암흑기로 평가받던 대표팀.
예선에서 1승만 해도 잘했다고 평가를 받던 전력이 8강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유지우의 플레이 덕분이었다.
– 지금은 선수진도 그때보다 단단해지긴 했지.
– 차선호랑 강예수가 있잖아.
– 뒤에 김우일도 있고 그때랑은 다르니까 어쩌면 더 올라갈 수 있을지도?
이런 기대감은 이상한 게 아니었다.
혹자는 16강 진출을 현실적인 목표로 잡아야 한다고 했지만, 2030 월드컵의 기적을 잊지 못한 팬들은 8강 신화를 재현해주길 원했다.
– 어떤 결과라도 선수들을 응원해줘야지.
– 이런 마인드가 좋지.
– 근데 저런 마인드라도 형편없는 경기력이면 먼지 나도록 까일걸.
– 그건 어쩔 수 없다고 봄, 세월이 흘러도 변하질 않잖아.
어딜 가나 불편한 사람들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라면 더더욱.
– 다음 브라질전을 보고 판단해야 할 듯?
– ㅇㅇ 이탈리아는 16년 동안 월드컵 경험이 전무했던 팀이라면 브라질 월드컵에 빠지질 않았던 강팀이니까.
– 브라질전에서 이탈리아전처럼 가능하다면 난 4강을 목표로 잡아도 된다고 봐.
팬들은 그렇게 우승 후보와의 맞대결을 기다렸다.
* * *
【 브라질전을 앞두고 훈련 중인 대표팀! 】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브라질전을 앞두고 비공개 훈련을 진행했다.
그래서 기자들은 훈련장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 대기실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들어가질 못하겠군.”
“비공개 훈련이니까 훈련 종료하고 인터뷰만 해야지 뭐.”
“어떤 걸 준비하는 걸까?”
“브라질을 상대로 대한민국이 이기려면…. 유지우의 활용법이겠지?”
월드컵을 앞둔 지금.
국가대표팀은 모든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기에 비공개 훈련을 자주 진행했다.
기자들도 익숙한 듯 지인들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떻게 봐?”
“뭘?”
“승률 말이야.”
흡연 장소에서 담배를 태우던 기자들은 이틀 뒤에 있을 경기에 관해 얘기했다.
“8대2.”
“오, 이탈리아전보다 짜네?”
“브라질이 그만큼 전력적으로 우위에 있잖아.”
“이탈리아도 강하긴 하지만 브라질 선수단을 보면 그 말이 쏙 들어가긴 해.”
“어느 나라나 월드컵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나라를 뽑으라면 브라질이 1, 2위를 다투니까.”
기자들마저 브라질에게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누구에게 물어도 답은 같았을 것이다.
브라질은 그만큼 엄청난 전력으로 무장한 상태였으니까.
“어! 훈련 끝났나 보다!”
“빨리 카메라 들고 따라와!”
.
.
.
브라질전 날짜가 다가오자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글이 활발히 올라왔다.
그들이 가장 놀란 건 브라질의 선수명단이었다.
– 아우미르랑 히카르지뉴? ㅁㅊ ㅋㅋㅋㅋㅋㅋ
– 저것들 그냥 두드려 패겠다고 오는 거네 ㅋㅋㅋㅋㅋ
– 주앙이랑 필리페도 있고 헤낭이랑 파비우 ㅁㅊ
– 괜히 우승 후보가 아님.
– 빈틈이 없다니까 쟤네 몸값이 1조 넘잖아.
– ㄹㅇ 다 팀 에이스 맡은 애들 뿐임 ㄷㄷ
– 진짜 브라질이 이를 갈고 월드컵 준비를 하고 있구나.
2034 월드컵을 1년도 남겨놓지 않고 있었다.
8개월 남은 시간.
그래서 사람들은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었다.
그런 분석들 가운데 우승 후보란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 바로.
‘브라질.’
영원한 우승 후보였다.
브라질은 월드컵마다 우승 후보로 손꼽혔으나 2002년 이후로 월드컵 우승과 거리가 먼 국가였다.
그런 그들이 기대하는 것이 바로 2034 월드컵이었다.
황금세대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으니까.
– 와 그 녀석들이 한국으로 온다고?
– 월드컵 앞두고 신고식 하는 건가? ㅋㅋㅋㅋㅋ
– 유지우가 유럽에서는 왕처럼 군림했지만, 국대에서 브라질 만나면….
– 아무리 갓지우가 있다곤 해도 이건 힘들지.
– 예전 제라르 레오랑 스페인하고 경기했을 때도 처참했잖아.
전문가들마저 대한민국 승률을 20%, 적게는 10%로 책정한 만큼.
– 그냥 월드컵을 앞두고 전술 테스트를 할 생각으로 해야 할 듯?
대한민국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적었다.
– 그래도 이길 가능성은 있잖아?
– 너무 적지.
– ㅇㅇ 한 10%라고 봄.
– 10%면 많은 거 아니야?
– 갓지우가 어떻게 해주는 가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본다.
그래도 마냥 패배만 부르짖지는 않았다.
축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한국에도 일말의 희망이라는 게 있었으니까.
* * *
브라질전을 하루 앞둔 날.
대한민국 대표팀은 마지막 훈련을 마치고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내일 있을 경기는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간략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많은 관심을 받는 건 주앙 달루트였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신중히 답변했다.
“이기기 위한 여러 준비를 끝마친 상태입니다. 내일 경기에서 팬분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드리겠습니다.”
“브라질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1군 전원을 내보내겠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1군을 상대로 이길 수만 있다면 월드컵에서 가장 꼭대기에 올라선다는 목표가 마냥 꿈이 아니라는 것도 증명되겠죠.”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브라질을 상대로 주앙 달루트는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그 강한 팀을 상대로 자신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길지에 대해 고민만 했다.
“지금 당장 어떤 전술을 쓸 것인지, 어떤 선수를 기용할 것인지 말씀드리는 건 어렵습니다.”
“…….”
“하지만 이것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앙 달루트는 기자들을 보며 이어 말했다.
“대한민국의 축구는 세계에 통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은 내일 경기를 두고 휴식을 했다.
“지우야.”
“네?”
노크하고 방으로 들어온 김우일이 쉬고 있던 유지우에게 손짓했다.
“감독님이 미팅장으로 호출.”
“전원이요?”
“응, 아마 내일 있을 일 때문이겠지.”
“아.”
유지우도 알고 있는 것.
그건 바로.
‘김기하의 은퇴식.’
이거였다.
그렇게 향한 미팅장엔 선수들이 모여있었다.
자리에 앉자 잠시 후, 코치진이 들어왔다.
뒤를 따라 김기하가 걸어와 코치진 옆에 섰고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이 모인 것을 확인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들 알다시피 내일 브라질전을 마지막으로 킴이 은퇴를 하게 됐다.”
선수들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말렸지만, 이미 김기하가 결심했으니 그 선택을 존중해주는 거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유가 다음 세대의 주장이 되어 월드컵에 출전할 거다.”
주앙 달루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동안 고생한 킴을 위해 내일 경기는 반드시 승리해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해주자!”
-“네!”
선수들은 의욕을 불태웠다.
국가대표에서 한 경기라도 뛰어본 선수라면 김기하가 국가대표에서 얼마나 고생하고 노력했는지 알 수밖에 없었다.
협회가 이상한 짓을 해도.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언제나 그에게로 향하는 비난의 화살을 그는 주장으로서 묵묵히 견뎌왔으니까.
‘꼭.’
‘반드시.’
‘형님이 가시는 길은 박수를 받게 해야 해.’
‘죽어도 이긴다.’
선수들은 그렇게 눈을 빛냈고 선수들의 마음을 아는지 김기하는 웃으며 말했다.
“괜히 무리해서 부상당하지 말고! 우리가 늘 하던 대로만 하자! 브라질 녀석들한테 대한민국 축구가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주자고!”
선수들은 큰 소리로 대답했고.
【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 김기하, 내일 경기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 】
【 김기하, “그동안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 】
그날 저녁 전국으로 김기하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졌다.